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채식주의자 책 안에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불꽃
세편의 연속된 단편이 실려 있습니다.
채식주의자는 주인공 영혜의 남편시점에서,
몽고반점은 영혜의 형부시점,
그리고 나무불꽃은 영혜의 언니 인혜 시점에서
전개되는 소설입니다.
주인공 영혜의 시점이 없는 소설이다 보니
주변인들을 통해 영혜를 유추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전편 몽고반점에서 영혜의 형부와
영혜가 온몸에 꽃을 그리고 비디오 아트를
촬영합니다.
그 뒤 이야기가 나무불꽃에 연결 되는데요.
그 비디오 영상을 언니 인혜가 발견하고
영혜는 정신병원에 들어가게 되고,
인혜 남편은 정신은 이상없었지만
인혜랑 헤어지게 됩니다.
이 스토리가 보통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도무지 이해가 안가는 상황입니다.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처제와 형부의 불륜인가?
불륜으로 보기도 힘듭니다.
영혜는 형부와 어떤 정신적 교감도 없기때문입니다.
형부는 예술을 하는 사람인데,
이정도는 예술로서 허용이 된다는건가?
그러나 이런 예술이 타인에게 어떤 영감을
줄수 있을까? 의문이 듭니다.
영혜는 육식을 거부하는 채식주의자 인데
다른 사람의 말은 잘 듣지 않으면서
왜 형부의 꽃 페인팅한 육체를 통한
비디오아트 촬영은 허용했을까?
그리고 마지막에는 형부와 성교까지
담긴 영상을 만드는것 까지 하게 됩니다.
이게 예술이라고?
나중에 언니 인혜에게 이 영상을 들키고,
결국 119로 두사람은 실려갑니다.
저로서는 이 소설이 잘 이해가 안가지만
인혜만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인혜는 영혜랑 같은 부모아래에서
성장합니다.
가부장적이고 가끔 폭력적인 아버지 아래에서
3형제는 맞고 큽니다.
아들은 아버지께 맞은 스트레스를 동네 친구들을
패는걸로 풀고, 언니 인혜는 어머니를 도우며
아버지 술국도 가끔 끓여 주어서 아버지가
인혜한테는 덜 폭력적인데, 눈치도 없고
살갑지도 않은 둘째딸 영혜는 아버지의 매를
고스란히 맞으며 어디 풀지도 못하고 큽니다.
아마 어린시절의 이러한 가정환경이 영혜의
정신세계를 힘들게 한것이 아닌가 짐작됩니다.
인혜는 누구보다 성실하고 현실에 잘 적응하며
헌신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여동생 영혜가 입원한 정신병원에 가서
돌봐주고 있습니다.
다른 가족들은 모두 외면하고 마는데도요.
그리고 그녀는 자신을 이렇게 생각합니다.
p230
시간이 훌쩍 흐른 뒤에야 그녀는 그때의 영혜를
이해했다. 아버지의 손찌검은 유독 영혜를 향한 것이었다. 영호야 맞은 만큼 동네 아이들을 패주고 다니는 녀석이었으니 괴로움이 덜했을 것이고, 그녀 자신은 지친 어머니 대신 술국을 끓여주는 맏딸이었으니 아버지도 알게 모르게 그녀에게만은 조심스러워했다. 온순하나 고지식해 아버지의 비위를 맞추지 못하던 영혜는 어떤 저항도 하지 않았고, 다만 그 모든 것을 뼛속까지 받아들였을 것이다. 이제 그녀는 안다. 그때 맏딸로서 실천했던 자신의 성실함은 조숙함이 아니라 비겁함이었다는 것을. 다만 생존의 한 방식이었을 뿐임을.
주인공 영혜는 이런 폭력적인 가정의 희생자였던겁니다.
그리고 인혜도 마찬가지이고요.
가해자는 아버지인데도 인혜는 본인도 저항하지 못하며 방관만 했다 생각하면서 영혜를 구해주지 못한것을 자신의 잘못으로 뉘우치기도 합니다.
결국 영혜는 정신병원에서 육식뿐만 아니라
모든 음식을 거부하고 몸이 말라가서 죽음을
맞고자 합니다.
