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노트북입니다.
토지를 읽는 초반에는 동학농민운동 시점부터 그 시절 생활상과 독립운동에 대한 민족애환을 다룬 이야기로 느껴졌습니다. 10권을 넘어가면서 이번 13권까지 점점 짙어지는 것은, 그중에서도 박경리 선생님은 사회주의 사상과 우리나라 혁명운동의 근원에 대해 이야기해 주신다는 느낌입니다. 사회주의 사상을 가졌던 남편이 6.25 당시 납북(소식에 따라서는 월북)했던 가족사, 혁명적 성향이 강했고, 유신 독재시절 사형까지 선고받은 전력이 있었던 사위 김지하 시인의 옥바라지를 하셨던 아픔이 이 소설의 기저가 된 것일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전 후기에서도 짧게 언급했던 부분이지만, 10권이 넘어가면서부터 같은 시대를 다룬 소설이어도 작가에 따라 초점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이광수의 소설들은 하나같이 사랑과 계몽사상에 대한 것이었다면,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는 주로 사회주의와 혁명 운동이 주인공들의 주를 이룹니다. 제가 11권 후기에서 이 이야기를 썼는데, 12권에서는 이광수에 평을 등장인물들의 말에 빌려서 했던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소설의 대화에서 모두가 이광수를 부정적으로 평가했기 때문에, 작가님의 시선에서는 특히 그러하셨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광수의 작품들을 굉장히 좋아했고, 그의 작품들을 읽으며 이것이 곧 그의 삶이었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젊은 날의 뜨거운 애국심, 열정과 인생에서의 진정한 사랑을 겪으며 인간 이광수로서의 투쟁과 체념. 단념 이런 감정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되었었습니다. 이광수의 후기 활동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저는 이광수가 '현실'을 체념하며 받아들인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1937년 수양동우회 사건으로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되었고, 1938년 10월 정신적 스승인 안창호가 사망하자 충격을 받고 실의에 빠졌으며, 이후 전향을 선언했다고 나옵니다. 당시 열혈독립운동지사들이 무슨 이유인지 대다수 친일파로 전향했다고 합니다. 어린 시절이었다면, 용서 못할 일이었다고 생각했겠지만 그들이 민족의 계몽과 독립을 위해 싸웠던 젊은 날들과 왜 그들이 이후에 현실적 벽에 부딪히며 중년 이후 생각을 바꾸게 되었는지도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그의 작품을 통해서도 '사랑'이라는 감정을 잘 표현하고 얼마나 진심이었는지를 알 수 있고, 사랑과 (자금난, 그 안에서의 정치등을 겪으며 실제 독립에 대한 현실적 가능성에 대한 고민등으로) 독립운동에 대한 현실적 회의를 느낀 것이라고 추측을 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는 아마도 살아남아 글로써 어찌 보면 지금의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처럼 글로써 민족에게 전하고자 하는 바를 은밀히 전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 것이지요. 저는 반드시 일본과 전면 대립으로 싸우는 것만이 독립운동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그를 이해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자결을 하거나, 독립운동을 위해 목숨을 바치거나, 수감 생활 중 옥사하는 경우가 아닌, 살아남아 글과 교육으로 하고자 하는 일이 또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광수에 대해서는 전하는 매체의 성향에 따라서 굉장히 비판하는 부류도 있고, 저처럼 현실적 인간으로서 느끼는 감정과 그의 삶 일대기를 통해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이해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는 정치색을 떠나서 어린 시절과 20대 시절 읽었던 이광수의 소설을 이해하기 위해 그의 삶을 찾아보며 이해했던 부분들이었습니다.
오히려 [토지]를 읽으며 이광수를 더 이해하게 되기도 했습니다. 당시 독립운동가들 사이에서도 현실주의와 이상주의의 갈등과 대립이 시간이 갈수록 심해졌겠다 하는 생각과, 아무리 취지가 좋은 어떠한 일이라도 절대로 빼놓고 생각할 수 없는 자금난, 그리고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어쩔 수 없는 인간세상에서의 '정치'의 실상들을 토지를 통해 더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다시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로 넘어오면, 아마도 선생님은 우리나라에서의 사회주의와 시민혁명운동의 뿌리를 동학농민운동으로 보시는 것 같았습니다. 남편과 사위의 사건을 겪으며 [토지]를 집필하실 결심을 하시고, 사위가 옥중에 있을 때 집필을 시작하신 것으로 나옵니다. [토지]를 통해서 동학농민운동, 독립운동가들 중에서 사회주의 사상을 가졌던 등장인물들을 토대로 그들이 왜 그토록 순수하게 그 일에 전념하고, 시민운동들을 일으켰는지를 자연스럽게 이야기해 줍니다. 동학농민운동과 독립운동이라는 시대적 배경을 가지고 민족의 애환을 다룬 소설이지만 기저에는 '사회주의'와 '혁명세력'이 가졌던 초기 순수한 의도를 자연스럽게 전하며 막연한 적대감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하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독자로서 느낀 아주 개인적인 느낌입니다.)
