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실격 – 다자이 오사무
첫 책으로 고른 인간실격은 ‘조금 많이 어렵다’라는 생각이 드는 책이였습니다. 소설의 배경이 예전 일본이라 시대적·문화적 차이도 있었지만, 그것을 차치하더라도 책을 무작정, 아주 이따금씩 읽기만 했지 나만의 생각으로 소화해 본 적이 한번도 없었기에 더욱 어렵게 다가왔습니다.
처음 쓰는 후기라 어떤 순서로 써야 하는지... 그 틀이 잡히지 않아서 우왕좌왕 할 수도 있다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주인공인 요조는 시골의 부자집에서 태어났지만 자기 본연의 모습을 광대 짓 뒤에 감추고 살아가는 소년이였습니다.
기본적인 대화부터 ‘보통’사람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과정 속에 있을 법한 모든 일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상처받을까 두렵고, 항상 불안감과 공포심에 전전긍긍하는 사람으로, 스스로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기제처럼 본성을 숨기는 방법으로 가면을 뒤집어 쓰고 남들을 웃기며 그들의 눈을 속였습니다.
그러다 중학교 진학과 동시에 가족들의 품을 떠나게 되고, 후에 ‘호리키’라는 인물을 만나면서 술과 담배, 매춘부와 전당포, 좌익사상과 접하게 됩니다.
요조에게 이런 것들은 모든 불안을 회피 할 수 있는, 숨 쉴 수 있는 도피처였으나 그 유혹에 중독되어 차츰 벗어날 수 없는 늪처럼 조금씩 깊이 빠져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는 그의 삶을 그렸습니다.
‘아버지에게 호소하고 어머니에게 호소하고 순경에게 호소하고 정부에 호소해 봤자 결국에는 처세술에 능한 사람이 내뱉는 그럴싸한 변명에 놀아날 뿐이니까요.’
어쩌면 어린 시절부터 요조가 믿고 의지할 곳이 없었기 때문에 모든 일이 좋은 방향으로 가지 못했던 건 아닐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고, 내가 부모라는 위치를 앞세워 아이들의 입장이나 의견을 무시하지 않았나 하는 반성과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보금자리가 되어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서로 기만하면서도 신기하게 아무도 상처 입지 않으며, 그렇게 기만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는, 실로 눈부신, 그야말로 맑고 밝고 명랑한 불신의 예가 인간의 삶에 충만해 있습니다.’
사람들이 함께 생활을 하는 모든 곳에서 뒷담화와 부조리 등은 필수요소만큼이나 그 존재가 당연시 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많이 웃프지만 제가 다니는 직장에서도 앞에서는 웃으며 친절을 베풀다가도 눈앞에 보이지 않으면 욕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혀를 찰 때가 많습니다.
‘아름답다고 느낀 것을 그대로 아름답게만 표현하려고 애쓰는 것이 얼마나 단순하고 어리석은 가.
거장들은 아무것도 아닌 것을 주관에 따라 아름답게 재창조하기도 하고 추한 것에 욕지기를 느끼면서도 호기심을 감추지 않고 표현하는 기쁨에 젖습니다.’
저는 그림 그리는 것에 재능이 눈곱만큼도 없지만 순수함과 창의력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틀에 박히지 않은 아이들의 생각을 평범하지 않다는 이유로 ‘이상한 것’으로 치부해 버리는 어른들, 그 어른들 속에서 자라나 평범한 틀 속에 갇혀버리는 아이들의 모습이 남이야기 같지 않았습니다.
남들이 하는 것을 따라하는 것에 익숙해져 그렇지 않은 것을 바라보는 시선에 생겨난 편견이 정답이 되고, 틀리다고 말하며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것들과 잘못된 관습과 관행이 만연한 세상,
내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이 생각나는 구절이였습니다.
