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권에서의 야무네 이야기는 읽는 내내 마음이 아팠습니다.
출가외인이라 딸을 남의 집에 내놓는것도 피를 말릴 일인데 시집가서 아픈 딸을 내치는 사돈댁의 처사에 참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지경이었습니다. 이런 이야기가 있다는 말은 들은적은 있지만 이렇게 막상 읽고 보니 정말 그런 일이 빈번했나 보구나 싶은것이 여자의 운명이란 이런것인가 한탄스럽기 그지 없었습니다.
없는 살림이라 딸 한번 보구 싶어 찾아가는 일도 어려운 야무네의 살림이 원망스러운 마음마져 들었습니다. 돈은 사람 답게 사는데도 꼭 필요한거구나 하고 새삼 느끼기도 했습니다.
딸이 아프다는 소식에 없는" 살림을 끌어모아 차비를 마련하고 찹쌀로 떡을 해가는 야무네의 발길이 얼마나 무겁고 비참했을지 상상을 하는 일이 어렵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결혼을 하고 며느리가 되고 친정이라는 것이 생기면서 내가 처함 위치에 대한 생각 체계가 새로이 설정이 되면서 새로운 마음들이 생겨났습니다. 살짝 서러움도 느껴지고 외로움과 그리움이라는 감정도 새로이 들었던것 같습니다. 이제는 그런 감정들이 자연스럽고 지금은 지금 이자리가 더 익숙해서 결혼이전의 삶에서의 감정이 들어서기는 어려울 정도로 시간의 세월이 흘렀으니까요.
시집을 가서 아픈거라면 시집살이 환경에 문제가 있었던게 아닙니까.푸건이의 폐병이란 아버지가 앓았던 가족력이 있기는 하지만 유전이 있는 병이 아니라 생겨난 병인데 병걸린 사람이 잘못이나 한 듯 행동하는 시댁 사람들의 처사에 너무 화가 나네요.
며느리가 아프다고 뒷방에 두고 찾아온 사돈에게 하는 첫 마디가..
"이런 말 하믄 서분하게 생각할 기요마는 참말이제 이자부터는 뭍의 사람들하고 혼사 못하겄소."
"하기사 오싰으니께 동네사람들한테 우리 체면은 서겄소. 사람이 아파 죽는다 해도 친정에서는 개미 새끼 한 마리 얼씬거리진 않았으니께."
그후에 남편까지 병이 들자 노골적으로 딸을 데려가라는 통보를 받고 찾아간 야무네에게 한말...
"그라면 데려갈 차비는 해오싰구마요.
그렇다믄 별로 할말이 없겄소만 작년 가슬에 사돈이 오싰다 가신 뒤 우리는 참말 염치없는 사램이라 생각했소."
딸을 데려가지 않은 야무네를 원망하는 말이었습니다. 사실 그당시 야무네는 딸을 데려갈 여력마저 없는 살림이지만 딸을 데려가려 했었습니다. 하지만 딸이 친정의 없는 살림에 짐이 될것을 걱정해 결사코 따라가기를 거부한 것이었죠. 야무네는 그때 푸건이를 데려가지 못한것이 한스러울 뿐이었습니다.
야무네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당시 여자의 인권이라는 게 얼마나 형편 없었는데 여실히 알수 있었습니다.
...
병원 문을 나서는 순간 서희 입에서 낮은 신음이 새나왔다. 거리는 어두웠다. 아주 어두웠다. 강가까지 온 서희는
'여보, 당신이 그곳에 남은 뜻을 이제 확실히 알겠소.. 하지만 장하지 않아요. 당신 아들 환국이가?'
찬바람 속에 서서 서희는 오랫동안 흐느껴 울었다.
환국이 같은 반 순철이와 주먹다짐을 합니다. 공부로 환국이를 누를수없는 순철이 환국을 누를수있는건 환국의 출신.. 아니 아버지 길상이 종이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말을 들은 환국이는 평소 그답지 않은 행동으로 순철이 얼굴을 돌로 칩니다. 보통 이런 당황스런 경우를 맞는 엄마들의 행동과는 다르게 서희는 환국을 나무라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아니 슬픔이 더 앞섭니다. 비로소 길상이 가족을 떠나 만주에 남게된 그 마음을 이해하게 됩니다.
