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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토지를 완독했습니다. ㅎ
뿌듯하기도 하고 보람된 마음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미흡하게 읽은것은 아닐까 부끄러운 마음도 있긴 합니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말로 스스로를 위로하며 21권이라는 장편을 마쳤다는 완독 자체에 애써 의미를 두려 합니다.
역사적 지식의 부재로 자괴감이 들기를 수차례.. (그래서 역사 공부를 해야겠다는 무언의 결심)
또한 각각의 인물들에 몰입하지 못하고 훑어 보는듯한 느낌이 들 때도 있었고,
사람 살아가는 모습은 그때나 지금이나 다를바가 없구나 하고 느낀적도 있었고,
지금보다 생명과 인권이 존중받지 못한다는 점에 분노하기도 하고,
그런 어려운 환경에서도 굳건한 의지를 가지고 조선인의 민족적 자부심을 느끼게 해준 이들을 보며 뭉클하기도 했었습니다.
많은 인물이 나왔고 그들 그 어느 한사람도 수월한 삶은 없다는 사실을 느끼며 한 인간으로서 생명을 끈질기게 지켜낸 생명체로서.. 모두 위대했다...말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역시 살아가는 힘을 얻는 건 곁에 있는 사람들이라는 사실, 나도 그런 힘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뚱맞은 생각도 했던 소설이었습니다.
워낙 많은 인물들이 나왔었고 이야기가 한 사람 위주로 흘러가는 구조가 아니기에 그 맥을 찾는데 시간을 보내기도 했었습니다. 그 일에 인물 사전이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그 책이 없었다면 아마도 훨씬 더 헤매는 독서가 되었을 거라 장담합니다. ㅋ
그래서 다음에 또 토지를 읽게 된다면 애정했던 인물들 몇명에 주안점을 두고 그 인물들의 생각과 마음을 쫓아가 보는 여정을 가지면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기승전결로 이루어지는 보통의 소설과는 다르게 특별한 스토리나 사건이 있다기보다는 역사의 시간 속에 있는 사람들의 삶을 힘을 빼고 보여주는 느낌이어서 더욱 마음에 진하게 남지 않았나 싶습니다.
소설을 읽으며 마르케스 자서전, 이야기하기 위해 산다라는 책이 생각났습니다.
붉은 표지의 아주 두꺼운 소설이었어요.(마치 벽돌 수준) 어머니와의 삶을 산길을 걷듯 터벅터벅 걸어가며 두런 두런 얘기해주는 느낌이 참 좋았던 책이에요. 그 책을 읽으면서 감정의 동요나 스파크 없이 몸에 힘 빼고 읽는 그 시간이 참 행복했거든요. 다음 토지도 그렇게 읽어보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사실 전 몸에 힘 잔뜩 품고 읽기 시작했거든요.ㅋ)
마지막 21권은 광복 직전의 조선에 머물고 있는 인물들의 상황을 보여주고 더불어 해방이라는 기쁨과 허탈함을 보여주는 서희의 모습으로 책이 마무리가 됩니다.
일본이 패전할 거라는 소문도 있었지만 희망은 여전히 그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안개 속이었습니다.
징용을 피해 산으로 간 젊은 사람들과 동학 운동의 잔재 세력들 그리고 어느틈엔가 스며든 사회주의 사상를 갖게 된 인물들이 뒤섞여 지리산은 긴장감으로 우왕좌왕하는 분위기입니다. 명희가 5천원이라는 거금을 그들에게 전하면서 불거지는 그들의 갈등. 그건 그 무리의 여러 갈래로 나뉘어진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패전 소식이 어쩌면 그들의 갈등을 종식시켜 주었을지 모르겠습니다.
환국의 아내 덕희는 양현의 존재를 못마땅하게 생각합니다. 양현을 싸고 도는 집안 식구 모두에게 불만이었습니다. 그 화살은 양현에게 돌아가고 급기야는 학교를 졸업하면 이 집을 떠나겠다는 약조까지 받아 놓습니다. 하지만 그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니 남편 환국에게 그 분노를 쏟아냅니다. 하지만 그 분노를 받아줄 환국이 아니었습니다.
환국과의 말다툼 후 아이들과 친정에 머물고 있는 덕희. 친정 엄마인 변씨도 딸이 잘 했다기보다는 그래도 환국이 숙여주길 내심 바랬지만 끝내 환국은 덕희를 데릴러 오지 않습니다.
