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지만 제가 요즘 뜬거 올려봅니다. ㅋ)
이 겨울과 토지가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면서 책을 읽고 있습니다.
지난주에는 눈이 참 많이도 왔죠. 길이 미끄러워 외출을 삼가하고 종일 집에서 토지를 읽었어요. 눈이 오는 날, 안락한 집에서 읽는 토지의 맛은 다른 어떤 책도 따라오지 못하는 푸근함이 있습니다.
전 토지를 펼치고 읽을 때마다 뜨끈한 방구들에 엎드려 책 읽던 어린시절이 떠오르곤 해요. 뭐 그 자세가 편한건 아니라 오래 읽지는 못하지만 그 때의 기억이 너무 따뜻했었나 봅니다.
3권, 최참판댁에도 커다란 변화가 일어납니다.
감히 상상 못했던 죽음들이 줄을 잇습니다.
최치수를 살해한 평산과 귀녀 그리고 귀녀에게 엮인 칠성이까지 모두 사형을 당합니다.
거기에 돌림병이 돌면서 최참판댁 사람들은 물론 동네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습니다.
아버지 최치수를 잃은지 얼마 안되어 할머니 윤씨부인, 자신을 돌보던 봉순네까지 잃게 된 서희가 무척 안됐습니다. 어디에도 마음 둘 곳이 없는 어린아이의 마음은 어땠을지 상상조차 어렵습니다. 그래도 당찬 서희였기에 잘 이겨나가길 응원하고 싶어집니다. 어린 서희의 존재감을 무시하듯 최참판댁에 이제 조준구와 그의 처 홍씨가 그 자리를 꿰차고 앉는 상황이 너무나 불편합니다.
이 부분은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어이가 없습니다.
처음 등장부터 뭔가 찜찜했던 조준구가 역시나 뻔뻔함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식솔을 이끌로 친척이라는 이유로 최참판댁으로 옮겨온것을 그래도 인간의 법도를 어길수없었던 윤씨부인이 받아줄 때부터 뭔가 마음이 불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조준구, 아니 부인 홍씨와 서희와의 구도가 본격적인 분쟁으로 이어질것 같은 불안한 상황이 만들어지고 아직은 어리지만 역시 만만치 않은 서희가 어떻게 이들에게 대항할지 궁금한 것도 주목할 포인트입니다.
조준구와 그의 처 홍씨가 곡식을 마음대로 부리는 것이 못마땅한 서희가 곳간의 곡식을 사람들에게 풀기 위해 곳간 문을 부수는 장면은 얼마나 통쾌하던지요. 물론 사람들의 부추김이 있긴 했지만 당찬 결정을 내리는 서희가 있어 다소 안심이 되는 부분이었습니다. 자신의 존재감을 보여주는 것이 어떤 것인지 무언중에 알고 있는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너무 다행스러웠습니다.
돌림병으로 강청댁을 잃은 용이의 월선에 대한 사랑이 용감해질줄 알았는데 그들의 애틋함은 그대롭니다. 선뜻 다가설수 없는 마음이 있나봅니다. 사랑은 다가설 수 있는 시기가 있나 봅니다. 마음이란 천갈래 만갈래라 서로의 줄기가 서로 맞닿기가 그렇게 어려운가 봅니다. 그들의 사랑이 하나가 되는건 더이상 어려운 일일까요. 마음이 안타깝습니다.
이동진의 등장은 또다른 재미를 더해줍니다. 러시아에 머물며 그곳에서 녹을 먹은 몸이지만 조국에 대한 충성을 잃지 않은 인물입니다. 그가 읽어주는 외부에서의 조선의 상황이 이 소설의 전체적인 프레임을 만들어주는 듯 합니다. 무너져가는 최참판댁의 미래를 서희가 어떻게 이끌어가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만들어주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결코 조선에 해가 되지 않는 어윤중이라는 인물을 때려죽인 백성들의 무지함도 조선의 암울한 미래를 말해주는 듯 했습니다. 조선이 왜 어려운 시기를 겪어야만 했는지 우리는 이런 역사를 보면서 어림짐작할 때가 있습니다. 이런 역사를 짚어가는 것도 제게는 큰 즐거움입니다. 역사에 무지함을 깨우쳐주는 시간이 되니까요.
