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첫장을 넘기며 문득 결혼전 토지 읽기를 시도했던 순간이 떠올랐어요. 너무 오래되어 그 감정이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30년이 지난 다음 내가 이 책을 다시 읽게 되리라는 생각은 못했겠죠. 이런 생각을 좋아합니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하며 세월의 시간을 더듬어보는 일은 엄청 짜릿한 뭔가를 느끼게 해주거든요.
지금처럼 책과 친하지 않았던 시절이었던 터라 페이지를 넘길때마다 등장하는 새로운 인물들에 머리에 과부하가 걸렸던 기억이 있어요. ㅋ 그렇게 1권을 끝으로 언젠가 읽을 날이 오겠지 하는 마음으로 덮었던 책을 지금 이 나이가 되어 첫장을 넘기고 보니 그동안의 세월이 파노라마처럼 스치는듯해 마음이 묘해지네요.
그때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진행이 되는 책이었고 문장이 세로로 쓰여있어서 읽기가 참 어려웠던 기억이 있어요.
이제는 더 좋은 종이질과 조금은 성숙해진 나의 독력과 그동안 쌓인 경험의 시간이 더해져서 한결 편안하고 진하게 이 책을 읽게 되어서 무척 기뻐요. 시대와 그안에 사는 사람들 그리고 사건들을 면밀히 느낄수 있을거 같아요.
구한말부터 해방에 이르기까지 최참판댁의 사람들과 주변 인물들의 삶이 생동감있게 그려집니다. 양반은 양반대로 노비들은 노비대로 우환이 넘쳐나네요. 그안에 사랑과 질투가 있고, 의리와 배신이 있고, 솔직한 그들의 감정들이 사람들의 입에서 쏟아지면서 그들의 삶에 빠져들어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우선 1권에서는 등장인물의 캐릭터를 파악하며 전체적인 분위기를 알게 되는 시간이어서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의 주춧돌을 만들어가는 단계에 불과할거라 생각했지만 드러나지 않은 비밀스런 사연들이 사람들의 마음속에 연결되어 있는것을 보고 사람 사는데는 양반이던 평민이건 노비이건 다 비슷하구나 하는걸 느꼈어요.
윤씨어른에게도 숨겨진 사연이 있는 듯하고 최치수도 나름의 아픔을 가지고 있어 보입니다.
월선과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애닮아하는 용이의 사랑. 허깨비를 붙들고 질투의 화신이 된 강청댁.
누가 더 안쓰러운지 견줄수 없을 정도로 둘 모두의 마음이 이해가 됩니다. 유뷰녀의 입장에서 용이의 마음이 이해가 되는건 저만 그런건 아니겠죠?^^
무엇보다 시원한 건 그들의 숨김없는 감정 표현과 정스러움이었어요.
진심으로 상전을 받드는 봉순네. 그마음을 아는 윤씨. 길상이를 애뜻하게 생각하는 윤씨의 마음에도 뭔가가 있지 싶은 마음이 드는것이 사연이 있어 보이는 대목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정말 뭔가가 있나 너무 궁금합니다.
우리가 토지에 대해 서희가 주인공이라는 얘기는 이미 많이 들어왔습니다. 드라마로도 제작이 되었던 터라 아마도 드라마를 보신분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전 이 서희를 생각하면 미국 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주인공 스칼렛 오하라가 떠올라요. 좀 다른 이야기이긴 하지만 귀히 자란 꽃같은 여성이 누구보다 강하게 삶을 일구어가는 모습에서 무척 닮았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래서 여성이라면 토지를 필독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곤하죠.
소설 속에 최치수가 이런 말을 하죠.
"최씨 집안의 살림은 여자 집념의 상징 아닙니까?"
이후에 벌어질 여러 이야기들이 이 말 한마디에 다 포함되고 있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이말에 마음에 남았습니다. 여자의 신분이 남자의 한 수 아래에 있고보니 서희의 활약이 너무 기대가 되고 스스로 여자로서의 삶도 다시 돌아볼수있는 기회가 될것같아 벌써부터 뿌듯함이 먼저 올라옵니다.
양반이라고 편한것도 노비라고 불행한것도 아니겠죠.
이시대의 재벌이 모두 행복한것만은 아니라는 사실과 비슷한 말이기도 하구요.
남 눈에 체면과 명예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양반의 일거수 일투족이 조명되는 상황에서 그들의 삶은 숨겨지고 감추어지는 과정에서 고통이 또한 다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반면 원초적인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노비들의 삶은 어쩌면 더 단순해서 단순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런대로 살만한 삶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양반이 맞지 않는 사람과 노비가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이 가장 불행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요.