13권까지 읽고 전반적인 [토지]에 대한 느낌을 적은 것이었고요.
항상 그렇듯 한 권 한 권 내용이 방대하기 때문에 모든 걸 전할 순 없지만, 특히 인상 깊었던 구절 몇 개만 더해보겠습니다.
지리산의 해도사라는 인물이 김강쇠에게 하는 말 중에,
"... 물이 모이면 홍수가 되고, 그 부드럽고 나약한 것, 어떤 것도 쳐부수는 무서운 힘이 된다는 것을, 뻔한 이치를 사람들은 잊고 살거든. 노하여 뚝을 쳐부수던 물은 그러나 강이 되어 생명의 젖줄이 되는 것이니 물은 어머니요 해는 생명의 아버지라...."
순수하게 이렇게만 말하지만, 이 구절을 읽으며, 백성, 국민이 곧 물과 같은 것이겠구나 싶었습니다.
점점 내용이 깊어지며, 몇 페이지에 거쳐서 한 사람의 생각이나 독백이 나오는 부분이 있는데 상당히 어렵게 느껴집니다. 그런 구절은 유독 그냥 작가님이 독자들에게 들려주고픈 이야기를 등장인물을 통해서 말씀하신다고 생각하이 들어서 인지, 더 그 안에 숨은 뜻이 무엇일지 알고 싶은 욕구가 생기거든요. 그러다 보니 더 곱씹게 되고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이네요. 제게 떠오른 생각이 작가님의 메세지가 아닐 수 있겠지만, 그렇게 읽다 보면 나름대로 이 소설에서 깨닫고 얻게 되는 부분이 있어서 읽는 기쁨은 더 커지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인상 깊은 구절로 남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학생 운동에 빠지게 되는 윤국이 형에게 말하는 장면입니다.
"나는 이 큰 덩어리(집, 재산) 같은 게 싫습니다. 죄악이니까요."
실제로 학생운동의 전력을 가진 지인 분이 계셨습니다. 그분의 부인도 대학시절 함께 그 운동을 하셨다고 들었고, 현재는 50대 이실 것 같습니다. 그분께서는 매우 급진적 진보 사상을 가지신 것 같았습니다. 어느 시기에는 주체하지 못하고 정치적 이야기를 강하게 하시기도 했거든요. 저는 그런 이야기들을 한 개인의 삶과 그들이 보는 세상에 대해 듣는 것 같아 사실 재밌습니다. 극단의 이야기라도 그렇게 거부감은 없습니다.
어느 날이었습니다. 회식이 끝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러 가는 길에 그 분과 둘이 가고 있었는데, 당시 잠실일대에 싱크홀이 발생한다는 이야기를 제가 했습니다. 석촌 근처에서 큰 싱크홀이 발생하고, 만약 그 싱크홀이 아파트 밑에서 일어나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건지. 너무 무섭다는 말을 했거든요.
그 말에 그분께서,
"잘되었다. 돈 있는 놈들은 다 죽어야 해. 다 끝났다 맛 좀 봐라..!"
저는 그 순간 충격이었습니다. 술김도 있으시고, 완전한 사석이라 제가 편하기도 하셨던 이유인지 그냥 생각 없이 나온 말씀이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 한 것은 그분은 누구보다 자본주의적이고 정치적인 삶을 사셨는데요, 잠실을 이야기하셨지만, 본인 역시 그에 못지않은 곳에 집을 사셨고, 또 다른 집을 사실 계획을 하시면서 그 말씀을 하신 것도 제게는 충격이었습니다.
