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권에는 많은 이야기가 나옵니다.
서희와 길상이의 심리적 갈등, 월선의 죽음, 김두수의 움직임, 길상이와 환이의 만남, 길상의 독립인사들과의 만남. 그리고 서희의 조선행.
굵직한 이야기들이 점철되어 토지 이야기는 그 재미가 더해지도 있습니다.
깊어가는 겨울. 스산한 새벽공기를 맞으며 토지를 읽는 기분, 그리고 후기를 쓰는 지금 이순간. 저는 이 시간이 너무 소중합니다. 이 시간이 있어 제 삶이 행복하다고 말할수도 있을것 같습니다. 이런 시간과 행복을 모르는 이들에게 마구 알려주고 싶을 정도로 말입니다. ㅎ
이 책에서 그래도 가장 마음을 울리는 건 역시 월선이의 죽음 그리고 용이의 슬픔이었지 싶습니다.
마지막까지 용이를 기다린 월선이와 그런 월선이를 용이가 꼭 안아주는 장면에서는 저 또한 마음이 무너져 내리는 듯 가슴이 아렸습니다. 월선이가 너무 안쓰러웠고 그걸 바라보는 용이가 안쓰러웠습니다. 그것도 그들의 운명인것이겠지요.
이들을 보면서 사랑이란 이루어져야 완성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져야 완성된 사랑일까요.
아마도 그들은 마음만은 이미 충만한 사랑을 했을지 모릅니다. 함께 하지 못했기에 더 애틋하고 그래서 그 사랑이 더 깊어졌는지도 모릅니다. 자신의 피가 섞인 아이도 아닌 홍이를 단지 용이의 자식이라는 이유만으로 더할수없는 사랑을 쏟으며 키웠던 월선이의 마음은 이미 용이 대신 홍이를 가슴으로 품으며 충만해 있었는지 모릅니다.
그래도 월선이의 죽음은 너무한거 아닌가 싶습니다. 그들의 사랑이 더 지속되길 바랬는데 말입니다.
얼굴을 가까이 얼굴을 묻는다. 그러고 떤다. 머리칼에서부터 발끝까지 사시나무 떨 듯 떨어댄다. 얼마 후 그 경련은 멎었다.
"니 여한이 없제?"
"야. 없십니다."
"그라믄 됐다. 나도 여한이 없다."
머리를 쓸어주고 주먹만큼 작아진 얼굴에서 턱을 쓸어주고 그리고 조용히 자리에 눕힌다.
"부자도 안 좋을 기고 너무 기찹아도 못 살 기고 그냥저냥 묵을 만치 하고 사는 기이 젤 좋다. 식구들이 화목하고 자식은 서넛 낳아서 나는 또 그랬이믄, 우리 홍이가 그랬이믄 싶다."
죽어가는 월선이는 의사가 다녀가면 잠시 기력을 회복하고 그 틈을 타서 홍이를 찾습니다. 죽어가는 사람들이 하는 말에는 거짓은 없겠죠. 죽음이 다가오면 뭐가 행복인지, 우리가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하는지에 대한 답을 알고 있을겁니다. 그래서 월선의 이말도 허투루 들리지 않습니다. 물론 우리도 이말에 적극 호응하곤 합니다. 하지만 종종 욕망이라는 것이 불쑥 튀어나와 마음을 어지럽힐 때도 있습니다. 남들처럼...하면서 말입니다. 하지만 결국 이게 답입니다. 언제나 마음을 다잡는 일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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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인간이기를 포기한 임이네를 떨어버린 용이의 행동엔 저도 모르게 박수를 치고 싶었습니다.
사람이 아닌건 아닌걸로 취급하는게 맞지 싶습니다.
저런 인간이 정말 있을수 있나 싶을만큼 임이네는 돈 앞에서 자식도 버리는 이해할수 없는 작태를 보입니다.
남자는 욕망을 조심해야합니다. 순간의 욕망이 그를 평생 괴롭힐줄 용이 자신도 몰랐겠죠.
