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노트북 입니다.
지난주에 8권을 180 페이지 정도밖에 못 읽어서, 이번주는 8권의 나머지와 9권을 완독 했습니다.
8권 후기는 읽은 곳까지 남겼지만, 2가지 이야기만 짧게라도 더 남기겠습니다.
오랜만에 독서를 좀 할 수 있는 주였어서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8권 남은 부분에서 남기고 싶은 후기는 크게 2가지였습니다.
하나는 월선의 죽음에 관한 용이에 대한 이야기. 또 하나는 이동진이었습니다.
지난주 딸기님의 후기에서 죽음을 앞둔 월선이를 찾아온 용이의 대화가 떠오르네요. 후기에서 접한 장면 만으로도 애틋하기는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직접 책을 읽을 때는, 엄마(월선)의 죽음을 앞둔 홍이의 마음. 죽음을 앞둔 엄마가 얼마나 애타게 아버지를 찾는지 알기 때문에 찾아오지 않는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증오하는 마음, 그러다 혹시나 아버지 없이 엄마가 죽게 될까 봐 또 아비를 간절히 기다리는 홍이의 마음이 감정 이입이 되어서 정말 마음이 아팠습니다. 저는 이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눈물을 흘렸었네요. 특히 제가 눈물이 봇물 터지게 흘린 부분은, 다름 아닌 월선이 홍이의 앞날을 위해 남겨둔 적지 않은 돈 800원을.. 용이가 길상에게 독립군을 위해 기부하고 싶다고 했던 때였습니다. 울음이 봇물 터지듯이 나오더라고요..! 소설 속에 길상도 용이를 붙잡고 울었습니다. 돈이라면 정말 아쉽지 않을 정도로 가지고 있는 길상이.. 그 돈이 독립군한테 가는 것이 고마워서 울었을까요..! 우리는 꼭 너무나 슬픈 일이 아니어도. 이렇게 봇물 터지게 눈물을 흘리고 싶을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 고귀한 마음이요.
용이가 그 돈을 독립군에 시주하고 싶었던 것은, 비단 그 독립에 대한 염원과 가치만을 높이 사서만은 아닐 겁니다.
용이는, 자신이 평생 함께 해주지도, 힘이 되어주지도 못한 불쌍하고 착한 월선이.. 그 착한 월선이가 홍이를 위해 남긴 그 마음과 노고를 아무 데나 쓰기 싫었던 것입니다. 그 돈을 월선의 바람대로 자신이 받아서 한 가정과 개인을 위해 편히 쓰기에도 미안하고 죄책감이 있었던 것이죠. 차마.. 잘해주지도 못했는데, 마지막 그 월선의 모든 시간을 응축한 그 돈을 받아서 쓸 수도 없었던 것이겠지요. 홍이도 마찬가지일 것이고. 그런 돈을 더러운 임이네한테 던져 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남긴 사람의 마음을 생각하면 돈을 길에 던져 버릴 수도 없었던 것이겠지요. 자신들이 그 돈을 가지고 살진 못해도, 월선의 마음을 생각해서 의롭게 쓰고 싶었던 것일 겁니다. 그 마음. 그 순수하고 고귀한 마음이 느껴져서 저도 눈물이 나왔고, 길상도 울었습니다. 아재요.. 왜 월선 아지매라 그리 살지 못했는지요..! 붙잡고 하염없이 눈물이 나고, 길상은 집에 가는 길에도 눈물이 났습니다. 저는 그 길상이 우는 마음이 너무나 이해가 갔습니다.
용이의 그 말이, 그 마음이. 제 가슴속에 다가왔습니다. 마치 35년 전의 전래동화를 읽는 저의 마음과 같았습니다.
처음.. 이야기 책에 빠져 들어 큰집 골방에서 쌓여 있는 전집들을 하루 종이 읽어대던 그 시절 저의 마음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어김없이 감명 깊었던 부분은 표시해 놓았다가 아버지께 읽어드리곤 했습니다. 평소 엄하시고 무뚝뚝하신 큰 아버지는 그 장면이 너무 좋아 보인다고, 사진이라도 한 장 남겨 놓고 싶다고 하시며 부러워하셨습니다.