잔잔하게 흐르던 평사리에도 회오리 바람이 불고 스토리는 눈을 뗄수 없게 재미가 더해집니다. 단순한 흥미라기보다는 그안에 사람들의 심리, 시대상을 보는 재미가 좋습니다. 그당시 사람들의 심리를 지금의 우리와 비교해보는 것도 꽤 쏠쏠한 재미입니다. 200년도 안된 시간동안 우리의 생각은 참 많이도 변했구나 하고 세월을 생각하게 됩니다.
이 겨울을 토지와 함께 하게 되어 너무 행복합니다. ㅎ
전 요즘 뜨게질을 배우러 다녀요.
친정 엄마와 언니가 모두 뜨게질을 잘해서 저도 관심을 갖고 재미로 혼자 뜨기도 했는데 디테일한 부분에 가서는 늘 브레이크가 걸리고 마무리가 예쁘게 안되어 완성도가 떨어지니 흥미가 자꾸 떨어지더라구요. 나이가 들수록 혼자 하는 재미있는 일을 늘리는 것이 행복한 삶에 도움이 될거 같아 문화센터에 일주일에 한번 강의를 들으러 다닙니다.
하지만 강의는 딱딱한 분위기는 전혀 아니구요. 모두 오래 다니시면서 친구처럼 수다 떨면서 뜨는 분위기라 그 시간이 무척 즐겁습니다. 디테일을 배우면서 저의 뜨게에 대한 열정은 지금 활활 타오르고 있습니다. ㅋ 너무 달렸더니 어제는 어깨가 좀 아파서 하루이틀 좀 쉬어보려고 합니다.
제게 독서과 우리의 독서 모임과 뜨게가 있어 너무 행복한 겨울을 보내고 있습니다.
여기서 함께 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새삼 감사한 마음입니다. ㅎ
안녕하세요 딸기님!
손재주가 정말 좋으시네요!! 가방이랑 조끼 다 너무 귀엽습니다 ㅋㅋ 디테일이 살아있어요
딸기님!
"토지를 펼치고 읽을 때마다 뜨끈한 방구들에 엎드려 책 읽던 어린시절이 떠오르곤 해요."
저 역시 왜 그런지 토지를 읽는 내내,, 아주 어린 시절에 혼자서 골방에 앉아 이야기 책에 심취해있던 그때가 너무나 떠오릅니다. 그 때의 그 감정의 연장선상에서 책을 읽는 기분을 느낍니다.!
토지는 정말 신기한 책이네요..ㅎㅎ
음음,,! 정말 딸기님의 후기에 하나하나 다 답글을 달고 싶은데,, 그렇게 하면 왠지 딸기님께서는 제 후기를 두 번? 읽게 되시는 격이라 조금 참고, 제 후기에 전달하겠습니다,,!
여름에도? (제 기억이 맞다면) 뜨게질과 독서로 여름을 나신다고 하셨던 것 같아요,,!
꾸준히 자신만의 시간을 채워가시는 모습이 너무나 멋지십니다.
(이전에) 손수건도 만드시고, 뜨게질도 하신다는 말씀에, 손재주까지 좋으신 분이셨구나,,! 새삼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다를 하시며 뜨게질을 하시는 그 정겨움, 그 기쁨이 얼마나 크실지,! 지금 제 삶과는 또 다른 행복을 누리시는 딸기님의 이야기에 힐링도 되고 또 부럽기도 하네요..! ㅎㅎ(저도 행복한데, 왜 또 이런 자유는 부러울까요!! ㅎㅎ)
이 겨울, 따듯한 집에서 뜨게질과 독서로 얼마나 충만한 겨울을 보내고 계실 딸기님을 생각하니,
읽는 제 맘도 너무나 푸근해지네요,,!
이번주 후기도 넘 감사합니다.~~!
3권에는 많은 스토리가 있네요.
제가 아는 많은 인물들이 죽고 다른 인물들이
새롭게 등장하고...
토지에 600명 정도의 인물들이 나온다고 하니
점점 흥미 진진 해 지겠습니다.
딸기님께서 혼자 하시는 취미생활은
정말 노후에 친구 이상이 될것 같습니다.
저는 타샤 할머니를 무척 좋아하는데,
그 분도 솜씨가 좋아서 많은 공예품들을
만들곤 했지요.
창작의 기쁨까지 누릴수 있으니...
딸기님 작품들 완성될때 마다 사진으로 나마
볼 수 있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