그리고 자신은 그 어떤 해로움도 끼치지 않는
나무가 되고 싶어합니다.
단지 물과 햇빛만 있으면 살수 있고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이로움만 주는 나무와 자신을 동일시 합니다.
사람은 이렇게 살면 결국 죽을수 밖에 없는데...
이런 동생을 보면서 인혜는 자신이 이런상황을
바꾸고 싶지만 바꿀수가 없습니다.
지난날을 돌이켜 보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선택을
바꾸었으면 상황이 달랐을까 스스로 자책하며
인혜도 세상살이에 점점 지쳐갑니다.
그러나 인혜는 영혜처럼 나락으로 떨어질수가
없습니다.
아들 지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책임지고 사랑해야하는 아들이 있기에 인혜는
모든 힘든 현실을 견디고 성실히 하루하루
버티어갑니다.
결국 이소설은 가정폭력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이라고 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그리고 같은 환경에 노출 되었더라도 개인의
위치나 성향에 따라 극복의 한계가 다르다는것도
제시합니다.
많은 TV프로그램들 중에서 오은영박사님이
진행하시는 부부관계나 자녀문제관련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그 뿌리에는 언제나 어린시절 부모로 부터 겪은 상처들이 발단이 되어서
결혼후 문제를 일으키거나 자녀양육 방식에 문제를 보이는 경우가 무척 많습니다.
저도 커오는 과정에서 언니와 남동생 사이에서
겪은 부모님에 대한 약간의 불만들이 있었고,
이 불만을 표출하기 보다는 내가 좀 더 잘 해야하는
위치라는걸 스스로 깨닫고 잘 하려고 애써면서
살아온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내 주장보다는 주위를 살피는 성향이
내 안에 자리 잡았고,
자책하는 경향도 많아지고(인혜처럼),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다다랐을때
다른사람의 의견을 먼저 묻게 되고
살아가며 주체적인 삶을 못살고 있구나
느낄때도 많습니다.
이런것을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내 가치관을 확실히 세워야 한다는 생각에
독서로 도움을 받고 있는것 같습니다.
같은 부모 아래에서 컸어도 위치가 다르다 보니
형제간에도 다들 다른 성향으로 클수밖에 없는
거지요.
그러나 이런 상황은 어느 가정에서나 흔히 있지만,
가정폭력만은 예외인듯 합니다.
육체적 정신적 폭력을 당한 아이들이
나중에 어떤 결말로 나타날지 그것은 아무도
모르기에 부모로서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이 소설에는 사회적인 폭력도 암시되어
있습니다.
채식주의자 라는 특이한 상황을 설정했지만,
그 외에도 특이한 상황에 처한 이들에 대한
이해나 배려가 없는 사회환경임을 느낄수
있습니다.
모든것이 다 갖추어져야만 행복하고
그중 하나라도 빠지면 불행하다는
안나카레니나 법칙(행복한 가정은 모두 엊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 이유가 다르다)을 총균쇠에서도 언급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모든 조건이 만족할 수가 있을까요? 한두가지 부족하더라도 내가 가진것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작은 행복을 자주 느끼며 살아가는것이 어차피 한번 사는 인생인데 더 낫게 사는게
아닐까 생각하며...
후기를 마무리 하겠습니다.
