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18권은 완독 못할 줄 알았습니다.
핑계일수 있지만 이번주는 이래저래 병원 예약과 약속이 줄지어 있어서 시간이 좀 팍팍했거든요.
하지만 다행히 주말 새벽 시간 이른 기상으로 겨우 끝마칠수 있었습니다.
사실 억지로 읽지 않으려 했었습니다. 얼마 남지않은 토지를 그렇게 읽고 싶지않아서요.
이제 딱 두권이 남았네요. 긴 독서였습니다. 앞으로 이런 시간이 또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함께하니 가능한 일이라 말할 수 있을거 같네요. 그래서 이 책을 마치고 나면 특별한 감정이 들거 같다는 생각입니다.
지난주는 친구들과의 약속이 있었습니다.
날이 좋아 완연한 봄기운을 흠뻑 느낄수 있었던 날이었습니다. 비록 미세먼지가 있어 마스크를 맘껏 벗기는 어려웠지만 햇살이 따뜻해서 좋았고 식사후 잠깐 산책으로 봄기운도 한껏 느낄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행복하다고 느낄때 내게 남은 인연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나의 행복에는 나의 인연도 포함되었다 생각이 드니까요.
지금 내게 있는 인연들은 편안한 사람들만 있습니다.
아이들이 학교를 다닐때는 불편하지만 만나야하는 모임들이 있었습니다. 물론 그것도 핑계일수 있죠. 내가 만나지 않으면 그만이니까요. 하지만 그때는 뭐가 그리 불안했는지 모임들을 거부할 수 없었습니다.
지나고 보니 그 당시의 불안함을 탕진해준 효과는 있었드랬습니다. 그래서 후회는 아닙니다.
다만 계속 이어갈 인연은 아니었다는 말이죠.
그런 인연도 있는거겠죠.
나이가 들면서 만남과 인연에 대한 생각을 자주 하게 됩니다. 내 시간이 소중한 만큼 소중한 인연들로 내 시간을 채우고 싶다는 생각이어서 그런것 같습니다.
책 얘기로 돌아와서...
홍이와 보연의 집에 형사 둘이 들이 닥칩니다.
보연이 사 모은 보석이 빌미가 되어 부부가 밀수혐의로 조선으로 압송됩니다.
그 전에 이 집에 얹혀살고 있던 임이가 그것들을 몰래 꺼내본 적이 있는데 그것이 발단이 된것이 아닌가 의심스러운 상황이었지만 사실여부는 모르지만 그일로 상근 상조(홍이 아이들)는 임이를 더욱 미워하게 됩니다.
그렇게 엄마 아빠가 잡혀간 상황에서 홍이가 운영하는 공장에서 일하는 천일이네 호야네가 와서 아이들을 보살핍니다. 몇일 있다 찾아온 보연의 오빠 삼화까지.. 순식간에 이 문제를 걱정하는 가족이 늘어납니다.
이는 홍이가 살아온 세월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체포 소식을 듣고 멀리서 송장환이 찾아오고 영호와 한복이 물심양면으로 그들의 석방을 돕습니다.
그들이 잡혀가고 두세달이 지나 홍이는 풀려났지만 보연은 재판을 받게 될거라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홍이의 소식을 듣고 찾아와 도움을 주려는 사람들.
또 영광의 아버지 송관수가 죽고 홍이를 비롯해 그의 죽음을 슬퍼하는 사람들.
그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뭉클해지는 건 그들의 마음이 지금은 흔히 볼수 있는 마음이 아니기 때문일겁니다.
제가 요즘 즐겨 보고 있는 '폭삭 속았수다'라는 드라마가 있어요.
1960년대를 배경으로 어촌마을에 사는 어느 한 여자아이의 일생을 그리는 이야기입니다.
억척스런 해녀인 엄마지만 동료 해녀들의 동료애는 무척 특별해 보입니다.
제주라는 특성상 한 동네 사람이라는 울타리는 그 어느 가족보다 탄탄해 보입니다.
