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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노트북 입니다.
어제는 아주 오랜만에 어린이집을 가야하는 아이를 달래서 보내고, 부지런히 상담을 위해 동탄을 다녀왔습니다.
아이 상담이었는데요, 아는 분께 받기 위해 멀리 다녀 왔네요.
다녀 와서 또 다시 아이를 픽업해서 오랜만에 축구 수업을 가고, 다녀 와서 함께 요리를 해서 저녁을 먹고,
밀린 학습지 아주 조금 하다가, 놀다가.. 재우는데 정말 오래 걸렸습니다. (일상이지만.. 잠을 정말 안자서요 ^^:)
마지막에, 이 책만큼은 꼭 완독을 하고 6기 독서 모임을 마무리 하고 싶어서 새벽에 다 읽고, 후기를 씁니다.
오늘 읽은 부분에서는 유독 눈물이 흐르는 구절이 많았네요..!
이 소설이 제게 어느 부분들에서 좀 더 특별하게 느껴져서 저만 눈물이 나오는건지, 다른 독자들도 눈물이 나오는 소설인지는 궁금합니다. 제게는 할말도 많고, 메모도 많은, 오랜만에 아주 특별한 소설이었습니다.
지난번 후기는 180페이지 까지 읽어 놓고, 후기는 겨우 80페이지 까지 썼었는데, 이 많은 이야기를 언제 다 쓰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4월 지정 독서 모임에서도 이어서 쓸 수 있어서 다행이지만, 아무래도 모순 지정 독서 모임은 앞으로 몇 번은 더 해도 되겠다..! 하는 생각까지 듭니다.
어머니는 여전히 행복했다. 이젠 완전히 누운 채로 대소변을 받아내게 하고 쉴 새 없이 헛소리를 해대는 아버지가 어머니를 지루하지 않게 했다. 면회를 갈 때마다 도무지 철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 아들도 어머니의 삶을 지리멸렬한 것으로 떨어뜨리지 않게 도왔다. ...
아버지 시중 때문에 결국 어머니는 가게에 점원 한 사람은 두었다. 얼마 되지 않는 수입에서 점원 월급까지 나가야 하니 그것 또한 어머니의 나날을 긴장으로 채워주는 것이었다. 어머니는 더욱 바빠졌고 나날이 생기를 더해갔다. 아, 어머니의 불행하고도 행복한 삶...
지난 후기에서 말씀 드렸듯이 고된 하루를 마치고 남몰래 상밑에다 엎어둔 일본어를 꺼내서 열심히 연습하는 안진진의 어머니를 보며, 처름으로 아..! 이 분은 얼마나 행복한 삶을 살고 계신걸까! 하는 감탄이 절로 나왔는데요, 제 후기에서 인생이 너무 평온해서 아무 걱정 없이 세월아 내월아.. 유학간 자식들을 기다리는 이모의 삶이 처음으로 부럽지 않게 느껴지는 부분이었습니다.
결말까지 읽으니, 아무래도 작가가 이런 결말을 위해서 의도적으로 독자들에게 복선을 깔았던 내용인 것 같습니다.
이 무거운 글을 읽는데, 문득 중학교 2학년 담임 선생님께서 저희에게 조례 시간에 읽어주셨던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는 비슷할 수 있으나, 어느 한쪽은 무겁고 침울하고, 어느 한쪽은 30여년 전 듣고 있는 어린 소녀의 눈을 더욱 초롱 초롱 빛나게 한 이야기 였습니다.
(읽어주신 글의 출처를 전혀 몰라, 제가 기억나는 대로 옮겨 보겠습니다.)
한 어촌 마을이 있었습니다. 동네의 어부들은 멀리 몇 일이나 걸려서 오고 갈 수 있는 바다 한 가운데서 청어를 잡아와 부두에서 팔곤 했습니다. 그런 어부들에게 고민 거리가 하나 있었습니다. 살아있는 물고기어야 제 값을 받을 수 있는데, 먼 길을 나가 잡아온 청어들은 다시 먼 길을 돌아오는 몇 일 동안, 물에서 살지 못하고 시름 시름 앓거나.. 대부분 죽어 있는 것이었습니다. 힘든 노동이었지만, 하는 수 없이 죽은 물고기는 헐 값에 넘겨져야 했습니다. 그러던 중, 유독 파닥 파닥 뛰어 넘쳐 나는 청어를 꺼내 놓고 제 값을 받으며 웃는 한 어부를 보게 되었습니다. 한번의 우연이 아니고, 이후에도 그 어부의 청어들만 유독 그렇게 파닥 파닥 살아 있는 기운이 넘쳐져 있었네요. 신기했던 동료 어부가 그에게 비결을 물었습니다.
그 어부가 인생의 진리를 터득했다는 듯 그렇게 씨익 웃으며 건넨 이야기는 간단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청어를 가득 담은 물통에 메기 한 마리만 넣어서 같이 오게나."
순간 그 말을 들은 동료 어부는 눈이 동그래 졌습니다.
"뭐.. 뭐라고..?! 메기는 청어를 잡아먹는다네. 돌아오는 길에 청어들을 잡아 먹을텐데..! "
" 그 메기 한마리가 몇일동안 먹는 청어가 얼마나 되겠나..?! 나머지 청어들은 메기에게 잡아 먹히지 않기 위해, 사흘 내내 얼마나 열심히 물통안을 빙빙 돌겠나.! 고요히 물위에 둥둥 떠서 죽는 일은 없겠지..?!"
