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겐 쉼표
여러분의 마지막 목욕탕은 언제였나요?
저는 올해초 석모도에 차박을 하면서 해수목욕탕을 갔다온 게 마지막이었네요.
초등학교 때까진 욕실이 없고 화장실은 밖에 있는 주택에 살았습니다. 당연히 목욕은 1주에 한번이었나 2주에 한번이었나 그랬던 것 같네요. 그러다 중학교 때 아파트 가면서 샤워를 자주 하다보니 목욕탕은 뜸하게 되었네요. 아파트가 많이 늘면서 목욕탕 숫자는 많이 줄었다고 하네요.
하지만 아직도 목욕탕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발가락이 물에 닿으며 짜르르한 기분을 느끼는 건 겨우 1초다. 행복은 그렇게 왔다가 순식간에 사라진다. 하지만 바로 그 찰나를 위해 기꺼이 눈바람을 맞으며 빙판 위를 살살 디뎌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니겠는가. 희뿌연 먼지를 마시며 때에 절어 살면서도 그 1초 때문에 발목에 또 힘을 줄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저는 집에서 씻으면 되지 목욕탕을 왜 가는가? 했었습니다. 목욕탕에 가는 것이 씻으러 가는 것이 아니었군요. 힐링의 공간이었군요.
그러면서 목욕탕에서 벌어지는 많은 일들을 적어두었습니다. 목욕탕에서 먹는 바나나우유나 커피우유에 대한 추억들이 다들 있는 모양입니다. 저는 그런 기억이 별로 없는데 부모님과 가지 않고 형과 둘이 다니면서 그 돈을 아껴서 오락실을 갔기 때문입니다. 목욕탕보다는 오락실이 힐링의 공간이었나 봅니다.
지갑은 텅비었지만 목욕탕에 들어올 때와는 완연히 다른 몸이 되었다. 여사님의 기를 받아 ‘포스의 균형’ 을 회복했기 때문이겠지.
이 책은 [여탕보고서]라는 웹툰의 영향을 받았다고 했는데 세신사의 공통적으로 나오는 이야기들이 꽤 많네요. 사람들이 추억하고 좋아하는 것에는 비슷한 면이 많은 것 같네요.
앞으로도 꾸준히 목욕탕을 들락거리다 보면 누군가에게 숭고미를 느끼게 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존재 자체만으로 위로를 주는 사람 이 되는 것은 내 오랜 꿈이었다. 온 세상 목욕탕이 사라지지 않는 한, 그곳으로 향하는 내 발길을 끊지 않는 한, 그 꿈이 이루어질지도 모른다.
목욕탕에 가는 것만으로 위로를 주는 사람이 될 수 있는지는 모르겠네요. 하지만 마음의 안정을 찾고 편안한 사람이 된다면 ‘존재만으로 위로를 주는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어머...ㅎㅎㅎ 저랑 너무 똑같으셔서 깜짝 놀랐어요.
저도 초등학교때는 주택을 살아서 공중 목욕탕을 다니다가 중학교때 아파트로 이사를 오면서 더이상 공중 목욕탕은 안가거든요.
그때 생각이 새록새록 나면서 너무 재미있게 후기를 읽었습니다.
목욕탕 하나에 이런 멋진 결론을 추출해내시다니 작가의 생각과 능력에 감탄합니다.
'존재만으로도 위로를 주는 사람'
그때는 목욕탕에 사람이 많아서 전 바가지와 의자 쟁탈전을 벌였던 기억 밖에는 없습니다.ㅋ
힐링의 포인트는 다하고 나온다음의 개운함 정도였어요. 그안에서는 그럴 정신이 없었답니다.
이 글을 읽으니 그런 포인트를 놓친거같아 아쉽습니다.
여기에서 이런 다양한 책의 후기를 읽을수있어 너무 즐겁습니다.
큰목소리님 감사합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