글여행님,,! 항상 글여행님의 후기를 읽으면, 제가 책 1권을 읽은 느낌이어서 뿌듯(?) 하기까지 하네요^^; 오늘도 재밌고 감동적인 후기 감사합니다,,! 영혜의 아버지가 탕수육 뿐만 아니라 계속 가정폭력을 행사해온 인물이었군요,,! 저는 왜 또 이 글을 읽는데 영혜와 인혜 모두 한강 작가님의 이미지가 생각 났습니다. (실제 성격은 전혀 모르지만서도..) 비춰지는 한강 작가님도 자신이 받은 아픔과 상처를 (글 외에는) 다른 방법으로 표출 하지 않으실 것 같은 느낌이 있으십니다. 그리고 영혜처럼 나무가 되고자 하는 마음도 한강 작가님이 어느 한때 느끼신 감정일지도 모르겠다는 것과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아들이 있기 때문에 그리 살수는 없다는 마음도 작가님의 마음이지 않을까?! 또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저 역시 폭력 특히 어린아이들이 겪은 학대나 폭력들은 뉴스를 보는 것이 두렵고 고통스러워 클릭도 하지 못하고 빠르게 넘겨 버립니다. 그래서 폭력에 대해 한번도 생각해 보자 못했지만, 이번 책(글) 을 통해서 폭력이라는 소재를 처음으로 신선하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폭력을 이렇게 표현하는지 이해 하기 힘드실 수 있겠지만, 저 역시 이전엔 폭력이 소설에 등장하는 것 조차 잘 경험하지 못했던 것 같아서 아예 생각을 못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소설에서 얼마나 그 상황이 리얼하게 묘사되었는지 모르지만.. 소설에서 만큼은 '폭력'이 사람이 표현하기 매우 난해한 어떠한 감정을 이걸로 생각보다 쉽게 전달하거나 묘사할 수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회적 폭력과 풀지 못하고 쌓아둔 정신적 스트레스 등 형언할 수 없는 나쁜 감정과 그 폐해를 설명하기엔 이보다 강력한 것도 없겠다는 생각이 이번이 갑자기 들었네요, 앞으로 영화와 다른 글을 읽을 때 이러한 장면이 나온다면, 눈살을 찌푸리고 외면허고 빨리 넘기기 보다는 무엇을 표현하고 싶었을까?! 그런 생각도 한번쯤 하면서 보게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 또한 형부의 그 예술적 사랑은 이해하기 힘드네요.. ㅠ 저는 결혼도 하고 아이도 있어서 그럼지,, (만약 사연이 있어서 이혼을 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겠지만,) 결혼 생활을 버젓이 유지하면서 불륜을 저지르는 삶은 이해하기가 조금 어렵습니다.ㅠ 제가 예술가가 아니라 그 감정을 이해 못하는진 모르겠지만.. 그것이 어떻게 예술이 되는건지도 공감하기 어렵고요,, 만약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이 배우자 외의 누군가에게 사랑을 느끼게 된다면, (사랑을 아는 사람은 그 마음이 시작될때와 자라는 것은 내 맘대로 할 수 없다는 것쯤은 알고 있으니까요..) 그것을 표현하지 않고 간직하는 것이 더 아름답지 않을까.. 생각 해봅니다.
마지막으로 저 역시 좀 다 갖춰지지 않고 몇 가지는 빠졌다 하더라도 이왕이 사는 인생.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합니다. 물론 지금은 행복해서 몇 가지가 꼭 빠졌다는 인지도 안 될 정도이지만요,,! ^^;
그러면서도 제가 어린 시절부터 성인이 되고도 오랫동안 제 삶이 너무나 행복하고 또 대부분이 만족스럽다 생각했다가, 더 큰 어른이 되고난 후 반추해 보는 지금 이 감정을 또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면 항상 이어서 저의 아들이 성인이 되고난 후에는 과연 우리가 살아온 이 삶을 어떻게 생각할까?! 부모님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떠올릴때는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생각하게 되고요. 아들 역시 정신이 성장하면서 지금의 부모인 제가 전혀 생각지 못했던걸 생각할 수 있게 될 때 느낄 무언가에 대해 궁금함을 넘어 막연히 두려운 감정까지 듭니다. 이러한 과정은 세대를 더 하며 계속 발전하는 가정에서 피할 수 없는 정신적 고찰이겠지만요~.
그래도, 아무것도 몰랐지만.. 그때 우리는 너무 행복했다. 그 기억 또한 변하는게 아니니까요~.
글을 쓰다 보니 감정이 한번 돌아서 왔지만 결국 제 자리를 찾아 왔네요.. ㅎㅎ^^;;
아무튼 현재를 감사하며 원없이 즐시머 살아야겠네요,,!
오늘 후기도 정말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저희는 토지를 읽지만, 읽는 책은 달라도 꾸준히 함께하시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