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11권을 읽고 제가 생각했던 토지의 방향에 대한 생각을 조금 수정하게 되었습니다.
중반이후부터는 만주의 독립운동으로 이야기가 넘어갈것을 생각했었는데 여전히 이야기의 촛점은 독립운동으로 넘어간 사람들 외의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였습니다.
사실 등장인물의 많은 부분이 독립운동에 가담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그들의 구체적인 독립운동 이야기가 나올거라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그들의 상황만 알려질뿐 그 안의 이야기는 드러나지 않습니다. 아마도 토지는 그 시대상을 배경으로 하는 우리네 사는 이야기를 담으려 했던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소설이 중반을 넘어서고 아직은 반 정도의 얘기가 남아있으니 어디로 갈지는 알수 없지만 이미 김환이 죽고 길상이 감옥에 갇히는 등 관련자들이 죽고 감옥에 들어가 있는 상황이고 보면 그런 활동에 대한 구체적인 얘기를 나올것같지 않습니다.
우리가 알 수 있는것은 그저 나라를 걱정하는 지식인들의 고뇌와 갈등을 듣는 정도로 만주 활동을 추측해 볼 뿐입니다.
구체적인 활동 이야기가 없어 섭섭한건 아닙니다. 오히려 그런 독립활동 얘기는 영화나 책에 많이 나오지만 그 뒷편에서 애닳아하며 하루하루를 연명하듯 살아내는 사람들의 일상 이야기를 듣는 일이 제게는 더 궁금한 부분이기도 하니까요.
그들의 일상이 우리가 독립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던건 아니지만 묵묵히 자신의 일들을 하는 백성들이 있었기에 나라의 독립도 가능했으리라 생각합니다. 토지에서는 그들의 이야기를 말하려 한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나라의 존폐 위기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 그게 토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토지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도 그런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땅이 주는 생명의 근원, 그리고 그땅에서 비롯되는 양식을 먹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명력을 보여주기 위한 이야기. 토지의 의미를 다시금 새겨보게 됩니다.
소설이 중반을 넘어가면서
초기의 인물들중 많은 사람들이 죽고 그들의 자식들이 자라면서 자손의 이야기가 속속 등장 합니다. 반갑기도 하고 바뀌는 분위기가 나름 재미있었습니다. 그렇다면 1세대의 뒤를 이어 이제 2세들이 독립운동을 이어받아 가는 걸까요.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김환이 감옥안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합니다.
솔직한 마음으로 좀 당황스럽긴 합니다. 그가 죽는 부분의 소제목에서 김환장군이라는 말이 언급이 되길래 전 그의 활동이 본격적으로 펼쳐지나보다 생각했었는데 갑자기 죽다니 좀 허망한 생각이 드네요.
김환이 남다른 출생과 성장과정 그리고 사랑. 그의 삶에서 어느 하나 평탄한 부분이 없었습니다.
아씨와의 사랑, 만주벌판에서 마적당에서 두목의 두호를 받고 상해거리를 헤매던 일 그리고 연해주를 건넌 후 독립투사들과의 접촉.
제가 하는 김환은 그게 다였습니다. 구체적으로 독립투사들과의 활동은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그가 구체적으로 어떤 죄목으로 형사들의 쫓김을 받았는지 시원하게 알지를 못합니다. 제가 잘 모르고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의 죽음이 너무 애처롭기만 합니다.
'어둠속에 묻혔던 인물 김환, 그의 죽음은 최 참판댁의 그 엄청난 비극의 종언을 뜻한다. 김환을 마지막으로 비극의 주인공들은 다 사라진 것이다. 최참판댁의 영광, 최 참판댁의 오욕, 이제 최 참판댁의 상징은 재물로만 남았고, 호칭도 최 참판댁보다 최부자댁으로 더 많이 불리게 되었다. 최서희의 집념은 창 없는 전사, 노 잃은 사공, 최 참판댁의 영광과 오욕과는 상관없이 단절된 채 아이들은 자라고 있는 것이다. 아버지의 존재만이 그들 가슴속의 신화요, 아버지의 존재로 하여 아이들 가슴속에는 민족과 조국에 대한 강렬한 의식이 자라고 있는 것이다.'
감옥에 있는 길상을 만나고 온 서희는 환국이를 바라보며 이런 생각을 합니다.
'이 아이한테 최 참판댁 가통이 무슨 뜻이 있단 말인가.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그렇죠. 생명보다 중하게 생각하던 가통은 시대가 바뀌니 의미없는 전통으로 그 빛이 희미해져 갑니다. 시대가 변하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달라지죠. 그때는 그토록 중하던 것들이 지금은 의미없는 것들이 되어간다는 사실이 이상하지만 당연한 얘깁니다. 전 아직도 속은 옛날 사람이 맞을겁니다. 옛날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지금 문화를 깊이 받아들이기는 그리 쉬운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겉으로는 그럭저럭 시대에 발 맞추어간다고 생각하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는 예전의 생각과 행태가 깔여있다는 생각을 가끔 하게 됩니다. 그러니 가통을 중시하며 살던 서희가 이런 변화를 받아들이는 과정이 힘들지 않을수 없을거란 생각을 합니다. 누구와도 고통을 나누지 못하고 뭐든 혼자 생각하고 결정하는 서희 입장이 너무 힘들어보여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기어이 봉순이가 죽었나봅니다. 그는 왜 기생으로 살수밖에 없었을까요. 소리를 했을수도 있었을텐데 말이죠.
