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아들이 휴가 나와서 정신이
온통 아들한테 가 있었네요.
일요일에 아들 보내고 어제까지 마음이
허전했는데...
이제 마음 제자리로 돌리고 글을 적어봅니다.
지난주 금요일에는 군에 간 아들이
5주간의 훈련이 끝나고 수료식을 했습니다.
수료식은 진해 해군교육사령부에서
오전 10시에 시작하고 입장시간이 8시 30분이라서
첫 기차를 타고 부푼마음 안고 갔습니다.
저는 아들군대 보내고 난후부터
네이버에 군인아들부모 카페에 가입에서
매일 군대소식과 선배맘들의 경험들을
읽는 것이 제 일과가 되었습니다.
근데 카페에서 수료식에 간다고
꽃다발을 준비한다느니 해군 그림과 응원글
적힌 토퍼를 준비한다느니...
제가 미처 알지못한 준비물들을 준비하시는
엄마들이 계셨어요.
'에구... 아무것도 모르고 빈손으로 갈뻔했네.'
그래서 저는 토퍼가 뭔지 찾아보고 인터넷으로
주문도 가능하다는걸 알았습니다.
근데 종이에 귀여운 해군 그림과 응원문구를
코팅하여 포장지에 싸서 파는것인데 가격이
2만원 정도 하는겁니다. 제가 생각할때
가격이 좀 비싸다는 생각이 들어서 저는
제가 직접 만들어 보자고 생각했습니다.
응원문구는 컴퓨터로 적어서 프린트하고
그림도 적당히 그려넣으면 되겠지 하는데,
집 컴퓨터가 오래되어서 화면이 안나오지 뭡니까?
그래서 남편한테 도움을 청하니까
남편은 번거롭게 그런걸 준비하냐며 핀잔을
줍니다. 물론 아들 보는게 목적이긴 하지만
다른 아들들 다 꽃다발에 토퍼넣고 사진 찍는데
우리아들만 빈손이면 저는 그것도 싫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이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고
제가 직접 글자도 그림도 다 그려보자 생각하고
토퍼를 만들었습니다. 다이소에 코팅지 사서
코팅까지 하니 그를듯 합니다.
이건 남편 몰래 만들었는데, 꽃이 문제입니다.
서울서 사들고 가면 뭐라 할것 같아서
해교사 입구에 가서 다들 꽃들고 오면
분위기 봐서 나도 하나 사야겠다 생각했습니다.
동네 아는 동생이 있는데, 그 친구도 작년에
아들을 육군을 보냈어요. 그 친구를 만나서
이런 얘기를 했더니, 먼저 군에 보낸 선배맘이라
"언니~, 육군도 수료식에 꽃다발 다 들어요.
중요한 날인데 꽃 준비해 가세요." 하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남편이 뭐라 하든지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해야겠다 하고 진해 해교사 입구에 도착해서
꽃파는 좌판대에서 꽃을 첫 개시로 샀습니다.
그러고 주위에 둘러보니 모두 손에 손다발과
응원문구 적힌 토퍼들을 들고 왔더군요.
그제서야 남편도 잘 샀다고 합니다.
작은 해프닝이지만, 다른 사람들이 다 하는거
혼자 안하는것도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입장을 하고 있는데, 멀리서 아들들이
큰소리로 구호 외치는 소리가 들립니다.
저 중에 우리아들 목소리도 있겠구나.
이 순간에는 모두 떨리는 마음이었습니다.
큰 연병장에 들어서니
아들이 입장할때 서있을 장소를
미리 표로 그려놓았더군요.
그래서 저희는 아들 있을 자리를
확인하고 최대한 가까운 자리에 앉았습니다.
저희 옆에는 대구에서 오신 부모님이 앉으셨는데,
저희는 바로 서로의 아들 얘기며 그간의 소식들을
마치 잘 아는 이웃마냥 대화를 나누었는데,
동병상련이라고 서로의 마음을 이렇게 잘 알아
줄 수가 없더군요.
아마 아들들도 훈련소에서 서로 같은 처지라
훈련병들 끼리 서로 의지하며 친해졌을것
같더라고요.
이렇게 옆자리 부모님과 수다 떠는 사이에
더디어 수료식이 시작합니다.
수많은 까까머리 아들들이 힘차게 손을 흔들며
군악대의 북소리에 맞추어서 입장을 합니다.
그 모습이 늠름하면서도 품안에 자식들이라
기특하기도 하고 나름 군기 바짝든 모습이
귀엽기도 합니다.
가끔 중간에 손이 안맞는 친구도 보였는데,
그마저도 부모 눈에는 다 귀엽습니다.
해군은 수료식때 정모(해군모자)를 부모님이
직접 씌워주는 의식이 있습니다.
아들이 손에 모자를 들고 서 있더군요.
천여명의 아들들 중에 우리 아들을 찾아갑니다.
