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하루키
하루키를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본 사람은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한 번도 본적이 없던 사람이 바로 저입니다.
하루키는 너무나 베스트셀러 였고, 저는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베스트 셀러를 잘 읽지 않기 때문이었죠. 사실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양장본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책을 구매할 때 좀 더 있어 보이는 책으로 사고 싶은 마음이 자극 받았던 것이죠.
오랜 세월을 버텨온 소설을 축하해주는 마음에 허영심 한 스푼을 더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소설의 원제가 있는데 왜 [상실의 시대]라는 제목으로 나왔을까 의아 했습니다. 소설을 다 읽고 나니 나름 소설의 분위기와 맞는 제목인 것 같기도 하네요. 제목이 스포 같은 느낌도 들지만요. 비틀즈의 노래 [노르웨이의 숲]이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 분위기를 이해하기 힘들었을 것 같기도 하고요.
1976년대가 어땠는지는 책으로만 배워서 그 분위기를 잘 모르겠지만 90년대 세기말의 허무주의는 이 소설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시절은 기대와 희망이 부풀지는 시기인데, 주인공의 와타나베는 친구의 죽음 때문인지 시크하게 살아갑니다.
죽음은 삶의 대극이 아니라 그 일부로 존재한다.
죽음은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옆에 두고 살아가는 것인 걸까요? 사실 40대가 되기 전까지 주변 사람을 읽는 경우는 별로 없을 겁니다. 40대 이후로 지인의 부모님이나 친척들이 돌아가면서 우리는 우리의 일부를 잃어가는 것이지요. 하지만 주인공은 10대이 이미 상실을 겪었으니 중년의 위기가 너무 빨리 찾아와버렸습니다.
저는 아직까진 주변의 상실을 겪지는 않았습니다. 그런 상실을 겪으면 삶에 허무함이 더해질까요..
이 노래를 들으면 때로 나는 정말 슬퍼져.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마치 깊은 숲 속을 헤매는 듯한 느낌이 들어. 춥고 외롭고, 그리고 캄캄한데 아무도 나를 도와주러 오지 않아.
비틀즈의 노래 [노르웨이의 숲]에 대한 글입니다. 늘 그렇진 않지만 우리는 혼자일 때가 많습니다.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지요. 이것을 괴로워하는 사람이 있고, 끌어안고 무던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있지요.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나는 수화기를 든 채 고개를 들고 공중전화 부스 주변을 휙 둘러 보았다. 나는 지금 어디에 있지? 그러나 거기가 어디인지 알 수 없었다.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도대체 여기는 어디지? 내 눈에 비치는 것은 어디인지 모를 곳을 향해 그저 걸어가는 무수한 사람들의 모습뿐이었다. 나는 어느 곳도 아닌 장소의 한가운데에서 애타게 미도리를 불렀다.
수많은 상실을 겪어도 우리는 어디에 서있는지,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는 존재인가 봅니다. 그저 같이 갈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 위로가 되는 것일까요.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책이지만 그리 어렵지 않은 글이 하루키의 특징인가 봅니다. 내용의 호불호는 있을 수 있겠지만 잘 쓴 글이 분명하네요. 오랫동안 사랑받은 책은 확실한 장점이 있네요. 앞으로 얼마나 하루키를 더 만날지 모르겠지만 재밌었어요. 하루키!
하루키에 산문집은 읽어본 적이 있는데, 정작 하루키의 소설은 안읽어봤네요. 덕분에 또 빈구석을 알아갑니다.
저는 아쉽게도 40대가 되기전 친한지인 3명을 먼저 보냈네요...
마음에 묻어둔 이가 한명씩 떠오르는 후기였어요
덕분에 꺼내 만나고 다시 넣어둡니다
큰목소리님~~ ㅎㅎ
하루키 한번만 보고 안 본사람 여기 있네요..^^:
이 책은 2015년 10.13일날 읽었네요..!
저는 이 책 하나만 완독하고, 하루키 책을 또 읽고 싶다는 생각을 못 한 것 같아요. ^^:
하나 더 1Q84가 워낙 유명하다고 해서 시도 했다가, 1권을 읽다가 중도 하차한 기억이 있습니다.
왜 사람들이 하루키를 극찬하는지 아직 모르겠어서, 기회가 되면 이 책을 다시 읽어봐야, 그 시절 제가 미처 느끼지 못했던 것인지, 아니면 제가 하루키 작품과는 잘 맞지 않는 것인지 알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을 펴 보니 간간이 밑줄이나 괄호는 있는데, 메모도 거의 없네요,,!
큰 목소리님과 같은 책을 읽었는데, 잘 나눌 수가 없어서 아쉽습니다..^^..!
삼국지 조조 편은 읽고 계실지요..?
제가 이문열 삼국지를 읽는데, 조조한테 마음이 가서,, 조조 편도 꽤나 궁금합니다..^^..!!
답글이 늦었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