다 사정이 있었겠죠. 그 속을 누가 다 알까요. 어머니를 잃고 마음둘곳 없는 불쌍한 봉순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 한번 받지 못한 봉순이. 그의 자식을 낳았지만 마음 둘곳을 찾지못하고 아편으로 생을 망쳐버린 봉순이. 그 누구보다 그의 삶이 가장 안타까운건 저 또한 여자라 감정이입이 된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결국엔 내 사람이 없는 그의 외로움이 이해가 되서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가족이 주는 근본적인 안정감이 없어진 봉순이가 그래서 더욱 안쓰럽습니다. 그가 한번쯤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았었더라면 이런 안쓰러움은 덜했을지 모릅니다.
2세들의 공부와 결혼 이야기들이 새로운 국면을 보여줍니다. 외세가 들어오면서 달라지는 조선의 일상을 보는 재미도 꽤 쏠쏠합니다. 삶이 변하면서 생각들이 충돌하는 그 시대상을 상상할 수 있어 재미있었습니다.
사람들의 생각은 비슷하다는 생각입니다.
구정연휴가 시작되었습니다. 모두 마음도 몸도 바쁜 시간들이 되실텐데요. 뭘하든 편안하고 행복한 시간만 있으시길 바랄께요. 언젠가는 주부로서 이런 연휴가 되면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들때도 있었는데요 이제는 아니네요. 가족이 얼마나 소중하고 이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되면서 몸은 좀 힘들지만 마음만은 기쁘게 가져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죠.
사실 가족이 수가 많다보니 식당 예약하는 일이 수월치 않아요. 저희는 이제 양쪽 집안 모두 집에서 식사준비를 안하기로 했거든요. 가족 누구누구만 힘들게 준비하고 힘들어하는 명절은 만들지 말자는 생각이 팽배(형님과 제 생각 ㅋ)하면서 나가서 먹는걸로 가족들을 설득했죠. 모두 흔쾌히 응해주셔서 이제는 음식은 하지 않습니다.
훨씬 홀가분한 명절은 맞이하게 된거죠.
모두모두 즐겁고 행복한 명절 보내시고 다음주에 뵙겠습니다. 신입회원들이 들어오셔서 더욱 풍성한 구정이 될거 같네요. 감사합니다. ㅎ
딸기님^^! 오늘도 정성스럽게 써주신 후기 넘 잘 읽었습니다,,! 저도 결혼하고 첫 명절에는 너무 설레서 이것저것 막 준비하며 행복해했었는데, 첫 명절을 겪고 난 이후에는 너무 힘들었는지.. 그 다음부터는 명절이 오기 시작하면 두렵기 시작했었습니다. 이제는 그런 시기는 지났지만요^^;
올해 부터는 모두가 함께 앉아계시면 차려주시고 드시고 모두 함께 일어나버리면 끝인!! 식당에서 만남을 가지신다니, (저희 집이 아닌데도) 너무 잘 되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 고생하셨으니 이제부터라도 조금은 편안한 명절이 되시면 좋겠네요,,^^! (사실 식당이 얼마나 편한지는.. 그걸 매번 해보지 않은 분들을 잘 모르실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아직 11권을 많이 읽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주에 읽어야 하는데요,, 저도 중간까지 왔음에도 비슷한 기조가 이어져서 토지가 정말 그 시절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주제로 쓴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삼국지때 마지막에 다달았을 때, 작가가 삼국지를 통해 하고 싶은 말이 명확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서 너무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작가의 생각과 감정은 실제 알 수 없지만, 책을 읽고 느껴지는 것이 매우 명확했던 기억이 납니다. 사실 토지를 읽으면서 제가 삼국지를 읽으며 무릎을 치는 듯한 그 전지적 작가시점의 메세지가 언제쯤 느껴질지 항상 그 생각을 하게 됩니다.
박경리 작가님은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었던건 무엇이었을까,,??!! 그게 정말 궁금한데 아직까지는 잡히는 것이 없고요,, 다만, 마지막에 이 책을 덮을 때 제가 무엇을 느끼고 어떤 정리를 하게 될까가 그냥 너무 궁금할 따름 입니다.
저희 아버지와 저 모두 [토지]를 좋아하지만, 아버지께서는 만약 토지가 지금 이 시절애 나왔다면 그 때만큼은 베스트셀러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저와 아버지 모두 토지의 읽는 즐거움과 박경리 작가님의 위대함을 인정 하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헤르만헤세나 톨스토이, 밀란 쿤데라 같은 작가들이 훨씬 더 수준높은 글을 썼다는 것에는 생각이 같았습니다. 글과 작가를 순위를 매길 순 없지만, 제 기준으론 훨씬 더 고차원적인 울림을 주는 쪽은 헤르만 헤세인 것이지여^^;!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경리 선생님의 이 토지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이었을까,,??! 제가 그걸 어디까지 느끼게 될지, 무언가 중요한 것을 미쳐 발견하지도 못한채 이 책을 완독하고 넘거 버리게 될까봐 두렵기도 합니다. 20권의 대하소설을 맹목적으로 읽게 될까봐서요.
아무튼 11권을 다 읽고 딸기님 후기를 다시 한반 읽어봐야겠네요. 후기 감사합니다.
즐거운 설명절 되세요~~^^♡♡♡
딸기님,! 반갑습니다.
무무선샨님 댓글 봤습니다ㅡ ㅎㅎ
저도 곧 댓글을 남길게여. ㅎㅎ
반가워서 남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