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는 종말을 향해 가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토지는 기승전결이 있는 여느 소설과는 달라서 어떤 결말을 기대하는 건 아니지만 박경리 선생님이 토지를 쓰신 이유를 종말에 가서는 제대로 느낄수 있기를 기대하는 마음이 한편 있습니다.
또한 몇달이라는 시간을 함께해온 정겨운 소설, 토지와 헤어질 시간이 다가온다는 생각이 드니 섭섭한 마음도 듭니다.
남은 부분은 토지의 정스러움을 부둥켜안고 한자한자 정성껏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16권에는 반가운 얼굴들이 소환됩니다.
토지를 읽는 동안 떠오르는 가슴 뭉클한 사연들 중에 강포수 이야기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납니다.
사모하던 귀녀의 죽음으로 귀녀의 자식 두메를 데려다 키우는 강포수의 순수한 사랑말입니다.
결국 강포수는 두매의 출생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송장환에게 교육을 맡기고 오발을 핑계로 자살을 하고 말죠.
그 두매가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고 살지만 독립운동에 몸을 담으면서 늘 쫓기는 몸이 되어 가족과 오붓하게 살지는 못합니다. 강포수의 애정을 받고 자란 두매가 행복하길 바랬지만 나라를 빼앗긴 아픔으로 그렇게 살지 못하는 강매가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난우, 연우를 보고 싶은 마음에 배달꾼으로 가장하여 미리 약속된 식당에 온 자식들을 문틈으로 보고 가야만하는 강매의 마음은 어땠을까 생각해봅니다.
최치수의 아이를 갖기 위한 귀녀의 수작은 최치수가 아이를 낳지 못하는 몸이라는 사실이 발각이 되면서 죽음을 면치 못하게 되고.. 칠성과 아이를 갖기 위한 수작과 하룻밤 강포수와의 밤, 중 두매의 씨는 누구의 것인지 강포수만이 알고 있겠죠. 그 출생의 비밀이 뭐라고.. 자살까지 한 강포수의 지고지순한 사랑, 두매의 미래를 걱정한 마음이 느껴져서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지금 시대라면 출생의 비밀이 죽음을 불사할 일까지는 아니었을텐데... 시대가 주는 아픔이라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운 마음이었습니다.
정의로운 사람은 시대의 아픔을 껴안고 살아가고 자신의 잘못을 깨닫지 못한 사람은 뻔뻔하게 살아가는 세상이면 안되는거 아닌가.. 가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독립운동을 하면서 자신을 비롯해 가족 모두에게 아픔을 주는 현실이 야속하기도 하고 죽을때까지 뻔뻔함을 드러내며 살아가는 임이네와 임이가 공존하는 세상에 무슨말을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홍이가 쥐어준 돈을 흥청망청 쓰고도 다시 홍이네를 찾아와 빌붙으려는 임이의 행태에 정말 혀를 내두르지 않을수 없었습니다.
불교 공부를 하면서 죽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합니다. 스스로에게 해답이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구요.
죽음에 큰 의미를 두지 말라 얘기하지만 세상은 아직 제게는 그리 단순한 곳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세상 이치를 아직 덜 깨달아 그런것 같습니다. 사는 것과 죽는 것에 대한 정의가 아직은 내게 내려지지 않았습니다. 그 이치를 깨닫는 날이 과연 제게 올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이번 책에서는 길상의 넋두리도 나옵니다.
서희와 떨어져 만주에서 독립운동을 하다 옥에 갇히고 풀려나와 아이들과의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길상의 마음이 그려집니다. 그렇군요. 서희와 아이들에 대한 사랑. 마음에 두고도 마음껏 표출하지 못했던 시간들. 길상의 마음은 안타까움으로 가득합니다. 개인적으로 길상의 마음을 읽는 것이 좋았습니다.
길상이 옥에서 나오고 인사를 드리기 위해 시우 어머니(상현 부인)을 찾아갑니다. 양현과 두 아들 윤국, 환국을 데리고 갑니다. 거기서 시우어머니는 양현을 보고 싸한 기분을 느낍니다. 자신의 둘째 아들과 너무도 닮은 양현을 보고 놀라는 장면이 나옵니다. 남편에 대한 원망을 느꼈을지 모르겠습니다.
허무와 방탕과 책임 회피 속에서 평생을 방황하는 불행한 지식인, 이상현. 아버지 이동진에 대한 열등감에서 벗어나지 못한 무력한 지식인. 이상현의 모습은 그 시대가 낳은 우울한 지식인의 모습이었습니다.
이 책의 후반부에 가면 일본인들끼리의 국내 상황에 대한 논쟁이 벌어집니다. 저는 한번도 그당시 일본 내부에서의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었던것 같아요. 조선에서의 지식인들의 정치 얘기는 토지 안에서도 종종 있어왔던 얘기지만 일본내의 그들의 생각은 그 어디에서도 들어보지 못했었습니다.
박경리 선생님의 너른 지식과 시대를 관통하는 통찰력을 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물론 그 얘기들이 다 이해가 가지는 않았습니다. 아니 모두 처음 듣는 얘기들이었어요.