그 시절, 저는 전래 동화를 읽으며 정말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나도 이렇게 살고 싶다.!' 그 마음이었습니다.
올바른 것을 지키며, 평생을 걸쳐서 잊지 아니하고 갚아 나가야 하는 것들이 있다면 갚으며 살고 싶다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누군가 다 까맣게 잊었다 하더라도, 그렇게 오래 걸리더라도 내가 그 갚을 수 있는 상황이 되면 달려가 갚고 싶다. 그런 다짐을 하며 책을 읽었던 것 같습니다. 아직도.. 고등학교 시절 수의 아저씨부터.. 정말 사연 하나하나 제 가슴속에 담겨 있는 많은 감사한 분들이 계십니다. 지금은 연세가 너무 많이 드셔서 더 늦기 전에.. 꼭 찾아봬야 할 것 같아 마음이 조급해지기도 합니다.
그 시절 그런 마음을 이 책이 정말 뜨겁게 다시 느끼게 해 주네요.
용이의 그 말에서 눈물을 흘리면서, '한 세상, 살더라도 꼭 이렇게 살아야겠다.' 그런 마음이 정말 다시금 강하게 들었습니다. '뭐가 되든 못되든, 얼마나 잘 살든 못살든. 나도 이렇게 살고 싶다. 어차피 온 세상, 꼭 이런 마음으로 살고 싶다.' 이제는 세상 물정과 현실도 아는 나이지만 다시금 잊었던 그런 가치들을 일깨워 주는 책입니다.
9권에서는 홍이가 안쓰러울 정도로 증오스러운 친모로 인해 자신까지 혐오하게 됩니다. 아비를 닮아 영혼이 고귀했던 거지요. 그런 홍이가 옴마,,! 옴마,,! 하며 다 큰 이후에도 훌쩍이며 엄마를 그리워하는 월선입니다.
우리는 흔히들 오랜 시간 변하지 않는 사랑에 너무나 큰 감동을 받습니다. 제게는 작년에 읽었던 자유론의 밀과 아내의 사랑 이야기도 그랬고요. 하지만 다시 한번 이번 이야기를 읽으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 사랑을 나눈 사람들은 실제 두 사람 모두가 그렇게 오래 사랑할 수밖에 없는,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었던 것입니다. 누군가와 진심으로 변치 않는 사랑을 오래 한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하고 귀한 이야기인가요,,! 그 순수하고 착한 월선과 용이의 인품을 생각하며, 실제 그런 사랑은 그런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 두 사람이 모였을 때 이루어지는 이야기구나,,!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로 토지 전체에서 누군가를 정하여 그 사람의 속 이야기를 하염없이 들을 수 있다면, 단 한 사람. 이동진을 뽑을 것 같습니다. 제게 유독 인상 깊고, 가슴에 울림을 주었던 장면들이 이동진이 삶을 돌아보며, 또 오랜 친구였던 석운(최치수의 호)을 그리며 혼자 독백하는 장면들입니다. 제 후기에는 쓰지 않았지만, 이동진이 최치수를 기억하며, 그는 어쩌면 자기 자신의 욕구를 누를 수 있는 정말 강한 사람이었던 것이라 합니다. 이제와 한 세상을 살아보니, 젊은 날 염세주의자가 되어 모든 걸 회의적으로 바라보고 방 안에서 책만 읽는 사람이 되었던 치수를 그제야 이해합니다. 최치수는 천재이자, 자기 자신의 내면에서 피어나는 욕구조차 실현 가능성을 객관적으로 고민하고, 이룰 수 없다는 것까지 깨닫고 그것에 얽매이지 않고 단념할 수 있었던 사람이라는 것을, 모든 것을 갈구하고 방황하고 한 바퀴 돌아온 이동진이 깨닫습니다. 앞부분을 읽을 때, 최치수의 그러한 성향이 한참 어린 시절 모성애의 결핍이 영향을 주었을 거라 생각했었습니다. 최치수가 가엾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그것이 다가 아니고 윤 씨 부인의 아들이자 최서희의 아버지였던 치수가 너무나 뛰어났었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였던 것입니다.