양현은 그 집안에서 그런 존재입니다. 봉순이를 사랑한 만큼 양현을 사랑하는 서희의 마음, 그 마음을 알고 있는 환국. 그들은 이미 깊은 가족인것입니다. 문득 봉순이가 보고 싶어지네요. 아마도 토지를 다시 읽고 몇몇 인물을 쫓아가고자 한다면 그 안에 봉순이가 있을 것입니다.
둘째 윤국이 학병으로 나가고 아직도 감옥에 있는 길상이로 인해 내내 무거운 서희는 갑작스런 일본의 패전 소식에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버립니다.
"어머니! 이, 이 일본이 항복을 했다 합니다.!"
"정말이냐..."
그 순간 서희는 자신을 휘감은 쇠사슬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따에 떨어지는 것을 느낀다. 다음 순간 모녀는 부둥켜안았다.
태어나면서 부를 거머쥐고 태어났지만 그의 일생은 결코 녹록치 않았습니다. 어느 한때도 마음 편한 적이 없었던 그와 남편 길상이 이어가는 삶은 조선의 역사 그대로였습니다.
이를 악물고 버티고 살았더니 해방을 맞게 되네요.
이후 조선에 어떤 변화가 올지는 아직은 그들에게 구체적으로 생각하기 어렵지만 일본의 패전이 몰고올 새로운 국면에 사람들의 목소리에는 찬란한 희망이 보이는 듯 합니다.
제 머리 속에도 그들의 대한 독립 만세의 울림이 들여오는 듯 합니다.
책을 끝내고 뒷 부분에 기자가 쓴 후기가 나옵니다.
그 부분에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쓴 과정 이야기가 나옵니다. 박경리 선생님 당신의 삶이 녹아들었던 토지였구나 알게 됩니다. 노벨 문학상 후보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후보로 언급되거나 거론되었던 토지. 그 이유가 눅진한 사투리를 영어로 번역하는 일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도 있었습니다.
토지를 읽으면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잘 알 수 있습니다. 언어는 그런것이죠. 말 속에 들어간 진한 감성을 어찌 영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그러니 그건 불가능할 수 밖에 없는 일이었죠. 하지만 토지를 읽기 전에는 완전한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읽고난 후의 지금의 마음은 우리 마음속에 토지는 이미 노벨 문학상이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나라 역사에서 가장 어려운 격변기를 기승전결의 소설의 포멧을 갖지 않으면서도 우리 가슴속에 진한 감동을 주었던 위대한 소설이었다는 생각을 합니다.
5개월이 넘는 시간을 함께 했던 토지를 이제는 보내려 합니다.
시원섭섭하다는 말 만으로는 표현이 어려운 심정입니다.
이제는 그동안 밀렸던 책들을 하나씩 읽어보려 합니다.
아직 끝을 내지 못한 분들께도 따뜻한 응원을 보냅니다. ㅎ
토지 21권을 더디어 완독하셨네요.
정말 매주 한권씩 완독하시다니...
저로서는 존경스럽습니다.
저는 애초에 2주에 한권 목표로 읽겠다고
설정하고서도 가끔 3주에 한권 읽기도 하곤
하면서 포기하지 않고 읽는것에 의의를 둔다고
생각하기도 했었기에...ㅠ
딸기님의 꾸준함과 성실함에 감동받습니다.
토지가 우리 마음속에서는 이미
노벨상 수상작이라 하신 말씀 저도 공감합니다.
이렇게 긴 소설을 읽으며 결코 지루하거나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아직까지는 없었고,
읽을때 마다 작가의 글 문장 단어 하나하나가
얼마나 우리 감성을 자극하고 한국인의 정서를
잘 말해주는지 감탄할때가 많았었습니다.
역사적 사실이 나올때는 그 역사를 좀더 알고
싶게 만드는 지적 자극제가 되기도 했고요.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들.
그간 많은 후기들 속에서 느끼는 자신만의
이야기들도 들려주시고, 그 후기마다
달리는 댓글로 소통의 장도 열리고...
정말 좋은 시간들이었네요.
저는 이제 겨우 9권 완독한 상태이나
끝까지 완독해 보겠습니다.
지난 후기들 읽어가며 시간여행 하는
느낌으로다가요.ㅎ
완독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