마치 내 가족 일을 보듯 서로를 아끼고 생각해주는 모습은 지금은 찾아보기 어려운 감동이 있습니다.
토지를 읽으면서 느꼈던 정을 떠올리게 만드는 드라마여서 혹 안보셨다면 추천하고싶은 드라마입니다.
그렇게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홍이가 먼저 풀려납니다. 홍이는 보연이 풀려나면 그들의 위한 집을 마련하고 자신은 다시 간도로 돌아갈 계획을 세웁니다. 딱히 그곳에 꼭 가야할 이유보다 조선에 남을 이유가 더 희미했기 때문입니다. 그당시 생각이 있는 남자들의 마음은 비슷했던거 같습니다.
사실 지식인들은 뭔가를 하지 않으면 자책을 하게 되는 분위기였습니다.
명희의 오빠, 명빈도 적극적으로 일본에 대적하지 못하는 스스로를 자책하며 괴로워합니다. 병이 들어 누워있는 자신이 독립운동으로 싸우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너무 보잘것없는 존재로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런 자책도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귀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명빈이 훌륭하다고는 말할수 없지만 그런 생각조차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 요즘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서 또하나의 이슈는 유인실과 오가타의 이야기입니다.
동경 일본여대에서 공부한 신여성이나 독립에 대한 열망으로 만주로 건너간 유인실.
그에 앞서 사랑한 남자 일본인 오가타의 아이를 갖게 되고.. 그 사실을 오가타에게 숨기고 결국 그아이는 조찬하가 대신 키우게 되는데 우연히 중국의 어느 약국에서 일하고 있는 유인실을 조찬하가 만나면서 오가타로 연결되는 상황이 이어집니다. 결국 오가타는 유인실을 만나 자신의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충격에 빠진 오가타에게 유인실은 이런말을 남깁니다.
"일본이 망할 때까지, 그때까지 살아 있다면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예요. 당신을 잊지 않겠어요."
한 여자로서의 삶을 포기하고 조국의 현실에 몸 바치는 투사로 살아가기를 택한 여자. 유인실.
사랑하는 남자와 그의 아이를 포기하고 새로이 태어나려 몸부림쳤던 여자. 유인실.
적국의 남자를 사랑하고 그의 아이를 낳은 자신을 부정하고 괴로워서 죽고자 했던 여자.
시대가 낳은 아픔이었습니다.
부디 독립을 이루고 오가타와 유인실이 사랑을 이루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간절히 하게 됩니다.
서희가 키우고 있는 양현의 고뇌도 공감이 가는 부분이었습니다.
큰 오빠의 아내 덕희의 눈에 양현은 불편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집안의 핏줄도 아니고 기생의 딸이 이 집안에서 대접을 받고 있는 상황이 큰 며느리 덕희 입장에서 보면 못마땅하게 생각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누구나 각자의 입장이 있습니다. 처음엔 덕희의 행태가 못마땅했지만 그 입장에서보면 또 그럴수 있겠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애매한 양현의 위치는 결국 그의 불우한 출생 탓이고 보면 그의 처지를 탓할수 밖에 없겠다 싶었습니다.
읽을때는 많은 이야기가 머리게 샘솟지만 막상 쓰려고 보면 다 기억나지 않으니 그래서 후기가 어렵나봅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나머지 책을 읽으면서 어떤 감정이 들지 스스로도 궁금합니다.
즐기면서 남은 여정을 이어가려 합니다. ㅎ
안녕하세요 딸기님
요즘 폭삭 속았수다가 인기있다고 하더니 맞는가 봅니다.
저도 재미있게 보고 있는 중입니다. ^^
저는 토지를 읽으면서 임이네를 좋아하지 않았었는데
이상하게도 계속 생각나는 인물 중에 하나 입니다.