저는 이런 서희의 마음이 곳곳에 스며나올때마다 서희의 길상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면서 마음이 따뜻했습니다. 표현을 잘 하지는 않지만 마음 깊은곳에서 길상을 존경하는 마음, 배려하는 마음, 아이들 아버지로서 손색이 없을 만큼 훌륭한 인품을 지닌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이 길상이를 자신이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느낄수 있어서요.
차갑고 이성적인 서희지만 누구보다 깊은 마음으로 길상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은 제가 토지를 읽으면서 가장 확인하고 싶었던 마음이었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전 좋았습니다. 아픔이 있는 길상을 이해하고 만주에 남아 자신의 일을 하려는 길상을 더이상 원망하지 않을것을 알게 되어 전 좋았습니다.
...
책을 읽다보면 이야기에 빠지면서 메모하는 일을 빼놓는 적이 많습니다. 그래서 쓰고 싶은 얘기가 생각나지 않아 후기를 쓸때는 항상 부족하고 아쉽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이번주도 뭔가 많았는데...하는 생각이 남는걸 보면 그렇습니다.
하지만 모든 이야기를 다 짚어가며 할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너무 부담스럽지 않게 생각나는대로 써야겠다는 마음을 가져봅니다. 후기 쓰는 일도 책을 읽는일 만큼 즐거워야 한다는 생각인데.. 어느 한편으로는 내가 그 즐거움을 놓치고 있지는 않나 하는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어 요즘은 좀 더 후기를 즐겁게 쓸 방법을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모든 활동이 내가 즐거워야 온전히 책 읽는 일도 즐거울거라 생각해서 나의 독서활동을 다시 되돌아 보는 시간을 가져보기고 했던 한주였습니다.
다른 즐거운 일(뜨게질, 공부)에 시간과 마음이 빼앗겨서 시간을 많이 할애하지 못하고 있는건 아닌가 점검해보는 시간을 가려보려구요. 모든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 나의 삶이니까 그렇습니다. 불교에서 강조하는 내가 주체가 되는 자유로운 삶은 제가 요즘 추구하는 삶이기도 하니까요.
여러분들과의 소중한 시간이 제 삶에 더 큰 즐거움이 되도록 노력하려고 합니다. 함께 해주시니 너무 즐겁지 말입니다.
더 많은 분들이 이시간을 함께 하면 그 즐거움이 더 커질텐데 하는 바램을 가져보며 올해는 그 즐거움이 더 커지길 바래봅니다. ㅎ
신규 회원님이 들어오셨습니다. 함께 환영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딸기님 말씀 처럼 토지를 읽다보면
소설속에 빠져서 독서후기 남길때는
그전 읽던 순간들이 지나가고 그때의 감정을
떠올리기가 쉽지 않은것 같아요.
같은 책을 읽으니까 읽을때의 감정들은
서로 공감하고 있을테니,
저는 독서후기 쓰는것에는 부담 없이
책을 통해 얻게된 제 나름의 소감을 적는 정도로
가볍고 편하게 즐기는것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글은 누군가가 읽는다는 생각을 갖고
쓸수도 있지만, 나의 생각을 내가 들여다보며
정리하고 나를 위한 글쓰기의 역할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딸기님의 독서후기 글쓰기가
책읽기 만큼 즐거운 시간이 되시길 바래봅니다.
토지에 나오는 여성들은 큰 역할을 하고 있지요.
그러나 역할에 비해 가치를 알아주지 않고
그냥 집안의 일꾼 같은 느낌을 받아서
저도 읽는 동안 그 시절에 태어나지 않아
정말 다행이란 생각을 많이 합니다.
