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콩이입니다.
정말 오랜만에.. 글을 쓰게 되어 민망한 마음이 있습니다.ㅎㅎ 그래도 노트북님, 딸기님, 글여행님 등 다들 잘 계시는지, 계속 책 읽고 계시는지도 궁금해서 오랜만에 와봤는데 정말 꾸준히 읽고 쓰고 계시는걸 보고 대단하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나름 바쁜 하루들을 보내고 있는데 가끔 와서 후기 남기고 같이 공유해도 될까요?
이래저래 핑계를 대며 미루다가 한강 작가님 책은 꼭 읽고 후기를 남기고 싶더라구요. 엄마랑 책을 가끔 같이 읽는데, 지난 5월에 엄마가 제주도 책방에서 소년이 온다를 읽고 싶은데 너무 마음이 아플까봐 못 읽겠다고 하셨어요. 9월 초에 서점갔다가 (노트북님 만난 교보문고요 ㅋㅋ) 내가 먼저 읽고 줘야겠다 싶어서 샀는데, 얼마 뒤에 노벨상을 수상하셔서 너무 놀랐고 정말 벅차올랐습니다. 제가 받은 것도 아니고, 제 가족이 받은 것도 아닌데 너무 기뻐서 여운이 정말 오래 가더라구요.
예전에 한강 작가님의 채식주의자를 읽었는데, 그때는 너무 충격적이었거든요..? 내용은 그런데 또 흡입력이 있어서 한 자리에서 쉬지 않고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제가 미룬 탓도 있지만 ㅎㅎ 이 책은 읽는데 두달 정도로 오래 걸렸습니다. 읽는 내내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몰라요, 문체는 덤덤한데 왜 이렇게 슬픔이 묻어 있는지.. 문장 하나 하나에 슬픔을 꾹 꾹 눌러 담아 쓰신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소설인데 마치 그날 이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같았어요.
각 챕터가 그날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보여주는데요. 살아 남아도 살아 남은게 아니라 여전히 그 때에 머물러 여전히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더 슬프고 처절했습니다.
나는 싸우고 있습니다. 날마다 혼자서 싸웁니다. 살아남았다는, 아직도 살아 있다는 치욕과 싸웁니다. 내가 인간이라는 사실과 싸웁니다. 오직 죽음만이 그 사실로부터 앞당겨 벗어날 유일한 길이란 생각과 싸웁니다.
당신을 잃은 뒤, 우리들의 시간은 저녁이 되었습니다. 우리들의 집과 거리가 저녁이 되었습니다. 더이상 어두워지지도, 다시 밝아지지도 않는 저녁 속에서 우리들은 밥을 먹고, 걸음을 걷고 잠을 잡니다.
당신이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습니다.
다시 책상 앞에 앉았다. 묵묵히 쌀알을 씹으며 드녀는 생각했다. 치욕스러운 데가 있다, 먹는다는 것엔. 익숙한 치욕 속에서 그녀는 죽은 사람들을 생각했다.
이 부분에서는 채식주의자가 생각났습니다. 어떤 폭력에 노출되고 고통을 감내하는 모습에서 닮아있는 것 같아요.
수배 중인 번역자의 이름 대신, 미국으로 이민 갔다는 편집장의 친척의 이름을 넣은 책이었다. 염려했던 이 책은 정작 검열과에서 두 문단만 삭제되어 무사히 인쇄소에 넘겨졌었다.
제 인생 영화 중 하나로 꼽는 “타인의 삶”이 떠올랐습니다. 최근에 재개봉해서 영화관에 다녀 왔었는데요. 이 영화에서 동독의 비밀경창이 진보적인 성향을 가진 예술가들(블랙리스트)을 감시하는데, 작가 중 한명이 실체를 폭로하고자 서독에 출판하기를 원하는데 감시가 심해 서독 작가의 이름을 빌려 출판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혹시 안보신 분들이 계시다면 추천합니다..! ㅋㅋ
인간은 무엇인가. 인간이 무엇이지 않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패배할 것을 알면서 왜 남았냐는 질문에, 살아남은 증언자들은 모두 비슷하게 대답했다. 모르겠습니다. 그냥 그래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들이 희생자라고 생각했던 것은 내 오해였다. 그들은 희생자가 되기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거기 남았다.
에필로그는 작가님이 책을 쓰게 된 과정인 것 같아요. 희생자가 되지를 원하지 않아서 남았다는 말이 마음을 울렸습니다.. 어린 학생들이 고문받고, 무고하게 죽어갔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습니다. 읽으면서 내가 이 때 광주에 있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는데, 결말을 알고 있어서 답을 못 내리겠더라구요. 같은 사람으로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에요..
다음엔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고 싶은데 이 것도 제주43사건의 이야기라고 해서 망설여집니다,,
수능날 책을 다 읽었는데요. 제가 수능볼 때는 너무 추워서 덜덜 떨었던 기억이 있는데 올해 수능은 춥지가 않네요ㅎㅎ 모두들 다음주부터 날이 많이 추워진다는데 감기 조심하세요~!
콩이님~~~어서오세요^^ 넘 반갑습니다. 오랜만에 뵈니 감동이네요. ㅎ
어머니와 책을 공유하시는 분위기 너무 좋습니다. 부럽기도 하구요.
소년이 온다를 읽으며 저도 먹먹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꼭꼭 눌러쓰신 슬픔이 읽는내내 제 몸과 마음을 지배하며 그 잔열이 아직도 남아있는듯합니다. 우리가 결코 잊어서도 안되는, 잊을수도 없는 우리의 아픈 과거를 아프지만 모두가 공유해야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우리끼리라도 이런 애기를 읽고 나눌수 있어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구요. 아마 이 기억이 오래도록 우리 기억속에 있지 않을까 합니다.
전 한강님의 책을 하나씩 모두 찾아 읽을 생각입니다.
작별하지 않는다'도 읽게 되겠죠.
물론 읽은후 여기서 나누기도 하게 되겠죠.
함께 책을 읽고 마음을 나누는 일은 너무 따뜻하고 훈훈합니다.
우리가 여기에 있어야 하는 이유기도 하구요.
꼭 책을 읽지 않으셔도 종종 글 남겨주시면 많이 행복할것 같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콩이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