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권은 매우 충격적인 얘기들이 많습니다. 아직 안 읽은 분들에게는 스포가 될수있으니 감안해 주시길 바랍니다. ㅋ
언제까지 살아있을것만 같은 영웅들의 죽음 이야기가 줄을 이어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관우가 그렇고, 장비가 그렇고 조조와 유비가 그렇습니다.
이제 그 세대가 저물고 후세의 사람들이 나오면서 이전과 얼마나 다른 양상을 보일지 궁금해집니다.
촉에는 여전히 공명(유비 아들이 제위했지만)이 있고 오에는 손권이 있으며 위에는 조비(조조의 아들)가 있지만 제 눈에는 공명만이 보일 뿐입니다.
-그의 지략을 어느 누가 당해낼수 있을까 하는 생각은 저만의 생각을 아닌것이 곳곳에서 그런 말들이 나오는 걸로 보면 지략가 공명이 왕의 자리에 앉아도 좋을것을 굳이 공명은 굳이 유비의 유언대로 아들 후주을 왕의 자리에 앉힙니다. 유비가 아들이 부족하면 공명이 올라도 된다는 말을 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는 역시 공명의 마음에도 정통성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일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야심이 없는건지 아직 그의 마음을 읽을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는 이보다 좋을수 없을 만큼의 충의 노릇을 너무 잘해내고 있어서요.
-어떤이는 유비의 민중적 인기의 근원을 그의 출신에서 찾는다. 고귀한 혈통이면서 삶의 밑바닥에서 출발하고 있는 그는 그의 대역인 조조와 대비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형적인 영웅담과 일치한다. 확실히 민중적인 인기를 끌 수 있는 요소이다.
지금까지 읽어오면서 유비가 가진 것에 비해 너무 우대받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어요. 딱히 무술에 능한 것도 아니고 지략이 뛰어난 것도 아니기에 그가 가진 어짐 하나로 그가 그리 많은 사람들의 신망을 받는 것이 가능한가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그 의아함이 9권에서 밝혀졌습니다. 조조가 친자를 끝까지 맘대로 처분하지 못하고 작지만 그의 존재를 인정했던 것이 정통성의 문제였던 것처럼 돗자리 짜던 유비가 우대를 받는것 또한 그가 가진 씨족의 정통성과 이전 시대 부패한 관료들에 신물이 난 백성들의 반감에 의한 호감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에 대한 의구심이 해소가 되는듯 했습니다.
또한 그가 다스렸던 촉이라는 나라도 공명이 그 힘을 보태면서 비로소 법률을 제도화하는 작업이 이루어졌음을 보고 유비의 집단이 의리와 정에 의해 이루어진 집단에 불과했음을 이제사 깨닫고 나니 그의 무리에 대한 이해도가 훨씬 놓아졌습니다. 그래서 이제사 제대로 삼국지를 이해하는 일에 다가서게 되었구나 싶어 기뻤습니다.
-유비의 과거 지향적이고 보수적인 정치 이념은 근대적 이념에 물든 사람들의 눈으로 보면 못마땅한 데마저 있다. 그게 갈수록 조조를 격상시키고 그에게는 과대평가의 혐의를 걸게 하는 것이나 아닌지.
이 말도 이문열의 해설인 듯합니다. 여기서 유비의 성향과 조조의 성향을 선명하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성향에 따라 삼국지를 읽는 독자에게도 그 파가 갈리는 듯 하구요. 어쩐지 읽으면서 유비에게서 느꼈던 고구마 먹은 듯 답답했던 행동들이 과거 지향적이고 보수적인 성향 때문이었음을 확인했고 조조가 근대적인 사고 방식의 관점에서 보면 우대되는 측면이 있었겠구나 이해했습니다. 물론 이런 관점은 개인의 취향이니 뭐가 더 우위다 말할 수 없긴합니다. 전 예전 같았으면 당연히 유비를 선호했겠지만 책을 읽으면서 나의 관점에 변화가 옴을 느꼈고 지금은 약간 조조 쪽으로 기우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갈공명이 나오고 부터는 나의 취저는 공명이 되었음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유비가 죽고 스스로 촉을 지켜나가는 굳건함, 사로잡은 남쪽의 적 맹획을 7번이나 놓아준 점 그래서 결국 마음으로 그가 항복하기를 기다린 점, 그 와중에 그의 군사들을 몰살 한 것에 대한 죄책감... 이런 타고난 지략가의 모습과 인간적인 모습을 모두 가지고 있는 공명의 모습은 나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한 모습이었습니다. 그가 언젠가 왕의 자리에 오르는 모습을 꼭 보고 싶다는 생각을 이때부터 갖게 되었습니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이야기는 역사적 폭군으로 기록되었던 제왕들의 특징 중 하나가 학자나 문사를 박해한 것이었는데 결국 역사를 기록하는 일은 학자나 문자들에 의해 정리되고 기록되었다는 사실을 두고 보면 동류를 함부로 죽이는 제왕에 대해 좋게 써주었을 리 없다는 것이 하나의 주장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역사를 보는 일은 편중 없이 사심 없이 읽고 소화하는 일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역사를 역사로서 바로 알수 있는 힘 또한 독자로서 갖추어야 할 중요한 덕목이 아닐까 생각해봤습니다.
죽은 영웅들 중 딱히 어느 인물에 애정이 샘솟는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는데도 불구하고 막상 그들의 죽음을 대하고 보니 뭔지 알 수 없는 허망함과 슬픔이 차오릅니다. 그들의 삶이란 것이 나라를 빼앗고 야심을 채워가려는 것에 그 목적을 두었다면 그들은 죽음을 앞에 두고 결코 후회도 아쉬움도 없는 의미있는 삶을 살았다 스스로 인정했을까요. 삼국지 연의는 말 그래도 소설이지만 현존했던 인물들을 다루었기 때문에 생생하게 다가왔고 흥미진진하게 읽혔습니다. 이 책 안의 내용 중 우리에게 재미있게 읽히는 에피소드의 대부분이 지어낸 이야기라는 얘기를 듣고 이 책에 대한 몰입도가 살짝 떨어진 감은 있지만 난 지금 역사책 을 읽는 것이 아니라 소설책을 읽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겠다는 생각, 재독시에는 그런 에피소드에 무게를 싣지 말고 흐름으로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남은 사람은 공명 하나라는 생각입니다. 그의 최후가 어떻게 될지 거기에 저의 관심이 모아지면서 남은 책을 알차게 읽어내겠습니다. ㅎ
와 벌써 9권을 독서 중이시라니 넘 부럽고 멋있습니다!! ㅋㅋ 제가 좀 뒤쳐져서 읽고 있다 보니 다른 분들 글을 제대로 못 읽어서 (스포때문에요 ㅠ) 딸기님 완독 후기는 꼭 저도 완독하고 읽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