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문화의 바탕이 되는 두축은 그리스신화와 기독교일 겁니다. 그래서 늘 보고 익히고 싶은데 워낙 방대한 이야기라 다 기억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리스 신화 전체는 토마스 불핀치의 책이 유명하지만 서사를 잘 만들어 놓은 것은 일리아드 와 오딧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단편적으로 알고있던 일리아드와 오딧세이의 원전일 읽어보니, 그것들은 큰 서사시의 일부이고 소실된 내용들이 많아 트로이 전쟁의 마지막에 대해 잘 나오진 않습니다.
트로이의 마지막은 [아이네이스]에 더 상세하게 기술되어 있습니다.
신곡을 읽어보셨나요? 저는 왠지 어려울 것 같아서 [명화로 보는 단테의 신곡]을 읽었습니다. 글에서 상상하기 힘든 부분을 이미지로 보여주어 좀 더 이해가 쉬웠습니다.
신곡을 읽다가 베르길리우스에 대해 흥미가 가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책이길래 단테가 반해서 작가를 신곡의 주인공으로 쓴 것일까?
마침 [명화로 보는 아이네이스]가 개정되어 나왔길래 이 기회에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로마의 시조에 대한 책이라고 했지만 그보다는 트로이의 마지막과 아이네이아스의 여정기라고 보는 게 더 맞겠네요. 로마의 시조인 로물루스와 레무스는 마지막에 조금 언급될 뿐입니다.
그렇다면 재미가 없는 책이냐? 그렇진 않습니다.
아이네이스의 여정도 재미 있지만, 중간중간 등장하는 신들에 대해 적절한 설명이 있기 때문에 신들의 캐릭터에 대한 이해가 잘 됩니다.
특히 황금사과가 얽힌 결혼식이 테티스의 결혼식이었고, 그녀의 아들이 아킬레우스라는 것은 이 번에 인지하게 되었네요.
네 아들은 앞으로 그 땅에 살고 있는 원주민과 수많은 전투를 벌일 것이다. 그러나 결국 그 미개한 종족들을 정복하고 새로운 왕국을 정착시켜서, 그들로 하여금 점차 원시적인 풍습을 버리고 법과 규칙을 존중하게 만들 것이다.
2천년 전에 쓰인 책에 현대의 규범을 적용하는 것은 오버하는 것이겠지만, 유럽의 제국주의가 문화의 밑바탕에 깔려있는 것처럼 보여서 섬뜩합니다.
그래도 문화의 밑바탕이 되는 책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일리아드와 오딧세이아를 흥미롭게 보셨다면 이 책도 마음에 들거라 생각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