그때 제가 했던 말은. "돈 있는 사람들도 사람이에요. 돈이 있다고 나쁜 것도 아니고, 그분들도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그분들이 그렇게 참변을 당하면 가슴 아파할 가족이 있는 거잖아요..!"라는 말을 했는데, 바로 "그렇지." 하고 정정을 하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전부터 그분의 이야기 중 느낀 점은 약자에 대한 상당한 애환이 느껴지는 그런 게 항상 있었습니다. 아마도 그런 순수한 감정으로 그런 운동을 하셨던 게 아닐까. 생각했고, 정치적 이야기는 누구의 이야기라도 그렇게 반감 없이 맞장구 쳐줄 수 있기 때문에, 특히 제게, 신이 나셔서 김일성과 북한을 따라야 한다는 듯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 순간 제가 했던 말은 "그건 (진보가 아닌) 종북이잖아요!"이었고, 순간 정신을 차리신 듯 바로 그 이야기가 들어가고 "그렇지. 내가 너무 갔네." 정정을 하셨습니다. 그분도 다시는 김일성과 북한 이야기를 꺼내신 적은 없습니다.
아무튼 그때 처음으로 정치적 견해에 따른 인식 차이를 느꼈습니다.
약자의 편에 서고 싶어 하는 마음을 항상 이해했는데, 그 마음이 어느 순간 커지다 보니.. 강자.(그들이 생각하는 강자는 권력뿐만 아니라 가진 사람.)가 무조건 나쁘다는 인식이 깔리게 되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어떻게 똑같은 사람이고, 단지 사는 동네만 다를 뿐인데, 싱크홀 때문에 당해보라는 생각이 드는지 매우 놀라웠습니다. 그리고 가장 신기했던 점이 본인 자신은 이미 누군가에게는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아주 오래 전의 '없던 시절'의 본인만을 인식한 그런 느낌이어서 그 모든 것들이 충격이었지만, 한편으로는 그분이 저를 얼마나 편하게 생각하는지 느낀 순간이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하긴 저도 그 분과 같은 연배의 어떤 분께도 그렇게 말씀에 편하게 제 생각을 말하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아무리 그 말씀이 충격적이었어도 그분이 아닌 다른 분이셨으면 그대로 듣고만 있었겠지요. 당시 그 대화는 누구에게도 흘러갈 이야기가 아니라 믿고 하신 걸 거라 생각합니다. 십몇 년이 흐른 지금 처음으로 저도 이 이야기해 봅니다.
이 책에서 윤국이 자신의 집이 가진 자이기 때문에 오히려 반감을 가지는 부분이나, 이전의 그런 사회주의 사상에 대한 대화에서 그때의 대화들이 떠올랐습니다.
또, 서희와 황태수와 같이 자본이 많고 지위가 높은 사람들의 입장이 이렇겠구나 느끼게 되었습니다.
흔히들 더 많이 가지고 힘이 있는 사람이 더 많이 챙겨야 한다는 인식이 있지만, 실제 그런 기대를 하는 입장보다 그런 기대를 받는 입장이 챙길 바운더리가 훨씬 넓다는 것입니다. 실제 그런 기대를 하는 분들이 생각하는 바운더리에서 이 정도 사이면, 이 정도는 챙겨야 한다 할 수 있겠지만, 그만큼의 기대치를 훨씬 많은 바운더리의 사람들에게 챙겨야 하는 입장도 생각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저는 한 번도 그런 지위와 자본을 가져본 적이 없지만, 나름 제 바운더리에 있는 모든 분들을 잘 챙기고 싶은 마음은 같습니다. 그럴 때마다 마음만큼 다 해드리고 싶을 정도로 돈이 정말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어린 시절 제게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는 모든 분들께 뵐 때마다 그 감사한 마음, 반가운 마음을 좀 더 잘 표현하고 싶고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다 챙기기에는 여력이 부족합니다. 평소에는 제 선에서 할 수 있을 만큼 하면서 저도 행복을 느끼는데, 큰 행사 때 갑자기 많은 분들을 뵈면, 그때마다 한분 한분께 전하고 싶은 마음이 다 있는데 그런 걸 다 못하고 몇 분께만 해야 하는 그런 상황이 두고두고 아쉽습니다.. 지금은 제가 일도 하지 않기 때문에 쓸 수 있는 게 한정적이어서 더 그렇네요. 그러다 보니, 자연 챙길 게 정말 많은 분들은 아마 저보다 훨씬 가진 게 더 많다 하더라도 같은 마음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순간순간의 설정에서 그런 마음이 더 헤아려졌습니다. 특히 서희나 황태수는 그런 면에서 그런 요구를 암묵적으로 받는 상황에서 순간 피곤을 느끼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막연하게나마 이해가 가는 느낌입니다.
