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천 개의 파랑 – 천선란
새학년이 시작되고 정신없는 한주가 다 지나갔네요.
벌써 네번째 책을 읽고 있다니 감개무량할 따름입니다. 아직 완독은 하지 못했지만, 2부로 편성하여 후기를 올려 볼까 합니다^^
이번에 읽은 책은 한국과학문학상을 수상한 장편소설인데 직장동료가 유명한 책이라고 언급하는 걸 보니 저만 몰랐던 것 같습니다^^
미래를 시대적 배경으로 한 SF소설로 휴머노이드 로봇이 사회적으로 보급화 되어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휴머노이드가 은행원이 되고, 편의점의 알바생이되고, 거리의 청소부가 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휴머노이드를 보며 머지않아 다가올 미래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였습니다.
휴머노이드 C-27,
경마장의 기수로 만들어진 ‘콜리’는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사람의 실수로 사용되어야 할 칩 대신 ‘인지와 학습능력’칩이 잘못 끼워진 채 생산됩니다.
다른 휴머노이드와 다르게 모든 것을 바라보는 시각과 인식이 마치 사람과 같이 학습하고 인지하는 콜리가 '투데이'라는 말과 파트너가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투데이가 달릴 때마다 콜리는 자신의 몸이 반동으로 움직이는 것을 보고 함께 호흡한다고 생각했고, 적어도 투데이와 함께 달릴 때의 자신은 살아있는 존재라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더욱 빠른 속력을 원하는 인간의 욕심이 콜리의 손에 채찍을 쥐어주고, 차츰 투데이는 망가지고 맙니다.
인간의 명령을 절대적으로 지켜야하는 휴머노이드인 콜리가 그 명령과 투데이 사이에서 고민하다 경주를 중단하기 위해 바닥으로 추락하는 희생을 하는 대목은 몸이 부서질 것을 알면서도 (당연한 일이지만)덤덤한 콜리의 모습이 더 가슴찡하게 다가오는 장면이였습니다.
'다르파의 계산대로 보경은 20초 만에 숨을 놓았으며 소방관과 연결된 로프가 위로 끌어당겨짐과 동시에 철근이 에어백에서 미끄러졌다. 지상으로 구조된 보경에게 급하게 심폐소생을 시작했고 0%였던 수치는 10%로 올랐다가 곧 90%로 돌아왔다’
인상 깊었던 장면은 건물이 무너지는 사고현사에서 ‘다르파’라는 구조용 휴머노이드가 사람을 대신하여 생존자를 찾고, 각 상황을 수치화하여 알려주는 대목 이였는데 생존수치가 3%에도 불구하고 구조대원이 위험을 무릅쓰고 생존자 보경을 구조합니다.
다르파의 계산은 정확했지만 예상을 벗어난 구조대원의 행동이 결국 보경을 살렸냈죠. 사람은 숨이 멈추고도 일정 시간안에는 살아날 수 있다는 점을 다르파는 계산에 넣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정확하게 계산된 결과라도 1%의 희망이 만들 수 있는 것은 그 어떤 가능성보다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고, 그것은 기계가 아닌 인간이기에 가능했던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막대한 예산을 부어 구조용 휴머노이드 다르파 210대를 투입하는 와중에도 소방복을 새것으로 교체할 필요는 없다고 단언했던 것이 소방당국의 의견이었다. 조금만 더 버티면 전부 새것으로 교체해주겠다는 위로를 믿었지만 꼬박 10년 가까이 지나도록 장비 교체 따위는 이뤄지지 않았다’
아이러니 하게도 다르파의 생존수치가 3%에도 사람을 살려냈던 소방관은 오래된 소방복 때문에 80%라는 높은 생존수치에도 전신화상으로 온몸이 눌러붙어 살아날 수 없었다는 대목은 저를 당황스럽고, 어처구니 없게 만들었습니다.
인간이기에 가능했던 1%의 기적같은 일은 그 반대도 가능했다는 걸 깨닫는 순간 얼마 전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했던 '소방관'이라는 영화가 생각나면서 현실(다양한 곳)에서도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씁쓸하게 느껴졌습니다.
실제로 시간이 흐른 뒤에 처우개선이 되었지만, 수많은 생명을 잃은 후에야 한걸음 나아갔다는 점은 인간의 어리석음을 생각해 보게 했습니다.
'달릴 수 없는 말은 지구에서 살아갈 이유를 얻지 못했다. 경주마 선수로서의 수명은 1년에서 1년 반 정도였다. 그 시기가 지나면 관절의 연골이 다 갈린 말들은 서 있는 것 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대부분의 말들이 처리불가로 안락사를 당했다'
사람이 기수일 때 예측불가능한 사고와 죽음이 변수에 대비하여 휴머노이드로 대체를 했지만, 정작 달리는 말의 상황은 (기수의 무게가 가벼워지긴 했지만)그대로인데 터무늬없는 속도를 요구 하는 인간의 이기심에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쾌락을 위해서 말을 소모품으로 생각한다는 점이 안타까웠습니다.
'몇 천만원을 웃도는 기계 다리 부착 수술보다 더 필요했던건 인도에 오를 수 있는 완만한 경사로와 가게로 들어갈수 있는 리프트, 횡단보도의 여유로운 보행자신호, 버스와 지하철을 누구의 도움도 없이도 탈수 있는 안전함이었다'
가치를 잃게 된 아픈 투데이를 곁에서 다시 일어나 달릴 수 있기를 바라는 소녀, 은혜는 어릴 적 사고로 휠체어 생활을 하는 소녀입니다.
금전적 문제로 로봇다리의 이식하거나 보조 휴머노이드는 일찍 포기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사소한 관심이였다는 걸, 기술이 발전하고 세상이 좋아져도 소외된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작은 사랑과 배려임을 새삼 느낄 수 있는 부분이였습니다.
책의 딱 절반 정도를 읽었는데, 초반에는 SF라 하기에 과장되지 않고, 매우 현실적이라 더 인상깊게 다가왔습니다. 기술이 발전 할수록 인간의 끝없는 욕심에서 비롯되는, 그에 상응하는 문제점도 따라온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래 세상을 미리 예습한다고 생각하면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들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시간이였다.
이어질 이야기들이 어떤 내용일지 궁금한데 (개인적으로 좋아하는)해피엔딩이였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을 가져봅니다.
안녕하세요 가다쿵님^^
천개의 파랑 후기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작년에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었습니다.
인간들은 각박하고 매정하고 차가운데 반면
휴머노이드 콜리는 인간보다 더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작가들이 로봇에게 인간성을 더 부여하는 이유는
이제 사람들에게 따뜻한 인간성을 기대하기 어려워서 그런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사각지대에 놓인 동물권, 장애인 권리. 그리고 가족들과 소통 부재, 인공지능 등
sf라는 장르를 통해 지금 현실 시대의 문제들을 끌어내어 우리에게
어떻게 살아 갈 건지에 관한 질문을 던져 주었던 책이었습니다.
SF를 장르문학이라고 낮게 보는 시선들도 많은데
SF도 순수문학 못지 않은 작품성을 가질 수있다고 생각하게 하는 책 들 중에 하나 였습니다.
좋은 후기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