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책을 빨리 읽게 되고 오늘 좀 시간이 되 서 이른 독서 후기를 남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제는 해가 없어 쌀쌀하더니 오늘은 봄이 성큼 다가온 느낌입니다.
이제 슬슬 겨울 옷을 정리할 때가 온것 같습니다.
이 책은 워낙 유명한 책이라 모르는 분이 없을 거라 생각하고 먼저 읽어 보신 분도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데미안, 유리알 유희 그리고 세번째로 읽는 헤르만 헤세 책입니다.
수레바퀴 아래서는 작가의 자전적인 요소가 들어가 있다고 들어서 그런지 헤르만 헤세의 삶의 엿보는 기분으로 책을 읽었습니다.
도입부에 한스 기벤라트가 신학교에 가기 위해 시험을 준비하고 아버지와 함께 도시로 나가 시험을 치르고 시험을 망쳤다고 생각하여 의기소침해 있다가 뜻밖의 결과 만족해 하며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작년에 입시를 치른 큰 딸아이의 모습을 연상하게 했습니다.
수능시험을 보고 면접을 위해서 학교에서 매일 선생님들과 면접 준비를 하고 이른 새벽 아이를 태우고 면접장소에 데려갔던일, 자동차 뒷자석에서 희미한 불빛에 의지해 마지막으로 면접 준비를 위해 노트북을 보거나 자료를 보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 그리고 비슷비슷하게 생긴 아이들이 줄지어 면접 장소로 들어 가던 모습....
뿐만 아니라 면접을 보고 나서 질문들이 너무 쉬웠고 꼬리를 무는 질문도 없는게 면접에 떨어질 것 같다고 하며 의기소침해 하던 모습과 다행이도 합격소식을 듣고 입학하기 전까지 신나게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던 모습이 너무 흡사해 놀랄 정도 였습니다. 물론 우리 아이가 한스 처럼 아주 뛰어난 아이는 아니지만 그 과정들이 너무 비슷하고 심리 마저 크게 다르지 않아 지난 시간들을 떠오르게 하는 장면들이 많았습니다.
학교 선생은 자기가 맡은 반에 한 명의 천재보다는 차라리 여려 명의 멍청이들이 들어오기를 바라게 마련이다. 어찌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선생에게 주어진 과제는 무절제한 인간이 아닌, 라틴어나 산수에 뛰어나고, 성실하며 정직한 인간을 키워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큰 아이가 입학하기전 학교에서 주최하는 모임에 몇번 참석을 하였는데 그중 한번 선배가 학교 생활의 팁이라고 알려준것이 있었습니다. 다글로라는 앱인데 이것이 무슨 앱이냐면 들려 오는 음성을 텍스트로 다 변환해주는 앱입니다. 강의 시간에 교수님의 강의를 녹음하고 이 앱을 통해 텍스트로 변환해서 그 자료를 이용해 시험공부를 한다고 합니다. 학생들의 각자의 생각보다는 교수님 말씀을 그대로 외워서 시험을 보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야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듯 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우리 아이의 학교뿐만 아니라 소위 우리가 말하는 명문대학에서도 다들 그렇게 공부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런 앱이 있기전에는 교수님 강의 녹음을 모여서 글로 옮겨 적는 스터디도 있었다는 얘기를 들은적이 있으니 아마도 어제 오늘 이야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헤르만 헤세가 100도 더 전에 비판한 교육 현실이 하나도 변한게 없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었습니다. 창의성, 창의력을 좋아하지만 막상 천재적인 창의력 앞에서는 보수적으로 변해버리고 그 창의력을 키워주지도 발휘할 기회도 주지 않는 것이 지금 이사회가 과거로 뒷걸음질 치고 있는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이책에서 눈여겨 보았던 것 중에 하나가 사랑에 빠진 한스의 감정 변화 였습니다.