‘세상 모든 사람의 말투는 이런 식으로 까다롭고 어딘가 모호하고 빠져나갈 구멍을 미리 만들어 놓는 것 같이 미묘하고 복잡한데 그 무익하다 싶을 정도의 엄중한 경계심과 무수하다 할 정도의 치사한 계산속에 저는 늘 당황해서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광대 짓을 하면서 얼렁뚱땅 넘어가거나 아니면 말없이 받아들이고 모든 것을 맡기겠다는 패배자적인 태도를 보이고 마는 것입니다.’
사람 간 소통에 있어 진심으로 하는 대화가 과연 얼마 많은 비중을 차지할까요?
‘진심’이 언제나 좋은 영향을 준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매번 말 뒤에 숨겨진 의도를 파악하고, 득과 실을 따져야 하는 등 복잡한 상황속에서 진실된 소통을 하기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신뢰와 믿음이 없는 세상 속에서는 가면이라도 쓰고 나의 속마음을 감추고 비위라도 맞춰야, 나또한 그들과 같은 사람인 척해야 겨우 숨쉬며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요조가 그랬듯, 적응하지 못한 누군가는 상처받고 요조처럼 출구 없는 터널 속을 걷는 듯한 삶을 살아가는 기분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신께 묻습니다. 신뢰는 죄가 되나요?’
이 구절을 읽을 때는 정말 뒷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듯 가슴이 아팠습니다.
요조가 생각한 유일한 희망, ‘신뢰의 천재’ 요시코는 사람을 의심할 줄 모르는 사람이라 나쁜 일을 겪게 되었습니다. 신뢰라는 희망마저 부서져 버리자 요조의 정신력이 철저히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책에서는 극단적인 상황을 보여주었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아주 사소한 것도 서로를 속고 속이며 살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을 믿는다는 게 자신의 약점이 되는 세상,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라는 게 씁쓸합니다.
‘제가 지금까지 아비규환으로 살아온 소위 ‘인간’ 세상에서 딱하나 진리 같다고 느낀 것은 그것뿐이었습니다. 그저 모든 것은 지나갑니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삶이 롤러코스터는 아니였지만 경험에 빗대어 돌이켜 보면 전세사기를 당할 뻔해 걱정하던 일도, 아이가 생기지 않아 마음 고생했던 일도,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도... 아무리 힘든 일도 시간이 흐르면 그리울 순 있지만 결국엔 좋은 기억만으로, 좋은 경험만으로 추억할 수 있게 되더라구요. 불행에 너무 좌절할 필요도, 행복에 너무 도취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시간은 계속 흐를 것이고, 우리는 그 시간 속에 살고 있으니 모든 것은 지나갈테니까요.
‘만남에 아무런 환희도 없고 이별에 아무런 슬픔도 없는 황량한 인간관계는 그야말로 인간 실격의 삶이다. 타자와의 관계에는 가슴과 영혼의 교류가 필요하다. 산다고 하는 것, 존재한다는 것은 진실된 어울림이다.’
어린 시절 가족이 따뜻하게 그의 진심을 물어봐줬더라면 어땠을까,
자신의 이득만 챙기는 호리키와 넙치 같은 사람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요조의 가치를 알아봐주는 다케이치와 유일한 희망이 되어준 요시코 같은 사람이 그의 주변에 많았더라면 어땠을까,
‘요즘 얼마나 세상이 흉흉한데’
정말 각박하고 위험한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는 그 속에서 누구하나 믿을 수 있는 이가 없다고 말하지만, 저는 만남에 반가움도 있고 이별에 슬퍼 할 줄 아는 그런 관계들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요조라는 인물을 통해 당연시 되어 왔던 인간 세상의 이면을 보았고, ‘인간답게 사는 것’은 무엇이며, 나 또한 누군가의 삶에서, 스스로의 삶에서 인간실격에 가까워지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정말 어려운 책이였습니다.
많이 부족한 제가 읽고 느낀 이 감정과 생각이 적절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지만, 시간이 흘러 다시 읽어본다면 그때는 어떤 부분이 어떻게 와 닿을까 궁금해지는 책이였습니다.
