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노트북 입니다.
오늘 아침 갑자기 아들이 바다를 보고 싶다고 해서 동해에 와 있습니다.
올때, 책은 챙겼는데.. 13권만 챙겨서 와버렸네요.
12권을 읽으면서 했던 메모들을 두고왔지만, 머리에 남는대로 한번 써보겠습니다.
12권을 읽으면서는 상현이 알고 보니 명희도 사랑했다는 점에서는 놀랐고, 기화 역시 매우 사랑했다는 말에서는 역시 그랬구나.. 했었습니다. 상현이 일찍이 전주에서 기생으로 잘 살고 있는 기화를 찾아가 한 달을 신세지겠노라 했을때는, 상현이 기화를 좋아하거나 이성으로 생각한 것은 아니지만.. 대화에서 앞으로 글을 쓰겠노라 다짐을 이야기 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고, 기화는 어떻게 살고 있는가 묻는 장면에서 순수한 대학생들의 여사친/남사친과 같은 감정이 느껴졌었습니다. 그때.. 저는 상현 자신은 최서희만 좋아한 줄 알았지만.. 자신도 모르게 기화도 좋아하고 있던게 아닐까?! 엉뚱한 상상을 했었습니다. 이후에도 책에서는 어느날 우는 기화를 보며 예기치 못한 충동으로 관계가 시작된 것처럼 이야기 했으나.. 기화에게 맘껏 해줄 수 있는 경제적 상황이 안되는 상황에서 기화가 주는 선물을 맘편히 받지 못하는 상현을 보며 꼭 좋아하는 여성을 대하는 느낌을 또 받았었습니다. 남자가 여자를 좋아할 때, 계속 누군가를 지속적으로 찾는다면 그것이 과연 꼭 관계만을 위한것이 가능한 것일까?! 그런 의문도 가져보았었고요. 여자라면 그러기가 매우 힘들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작가님께서는 둘의 사이를 그렇게 연애 소설관점에서 쓰신게 아닐것 같은데 제가 그 둘의 장면에서 그런 상상을 하는 것이 조금 부끄러웠고, 주요한 내용은 아니어서 후기에는 적지 않았었습니다.
그러던 중, 이상현의 그런 고백을 보니.. 역시 그러했구나. 그러면서 죽은 기화가 참 안타까웠습니다. 길상, 상현 그 누구에게도 터놓고 사랑 받지 못하고 그렇게 죽은 것이요.. 사랑을 받았다면, 누군가가 자신을 열렬히 사랑해주는 경험을 받았다면 기화는 아편이나 죽음, 그런 선택은 하지 않았을 거라 생각이 됩니다..!
한편, 한 때 상현을 정말 사랑했던 두 여인, 최서희와 명희가 한 자리에서 상현이 다른 여성과의 사이에서 낳은 양현을 두고 아이의 양육을 논하는 장면이 신기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상현은 왜.. 양현을 이미 거둔 최서희에게 직접 자신의 뜻을 전하지 않고, 명희를 통해서 그렇게 부탁했을까? 그것도 궁금했습니다. 명희가 자신이 쓴 소설을 출간하고 인세를 관리하기가 더 수월할거라 여겨졌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최서희와의 마지막 보다는 명희가 그래도 더 친구로 남을 수 있는 사이여서 그랬을까요? [토지] 후기를 저처럼 사랑이야기로 질문을 연발하는 사람이 또 있을지도 궁금해집니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장면은 양소림의 결혼 소식에 환국과 순철이 싸우는 장면이었습니다.
저는 이런 우정이 부럽고 그립습니다.
이렇게 부끄러울만큼 깊숙한 이야기를 털어놓고, 상대에게 너도 좀 솔직해 지라며 칠 수 있는, 그런걸로 치고박고 하다가 다시 함께 가서 술먹을 수 있는 그런 우정이 너무 그립네요.
