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로 얼룩진 한주였습니다.
매 시간 뉴스에 보도되는 영상들을 보면서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가 하는 생각을 한주 내내 했던것 같습니다.
화재로 인해 운명을 달리하신 분들과 그 유가족,
집을 잃어 넋이 나간 이재민들,
몇십년 몇백년 키워온 나무와 산이 순식간에 사라질수도 있다는 허망함..
누군가를 탓하기보다 우리 모두의 잘못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발화의 원인을 제공했을거라는 몇몇 사람들만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요.
제대로된 인식과 철저한 시민의식이 요구되는 세상입니다. 어느 누구를 지적하기 보다 나의 의식을 점검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내 집안에서의 부주의가 다른사람들에게 큰 해가 될수 있다는 생각.
요즘 자주 일어나는 전기 관련 화재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외출시에는 전기제품 충전이나 작동은 멈추었는지 확인하려고 합니다.전기 스파크가 일어날수 있는 부근에 발화물질이 있는지도요.
집안 곳곳에 소화기를 배치해 두었고, 화재시 어떻게 해야하는지 가족이 가끔 얘기를 나눕니다. 좀 오바같지만 방독면도 준비해두었습니다. 화재로 인한 죽음 대부분이 질식사라고 들어서요.
아무리 강조해도 과함이 없는것이 화재 예방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와 내 가족을 지키는 일이 다른 이웃을 지키는 일이란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멀리 미안마의 사태는 또 다른 불안감을 주는 사건이었습니다.
지구상 어느 누구도 안전할 수 없다는 사실. 운명이란 어느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는 사실. 어떻게 살아야하나 하는 막막함 등이 머리에 가득차는 어수선한 시간이었습니다.
몇년전부터 불교에 관심을 두고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시작은 했지만 아직은 너무 미흡하고 걸음마 수준이지만 세상의 이치를 가늠하는 법을 알게된 것만으로도 마음의 위안이 되곤합니다. 마음의 괴로움을 없애고 고통이 없는 행복한 삶을 살고자하는 것이 제가 불교를 공부하는 이유입니다.
이런 공간에서 편파적으로 종교나 정치 얘기는 삼가하는 것이 좋지만 제가 말씀드리는 불교는 종교 측면이 아닌 자기 수행 측면입니다. 이는 다른 종교를 가진 분들도 할수있는 자가 수행 방법입니다. 이 공부를 하고부터 제 마음이 많이 편안해졌습니다. 요즘 너무 혼란스러운 사건 사고들이 많아 한번 적어봅니다. ㅎ
책 얘기로 돌아와서..
19권에서는 윤국의 결혼 이야기가 나옵니다.
서희가 윤국과 양현의 결혼을 일찌감치 생각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윤국 또한 어느 순간부터 양현을 깊이 사랑하는 것을 깨닫고 있었지만 서희가 그 말을 꺼냈을 때 피가 빠져나가는 느낌을 받았다고 하는 말에서 어쩐지 양현이 내 사람이 될 수 없을 거라는 괴로운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어머님의 말씀은 환희인 동시에 공포 같은 것이라 말합니다. 정체 모를 불안은 어쩌면 양현이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있는건 아닐까 하는 알 수없는 불안감 같은 것일 수 있습니다. 바닷가에서 양현과 영광이 스치던 순간에서 그런 느낌을 받은듯 합니다.
양현은 더 큰 슬픔에 빠져 있습니다. 서희가 윤국과의 결혼 이야기를 꺼냈을 때 그 앞에서는 차마 말은 못하고 마음은 지옥 속으로 빠집니다. 윤국과의 결혼을 기뻐하는 윤국의 어릴 적부터 친구인 시우에게 처음으로 자신의 마음을 터놓았을 때 시우는 큰 충격과 함께 혼란에 빠집니다. 상상해본 적도 없는 일이었거든요. 아마도 모두 말을 하고 있지 않았지만 은연중에 둘의 결혼을 상상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이제는 양현이 윤국에게 말을 할 차례입니다. 윤국이 있는 곳에 가서 그를 만납니다. 그 순간부터 아니 어머니로부터 양현과의 결혼 얘기를 들은 순간부터 윤국은 마음이 불안해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양현이 그 말을 꺼냈을 때 마음속 어딘가에 있던 그 불안감이 현실이 되면서 그 현실을 믿어싶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상대가 영광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분노와 함께 영광을 비난하는 마음으로 가득찹니다. 그가 그리 나쁜 사람이 아님을 앎에도 그러했습니다.
전 양현의 마음도 윤국의 마음도 심지어 서희의 마음도 이해가 갑니다.
상현과 봉순이의 씨인 양현에게 가졌던 애정, 그 애정을 담아 곱게 키운 딸 양현. 그 사랑하는 마음을 아들 윤국을 통해 품어주고 싶었을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것이 봉순이에 대한 애정이라 생각했던 것이겠죠.