가다쿵님 안녕하세요
가다쿵님의 후기 잘 읽었습니다
어려운 책이라고 하셨지만 훌륭하게 소화하신 느낌입니다
저는 모든것은 다 지나간다 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일희일비 하지 말자고 늘 마음먹고 있는 중입니다. 그러면 힘들거나 괴로운 일도 받아들이기가 좀더 수월하고 좋은 일에도 겸손하게 되어서 평정심을 유지하며 살아가는데 도움이 됩니다
제가 책을 읽는 이유중에 하나가
마음이 심란할때 책을 읽으면 심란한 마음이
조금은 가라앉고 마주한 현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필요없는 곳에 마음을 덜 쓰게되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일면석도 없는 분들을
이렇게 독서 후기로 만나 서로의 생각을
나눌수 있는것도 저에게는 설레는 일이라
인간실격은 아니지 싶습니다 ㅎㅎ
다음주의 가다쿵님의 후기로
다시 만나기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가다쿵님 첫 후기 너무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저는 인간실격을 읽어보지 못했는데,
가다쿵님의 후기를 읽으니,
이 책이 많이 궁금해 집니다.
책속에 글을 인용해 주시면서
그 글에서 느끼는 가다쿵님의 삶까지
이야기 해 주셔서 가다쿵님이 어떤 분이실까?
상상해 보게 되네요.^^
"타자와의 관계에는 가슴과 영혼의 교류가
필요하다.
산다고 하는것, 존재한다는 것은
진실된 어울림이다."
저는 이 구절이 마음에 듭니다.
요즘 가슴과 영혼의 교류를 할 수 있는사람을
만나는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을 만난다면
소중히 잘 간직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들과 진실된 어울림을 잘 하고싶습니다.
누구나 그런 바램으로 살지만, 쉽지 않는것이
현실이지요.
영혼의 주파수가 맞는 한두명만 있어도
행운이라 생각합니다.
이곳 독서 후기를 함께 공유하며
가슴과 영혼의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가다쿵님 후기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가다쿵님! 너무나 반갑습니다.
가다쿵님의 첫 후기라서 반갑고, 또 그 책이 [인간실격]이라서 더 반가웠습니다.
저도 이 책을 정말 재밌게 읽었었네요, 저는 읽는 내내 다자이 오사무가 천재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어린시절의 요조에서 저의 아들을 생각하기도 했었습니다.
‘아버지에게 호소하고 어머니에게 호소하고 순경에게 호소하고 정부에 호소해 봤자 결국에는 처세술에 능한 사람이 내뱉는 그럴싸한 변명에 놀아날 뿐이니까요.’
올려주신 이 구절에서 특히나요..
아이가 돌 지나서 제가 복직한 이후부터 장작 몇 년 동안 제게 매일같이 호소한 일이 있었는데, 그걸 알면서도 달래고 끌고.. 결국 외면하고 매일 어린이집을 보냈었습니다. 어느 어린이집이나 거부는 계속 되었었는데, 모두 그냥 엄마와 떨어지기 싫어서 그런거다. 괜찮다는 말만 들었었습니다. 결론적으로는 제 아들이 이 세상에 믿을 단 한사람. 엄마에게 그렇게 호소했는데, 정작 다른 직업적인 사람들의 말만 들어왔던 것이었네요. 당시 제가 많이 힘든 시기 였기 때문에, 저 구절을 읽으면서 굉장히 가슴 아팠던 기억이 나네요. 결국 그때를 기점으로 책이 꼭 계기는 아니었지만, 병원이나 여러가지 상담들을 통해서 가정 보육을 결정하게 되었었습니다. 너무 늦었지만, 그때 그렇게라도 한 것이 저와 저희 가정 모두에게 가장 잘 한 일중의 하나로 남아 있습니다.
그 당시 기억때문인지, 이 책이 제 기억에 매우 강렬합니다.
‘아름답다고 느낀 것을 그대로 아름답게만 표현하려고 애쓰는 것이 얼마나 단순하고 어리석은 가.
저는 항상 이런 구절에서는 밀란 쿤데라 책에서 읽었던, '키티의 세계'가 떠오르거든요.
