'채식주의자'는 지난번 제가 읽고 후기를 적었던
'몽고반점'의 앞편 이야기입니다.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불꽃
세편이 주인공 영혜를 둘러싼 연속된
이야기였습니다.
아직 뒤편 '나무불꽃'은 읽지 못했습니다.
다음주에 읽고 나머지 후기를 쓰고
오늘은 일단 '채식주의자'를 쓰겠습니다.
채식주의자를 읽으며 제가 과연 주인공 영혜를
이해할 수 있을까? 의문이 생깁니다.
그래서 저는 작가의 시선에서 이해해 보려고
합니다.
한강 작가는 왜 일반적이지 않아 보이는
영혜라는 인물을 설정하여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려고 했을까? 이런 관점에서 생각하니
영혜라는 인물을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영혜는 어느날 무서운 꿈을 꿉니다.
피가 가득한 고깃덩어리들 속에서 헤메다가
자신이 온몸에 핏투성이가 되고 본인이
먹었는것 같기도 한 핏덩어리 고기들을
꿈에서 봅니다.
그리고 그날 부터 영혜는 고기를 먹지 않습니다.
또 다른 꿈은 영혜가 어릴적 자신의 다리를
물은 개를 아버지가 오토바이에 묶어서
끌고 다니다가 핏투성이가 되어 죽게하고
그 개고기를 온가족이 나누어 먹습니다.
영혜도 먹었고요.
어린시절 강렬했던 충격 때문에 꿈을 꾼것인지
모르지만, 그 꿈 이후로 영혜는 육식을 거부하는
일명 채식주의자가 됩니다.
그리고 그녀의 가슴을 옭아매는 듯한 브레지어도
안하고, 남편과의 잠자리도 거부하고,
온통 그녀의 생활은 정상이 아닌듯 보입니다.
채식주의자 편은 영혜의 남편시점에서 소설이
전개됩니다.
잘나지도 못나지도 않은 지극히 평범한 남편은
영혜가 너무나 평범해서 편할것 같은 여자라
결혼을 합니다.
그럭저럭 평범한 결혼생활을 하다가 갑자기
아내가 변합니다.
집안의 고기를 온통 버리고 육식을 일체 하지
않고, 잠도 잘 못자서 여위어 가는 아내가
걱정되기도 하지만 영 불편합니다.
그래서 처가집 장모와 처형께 사실을 알립니다.
장모 생신날 온가족이 처형네에 모여 식사할 시점에 일이 벌어집니다.
영혜가 음식을 제대로 먹지 않자,
설득도 하고 걱정도 하고 했지만...
끝내 먹지 않는 영혜에게 성질급한 아버지가
딸의 빰을 때리고,
탕수육을 손에 쥐고 영혜 입에 우겨넣습니다.
영혜는 거부의 몸짓 끝에 칼로 자신의 손목을
긋습니다.
남편은 이런 부인이 정말 많이 불편합니다.
여기까지는 영혜를 둘러싼 온 가족들의
이야기였습니다.
여기서 가장 충격인것은 가부장적인 아버지의
태도입니다.
굳이 먹지 않겠다는 육식을 끝내 억지로
먹여야 했을까?
우리네 엄격하신 부모님 세대에는
자식은 무조건 부모님께 순종해야하는
유교의식이 밑바탕에 깔려 있었지요.
그래서 딸의 행동이 이해할 수 없는
가족들은 모두 자신들의 방식으로 딸을
설득하려했고요.
영혜도 조금은 과장된 면이 있어보이지만
작가는 왜 이런 인물을 주인공으로
했을까? 생각해 보게되었습니다.
그건 아마도 우리가 지극히 정상이라고
생각한것들이 정말 정상이 맞나? 라는
의문을 품게 하려고 했을까?
왜 육식을 거부하면 안된다는걸까?
건강이 걱정이 된다면 좀더 건강한 채식을
권할수도 있는것인데...
우리가 갖고있는 가족간에 걱정이 되어서
한 충고나 당부들이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압박이고 폭력이 될수도 있음을 시사해 주는것
같습니다.
사람은 다양하고 여러 모습으로 살 수도 있는데,
다르다는 이유로 삐딱하게 보고,
소외시키거나 강제로 바꾸려고 한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가족중 어느누구도 영혜의 입장을 이해해 보려고
했던 사람은 없었습니다.
모두가 자신의 입장에서 영혜를 바꾸려고
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저는 영혜가 인간의 폭력성과
잔인함에 구역질이 나서 육식을 거부한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얼마전 불교대학에서 배운 내용중에
싯다르타가 새가 벌레를 쪼는 모습을 보고
왜 하나가 살기위해서는 하나가 죽어야 하는지?
고뇌를 하며 출가를 하게 되는 모습을 봤습니다.
인간이 살기위해 그 많은 동물들을 무차별적으로
사육하고 죽여서 먹고 있습니다.
그러나 또 동물은?
초식동물도 풀과 식물을 먹고 살아갑니다.
자연의 생태계는 자신이 살기위해 어떤
다른 생명이 죽이고 맙니다.
여기까지 생각이 다다르니
살기위해 죽이는 과정의 연속이 되네요.
그러나 살기위해 죽이는건 최소한이
되어야지 그 이상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이 낯선 소설로 비정상을 규정해 버리는
우리사회를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어느 누구도 정상 비정상을 규정할 수 없고
다양성을 존중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어제밤 한강작가님의 인터뷰 내용을 너무 자세히 적은것 같아 일부는 지웠습니다. ^^;!)