문득 살면서.. 제가 가졌던 그런 우정들을 회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결혼을 하니, 왜 그런지 그 진한 우정도 기억만 있고 감정이 잘 남아 있지 않네요.. 만나면 반갑고 좋지만, 한 때 그렇게 친구들을 좋아했던 그 감정들은 잘 살리기가 힘든 것 같습니다. 문득 결혼하지 않은 친구가 어느새 멀어져 가며 제게 가졌을 서운함이 있지는 않았을까.. 그런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토지]를 읽으며 뭔가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머릿속의 모든 기억들을 다시 깨우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양소림과 정윤의 결혼식에서 정윤과 그 형의 초라함과 소외감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사람들이 태어나면서 부터 익숙한 그 환경을 처음으로 아주 객관적으로 마주하는 상황이 결혼이 아닐까 싶습니다.
상견례를 시작으로 그 이후의 결혼 생활에서, 마냥 자신에게 있어서 전형적인 부모상의 기준이었던 분들을 좀 더 객관적으로 마주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는, 내 어머니(부모)께서 이런 분이셨구나, 이런 삶을 사셨던 거구나를 더 깨닫고 더 애틋한 마음, 존경심을 갖는 마음을 갖기도 하고, 좀더 객관적으로 모든 부모가 그런건 아니었구나.. 를 깨닫는 계기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양 집안이 경제적이나 어떠한 기준에서 차이가 나는 경우에서도 '결혼'이라는 것을 계기로 더 객관적으로 자신의 상황을 깨닫게 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예전엔 너무 순진해서 몰랐던 것 같은데, 지금 보니 왜 차이가나는 결혼을 '없는' 쪽에서 반대하는지도 알 것 같았습니다.
또한 자신과 결혼 하려는 상대는 누구라도 계산을 하지 않고 덤빌 사람은 없을 것이라는 그 비극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소림이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정윤과 숙희의 관계를 알고도 전혀 실망하거나 동요하지 않는 소림, 좋아하는 소년이 자신의 치부(손등의 혹)를 알지 못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멀리서만 본 자신을 기억하길 바랬던 소림, 이모의 불륜을 혐오스러워 하는 그 순수한 소녀 소림이 안쓰러웠었네요. 왜 구태여 이런 결혼을 만들었어야 하는지, 세상이 변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결혼의 형태는 그 시절 이전부터 지금까지 계속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2030 세대는 결혼을 의무라고 생각하는 틀에서 많이 벗어난 듯 싶습니다. 개인의 삶을 주체적으로 일궈 나간다는 측면에서는 결혼에 대한 강요나 압박을 벗어던지는 것이 훨씬 현명한 길이라 생각합니다. (항상 그래서 인구감소가 문제가 된다 하지만요..)
마지막으로 학생 운동과 세상에 눈을 뜨는 아들 윤국과 어미 서희의 대화에서 '아브락사스'가 생각이 났습니다.
데미안을 읽으며, 너무나 강력하게 제 뇌리에 남은 기억입니다.
'새는 알에서 깨어나 신께로 날아갔다. 신의 이름은 아브락삭스.'
아브락삭스는 선과 악의 신입니다.
저는 이것의 의미가 진정으로 싱클레어가 눈을 뜨고 깨우쳤다는 것으로 받아들였었습니다.
자신이 강요받아온 그런 의무와 정신적 세계들에 지속적으로 질문하고 고뇌했던 해세가 결국 결론을 그렇게 지었다고 생각했거든요.
자신이 자라왔던 그 '아버지다운 세상', 그 밝고 옳고 따듯한 세상. 그 밖에서 똑같이 펼쳐지고 있는 어두운 부분에 대해, 왜 그 어두움을 제대로 말하지 않았는지, 왜 그 세상의 반을 이루는 어둡고 더러운 부분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밝은 부분만 설명함으로써 모순을 만드는지. 그런 강력한 반항과 그 방황에서 마지막에 선과 악이 공존하는 온전한 세상으로 새가 알에서 깨어 날아갔다고 생각했습니다.
제 이야기와 제 정서에 빗대서 이해하고 각인이 되었던 것입니다.
저는 데미안을 매우 좋아하지만, 그 자체로 느낀것들이 너무 좋아서 다른 사람들의 후기나 해설을 찾아본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실제 저 문구에 대한 헤세의 언급이나 해설이 있었는지, 다른 사람들의 해설이 있었는지는 모릅니다.