먹고 살기 힘든시절에 좋은 음식은
남편들 챙기고 자신과 아이들은 대충 떼우는식의
식사를 하는 모습을 볼때 세상 많이 달라짐을
느낍니다. 요즘엔 맛난 음식을 먹을때
아이들 먼저 챙기는 모습이 많지요.
저도 그렇지만, 아이들 먼저 챙기는것도
올바르다는 생각은 아닙니다.
누가 먼저랄것 없이
온가족이 다 같이 평등하게 대하는것이
가장 올바를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맛있는것이 있으면
남편 아들 저 셋다 똑같이 나눠먹으려고
합니다.ㅎ
이번주 독서후기도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늘 책읽기의 좋은 본을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딸기님,! 안녕하세요~^^
야무네와 푸건이의 이야기는 저도 정말 가슴 아팠습니다. 소설에서 '딸가진 죄인', '딸준 죄인.' 이라는 말도 반감이 생겼습니다. 세상에나.. 집안에 여자가 없다면 그 집안이 어떻게 될까요,,??! 손이 끊기기도 하지만, 그 옛날에는 여성들이 감내하는 노동도 상당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 소설에서만 봐도요.. 열악한 시설에서 의식을 해결하는 일이며, 아이를 낳고 돌보는 일이며, 고된 밭일까지.. 형편이 되는 양반이 아니고서야, 여성이 없는 집은 상상을 하기 힘들정도 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를 그렇게 비하하고 낮추고, 병들면 며느리를 버리는 그런 행태가 참 마음이 좋지 않았습니다.
선진국일수록 여성의 지위가 높다는 것, 우리 나라도 경제 발전이 되기 이전보다 결제 발전을 크게 이룩한 지금이 훨씬 여성 인권이 높아졌다는 것에서, 깨인 나라일수록 여성의 가치를 더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다음 세대를 낳고, 기르는 일. 한 인간이 나아서 자랄때까지 필요한 모든 보살핌이 곧 교육의 한 과정이라는 것, 또한 여성의 강점이 더 필요한 일자리, 여성 특화가 아니라 하더라도,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이 가지는 노동력, 지적 능력을 굳이 경제(인류) 발전에서 배제 시킬 필요가 없다는 것, 오히려 남성중에서 뛰어난 사람을 고르는 것 보다, 여성까지 범위를 확대하면 뭐든 확률은 두 배가 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회가 더 발전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발전하다 보니 한계를 느끼고 그 필요성을 알게 되었을 수도 있고요.
서희가 묵묵히 길상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은, 김환이 왜헌병을 피해서 평사리 서희집에 들었을 때 알게 되었습니다.
내심 길상을 기대했던 서희의 실망한 빛이 역력했다는 구절에서 그랬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이었다는 것은 그것이 내내 안중에 있었다는 것일 테니까요,,!
독서 모임은,, 저도 충원의 필요성을 느낍니다.
다만, 이전 처럼은 아니고, 3~4분 정도만 더 하고 싶습니다.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해서요,, 올 한해도 시간은 더 필요하지만, 주 1회 만큼은 평생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멈출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강도가 높지 않더라도 꾸준히 함께하실 책 좋아하시는 분들을 조금 더 모셔야 겠다고 저도 생각했습니다. 혼자서는 핑계 댈 수 있는건 너무나 많다보니, 모임을 하지 않고서는 이어나가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지금 계획은 1년 반 정도는 지나야,, 또는 2년은 지나야 이전처럼 + 당시에 기획하던 걸 다시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6명이 똘똘 뭉치던 그 시절이 제일 몰입도가 좋았는데, 서로의 글을 읽고 댓글을 진심으로 나누기 위해서는 많은 인원 보다는 그 정도가 좋은 것 같습니다.
우선 오늘 모르는 분이 한분이 신청을 주셨는데, 우선 안내는 드렸습니다. 몇 분 더 모집을 해보겠습니다.
설 이후에는 좀 더 활기찬 모임이 될 수 있게 노력 하겠습니다.
생각을 이렇게 말씀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그럼 즐거운 한 주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