그런 이동진 앞에 독립운동을 이유로 김환 (구천이)가 나타납니다.
치수의 친구였던 이동진의 노여움에 "허울만 좋고 편협한 도덕군자의 집안이어서도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수신제가의 그 어정쩡한 자리는 당분간 아녀자에게나 맡기시라."고 말합니다.
"기우는 햇빛이 뜨거우면 얼마나 뜨겁겠는가."
이동진은 자탄하듯 쓴웃음을 짓습니다.
김환을 돌려보내고 이동진은 눈물을 흘리며, 최치수에게 독백을 합니다.
"우리들이 아름답다고 생각한 것은 한갓 감상이요. 그네들이 추하다 생각하는 것이 현실이었네. 내 노여운 음성은 허울만 남은 호랑이 울음이었고, 그네들의 맞서는 음성은 발톱으로 먹이를 찢어 발기는 이리 때의 울음이었네. 이 사람. 석운, 늙은 탓이 아닐세 늙은 탓이 아니야... 내 나이 이제 오십을 넘겼을 뿐인데 세월이 달라진 게야. 우린 이조 오백 년의 무거운 세월을 싫든 좋든 짊어지고 있기 때문이지......... 그래, 오백 년은 너무 길었어. 오백 년 동안에 된 또랑은 너무 깊었거든. 하기야 설피 한 켤레에 몸을 담고 설원을 질러가는 지독한 이곳 젊은이들의 그 지독한 욕설이야 당연하긴 하지."
자신이 일생에서 가장 가치를 두었던 어떤 것들, 그 자부심, 절대 존엄 같은 무엇들이 철저히 뭉개지는 시점에서의 허무함은 어떤 것일까요..? 하물며 그 앞에서 자신이 이제 더 이상 힘이 없고, 그것을 스스로 인정함으로써 어쩌면 자신들의 삶까지 함께 부정해야 하는 그런 상황들의 그 처참함은 어떨까요,,!
세대 간의 갈등, 눈 뜬 자와 눈뜨지 못한자들의 갈등. 언젠가.. 그토록 화목했던 저희 부부와 아들도 결국 겪을 수밖에 없는 그 갈등들을 미리 보는 기분이었습니다. 이 세대 간의 갈등은 부모세대보다 자식 세대가 월등히 발전하는 경우가 모두에게 아픔일 정도로 심하게 일어난다는 것을 책에서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건 세계 어느 나라나 공통 현상이라고 하더군요. 어느 정도는 일리가 있는 말일수도 있겠다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유독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발전을 한 나라라서 지금도 어쩔 수 없는 세대 간의 갈등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정치 이야기에 국한되는 그런 이야기를 하려고 한건 아니지만, 요즘 50대의 자녀분들은 다시 정치 성향도 그네들의 조부모 세대와 오히려 맞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웃기기도 하지만, 바로 윗세대에 대한 질문과 의구심, 반감등도 사회 현상인가 싶었습니다.
이동진의 독백은 제게 유독 큰 울림을 주는데, 여전히 가깝고 사랑하는 부모님과의 어쩔 수 없는 세대 간의 갈등을 느낄 때면, 꼭 이어서 먼 훗날 아들이 제게 그런 감정을 느낄 때 시릴 저의 마음이 떠오릅니다. 딱 중간 세대인 제가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야 하나에 대한 고민과 겹치는 부분이 많아서 인 것 같습니다.
이상으로 8권의 완독 후기를 마칩니다.
이어서 9권의 완독 후기를 작성해 보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9권 보다도 8권이 참 인상적이었었네요.)
너무나 즐겁게 읽고 있는 토지입니다.
함께하시는 분들도 행복한 독서되시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노트북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