그렇게 저도 더이상 임이네를 보고 싶지가 않습니다. 이제는 소설에 더이상 등장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길상이의 독립 인사들과의 접촉은 조선으로 갈수 없다는 핑계를 남기게 되고 함께 가지 못하는 길상에 대한 애닯은 감정으로 서희는 속을 끓입니다. 부부지만 서로를 터놓지 못하는 그들의 마음이 너무나 안타깝기만 합니다. 사실 터놓는다고 달라질건 없다고 봅니다. 애초부터 마음이 합쳐져서 한 결혼이 아니었기에 그렇습니다. 왜 서희는 이런 결혼을 선택한 것일까 자꾸자꾸 의문이 듭니다. 물론 사랑이라 말할지 모르지만 이렇게 아픈데도 해야할 결혼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사람 마음은 참 알수없는게 맞습니다. 그 결혼을 승락할 길상이도 이해 안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언젠가 그들의 속 마음을 속 시원히 듣는 날이 올까요.
그리고 또 가슴 아픈 강포수의 이야기.
두메를 맡기고 갈때 강포수는 이미 알고 있었을까요. 학자금을 맡기고 두메를 두고 가는 강포수의 마음은 어떤 마음이었을지 이또한 상상이 되니 너무 싫습니다. 왜 좋은 사람들이 먼저 죽는것일까 답답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그 시절엔 이러저러한 이유로 살면서 주변인물의 죽음을 많이 보게 됩니다. 지금보다 더 정을 주는 삶이었기에 그들의 아픔은 더했을것이고 그런 죽음들을 바라보며 그들의 가슴속에는 한이라는 것이 남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예로부터 유학이 기본 배움이 되었던 때문인지 여자들이 참고 속으로 삭히는 일이 많아서 한이 많았는지 모르겠습니다.
'마음이 왜 이리 소란스러운지 모를 일이야...
서희에게는 모든 일이 뜻대로 어김없이 아니 예상 이상으로 된 것이 사실이다. 다만 마무리가 남아 있을 뿐, 강남으로 가는 제비처럼 날면 되는 것이다. 자식 둘을 앞세우고 날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왜 이리 허한가. 때때로 마음 밑바닥에서 거슬러오르는 설렁한 냉바람은 무슨 까닭인가. 전신을 떨게 하는 춥고 적막한 바람 앞에 그냥 주저앉아 버리고 싶어지는 그 까닭을 서희가 왜 모르겠는가. 내내 외면해 왔었다. 보이지 않게 가로질러진 벽을 서희는 무던히도 둔하게 느끼지 않는 듯 외면해 왔었다. 그런데 그것을 이제는 외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과연 길상은 처자와 더불어 조선으로 돌아갈 것인가.'
서희는 이런 마음으로 지냈던 것입니다. 애초부터 길상의 마음을 온전히 가지고 결혼에 들어선것이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길상의 마음을 온전히 다 가지고 결혼을 한것이 아님을 서희는 이미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옥이네를 두고 길상이 과연 자기를 따라 조선으로 돌아갈것인지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는다는 그 마음을 가지고 있는 서희의 스산함이 느껴지는 대목이었습니다. 도데체 왜 길상은 이결혼에 승락을 한 것일까요. 속시원히 그의 마음이 듣고 싶었습니다.
자신이 모시고 있던 애기씨의 요구를 거절할수 없었던 그 이유였을까요. 너무 궁금합니다.
결국 길상은 조선으로 가지 않습니다. 아이들만 데리고 떠나는 서희의 심정을 외면하는 길상.
길상은 서희에게 조금이나마 애정이 없는 것일까요. 이또한 궁금합니다.