누구에게도 주고 싶지 않은 소중한 인연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양현의 입장도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닙니다. 평생 오빠로 지내왔던 윤국이었습니다. 오빠로 지냈던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 그리 쉬운일은 아니거니와 더군다나 자신에게는 영광이라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도저히 이루어질수 없는 결혼입니다. 영광을 어머니 서희가 받아 들여줄 지는 모르겠지만 결혼을 하지 못하더라도 윤국은 아닙니다.
영광이 백정 집안의 자식이라는 사실과 양현이 부모가 버린 자식이라는 사실. 영광은 그런 마음이 아니었을지 모르지만 양현은 그런 자신의 처지와 영광의 처지에 묘한 접점이 있다는 사실이 마음 어딘가에 자리 잡고 있었을지 모릅니다. 더불어 일본 유학을 뿌리치고 악단에서 트럼팻을 부는 영광의 상황에도 그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에 확신을 갖습니다.
이런 와중에 윤국의 마음도 애처롭습니다. 동생이지만 어느 순간 사랑하는 마음을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사랑도 결혼도 내 마음대로 되는건 없습니다. 그래서 불안하고 슬픈겁니다.
세명의 마음이 갈갈이 흩어집니다. 이 결혼이 성사되긴 어렵겠지만 어떤 선택이 되어도 셋 모두에게 행복한 결말은 없지 싶어 보고 있는 마음도 무척 두렵습니다.
사람의 마음은 참 어렵습니다. 마음을 얻는 것도 어렵습니다. 이들의 슬픔을 저도 어떻게 바라보아야할지 모르겠습니다.
ㅡㅡㅡ
.. 친정에 있을 때는 항상 사람을 피하듯 들판에 나가 일만 하던 인호, 찌들었고 웃음기라고는 없었던 얼굴이 제법 토실토실하고 보기가 좋았다. 옷매무시도 단정했다. 누군가를 섬기면서 산다는 것이, 이토록 사람을 변하게 하는 것일까. 사람은 밥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며 마음으로 산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그 옛날 타지에서 들어온 우가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소를 속여 파는 것을 오서방에게 들키자 그에게 누명을 씌우고 그일로 다툼을 벌이다 우서방의 낫에 찍혀 죽임을 당합니다. 그일로 우서방댁은 시시때때로 오서방네를 찾아와 행패를 부립니다. 급기야는 오서방네 딸을 지 아들의 배필로 달라 우격다짐합니다. 그런 시달림에 우서방의 딸 인호는 나이도 많고 병들어 있는 야무에게 시집 가겠다 나섭니다. 그렇게 살림을 차리고 그 둘은 서로 도와가며 열심히 살아갑니다.
이들의 결혼이 왜이리 마음 흐뭇할까요. 비록 사랑해서 한 결혼은 아니었지만 결국 결혼은 두 남녀가 모자란 부분을 서로 채워가며 마음을 합쳐 살아가는 것이 답이지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어서 그런지 잘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이 흐뭇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저는 이들의 결혼 생활을 말하려는 게 아닙니다. 저 말 중에 누군가를 섬기면서 산다는 것이..라는 말에 마음이 꽃혔거든요. 언뜻 들으면 종처럼 상대를 받든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그건 아닌것 같습니다. 야무를 인호가 그렇게 받들며 사는건 아니라는 겁니다. 그저 상대를 인간으로서 존중하며 스스로도 당당하게 맡은 일에 충실하며 사는 것. 그것이 자신도 행복할 수 있는 길이라 생각했던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상대를 존중하는 것은 곧 나를 존중하는 일이기도 하니까요. 흔히 부부가 상대를 왕과 왕비처럼 대하는 것이 부부금슬이 좋아지는 방법이란 말을 많이 하죠. 그겁니다.
누군가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주고 해줄것이 없는가 살피는 마음. 그건 곧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마음이라는 것을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느끼게 됩니다.
그런 의미로..
누군가를 섬기는 마음. 전 이 말이 참 좋습니다. ㅎ
안녕하세요 딸기님
누군가를 섬기면서 산다는 말이 참 좋네요
상전처럼 모신다는 말이 아니라 서로를 존중하고 스스로도 당당하게 산다는 말씀이 맞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방법 중에 하나가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부부가 된다는 건 하나와 하나가 만나 둘이 되는게 아니라 반과 반이 만나 온전한 하나가 되는게 좋은것이구나 싶기도 하구요
저는 올해가 결혼한지 딱 20년이 되는 해입니다.
처음엔 사랑해서 결혼 했을 텐데 아이들을 키우면서 남녀간의 애뜻한 감정 보다는 동지애로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앞으로는 섬기는 마음으로 바라봐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것이 딸기님의 말씀 처럼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마음이라는 말씀도 마음에 와 닿습니다.
윤국이와 양현이 그리고 영광이의 이야기가 나오는 군요
참으로 어려운게 사랑인 거 같습니다.
엄마 같은 마음으로는 양현이가 윤국이와 잘 됐으면 좀 편하게 살겠다 싶지만
사랑이 그리 간단한게 아님을 알기에 그들의 사랑이 안타깝고 가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오늘도 마음을 울려주시는 후기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