모든 것이 이상하게도 다르게 변해 있었다. 아름다움을 자아내며 마음을 설레이게 만들었다. 과즙 찌꺼기를 먹어 통통하게 살이 오른 참새들은 요란스럽게 지저귀며 쏜살같이 하늘을 날고 있었다. 하늘이 이처럼 높고, 아름답고, 그리움으로 푸르게 물들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강물이 이다지도 맑시도강렬한그무엇이한스의가슴기고 청록색의 거울처럼 미소짓던 적이 없었다. 둑이 이리도 눈이 부시리만치 하이얀 거품을 내뿜은 적이 없었다. 모든 것이 장식을 두른 그림처럼 새로이 그려져 투명하고, 산뜻한 유리판 뒤에 세워진 듯이 보였다. 또한 모든 것이 한바탕 축제가 벌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한스의 가슴속에서도 이상하리만치 굳건한 감정과 처음으로 느껴보는 눈부신 희망의 파도가 세차게, 불안하게, 그리고 달콤하게 굽이쳤다. 하지만 동시에 이것이 단지 하나의 꿈에 지나지 않으며 결코 실현될 수 없다는 겁에 질린 절망적인 불안감이 그의 마음을 흔들어놓았다. 이 모순적인 감정은 희미하게 솟구치는 샘물이 되어 있었다. 몹시도 강렬한 그 무엇이 한스의 가슴 깊숙이 묶여진 사슬을 끊고, 자유를 만끽하려는 듯했다. 그것은 아마도 흐느낌이거나 노래거나 부르짖음이거나, 아니면 떠들썩한 웃음이었을 것이다.
한스가 엠마를 통해 알게된 감정묘사가 사랑에 빠져 행복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한 첫 사랑의 생생하게 그려지는 대목이었습니다. 한스가 첫사랑 엠마를 만났듯이 우리 아이도 곧 연애를 하고 그 감정에 취해 행복해 하기도 하고 어쩌면 실연의 아픔을 겪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고 한스가 엠마를 만나 느끼는 첫사랑이 시작되는 미묘한 감정과 흥분들 그런 감정들이 우리 아이의 미래가 될수 도있겠다 싶어 좀더 곱씹으며 읽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저는 모르지만 벌써 겪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불쑥 드네요...) 아직 공식적인 연애를 한적이 없어서 그저 미래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스는 자신 속에 숨겨져 있던 사랑의 비밀을 너무나도 빨리 알고 말았다. 그것은 달콤하기보다는 차라리 쓰디쓴 맛이었다.
그러나 한스는 사랑이라고 생각했던 엠마에게 배신을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분노에 찬 고통과 어두운 고독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그 사랑이 이루어졌다면 그나마 한스가 견딜수 있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학업의 실패, 사랑이라고 생각했던 것에 대한 배신 이것들이 결국 한스를 차가운 물속으로 데려가고 맙니다.
실패했다고 해도 자신을 이해하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주고 응원해 주는 사람이 단 한사람이라도 있었더라면 한스가 덜 외로웠고 극단적인 선택 까지는 하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한스가 자유롭고 반항적인 영혼을 가진 하일너의 영향으로 학업에 소홀하게 되고 성적이 떨어지게 되더라도 아직은 좀 미숙한 아이들 옆에 강제적인 규율이나 훈계 대신 성숙한 어른의 조언이나 충고가 있었다면 한스가 신경쇠약이까지 걸리는 않았을 텐데 시간이 걸려도 다시 제자리를 찾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한스가 실패를 하고 고향으로 돌아 와서 어린 시절을 그리워 하며 마을 돌아다니는 모습은 한스가 찾고 있었던 건 걱정 없던 어린시절의 순수했던 그때와 안락함, 편안함이 아니었을까 생각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한스가 시험에 합격하여 신학교에 입학 했을 때나 낙오하여 집으로 다시 돌아 왔을 때나 진정으로 한스를 위해 주고 생각해주는 인물이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했던게 한스에게 한스를 무조건 사랑해 주고 지지해 주는 엄마라는 존재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 한스가 좀더 견디기 쉽지 않았을까 그래서 자신의 목숨을 버리는 일 따위는 하지 않지 않았을까
앞에서 저의 큰 딸 이야기도 했지만 지금도 한스가 살던 그 시대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성공 할 수는 없고 어떤 사람들은 뒤쳐지거나 낙오하거나 실패를 경험하게 될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 젊은이들에게 아이들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회적 제도가 뒷받침 된다면 좋겠지만
아직 그런 시스템은 부족한 상황이고 우리 아이들이 한스라고 한다면 떨어지는 한스를 밑에서 받쳐주는 든든한 에어 매트리스 같은 부모가 되어 주어야 겠구나 생각했습니다
.