그들에게도 혼란스러웠을 그 당시 일본내의 상황을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이해하기는 어려워도 그들에게도 자국내의 혼란한 정치상황에 대한 비판이 그려지는 대목들은 좀 더 생생하게 그때의 상황을 느낄수 있었습니다.
이 책을 쓰기 위한 방대한 양의 자료 수집과 숙지와 함께하는 통찰력의 흔적들을 볼 수 있는 토지는 이 자체로도 역사의 큰 맥을 보여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이런 책을 읽고 있구나 하는 뿌듯함과 스스로 몰랐고 또 이해하지 못하는 역사적 사실들을 대할 때면 부끄럽기 짝이 없었습니다. 이곳의 회원님들과의 후기와 댓글을 공유하며 토지가 주는 무게를 갈수록 느끼게 됩니다. 그 무게의 극히 일부분이라도 내것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읽고 있습니다.
봄기운이 물씬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겉옷을 훌쩍 벗어버리기엔 좀 망설여지는 그런 날씨이지만 봄을 상상하기엔 충분한 공기입니다.
남은 주말 봄을 만끽하는 행복한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ㅎ
딸기님 후기글 잘읽었습니다.
딸기님이라는 호칭이 더 가깝게 만드는 느낌입니다.^^
토지의 끝을 향해 가고 있는 아쉬움과 토지에 대한 애정이 많이 느껴지는 후기 글이었습니다.
저는 지금 토지의 시대 배경인 일제 시대를 배경으로 한 다른 책을 읽고 있는데
토지 생각이 많이 납니다 토지가 새삼 훌륭한 작품이구나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후기글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강포수와 귀녀 그리고 두메로 이어지는 에피소드는 저도 많이 안타까웠고
누군가에게 바라는 것 없이 사랑을 주는 강포수의 모습이 거룩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자식들을 먼 발치에서 바라만 보야 했던 두매의 마음은 어떠했을지
토지 속에서는 애틋하고 안타깝지 않은 인물들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읽은지가 한참 되어 내용이 가물가물 하지만 이렇게
여러 회원님들의 후기글을 보고 있으니 그때 감흥이 다시 떠오르네요
다음 후기글 기다리겠습니다
딸기님, 후기 잘 읽었습니다 ^^
호칭이 많이 어려진 것 같은 느낌이네요 ㅎ
몇 달이나 토지를 읽으셨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아직까진 책을 읽으며 어떤 책이 애틋하게 다가왔던 적이 없어서 그런 기분이 어떨지 궁금하고, 느껴보고 싶네요^^
후기로 이해하기에는 토지의 이야기가 길고도 길어 쉽진 않지만, 매번 소개해주시는 주인공들을 보며 그 시대속에서 살아가던 사람들의 생활이라던가, 다양한 인간상을 만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그때도, 지금도 각자의 사정속에서 그들만의 방법으로 살아내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토지를 읽는 것으로 그 시대를 알수 있다는 점이 '이 자체로도 역사의 큰 맥을 보여준다'는 딸기님의 말을 뒷받침해주고 있는 근거가 아닐까 합니다.
이런 책을 쓴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인 것 같아요.
문득 우리 시대도 어떤 대단한 님이 쓴 이야기로 후세에 전해지게 된다면 어떤 내용으로 전해질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네요 ㅎ
딸기님! 안녕하세요~^^! 오늘도 진심이 느껴지는 후기 너무나 잘 읽었습니다.
참 이렇게 다른 분들의 후기를 읽는 기쁨이 크다니요. ㅎㅎ
딸기님께서 이 곳을 애정해주시는 느낌이 항상 느껴집니다. 그 마음이 얼마나 공감이 되고 감사한지 모르겠네요.
저 역시 [토지]를 통해서 당시의 각계각층의 객관적인 삶, 그리고 만주와 조선과 일본에서의 조선인의 삶을 더 다양한 관점에서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전쟁 당시의 일본 본국의 비참한 현실은 저도 [파친코]를 통해서 처음 읽었는데, 그 책을 읽으며 왜 그런 당연한 사실을 생각하지 못했는지 저도 신기했습니다. 이후 읽었던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을 통해서, 당시 유럽 역시도 2차 세계대전의 비극을 그대로 겪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었네요. 그 전까지는 일제치하에 있었던 조선인의 삶과 저희 조선에서만 전쟁을 위해 수탈을 해왔다고 배웠는지, 생각했는지 그랬던 것 같습니다. 당시 전쟁은 전세계를 똑같이 고통으로 몰고 갔던 것입니다.
또 이광수의 소설에서도 일제 강점기 시절의 조선 부자들과 그들의 딸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또 조선에서 멀리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는 그들의 2세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에게서는 조선의 상류층이라는 느낌보다는 조선을 위해 배우고 돌아와 나라에게 문명을 주고자 하는 투지있는 젊은이들이라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처가의 지원으로 미국 유학길에 오르던 주인공 형식은,
'이 (기차나 배) 티켓, 학비 모두 조선의 피와 땀에서 나온것이라고', 서로의 포부를 말하는 장면에서 주인공 형식은 생물학을 연구하는 교육자가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말하는 이도 생물학의 참 뜻을 몰랐고, 듣는 이도 생물학이 무엇인지 몰랐다 합니다.