자신이 처함 상황에 순응하며 사는 삶이 그래서 가장 덜 불행을 느끼며 사는 삶이지 싶습니다.
물론 그게 꼭 옳은건 아니겠지만요. 뭔가 떨치고 나아가는데는 용기와 열정이 필요하고 필요하다면 위험도 감수해야하는 것이 인생이기에 우린 대부분 순응을 택합니다. 하지만 때때로 다른 삶을 꿈꾸기도 하면서 그럭저럭 평탄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 보통의 삶이 아닐까 합니다.
앞으로의 토지의 행보를 쫓아가면서 그들이 펼쳐놓을 삶의 그림들을 잘 느껴보려고 합니다.
불과 140년도 안된 시기의 일들이라고 하기에 믿기진 않을만큼 지금과 너무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습니다. 그래서 너무 흥미롭다 느낍니다.
딸기님,,! 저도 앞으로의 전개가 많이 기대가 됩니다. 아직 1권을 읽고 있지만, 이렇게 잘 읽히고 술술 읽히는 책이라니,,! 남 오랜만이라 반갑더라고요..^^;! 그리고 막연히 20권 대장정에대한 긴장감도 어느정도는 해소가 되었습니다,,! (여행을 핑계로 아직도 1권을 다 완독하지 못했지만, 어쩌면 삼국지 보다도 더 수월하게 이어나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예감이 들었습니다.^^;) 이야기 전개가 너무나 재미 있네요,,!
용이, 월선의 사랑도 너무나 가슴 아프고 이해가 되지만.. 저는 이미 결혼을 해서 그런지 또 강천댁이 너무 짠하기도 하네요,,!ㅠㅠ 정말 이런 경우이는 어찌해야할지요.. ㅠ (요즘 같으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남자를 자식도 없눈 상황에서 묶어 둘 여자들도 많지 않을 것 같지만요,,) 그냥 셋 다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맨 처음 삼국지 완독이 가까워져 자신감이 생겼을 때 딸기님께서 [토지]를 말씀 하셨지요~. 그때는 그 기세를 이어서 또 한번 완독의 기쁨을 느끼고 싶기도 했고, 지금 아니면 [토지] 를 어떻게,,??! 라는 생각이 들어서 읽으실때 같이 읽겠다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ㅎㅎ 무척이나 기뻤는데요~~. 그리고나서 막상 도서관에서 다시 토지를 칮아보면서.. 과연 20둰을 잘 읽을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무슨일이 일어날지 모를 앞에 몇 십쪽을 지나고 나서부터는 이야 전개가 너무 흥미로워서 술술 읽히기 시작했습니다. 책마다, 작가님들마다 다르지만 박경리 선생님의 이 책은 문학적, 시적 표현 보다도 이야기의 전개에 빨려 들어가는 그런 책인것 같습니다.
삼국지는 1권만 읽고도 사실 후기를 쓸 이야기는 정말 많았는데요. ㅎㅎ 아직 토지는 1권만 읽고서는 그렇다할 후기를 쓸 이야기는 많지 않지만, 한번 시작하면 책을 놓을 수 없다는 삼국지 보다도 개인적으로 5배 이상은 더 재밌는 것 같습니다.
딸기님 말씀 대로 서희의 활약이 기대 됩니다.
이런 책을 두 분과 함께 읽게 되어 너무나 기쁩니다,,! ㅎㅎㅎ
감사합니다~~^^!
토지 1권의 서막이 올랐네요.
긴 장편소설답게 1편에서는 인물들이
무언가를 암시하면서 등장하네요.
지금은 양반 노비가 없지만,
불과 140년 전만 해도 신분제가 있어서
태어나면서 자신의 위치에서 순응과 대항
둘중 선택하며 살아갔을 우리네 조상들이
지금보다는 좀더 힘든 삶이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현대에 와서는 예전 신분이 자본으로 대체되어
금수저 흙수저로 나뉘게 되었지요.
여전히 지금도 사회적으로 차별이 이루어지고
부자와 가난이라는 물리적인 격차에도
부자들간에 또는 가난한 자들간에 애환들이
달리 있듯이 토지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후기를 읽는 것 만으로도 저는 상상의 나래를
펼쳐봅니다.
딸기님과 노트북님의 후기를 함께 보는 맛도
재밌을것 같고요.
함께 긴 호흡 하지 않고 떨어져서 후기만 읽어서
미안한 마음도 있습니다.
저는 제 나름의 책을 읽고 간혹 후기를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딸기님 후기 넘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