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이가 임이네때문에 힘들어서 석이한테
찾아갑니다.
누구에게라도 위안을 얻고 싶은 심정인가봅니다.
짐승보다 못한 친모때문에 너무나 괴로운 홍이.
홍이의 심적 고통을 석이도 이해합니다.
누구보다 사랑을 주고 세상살이에 힘들때
격려해 줘야하는 자리인 엄마라는 존재가
홍이는 세상에서 가장 악독하고 미운 존재이니
그 마음이 얼마나 스산할까요.
월선이 살았을 적에는 월선을 엄마로 삼아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는데,
이제 월선이 없으니 홍이의 방황은 끝없이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홍이를 보며 석이는 가난해도 심성좋은
엄마가 있어 큰복이라 생각합니다.
세상에는 임이네 같은 엄마도
월선 같은 엄마도 존재합니다.
어떤 성품의 엄마를 두었느냐에 따라
자식의 인생은 너무나 달라지는데요.
홍이가 부모의 굴레를 벗어나서
자신의 인생을 잘 찾아가길 바랄뿐입니다.
서희는 조준구에게 5천원을 주고 평사리
옛 최참판댁 집을 샀는데, 그 집에 가보지
않습니다. 평사리는 서희에게는 좋은 추억의
고향이 아니었지요. 친모는 서희가 다섯살때
집을 나갔고, 친부는 딸에게 사랑을 주지 않았고,
겨우 할머니만 의지하고 살았으나 할머니 조차도
자기 엄마와 도망간 남자가 할머니의 아들이었다는 사실에 놀란 나머지 평사리 집은 더 이상
가고싶지 않은 고향이었습니다.
그래서 서희는 그 집에 용이가 가서 지내게 합니다.
용이에게는 평사리가 젊은 시절을 상기시키는
젊음의 고향 처럼 푸근한 곳이었습니다.
그곳에서 강청댁 월선 임이네 세 여인과
얽히고 설키며 지내온 세월들이 돌아봐지면서
자신의 마지막을 보낼 안식처 처럼 느낍니다.
홍이에게 자신이 죽은후 월선의 무덤을
용정에서 이곳으로 옮겨 달라고 부탁을
합니다. 오래 살지 못할 자신의 앞날을
예견이라도 하듯이요.
고향이란 단어가 누구에게나 같은
의미로 다가오지 않을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고향을 떠올리면
어린시절 부모 형제 이웃간의 정을
느끼는 곳으로 생각하는 이도 있고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곳으로
끔찍한 곳으로 느끼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는 고향이 전자에 속해서 다행이라
생각됩니다.
저는 작년에 제가 지금 사는곳으로 이사오기전에
살았던 곳을 가봤습니다.
그곳에서 저의 20대와 30대를 보낸곳이어서
부모님과의 추억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장소지요.
그리고 결혼하고 아들이 초딩을 다니기 전까지
살았어서 아들과 부모님과 함께 했던
장소들을 가보면서 옛추억에 잠시
잠겨봤었습니다.
내가 살았었던 장소는 그냥 장소로서가 아닌
인생의 한페이지를 함께한 의미가 있기에
살다가 마음이 허전할때면 소싯적 살던곳을 방문해 보는것도 좋을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살아온 길을 다시 돌아보고
그곳 추억을 상기시키는 일은
현재를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마음을 다잡게 하는 역할도 해 주는것
같습니다.
지금 내가 사는곳도 먼훗날에 좋은 추억의
장소가 될 수 있도록 좋은 시간들 많이
만들어야겠구나 생각하며 돌아왔습니다.
9권 후반에는 한복이 독립자금을 전달하러
용정에 갑니다. 한복이 살면서 고향을 벗어나
이렇게 먼곳까지 가본것은 처음입니다.
한복도 홍이처럼 부모의 죄를 자신이 떠 안고
사는 처지입니다.
살인죄를 지은 아버지로 인해 살인자의
자식이라는 큰 짐을 자신의 인생이라 생각하고
고스란히 받아들이며 늘 떳떳하지 못한 마음을
갖고 삽니다.
그러다가 용정오는 길에 여러사람들을
만나고 세상에는 갖가지 사람들이
갖가지 의미를 품고 살아가고 있다는것을
알게 됩니다.
새가 알을 깨고 나오는 순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습니다.
용정에서 공노인을 만나 부담스럽게 들고온
독립자금을 무사히 전달 하고,
길상도 만나게 됩니다.
길상은 한복에게 이런말을 해 줍니다.
'너의 가난과 너에 대한 핍박을 너의 아버지
너의 형 탓으로 돌리는 것은 네가 없다는 얘기가
된다. 네가 없다는 것은 죽은거다. 아니면
풀잎으로 사는 거다. 너는 너 자신을 살아야
하는 게야.
너의 자손을 위해서도, 너의 아버지의 망령을
평생 짊어지고 다니다가 너의 자손에게 물려줄
작정이냐 말이야'
이 말을 해 주며 부모의 굴레를 벗어나서
네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아야 한다고 말해
줍니다.
이 말이 한복에게는 큰 용기를 주는 말일듯
싶습니다.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아버지와 형의 십자가를 지고 사는 한복을
그 십자가는 네가 질것이 아니라고 말 해 주는듯
했습니다.
그리고 한복의 아버지나 형 같이 누구 한 사람의
인생뿐만 아니라 수천만의 사람들을 괴롭히는
사람들이 있으니 이런 사람들을 없애는 일에
한몫을 하는것이 더 큰 의미가 있다고
크게는 독립운동이 그런 의미를 지닌다고
말합니다. 한복이 길상과 그 주위 독립
운동가들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변화가 생길지 기대가 되기도 합니다.
한복이 용정에 온 목적은 독립자금 전달이지만
겉으로는 형을 만나러 온것 처럼 가장해야했기에
결국 형을 만나게 됩니다.
피는 물보다는 진한듯
형 거복이도 동생 한복이가 하나밖에
없는 핏줄이라 서로에 대한 정이
남보다는 다른듯 합니다.
'잔인무도한 악인이 선량하고 정직한 아우를
껴안고서 눈물을 흘린다.'
이들의 상봉이후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10권이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이상 9권 후기를 마칩니다.
글여행님 후기 잘 읽었습니다. ㅎ 글여행님 후기는 몇달전 읽었던 그 감정을 오롯이 떠올리게 하는 그런 좋은 기회인것같아서 행복하게 읽고있습니다.
토지가 시대적 아픔을 깔고 있지만 그런 배경보다는 그위의 사람들의 끈끈한 정에 힘을 주고 있는 듯해서 홍이의 얘기며, 한복이의 얘기가 마음이 진하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두 사람 모두 부모로 인한 아픔을 가진 인물들이라 공감되는 부분이 있어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듯 합니다.
토지안에는 그렇게 사람들이 서로서로를 껴안아주며 고달픈 삶을 견디게 해주는 힘을 서로에게 얻어갑니다.
그 모습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합니다. 지금 세상에는 잘 찾아보기 어려운 모습을 우리는 소설 속에서 얻고 있다는 사실이 가끔 마음을 스산하게 하지만 그나마 이런 정을 소설에서나마 느낄수 있다는 사실이 또한 다행이라면 다행이겠죠.
그래서 소설을 읽게 되나 봅니다. ㅎ
오늘도 따뜻한 후기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날이 갑자기 추워졌어요. 어제는 우박도 맞았네요.. ㅋ
건강 유의하시고 또 봅시당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