그게 있다면, 나름대로의 제 해석이 꽤나 엉뚱해질수도 있겠지만요.
순간 아! 하고 느꼈던 그 감정을 그대로 간직하고 싶은 마음 입니다.
저는 윤국이 그 과정을 향해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알에서 깨어나려고 몸부림 치는 모든 젊은 영혼들을 응원 합니다.
그들의 고뇌나 반항 그런 것들을 나쁜 것이라고 차단하며 억누르기 보다는, 그 정신적 성장, 자아 성찰을 위한 과정을 누구나 치열하게 겪어 보길 오히려 바랍니다.
이상으로 12권 메모가 없어서 떠오르는대로 적어본 후기를 여기서 마무리 하겠습니다.
이번주는 목,금 아들이 심하게 아파서 응급실을 다녀온 후 집에서 있었습니다.
저희는 이런 일이 자주 있네요,, 그리고 오늘 좀 나았는데 바다를 보고 싶다고 해서 남편과 함께 바로 출발했습니다.
목요일날 하루 진땀빼고, 금요일 새벽까지도 잠을 못자고 맘을 졸였는데.. 그렇게 말하니 무조건 들어주고 싶더라고요.
한 주에 반은 항상 무슨일이 있는 것 같습니다.
주 1권 진도를 지키지 못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무겁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한 읽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노트북 드림.
노트북님 후기 잘 읽었습니다.
토지를 읽어보지 않아 후기를 읽을 때 마다 아쉬운 부분이 있네요 ㅎ
환국과 순철의 이야기를 읽고 있으니 제 우정도 문득 생각이 납니다.
저는 친구가 많지 않고 초, 중, 고 친구들이 모두 같은 친구들입니다^^
어렸을 때는 친구 집에서 살면서 친구네 집 밥 얻어먹으며 한 침대에서 잠도 자고,
학교 가는 길마다 친구네 들려 이제 일어난 친구에게 잔소리를 퍼부으며 교문 닫힐까 봐 조마조마 전력 질주를 하던 기억이 있네요. 그 친구들도 이제는 모두 결혼하고 아이도 낳고 가정을 꾸리고 살고 있습니다.
어느 날 (제 친구들을 다 아는)신랑이 너는 진짜 친구가 누구냐고 물어보더라구요.
그 말을 듣고 생각해보니 제 기준에는 진짜 친구가 없는 것 같다고 대답을 했죠.
대답을 하면서도 저도 충격, 신랑도 충격.. ㅋ
나중에 생각해보니...
대단했던 '그' 우정이 더 소중한 가정이 생긴 후에 순위가 밀려나니 '우정이 식었다'는 생각이 무의식중에 있었던 것 같아요. 나 또한 그들에게 그럴 진데, 제 서운함만 앞섰던 거죠^^
우정도 친구니까 당연한 게 아니라 사랑처럼 애정하고 관심 갖고 돌보아야 하는 감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환국과 순철이처럼 계산하지 않고 내 치부를 내 보일 수 있는 우정이라면 더 없이 좋겠지만
현재는, 무언가에 대해 진솔한 대화를 할 시간도 없고(거리상의 이유로, 육아로 바빠서) 기회도 흔치 않더라구요^^
이제는, '내가 살아가는 이 삶에 앞서거니 뒷서거니 함께 걷고 있는 친구들이 그냥 존재한다' 라는 것 만으로도 이 길을 걷는데 많은 힘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나중에.. 아이들이 크고 우리가 또 성장한다면 그 후에는 좀 더 여유롭게 만나 그동안 살아온 얘기를 진솔하게 나눠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며칠 안되었지만 요즘엔 난생 처음 생각이라는 것도 많이 해보고 있는 것 같고,
독서 모임 활동을 통해 꾸밈 없는 제 얘기를 많이 하고 있는 것 같아 이 교류가 더욱 뜻 깊네요^^
책 내용을 다 알진 못하지만 에피소드로 노트북 님의 이야기를 듣고
저 또한 같은 부분을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노트북님.
지난한주 여러 마음이 교차하셨을것 같네요.
부모마음이 아이가 아플때가 가장 힘든데
응급실을 가고, 어린 아이가 견디기 힘들다고
말할때 부모의 심정이 어떠했을지 짐작이 가서
더 그마음을 헤아려 보게 됩니다.