글여행님,,! 언제나 글여행님의 후기는 그 책을 읽지 않았어도 읽은 듯한 느낌을 갖게 해주십니다,,! 덕분에 또 한편의 문학 작품을 감상하게 되었네요~.
너무 난해해서 몇 번이나 읽으며.. 왜 작가님은 이런 설정을 하게 되신걸까.. 저도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너무 오버스러운 예측일 수 있지만, 한강작가님께서 아버지나 부모님께 어떠한 면에서 강압이나 반감을 느끼신게 있을까도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한강은 결혼한 지 2년쯤 됐을 무렵 당시 남편과 자녀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한강은 “못다 이룬 꿈을 자식의 인생에 이르러 성취하겠다는 식의 소유욕에 염증을 느꼈고, 다가오는 세상의 빛깔은 삭막하게 보였다”며 “잔혹한 현실의 일들을 볼 때면 고민 없이 아이를 낳는 사람들이 무책임하게 느껴졌다”고 했다."
위 이야기는 이미 온라인상에서 많이 유명해진 한강님께서 이이를 낳기 전에 당시 남편분과의 대화였다고 합니다.
또한 아버님께서 출판사와 함께 기자회견을 하라고 하셨는데 알겠다고 하고 그 사실이 외부로 알려졌을(?)때, 다시 한강 작가님께서 취소를 하시고 조용히 계셨다는 이야기를 한강 작가님의 이야기에서 들었을때도 비슷한 생각을 했습니다,,
당시에는 한강 작가님의 깊은 뜻이 있으셨던 걸로 압니다. 세상에 너무나 고통스러운 일이 계속 벌어지고 있는데 이와같은 일로 기뻐하며 기자회견을 하는것이 맞는건지 모르겠다. 라는 취지셨던 걸로 기억 합니다.
하지만 저는 너무 오버스러운 감정선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왠지 그 안의 행보가 따로 되는 느낌을 혼자서 조금 받았었습니다.
(가끔 저의 행동에 대해서도 스스로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표면적의 이유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제가 의식하지 못한 다른 이유 때문이었던 걸까? 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는데, 그 역시도 자신의 무의식 세계를 본인이 알 수 없기때문에 항상 답을 알 수는 없는 것이었지만요. 그런데 왜 그런지 위의 두 이야기들을 인터뷰 장면이서 들을 때, 순간 한강작가님이 생각하시는 표면적인 유와 또다른 무의식세계의 이유(반감) 이 존재하는걸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서 이 댓글에 그대로 옮겨 봅니다.)
실제로 소설에서와 같은 폭력은 아니었다 하더라도 어떠한 부분에서 내면에 부모의 강요나 그로인한 반감이 무의식중에 있으셨었나.. 그런게 이 후기를 읽고도 또 생각을 하게 되네요~.
동시대에 같은 언어를 쓰시는 작가님이라 혼자서 작품과 작가님의 연결고리나 의도를 독자 입장에서 추측 하려다 보니.. 뭔가 죄송스럽고 조심스럽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모든 과정은 그 글을 읽는 독자의 몫이기도 하고, 여기가 개방되어 있지만 동시에 폐쇄되어 있는 우리만의 공간이라 이러한 감정선까지 털어놓을 수 있은 것 같습니다.
아버지가 아니라면, 기성세대에 대한 반감일지도 모르겠고요..
또, 한강 작가님께서 왜 '채식주의자'에 대한 소재를 택하셨을까,,? 하는 궁금증이 컸었고, 지난번 읽었던 [소년이 온다.] 에서도 아주 잠깐이지만 채식주의에 대한 언급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정말 작가님은 채식주의자셨던 걸까..?? 라는 궁금함에 찾아봤더니 4년 정도의 시간을 채식주의로 지내신적이 있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역시 작가의 글은 작가가 경험한 모든것의 합일거라는 (어쩌면 아무리 그것이 상상으로 짜낸 것이라 하더라도요..) 생각이 항상 있었는데, 채식주의자 경험에 대해서 들으니 무언가 그 안에 연결 고리가 있었다는 생각에 실마리가 풀린 느낌이었습니다.
글여행님 말씀 처럼 이 글을 읽으니, 위의 그 두 가지 말고도 개인의 개성, 소수의 생각과 행동을 사회가 인정해주길 바랬을거라는 그런것이 앞의 두 이유보다 훨씬 크게 느껴집니다.
시기상으로는 [소년이 온다.] 보다도 이 책이 앞에 출간된 책이지만, 아마 소년이 온다. 를 책으로 쓰실 정도셨기 때문에 더더욱.. 그런 내면의 목소리가 작가님 삶에서 계속 있었을거란 생각도 들고요,,!.
항상 저도 책을 읽을 때, 작가의 삶을 거울 삼아 책에서 그 숨겨놓은 비유를 찾아보는것을 매우 좋아합니다~.
이미 세상에 안계신 작가님들이셔서 그것이 추측으로 남을 뿐 어떠한 확인도 해볼 수 없을때도 아쉽지만,, 이렇게 우리 시대에 함께 살아계신 같은 언어를 쓰는 작가님의 경우에는 추측 자체가 굉장히 조심스럽고, 혹시라도 그 추측이 잘 못되면 죄송스럽기까지 한 그런 점이 있네요^^;;.
아무튼 작가님과 작품에 대해 제 머릿속에 떠올랐던 1차원적 이야기를 늘어놓아보았습니다^^;;
이번주도 생생한 후기 감사드리며, 다음주에 마지막 편 후기도 기대하겠습니다!^^
노트북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