환국이 연학에게 털어놓는 장면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자신은 항상 남보다 더 가졌기 때문에 (잘생기고, 공부 잘하고, 돈이 많고.) 그래서 더 약해져야 했고, 우월감보다는 소외감을 느끼며 자랐다는 것입니다. 누군가는 자신들의 약한 면을 고의적으로 들추어 무기로 삼기도 했고요. 이전에 서의돈의 가진 자에 대한 실랄한 비판에 대해서 황태수가 "난들 무슨 용기가 있나. 가진걸 모두 버릴 배포도 없고.." 그렇게 묵묵히 인정하며 응수하는 부분에서 저는 황태수의 그릇이 다르다 생각했습니다. 실제 세상에서도 더 가진 자라 하면 더더더 겸손해야 하고, 더 자신의 입장에서의 서운함과 소외감을 이야기하지 못하는 분위기인 것 같습니다. 이후에 서희와 황태수가 사돈이 되는데, 아마도(?) 이런 부분에서는 두 집안이 통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이어진 환국의 이야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외톨박이 아이 하나가 사탕을 가져와서 나누어 주면, 그 사탕을 나누어준 아이와 사이가 좋지 못했던 아이가 외톨박이 된다는 것입니다. 이번에는 그 새로운 외톨박이가 과자를 가져와서 나누어주면, 사탕을 나누어준 아이가 다시 외톨이가 된다는 것입니다.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적개심, 분노, 슬픔, 그것이 순수하면 힘이지만 그 자체가 우월감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월감을 쳐부수는 것이 진정한 순수한 힘이라는 것입니다.
우월감을 쳐부수는 이론을 가지고 스스로는 우월감에 젖어 있다면 이편에 서든 저편에 서든 무슨 의미가 있냐는 것이지요.
제가 생각하는 정치와 사상이 이러합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우월감을 가지며, 상대의 우월감을 짓이기려 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가진 우월감이 진짜 우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하지요. 사탕과 과자를 번갈아 나누어 주며 서로가 상대를 외톨이로 만드려고 하고요. 왜 이렇게 한 국민이 보기에도 저급해 보이는 정치가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정치에 회의적이지만, 이전보다는 훨씬 더 관심을 가지려고 합니다. 국민 화합을 방해하고 편을 가르고 서로에 대해 극적인 반감을 심어주는 행위를 싫어하지만, 이것은 양쪽 진영 모두에서 이루어지고 있고.. 또 그것이 아예 없다면, 선의의 비판이 없어지기 때문에 더 위험한 것이겠지요. 그래서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사소하게 동요되지 않고 꾸준히 관심을 가지며 진짜를 보는 눈을 기르고 싶습니다.
깊은 내용이 너무나 많아서 후기로 다 옮기면 너무 긴 글이 될까 항상 염려스럽습니다.
그렇다면, 후기를 더 더 자주 써야 하는데.. 참 그게 쉽지가 않네요. 너무 아쉬운 부분입니다.
토지를 읽으며 '애국심'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국가와 민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제 자신이 세상을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것이 뜻깊다 생각할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나친 애국심은 국가주의, 민족주의를 부를 수 있고, 폭력과 착취도 애국심이라는 명목 하에서는 허용이 된다는 것입니다. 상당히 무서운 것이지요. 이 책을 읽으며 오가타 지로의 말에 상당히 감명을 받았는데, 그의 말을 들으며 제가 추구하는 것은 민족주의가 아닌, 세계(민족) 주의였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저는 아무리 우리나라 국민이라 하더라도, 외국인 노동자를 무시하거나 학대하고 고용을 넘어 착취를 하는 사람을 싫어하니까요. 민족 이전에 인간존엄이 먼저인 것입니다.
또한 역사적 사건으로 감정이 좋을 리 없는 일본이지만, 일본의 그 장인정신에 대해 높이 샀었습니다.