그 전까지는 제가 전혀 인식하지 못했던 '미학적 이상' 이었습니다.
아름다움 이면에 감추어진 다른 모습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인데, 그런걸 가장 잘 활용하는 사람들이 '정치인'이라고 하더라고요. 그 말에 딱 공감이 갔습니다. 초원에서 뛰어오는 어린이아이를 받아 안는 순간의 액자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하고, 우리는 그 액자 이외의 다른 이미지. '사실'을 보고 싶어 하지 않으니까요.
맨 위에구절과 다르게 이 구절은 정확히 앞뒤 상황이 어떤걸 말하려 했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제가 바로 떠오르는 걸 적어보았습니다.
‘신께 묻습니다. 신뢰는 죄가 되나요?’
이런 대목에서 다자이오사무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퇴폐적이지만 호소력이 짙고 강렬한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이 책에서 요조와 친구가 '희'/ '비' 장난을 칠 때, 요조가 '죽음'을 '희'로 표현한 그 순간, 자살하는 사람들의 심리가 바로 이런것이겠구나 싶었었습니다. 죽음이 긴 터널을 지나 반드시 닿아야 할 '희'의 순간으로 해방시켜주는 듯하게 느껴졌거든요. 아마도 실제 그러해서 다자이 오사무도 그렇게 삶을 끝냈던 것이 아닐까 싶었고요~.
그러면서도 분명 이 분은 해학적 코드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심각한 글임에도 웃긴 부분들이 있었고, 저렇게 말하고자 하는바가 바로 전달되게 글을 쓰시더라고요. 가다쿵님처럼 저도 이 책이 많이 어려웠지만, 천재 작가를 제가 알게 된 것 같은 신선함을 느꼈고, 그의 작품이라면 어떤 책이라도 바로 또 집어들 것 같은 팬심이 생겼습니다.
오랜만에 다른 분의 이 책에대한 후기를 읽게 되는 기쁨이 컸네요.
반가운 책이어서 답글이 길어졌습니다;!
감사합니다.
노트북 드림.
우선 저도 읽었던 책이라 무척 반가운 마음입니다. 첫 후기 올려주셔서 너무 소중하게 잘 읽었습니다. ㅎ
글을 많이 못 써보셨다는 얘기를 듣지 않았다면 전혀 못 느낄만큼 글을 잘 쓰시는데요.
사회생활을 하시니 더욱 이런 현대인의 인간관계에 더 공감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전업주부로 살았지만 시댁, 친구, 지인들과의 관계에서 느낌 감정도 정도는 다르지만 그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인간이 순수함, 진실함을 지니고 사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나이를 들어가며 더욱 느낍니다.
나의 진심이 정말 진심인지, 또 그 진심이 상대에게 과연 온전히 전해지는지.. 항상 그 믿음에 자신이 없었습니다. 믿음이라는 것은 마음이고 마음은 언제나 변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어서 언제나 나의 진심에도 자신이 없었슴을 고백합니다.
하지만 순간의 진심을 믿는 편입니다. 그래서 그런 마음을 열심히 전달하려 노력하는 편입니다.
그 마음이 사라지기 전에요.
사람에게 받아 들여지지 않는 나의 진심으로 상처를 받고 세상의 어둠 속에 숨어버리는 일.
불안정한 요조에게 일어나는 그런 일련의 시간들이 이해가 되면서 저 또한 안타까운 마음이었습니다.
그게 우리 세상의 루틴처럼 생각이 들어서요.
작가의 체험적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소설이어서 더욱 진하게 느껴지는 이야기였습니다.
실제로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살면서 알게 됩니다.
이런 소설이 그들의 마음을 읽어주고 한편으로 작은 위로가 되어준다면 좋겠다는 생각도 함께 합니다.
이 새벽에 가다쿵님 덕분에 이런 생각을 하는 시간을 갖게 되네요. 감사합니다.
바쁜 주말을 보내시나 보네요.
좋은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ㅎ
주말에 시간을 못 맞출것 같아서 미리 올렸습니다 ^^ 이번만 봐주시면 감사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