"생물학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새 문명을 건설하겠다고 자담하는 그네의 신세도 불쌍하고 그네를 믿는 시대도 불쌍하다."
이 말이 당시의 조선 현실을 그대로 드러낸것 같아 아린 마음이 가득했던 기억입니다. 그리하여 그 당시에도 그렇게 잘사는 조선인들이 있었다는 것을 알았지만, [토지]의 조용하와 같은 자본주의 사업가들이 버젓이 존재한다는 생각을 못 했던 것입니다.
엄마께서도 외할아버지께서 태어나시면서도 비단신에 16살 부터 친구분들과 양주와 맥주를 마시셨다고 들어서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일본에서 유학을 하셨고, 일본과 한국을 오가시며 사업을 하셨기 때문에 매우 잘 사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물건들이 정말 저희 외가에 있었는지, 믿기가 힘들것 같아 말하기도 힘든 귀한 문화재들을 중국에서 사들이며 수집하셨다는 이야기와, 우리나라 정치 격변기 시절 정치논평을 함께 즐기셨던 정치인들의 이야기로 외할아버지의 당시 상황을 예측만 해볼 수 있었습니다.
아주 어린 시절에는 몰랐지만, 그 이후 언제부턴가 '그럼 우리 외가는 친일파 였던가?'를 두고 고민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엄마께 여쭤본 적도 있는데, 엄마는 그건 아니지만 당시에는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사업을 해서 돈을 버시는 분들이 많이 계셨다. 그렇게 들었다고 하셨습니다. 이해를 잘 하지 못하고 어린마음의 한줄기 의심을 안고 있었던 점이, 어떻게 친일파가 아닌데 그 당시 잘 살 수 있었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것도.. 각 학급도서에 비치된 일제강점기 시대의 소설들을 읽고 애국심과 분노가 불타던 어린 시절이었으니까요.
막연히(전해들은 조각 조각들을 맞춰 그렇게 이해한 것이지만,) 일제 강점기때 독립운동을 지원해(?) 금광을 빼앗기고 몰락하여 가난해진 친가의 뿌리가 자랑스럽고, 우리 외가는 일본편에서 돈을 번건 아닌지 무거운 마음이 있던 어린시절이 언제 부턴가 그러한 고민은 흐지부지해진지 오래지만, 지금 토지를 읽으면서 제가 들은 이야기들이 어떤 상황이었는지 가늠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뿌리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주시고 싶으셨던 건지 정말 그런건지는 알길이 없지만, 아버지 조차도 집안의 늦둥이로 전해내려오는 이야기를 저희에게 해주셨고 금광이라 하여 저희가 어마어마한 부자였는지 놀랐던 말에는, 그게 아니고 그 당시에 그렇게 금광을 개발하는게 유행처럼 번졌다 한다고 말씀 주셨는데, 소설의 조준구 처럼, 저희 집안도 당시 법(?) 때문인지 자체 개발을 못하고 일본인을 바지 사장(?)으로 합자를 했고, 이후에는 독립운동을 도왔다는 이유로 광산을 빼앗기고 도망을 해야했다는 그런 말씀을 들었던 것입니다.
토지를 읽으며 언제부턴가 희미해진 그 외가에 대한 의구심과 고민이, 아주 단편적이고 극단적으로 가정한 일제치하에서의 조선의 모습밖에 몰랐던 어린아이가 가진 순수한 고민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시절 저를 떠올리며 웃음이 나왔고, 또한 친가의 이야기도 대략은 어떠한 이야기였는지 알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들었던 외할머니의 친정의 삶과 외가, 친가의 삶, 궁금했던 점들이 토지를 통해서 풀리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엄마께서는 당시 외할머니의 친정(외할머니의 고모들)이 누리던 세도가 딸들의 삶은, 요즘 세상에 비추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화려하고 사치스러웠다는 것입니다. (일반 백성들은 그렇게 힘든 상황에서 그런걸 누렸던 양반들이 진심으로 어이가 없고, 그 신분제도에 화가나지만..) [토지] 라는 소설 안에서 제가 전해들었던 모든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이 저는 읽는 내내 신기하기만 하네요.
이래서 책은 정말 많이 읽어야 하는구나 생각이 듭니다.
읽으면 읽을 수록 몰랐던 걸 알게되고, '그랬겠구나..' , 어떤 상황이라도 특별한 동요없이 이해할 수 있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독서가 너무나 좋네요.
오늘도 즐거운 후기 읽기에 힘이 나고, 또 댓글을 쓰다 보니 신이나서.. 수다가 되어 버렸네요.
ㅎㅎ 이런 에너지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
남은 일요일도 즐겁게 보내시고요..^^!!
감사합니다.
노트북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