너무 모질고 염치없고 자기 밖에 모르는 개성이 강한 캐릭터라 그런가 싶기도 하고
뭔가 짠하다는 생각이 들기고 하고
저는 토지에 나오는 여성 캐릭터 들이 다 그렇게 짠한지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박경리 선생님이 여성 작가인지라 여자들의 캐릭터를 더 실감나게 애정을 갖고 만들어 주셔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 남편 없이 딸과 함께 살아오신 박경리 선생님의 모습들이 여러 캐릭터에 남아 있는 것 같기도 하고
한 여자로서의 삶을 포기하고 조국의 현실에 몸 바치는 투사로 살아가기를 택한 여자. 유인실.
사랑하는 남자와 그의 아이를 포기하고 새로이 태어나려 몸부림쳤던 여자. 유인실.
적국의 남자를 사랑하고 그의 아이를 낳은 자신을 부정하고 괴로워서 죽고자 했던 여자.
시대가 낳은 아픔이었습니다.
부디 독립을 이루고 오가타와 유인실이 사랑을 이루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간절히 하게 됩니다.
저 역시도 시대가 낳은 아픔이라는 말씀이 딱 맞다는 생각입니다.
책 이야기와 더불어 인생 이야기, 드라마 이야기 까지
즐거운 후기글 이었습니다. ^^
감사합니다.
딸기님, 후기 글 잘 읽었습니다^^
그렇게 긴 시간 동안 같은 책을 읽는다는 게 무슨 기분일지 저는 짐작도 할 수 없습니다.
대장정의 끝을 앞두고 계신다니 그 느낌이 정말 남다를 것 같아요.
뭔가... 정말 맛있는 음식을 다 먹기 아까워 조금씩 아껴 먹는 그런 기분과 비슷할까 생각해 봅니다.
다들 보고 계신 줄 몰랐는데, 저도 '폭삭 속았수다' 1화를 시청했습니다^ㅡ^
연기를 얼마나 잘하는 지.. 눈이 팅팅 부울까 주말에만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ㅎ
앞으로 정주행 해보겠습니다!
오늘 후기는 유인실의 이야기가 인상 깊은 것 같습니다.
그 당시 시대적 상황이 그녀를 그렇게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자신이 원하는 삶의 방향을 끝까지 포기 하지 않고, 어쩌면 자기 자신에게는 가혹하다 싶을
정도로 예외 없이 확고한 인생을 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에는 삶의 방향이 없거나 닥친 현실과 타협하여 사는 사람들도 많다고 생각하는데
삶의 우선순위가 조국이 먼저가 되어야 상황과 그녀의 인생이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그저 평범한 일상을, 사랑하는 가족들과 옹기 종이 살 수 없음이 안타깝습니다.
후기를 쓸 때면 맘에 드는 부분이나 느낀 점이 있는 부분에 포스트 잇을 붙여 놓고 후기를 쓸 때 그 곳을 다시금 들쳐보곤 하는데 막상 쓰려고 보면 다 기억나지 않는다는 말이 100%로 공감 되어 웃음이 났습니다^^
딸기님,! 안녕하세요..^^..!
지난 주 따듯했던 어느날, 딸기님께서 친구분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셨다니, 저도 기쁜 마음이 드네요..!
얼마나 즐거우셨을까 싶습니다,,!
저도 많지는 않지만, 주변의 엄마분들과 함께하는 시간도 무척이나 행복하거든요,,!
이제는 거의 저의 자매만큼 서로 많은 이야기를 하다 보니, 예의나 그런걸 생각하기 보다 그냥 있는 그대로 너무 편해서 더 좋습니다.! 그렇게 좋고 편한 만남만 하다가, 말씀 하신 언젠가는 그 불편한 모임을 저도 의무적으로 해야할 때가 올까봐 괜시리 두렵기도 하네요,,! 그냥 지금처럼 저의 마음이 그런것들로 부터 적당히 프리했으면 좋겠는데요,,!
토지를 진도가 한번도 안 미뤄지시고 끝까지 정독 하시는 모습이 몹시 존경스럽니다.