아이가 회복되고 바다보러 가고싶다 말할때
뭐든 다 해주고 싶은 마음도 알겠고요.
항상 순간순간을 최선을 다해 사는 모습을
보니 늘 응원하는 마음입니다.
아이가 아프고 나면 욕심이 없어지고
건강하게 자라는것 만으로도 감사한 생각이
들지요.
고난이나 힘듦이 늘 나쁘게만 생각되지 않을때도
있습니다.
'감사' 라는 선물을 가져다 주니까요.
오늘도 내가 감사할것이 무엇인가
한번 새겨보며 하루를 시작해 봅니다.
안녕하세요 노트북님
아이가 아파서 응급실까지 다녀오셨다니 꽤나 마음 졸이고 고생하셨겠습니다
그랬던 아이가 바다가 보고 싶다고 했다니 평소에 바다를 무척 좋아했었나봐요. 자연을 좋아하는 따뜻한 아이의 모습이 그려지네요^^
책없이 후기를 쓰시다니 저는 있을수 없는 일을 하셨네요 ㅎㅎ
제가 책읽는 습관중에 단점이 스토리 위주 빠르게 읽을때가 대부분이라 책 내용을 잘 기억을 못해서 한번 읽었던 책인데도 내용 기억을 못 한적도 많습니다. 지금처럼 후기를 쓰기 위해 메모를 하면서 나름의 의미를 생각하면서 읽었더라면 시간은 오래 걸리더라도 남는게 많았겠구나 싶습니다
그래서 후기를 읽어도 세세한 내용이 기억나질 않아 댓글을 쓰는데 내용이 부실하다는 변명을 해 봅니다.
토지속에는 참 안타까운 남녀 사이들이 많았던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해하기 어려운 남자들의 행보도 많았던것 같습니다.
제가 여자라 그런가 기구하고 안타까운 여자들의 삶에 많이 감정 이입이 되기도 했었구요
후기글 잘 읽었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아들이 많이 아팠었군요.ㅜㅜ 좀 나아졌다니 다행입니다. 엄마들은 아이들이 성인이 될때까지 항상 마음을 졸이며 사는것같아요. 회복하는 아들의 청은 무조건 들어주고 싶죠. ㅎ 바다가 보고 싶다는 아들의 청을 들어주는 엄마의 마음이 느껴져 뭉클했습니다.
책을 들쳐보지도 않으면서 후기를 쓰시는 노트북님의 저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전 후기를 쓰려면 미리 발췌부분도 적어놓고 이리저리 뒤적이며 쓰거든요. ㅋ
양소림의 결혼 이야기도 할 얘기가 많지만 끝없는 수다가 될거같아 참아봅니다. ㅋ
요즘 세대의 결혼이 선택이라고 하죠. 저도 한때는 그 생각에 막 박수를 보내곤 했는데 요즘 생각해보면 내 가족이 없이 살아간다는 것의 적막함이 먼저 떠올라요. 아이와 남편과 복작거리며 사는 시간이 없이 혼자 뭘하며 긴 세월을 보낼까, 가족같은 평생 친구가 없이 살아간다는 것이 가능이나 할까... 뭐 이런 생각이요.
물론 젊은 세대들에게는 고루한 생각일수 있지만 결혼생활을 해본 선배 입장에서는 그런생각이 듭니다.
양소림이 손등의 흉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저도 데미안을 여러번 읽었는데 아브락삭스는 기억을 못합니다. ㅜㅜ
노트북님은 어떻게 그렇게 읽은 책을 다 기억하시는지 경외스럽습니다.
또한번 소환해주시니 전 너무 좋지 말입니다.
윤국의 행보를 저도 응원합니다. 알에서 깨어 나온다는 말의 의미를 저도 곱씹어 보게 됩니다.
이번 겨울은 남편 건강이 걱정되어 겨울 여행은 못갔네요.
저도 겨울 바다를 좋아하는데.. 나중에 가면 되겠죠. ㅎㅎ
노트북님이 제 몫까지 바다를 많이 즐기다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완독의 부담은 내려 놓으시구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