하며 웃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가 얼마나 제게 인상 깊었는지, 그 순간의 햇살 어린 교실의 정경, 그 당시 담임선생님의 눈,눈썹, 헤어 스타일, 입술색 까지도 선명히 기억이 날 정도입니다.
삶이 심심할 겨를을 주지 않는 어머니는 매일마다 충전된다는 이야기가 다시금 생각납니다.
또, 긴 세월 멀쩡할 때의 삶은 혼자 보내고, 치매와 중풍으로 연장된 삶을 살 시기에야 겨우 집으로 돌아온 남편을 위해 이번에는 [중풍, 이렇게 치료한다] 나 [가정을 파괴하는 병, 치매]와 같은 책을 읽음으로써, 표현하지 않았지만 이미 남편을 용서하고 있었다는 말에서 또 저희 엄마가 생각났네요..! 물론 저희 아버지는 안진진의 아버지와는 달리, 가정을 위해서 매우 희생적인 삶을 사셨지만, 어쩌면 제가 생각하는 저희 엄마는..! 저희 아버지가 안진진의 아버지 같은 분이셨어도 똑같이 가정을 지키고, 뒤늦게 돌아온 남편을 받아주고, 측은해 하고, 어떻게든 수발하고 노력할 분이십니다.
서로가 무덤덤하고 무심한듯이 그려진 안진진의 가족은 실제로는 서로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것 같이 느껴져 가슴이 더 애틋했네요.
소설 중간에 안진진은 파워 J 나영규와 파워 P에 우수에 찬 김장우 사이에서, 자신이 누구를 더 사랑하는지 알 수 있는 기준을 발견 합니다. (저는 이 대목까지 읽었을 때 그 다음이 정말 궁금했습니다.)
솔직함보다 더 사랑에 위험한 극약은 없다. 죽는 날까지 사랑이 지속된다면 죽는 날까지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절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지 못한 채 살게 될 것이다.
사랑은 나를 미화시키고 왜곡시킨다. 사랑은 거짓말의 감정을 극대화시키는 무엇이다.
안진진은 두 남자중에, 자신의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수 있는 나영규 보다, 자신이 한 없이 더 좋은 여자, 더 고귀한 여자로 보이고 싶어서 자신의 상황을 말하지 않음으로써 거짓말을 하지 않았지만 거짓말을 하고 있는 듯하게 느끼는 김장우를 더 사랑한다고 결론을 내립니다. 실제 그녀는 제가 봐도 김장우를 많이 사랑한 것 같습니다.
이 대목이 이미 한참 전에 지난 연애들을 떠올리며, 참 인지상정 공감이 갔습니다.
그런데 마지막에 안진진의 동생 진모가, 뒤늦게 집으로 돌아오셨다는 아버지 소식에, '자신이 감옥에 있는 것을 아버지께 말하지 말아달라. 아버지께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나 많다. 아버지께는 내가 지방으로 취업해서 가있다고 거기까지만 말해달라. 나머지는 내가 하겠다. '고 합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어린 시절부터 가정을 버리고 자신들을 고생시킨 아버지 이지만, 술이 취하지 않은 맨정신에는 한 없이 착하고 자식들과 마누라를 사랑한 아버지에 대한 그림움과 사랑이 느껴졌습니다. 진모 역시.. 너무나 사랑하는 아버지께는 자신의 감옥 신세를 차마 알리고 싶지 않았던 것이었겠지요. 사랑은 거짓말의 감정을 극대화 시키는 것처럼이요. (ㅜㅜ)
안진진이 결혼 상대자 김장우의 가족께 인사를 간 날이었습니다.
그 집에 모인 모든 사람들은, 하물며 조그만 강아지까지도 내가 머지않은 미래에 한집안 식구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고 있었다.
이 한 줄을 읽는데, 미래의 먹구름을 본듯이 뭔가 제 마음이 철렁하더라고요..!
마지막으로 이모를 닮은 안진진 자신이 이모부를 닮은 나영규를 선택하면 그 삶과 결말이 어떨지 보았지만, 그녀는
삶의 어떤 교훈도 내 속에서 체험된 후가 아니면 절대 마음으로 들을 수 없다. 뜨거운 줄 알면서도 뜨거운 불 앞으로 다가가는 이 모순,
인생은 탐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이다. 실수는 되풀이된다. 그것이 인생이다.
라고 말하네요.!
(2월에 읽은 싯다르타의 교윤도 생각이 났고요.)
나머지 못다한 이야기는 4월 지정 도서 독서 모임에서 더 해보겠습니다.
회원님들, 덕분에 3월이 많이 행복했습니다.!
함께 글을 쓰고 공감한다는 것,
그리고 누군가에게 털어놓듯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이 참 감사했습니다.
(3월 6기 모임 후기 짧게라도 부탁 드립니다.~~!)
폴더 공유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노트북 드림.
저도 모순을 완독하고 이제야 노트북님의 완독 후기를 읽어 봅니다. 안진진의 이야기이지만 저희 가족들과 그런 가족들에게 느끼는 제 감정도 떠올릴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이건 다른 이야기이긴 한데요, 얼마전 환승연애라는 프로그램을 보는데 기존 출연자들보다 뒤늦게 등장하는 남자를 '메기남' 이라고 부르더라구요. 의미가 궁금해서 찾아보니, 노트북님이 적어주신 청어 이야기였습니다! 두둥. 고요한 청어 무리에서 메기가 등장해 긴장감을 주게 하는 인물로 쓰인다고 하네요..ㅋㅋ 갑자기 떠올라 적어봤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