미리 자리도 알아두었으니 모두 수많은 아들들
중에 내 아들은 바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아들 가까이로 걸어가는데, 아들이 멀리서
정면을 보고 손장갑을 낀채 눈물을 훔치고
있었습니다.
그모습을 옆에서 보는데, 저도 막 눈물이...ㅠ
나더군요. 그동안 전화로 잘 지내고 있다해서
저는 그렇게 까지 울거라 생각 못했거든요.
우리 아들이 엄마 아빠가 많이 보고 싶었구나
생각하니, 말로 표현하지 않는 아들만의
감성이 따로 있었습니다. 엄마가 미처 아들의
이런 예민한 감성까지 알아채지 못했을 뿐이었네요. 이렇게 상봉하고 토퍼꽃다발을 안기고
사진찍고 하면서 수료식은 종료되고,
짐 챙겨서 집으로 향합니다.
근처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기념사진도
몇방 더 찍고 기차타고 집으로 오는 길에
아들은 훈련소에서의 에피소드들을 얘기해
줍니다.
다양한 아들들이 생소한 곳에서 난생 처음
겪는 군생활속에서 이런일 저런일 웃긴일들도
많고 속상한 일도 많고 합니다.
아들은 그안에서 나름 재미있게 지낸듯
하더군요. 조교나 부사관들의 성대모사까지
해 가며 얘기해 주니 오는길에는 웃음 빵터지는
순간들도 많았습니다.
집에 와서는 맘대로 물마시고 맘대로 화장실
갈 수 있어서 좋다는 말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단체로 훈련받으니 화장실 가는것도 일일이
보고 하고 가야해서 물도 많이 못마셨다 합니다.
이렇게 한 사람의 군인이 탄생하면서
이 나라를 지키고 있네요.
그리고 이 속에서도 하나의 사회라서
자신의 신분(대학생인지 아님 고딩졸업후 직업인인지 등등)에 따른 차별이 있는것 같다는 말을
합니다. 좋은 신분이면 자신을 증명하지 않아도
대우 해 주는 분위기이고, 변변치 못한 신분이면
자신이 알아서 잘 해야만 인정을 받는 분위기 같다는 말을 하는데, 모든게 동일해 보이는 곳에서도 보이지 않는 차별이 있을 수 있구나를 알았습니다. 아들은 앞으로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것을 몸소
체험 했겠구나 싶습니다.
토지에서 출신 신분의 차이로 생기는 비애가
오늘날에는 학력과 직업 부모의 능력 등등으로
평가 받는 현실이 있습니다.
아들은 해군 세라복이 맘에 드나봅니다.
집에 와서 저녁을 먹으로 나가는데도
사복을 안 입고 불편한 세라복에 반짝이 구두를
그대로 신고 식당을 갑니다. 에궁~~
저녁은 맛난 딤섬이 먹고싶다 해서 딤섬집에
갔는데, 저는 아들 군복이 흔한게 아니어서
신경쓰이는데, 아들은 이걸 좋아하다니...
"참 특이한 녀석이야" 라고 남편과 얘기했네요.
이렇게 하루가 지나고 이틀째 아들은
저녁에 고딩친구들을 만납니다.
고딩친구들은 지금 대학생 또는 공익신분의
군인들이라...
대학생 친구들은 다들 중간고사로 마음이
분주한가 봅니다.
다음에는 시험기간 피해서 휴가 나와야겠다고
합니다.
한명의 사회인이 되기위해 고군분투하는
젊은이들이 여기 또 있네요.
군인도 대학생도 사회인도 부모도
모두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그런 모습들이 이 세상에 태어나서
한번 사는 인생 잘 살아야겠다는
숙명같기도 하고...
조금 안스럽다는 생각도 잠시 듭니다.
일요일 아침 일찍 다시 진해 해교사로
복귀하는 아들을 보내고 잠시 허전한 마음
달래며 이곳에 글을 올립니다.
다음주는 책읽고 후기로 글을 올리겠습니다.
장황한 근황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여행님
아드님 소식 궁금했었습니다
저는 아들이 없어서 경험하지 못할 일들을
대리 체험한 기분입니다
세라복을 입은 아들 모습이 얼마나 반갑고
든든하고 멋졌을까요
직접 토퍼도 만드시고
아드님을 만나러 가는 길은
또 얼마나 설레었을까요
짧은 시간이지만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셨을것 같습니다
군대 안에서도 사회적 신분으로
차이가 있다는 말씀이
가볍게 들리지는 않습니다
계급과 차이를 두는게
인간의 본성인가 싶습니다
글여행님의 말씀 처럼
저마다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 하고 있는 젊은 친구들에게
힘찬 화이팅을 전하고 싶습니다
여기는 꽤 많은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건강관리 잘 하시고
다음 후기로 뵙겠습니다
저녁먹으러 가는 길에도
불편한 구두와 세라복을 입고간
아드님 너무 귀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