서희는 자신의 집안을 무너뜨린 조준구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간도에서의 삶을 꾸려갔었습니다. 하지만 그 원수를 갚고자 조선으로 다시 돌아가는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았을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복수를 하고 난 후의 허망함을 또 어찔할까 싶습니다. 사람은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을 가질 때 가장 불행하다고 생각합니다. 살다보면 그런 순간이 왜 없겠습니다. 미워하고 외면하고 싶은 사람이 생길때 만큼 불편했던 적이 없었습니다. 차라리 당하면 잊으면 그만인데 누군가가 계속 가슴에 남아 내 마음을 후벼놓고 있을때 전 그때가 가장 괴롭더라구요. 그래서 역으로 잘해주자 하는 마음을 갖는것이 더 쉽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게 내 마음을 조금이라도 더 편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전 깨달았습니다. 제가 꼭 불교 공부를 해서 그런건 아닌것같습니다. 아니 불교를 통해 그 마음에 확신을 갖게 되었다는 사실이 아마 더 맞을겁니다. 그래서 원수를 사랑하자는 말이 있는것일까요.
그래서 전 서희가 참 불쌍합니다. 충분히 이해를 하면서도 그렇습니다.
조준구에게 복수를 하고 자기 곁에는 길상이도 없는 삶에서 서희는 무엇을 볼까요. 전 미리부터 마음이 아프네요.
나라가 이러저러한 일들로 어수선합니다.
마냥 슬픔에 빠져있는 것도, 계속 분노를 하고 있는 것도 도움이 되지는 않을거란 생각이 듭니다.
좀 더 이성적으로 생각해서 나라가 정상화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각자의 할일에 최선을 다해야하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이또한 다 지나가겠지요. 새해가 밝으니 또다시 세월의 속도를 체감하게 됩니다. 지금 이순간에 충실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는 시간입니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한 책읽기가 올해도 계속되길 바랍니다. ㅎ
미리보는 소설 같은 느낌으로 먼저 읽으신
8권의 후기 잘 읽었습니다.
각권마다 스토리 전개가 무척 많고도 빠른것
같네요.
8권에서는 월선의 죽음이 나오는군요.
용이와 월선은 처음부터 가슴절절한
이루어 질수 없는 사랑이었지요.
이루어 졌다면 이들의 사랑이 이토록 깊었을까?
그런생각도 잠시듭니다.
세상이 권선징악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걸
알게되면서 좀 허탈한 생각도 드는데,
'악한 사람은 그 마음 어딘가에 불편함이
있겠지' 라고 저는 혼자 편하게 생각하고
살기로 했습니다.
서희와 길상의 결혼이야기가 좀 새롭습니다.
저는 아직 3권까지만 읽어서 어린 서희와
길상만을 보았는데, 이들이 결혼하여서
서로 서먹한 관계를 유지한다니 안타깝네요.
길상의 신분이 양반이 아니라서 더 그런가
하고 또 짐작해봅니다.
오늘 눈오는 아침에 저는 도서관에 가서
3권을 반납하고 4권을 빌려왔습니다.
올해는 토지를 완독하는 해가 될것 같습니다.
서민들의 삶과 그 마음이 무척 잘 그려지고
있는 소설이라 작가의 글에 동화되면서
다음 이야기가 항상 기대 됩니다.
읽을 수록 재미가 더해지네요.^^
모쪼록 새해에는 건강하시고,
가족들 모두 화목하고 행복한 한해되시길
바랍니다.♡
딸기님,! 반갑습니다.~~!
제가 후기를 다 쓰고, 딸기님의 글이 읽을 것 같아 새로고침 하니 역시 글이 있네요,,! ㅎㅎ
저는 아직 8권을 다 읽지는 못했지만, 뒤로 넘기면서 월선이 끝내 죽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미 앞에서도 월선의 죽음은 예상이 된 것이지만요,,
가슴이 너무 아프네요.. ㅜㅜ
딸기님의 후기를 읽으니 더 가슴이 아픕니다.
그리고 임이네는 점점 더 싫어졌지만, 그런 결말이 올 줄은 몰랐네요,,
차라리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친 자식까지 싫어하는 엄마라니요.. ㅜ
남자는 순간적 욕망을 잘 다스려야 한다는 말씀에 백번 공감합니다.