저는 이런 저런 핑계도 참 많았지만, 그러면서도 뒷부분으로 갈수록 더 어려운 점은, 중간 이후부터는 내용이 묵직하고 어려워서 읽는 속도가 더 더뎌지는 것 같습니다. 곰곰히 생각하며 읽고, 거기에 더해서 읽었는데 잘 모르겠어서 다시 읽는게 많아지면서, 요즘같이 산만한 시기에는 더 어려움이 있습니다. 정말 요즘 매번 하는 말 같지만 박경리 선생님이 정말 대단하시단 생각이 계속 듭니다. 어떻게.. 따라가기도 힘든 이런 사유와 통찰들을 역사적 사실에 기인해서 적절히 엮어 소설로 쓰실 수 있었던 것인지, 작가님 역시 토지를 쓰시며 얼마나 꾸준히 성장하셨는가를, 1권부터 지금까지 읽으면서 느껴집니다.
그러면서도 저 역시 이 애정이가는 소설을 즐기는 것 이상의 압박으로 읽지는 않으려는 마음이 있습니다.
정말 다시 못 올 소중한 시간이니까요. 첫 1권에 대한 벅찬 감동으로 후기도 쓰기 전에 2권을 먼저 이어서 읽었던 그 때부터 지금까지 [토지]를 읽게 된 것은 행운이고 아주 의미 있는 시간이 되고 있습니다.
중간에 아주 잠시 박경리 선생님에 대한 평을 (서양 작가들에 비추어) 그 정도만 읽고 함부로 했던 것을 아주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깊이 있고 어려운 책인줄도 모르고 있었네요.
딸기님께서 말씀 하신 책에대한 애정이 공감이 가서 적어보았습니다.
저는 15권을 완독하고 쓰고 싶었는데,결국 완독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주말을 넘기지 않고 쓰는게 먼저 인 것 같아서, 저녁에 후기를 쓰려고 합니다.
15권부터 인실과 오가타의 아들 이야기가 나오네요,,
인실의 그 고뇌의 깊이가 무엇인지 알것 같으면서도, 사상과 관념이 정말 무섭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 역시 인실과 오가타 둘의 사랑을 정말 응원하는 마음입니다.
주말도 날씨가 무척 좋았습니다.
다음주도 완연한 봄날 만끽 하시길 바랍니다.~~!
(저는 화요일날 남편도 휴가 내고 평일에 놀이공원으로 세식구가 소풍을 갑니다.!)
감사합니다.
노트북 드림
딸기님 어느듯 토지를 2권만 남겨두셨네요.
한권한권 다 소중한 책 인듯 합니다.
긴 줄거리에 많은 인물과 서사가 있지만
한결 같이 사람의 따뜻한 심성과 정이 느껴지고
또 그와 대비되는
현실에서 살아 남기위한 악독한 사람들을 보며
우리는 어떠한 마음으로 살아야 할까를 늘
생각하게 해 주는 소설인것 같습니다.
요즘 넷플릭스에서 하는 '폭삭 속았수다' 드라마.
저도 열심히 보고 있습니다.
우리 부모님 세대의 이야기부터 우리 세대의
이야기까지 전개되는 드라마라서
너무 공감도 되고
그 옛날 남아선호 사상이 만든 집안
분위기속에서도 꿋꿋하게 자신의 소신을 펼치며
살아가는 애순과 딸 금명이를 보며
나도 좀 더 자신감 있게 살고,
내가 생각한 것들을 다 말하며 살껄...
이런 생각도 잠시하며 보게 됩니다.
토지와 드리마 이야기 까지 함께 나눴네요.^^
토지 남은 두권도 다 잘 마무리 하시고
모두 완독후의 딸기님의 느낌도 어떠할지
기대됩니다.
저는 아직 8권 완독상태라 반이상이 남았지만,
아직 읽을 부분이 많다는것이 좋습니다.
왜냐하면 토지를 읽는 시간들 중에는
마음이 평온한 순간들이 가끔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