특히 그 유래가 제대로 물건을 만들지 않으면, 조그만 명분에도 칼날을 들이대거나 할복하는 관습에서 왔다고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가타지로에게 말하는 조찬하의 독백에서 그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이런 민족적 관습은 벚꽃의 낙화를 선망한 결과요, 죽음의 고통, 죽음의 추악함을 아름다운 것이라는 것으로 착각시키고 공포감을 추방한 것이라는 것입니다. 어떻게 일본인들은 그토록 자부심이 대단했을까..!라고 생각했다면, 이런 글들로 인해서 그것 역시 그것을 강요한 관습과 세뇌였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글로써 기억에 남는 부분을 전할 수 있는 이야기도 있지만, 토지 전체에에서 느껴지는 그 인간다움과 정은 또 말로 표현할 수가 없네요.. 영팔이 아재와 (판술네) 부부가 홍이를 생각하는 마음, 친구인 영팔이 용이와 월선을 생각하는 마음, 석이네를 가슴 아프게 생각하는 주변 사람들.. 그런 마음에서 너무나 사람 사는 세상이 느껴집니다. 인지상정이 너무나 느껴지고.. 이렇게 따듯한 마음이 몹시 그립습니다. 제가 어릴 때만 해도 동네의 삶이 이 정도는 아니어도 비슷했던 것 같은데, 어느새 이렇게 세상이 변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없지만 그렇게 따듯하고 애틋한 마음 가득했던 그 시절이 저는 살아보지도 않았지만, 왠지 그리워지는 그런 마음입니다.
다 읽기 힘드실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또 후기를 쓸 때 아니면 언제 이렇게 기록으로 남겨보나 하는 생각에 또 글이 길어졌습니다. 가끔 써놓고 보면, 죄송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
이렇게 한 주를 마감하고, 오늘은 또 가족과 함께 나들이를 갈 생각에 너무나 행복합니다.
회원님들 모두 즐거운 일요일 보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노트북 드림.
노트북님, 후기글 잘 읽어보았습니다^^
매번 후기글, 댓글을 읽을 때마다 감탄하고, 배우고 있지만 이번 노트북님의 후기는 실로 놀라웠습니다.
진정 책을 읽는 자기만의 방법을 알고 있다고 표현하면 맞을지 모르겠지만..
견해가 뚜렷하고, 해석하는 본인의 색깔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점이 너무 부러웠습니다.
아마도 그만큼 고심하고 깊이 생각해서 만들어진 결과겠지요!
이제 걸음마 시작하고선 너무 욕심을 부리는 것 일수도 있지만 너무너무 본받고 싶은 점이네요^^
읽고 또 읽고 하면서 노트북님이 어떤 사람인지 살짝 알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잠실 싱크홀 이야기를 지인과 하는 대목에서..
돈이 있고 없고를 떠나 그들을 나와 같은 '사람'으로 대하는 모습에서 감동이였습니다.
사실.. 글로 읽으면 누구나 당연한 행동으로 받아 들일 수 있지만,
막상 당사자가 되면 그렇게 대하기가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이번 후기에서 인상깊었던 부분은 환국의 이야기였습니다.
외톨박이 이야기 부분을 읽을 때는 어렸을 적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기위해 했던 행동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뒤에서 정치 얘기에 빗대어지니 (정치를 잘 모르지만)참으로 씁쓸하기 짝이 없었네요.
일본의 장인정신에 대한 이야기도 충격이였습니다.
일본이 물건을 섬세하게 잘 만드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런 관습에서 왔는지 처음 알았고,
또 강요된 관습과 세뇌였다니.. 충격... ㅋ
이번 후기 글은 세번째 책을 읽은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글이였습니다. 많이 배우고 갑니다!
아마 나중에 토지를 읽게 되면 (토지후기를 올려주신 모든 분들 덕분에) 도움이 아주 많이 될 것 같아요!
항상 느끼지만 노트북님의 후기는 한편의 논문을 보는것 같습니다. ㅎ
이렇게 책을 깊이 있게 읽을수가 있다니...하면서 감탄하며 후기를 읽게 됩니다.
그러면서 제가 생각지 못한 부분을 써주셔서 새로이 깨닫게 되는 부분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느 부분은 몇번을 읽게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이해 못하는 부분이 있음을 고백?합니다. ㅋ
한편 저도 이렇게 책을 깊이 읽어야 하는데.. 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합니다.