이번 용이의 삶을 통해서도 다시 한번 느낍니다. ㅜ
안그랬으면.. 월선과 얼마나 행복하게 살았을텐데요 ㅜㅜ
강포수의 죽음 역시, 남겨진 두메 역시 가슴이 아팠습니다.
참. 극 중 전개는 독자의 바램을 무참이 넘겨버립니다. ㅜ
이렇게 좋은 사람들은 왜 일찍 죽는지..
저는 귀녀 조차.. 마지막에 강포수 아내 되어 아이낳고 잘 살걸.. 했을 때 얼마나 가슴이 아팠는지 모릅니다. ㅜㅜ
결국 예상대로 길상은 서희를 따라 떠나지 않는 군요,,!
길상과 서희의 감정을 좀 더 세세히 들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봅니다.
길상이 서희를 많이 좋아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서희도 결국 나중에는 길상과 멀리 도망갈 생각도 했다 했을 때는 분명 둘 다 서로 그런 마음이었구나,! 했었는데요,,!
물론 서희는 상현을 좋아했었지만, 길상이 봉순도 좋아하지만 서희를 좋아했던 것처럼 둘 다 좋아했던거였구나 했었습니다. 왜 결혼 이후에 둘이 이렇게 서먹한지.. 왜 길상이 하필 잠자고 있는 어린 아들과 아내의 몸을 자신을 휘감는 문어 다리로 표현했는지, 그 때부터 감정을 이미 알 것 같았습니다.
왜 길상은 그렇게 갑갑해 하고 뒤늦게 자유를 갈망하는지.. 너무나 안타깝고 궁금하네요..!
아직 끝까지 읽진 못했지만, 서희가 조준구에게 복수하는 것은 통쾌할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는데요,
딸기님의 후기에서는 '용서'를 이야기 해주시네요,,! 평소 그런 가르침은 높이사면서 소설을 읽을 때는 그런 생각을 못했던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인생 뒤늦게 사람을 미워 하는 것이 얼마나 영혼이 썪어가는 것인가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 마음을 다스릴 줄 알아야 제가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작년 말에는 누군가 (믿고 있던 분이) 제게 의도적으로 금전적 피해를 입히는 일이 발생 했습니다.
굳이 시시비비를 따지면 충분히 이길 수 있고, 제 피해도 보상 받을 수 있겠지만,
몇일 스트레스를 받고 그냥 끝내기로 했습니다.
그냥 그 분은 불쌍한 사람인 것이다. 하고 끝내기로 하니.. 그냥 홀가분 하고,
돈은 그 돈은 없어도 사는 수준이니 그냥 다시 제 감정이 원위치 되면서 제 삶도 훨씬 편해졌습니다.
물론 그런 사람은 반드시 그러면 안된다는 혼을 한번은 나야 한다.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냥 넘어가주는 것이 사회 전체적으로 절대 옳은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런 부정적인 것에 제 영혼과 시간, 에너지를 들이느니.. 라는 생각에 그랬던 것 같습니다. 상대를 몸과 마음이 가난한 '불쌍한 사람'이라 치부하는 것도 어쩌면 그냥 정신 승리같기도 하고요,,
어느 것이 맞는지에 대한 답은 없지만, 그냥 여러모로 종합하여 저를 위한 선택을 그렇게 했던 것 같네요.
"역으로 잘해주자 하는 마음을 갖는것이 더 쉽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게 내 마음을 조금이라도 더 편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전 깨달았습니다."
갑자기 딸기님의 후기를 읽으니, 그 때 생각이 났습니다.
일월 첫 주도 독서와 후기로 충만한 삶을 보내셨네요,,!
완독은 못했지만, 충분히 공감이 됩니다.
저 역시 더 많은 분들과 함께 이 기쁨을 누리기 위해 맨 처음에 만들었었네요,,!
감사합니다.
노트북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