다시 저의 큰 딸이야기를 하자면 큰 딸이 한창 입시 준비를 했던 말 중에 하나가 대학 입시에 실패하면 대학을 포기하고 공장에 취직해서 일하고 싶다는 말이었습니다.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냐는 생각이 떠올랐지만 그런 말을 하는 아이의 심정이 어떨까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습니다. 인생이 대학 입시로 성공이냐 실패냐로 나뉘는게 아닌데 대학 입시에 실패해도 자기 갈길을 잘 찾아 가는 사람들도 많은데 세상에는 니 나이에는 모르는 많은 길이 있는데 너무 극단적으로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아 몹시 걱정이 되었고 만약 정말 실패해서 공장에 취직을 한다고 하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진지하게 고민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고민의 결과는 늘 그렇듯 좀 기다려 주자 혼자 이겨 낼수 있게 그냥 옆에서 지켜봐주고 응원해 주자 라고 마음 먹었습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조급해 하는 건 정말 아무 도움도 되지 않더라구요 생각보다 많은 문제들이 시간이 해결해 주는 경험을 했던 터라 제가 생각한건 우리 아이가 어떤 모습으로 있던 아이의 편이 되어 지켜봐주고 응원해 주자 였습니다.
학업에 실패하고 신경쇠약이 걸려 돌아온 아들에게 기술공이 되어보라고 채근 하는 대신 한스가 스스로 이겨 낼수 있는 시간과 여유를 주었다면 단 한 사람이라도 한스가 기댈 사람이 있었다면 그래도 살아가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한스에게 엄마가 있었으면 어떻게 달라 졌을까를 생각하며 읽었습니다.
한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다른 사람들로 부터 살아가는 힘을 얻을 수 있다면 자기를 진심으로 생각해 주는 단 한사람이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사람이 부모님일수도 있고 형제자매 일수도 있고 친구나 연인일수도 있고 단 한 사람만 내편이 있다면 충분하지 않나 싶습니다.
더 이상은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당신이나나, 우리 모두 저 아이에게 소홀했던 점이 적을 않을 거예요. 그렇게 생각하진 않으세요?
그나마 한스를 진심으로 걱정했던 구둣방 아저씨의 마지막 대사입니다. 지금도 수레바퀴 밑으로 직접적으로 밀어 넣지는 않았지만 밀려 들어가는 아이들을 그냥 내버려 두고 있는 모습들이 떠오르는 대사였습니다
이 책은 엄격한 규율과 제도로 아이들을 통제하는 기성 세대를 비판하고 있는 것 외에도 엄마 같은 존재의 부재 그리고 사랑이라는 감정에 눈뜬 소년에서 청년으로 변해가는 모습이 머릿속에 남는 책이었습니다.
다시 읽어 보니 하고 싶었던 말은 많아서 이것 저것 이야기 하다보니 횡설 수설 한 감이 있는것 같습니다.
감안하고 읽어 주시길 부탁 드리겠습니다
언제나 만족할 만한 후기를 쓰게 될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제법 따뜻해진 요즘 입니다.
주말 가족들과 좋은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딸기님의 수레바퀴 아래서. 후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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