제 독서를 들여다 보는 기회가 되기도 하구요. ㅎ
저도 토지를 보면서 동학 운동이 어떻게 생겨났고 그 운동이 어떻게 분파되어 또다른 색깔의 모임이 형성되었는지, 그를 기반으로 어떻게 독립운동이 흘러가는 지를 어렴풋이 알게 되었습니다. 말씀대로 박경리 선생님의 남편과 사위의 사회주의 성향을 설명하고자 하는 순수한 의도가 엿보이는것도 느꼈던 부분입니다.
무작정 북과 연결짓는 우리의 반공 교육에 적기를 들듯 사회주의의 초기 의미를 언급한것도 제게는 꽤 큰 수확이었습니다.
사실 노트북님의 지인이야기처럼 저도 비슷한 일을 겪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꽤 당황했고 그 지인과는 결국 결별을 했지만 지금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정치적 상황을 볼 때 내가 섰던 당의 모습이 내가 기대했던 모습이 아니어서 또다른 당황을 하고 있는 상황이긴 합니다.
꼭 중도가 아니더라도 상대를 존중하는 정치는 불가능한것일까요. 회의가 드는 요즘입니다.
올바른 선택이 아니라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서만 당론을 펼치는 상황이 맞는 건지 아직도 혼란스럽기도 하구요.
여기서 유일하게 조선의 편에 선 오가타라는 인물을 통해 일본의 이야기를 듣느것도 꽤 흥미로웠습니다.
사랑이라는 명목이 있긴하지만 그의 조선에 대한 생각은 꽤 객관적으로 느껴져서 그렇습니다.
토지에서 이런저런 모습을 보는 것이 즐겁습니다. 제가 보지 못한것을 끄집어 내 주시는 노트북님의 글아 그래서 더욱 소중합니다. 항상 잘 읽고 있습니다. 오늘 나들이도 즐거운 시간이 되셨기를 바랍니다. ㅎ
노트북님의 후기를 읽을때면
늘상 오늘은 어떤 감동이 있을까?
오늘은 어떤것이 나의 뇌를 깨우치게 할까?
기대를 하게 됩니다.
항상 후기글이 제 상상 이상이어서 그랬던것
같습니다.
오늘도 역시 긴 후기 글이 다른 좋은 책을 읽는것 보다 많은 것을 전해줍니다.
토지를 작가가 어떤 마음에서 쓰게 된것인지
해석해 주신 노트북님 글을 읽다 보니,
단순한 마음에서 토지를 읽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작가의 인생을 다시 한번더 생각해 보고 읽어야
겠다고 다짐해봅니다.
동학농민운동의 초심이 나중에 독립운동으로
이어지고 암울한 우리의 역사속에서
그 밑바탕에 사회주의 사상이 자리잡으면서
그 사상을 추종하는 자들과
방관하는 자, 체념하는 자, 현실에 적응하는 자.
등등 여러 부류로 나뉘고 그 갈등속에서 서로를
각자의 잣대로 비판도 하고 수용도 한다는 것을
이해하게 해 줍니다.
이광수에 대한 노트북님의 글을 보니
이광수 작품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현실의 벽에서 그것을 깨고 자신도 깨지기 보다
타협하고 다른 방법을 모색한것인가?
저도 알아보고 싶어지네요.
잠실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지인의 이야기를
들으니 조금 마음 아파집니다.
전혀 상관도 없는 사람들에게 적대감을
가지고 그들에게 있을지 모를 미래의 불행을
통쾌하게 생각할 정도로 마음속에는 깊은
엉어리가 있었던가 싶습니다.
그 지인도 지금은 잘 살면서도 말입니다.
과거의 관념이 무섭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도 노트북님의 지인과 비슷한 적대감 같은
얘기를 무심코 한 지인을 봤는데,
그 자리에서 불편한 마음을 대 놓고 말하지는
못하겠더라구요. 왜냐하면 그 말 속에는 그 만의
생각이 있는것이라 여겨져서요.
부의 격차가 심해질수록 이런 현상은 심화될텐데.
걱정되는 부분입니다.
10권이 넘어가면서 부터는 다른 양상의 글들이
전개된다고 하시니 저도 지금 7권을 읽고 있는데
그 서막이 조금씩 보이는것도 같습니다.
그러나 소설 전반에 흐르는 소박한 정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니 다행입니다.
저는 그런 부분이 너무 좋거든요.
오늘도 좋은 후기글 읽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