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노트북 입니다.
이번 주도 유독 빠르게 지나갔네요..!
지난주에 17권 반을 읽고, 이후 나머지는 바쁜 와중에 조금만 읽어도 끝날 정도로 쉬이 읽혔습니다.
그럴 수 있는 마음과 시간적 여유가 있었던 것 같고요.
그래서 아마도 별 일이 없었더라면, 18권도 마저 읽었을 것 같은데요.
우연한 일로 그 안에 다른 책을 한 권 더 읽게 되었습니다. (토지를 끝내기 전에 다른 책을 읽으려고 한 것은 정말 아니었지만요.)
지난주 아들 축구수업에서 함께 한 6살 동생네가 타 지역으로 이사를 가시게 되어서 그 엄마께서 그전에 한번 더 만나자는 말씀을 주셨습니다. 개인적으로 우연히 축구 클럽에서 이야기를 하다가, 맘이 맞아서 1년 동안 그래도 밖에서 몇 번은 따로 뵈었던 엄마 셨는데요. 그날은 제게 책 한 권을 빌려주셨습니다.
밑줄 긋고 메모까지 하면서 읽으신 책이더라고요. 아이 영어 교육에 관한 책이었는데, 안 그래도 교육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는 시기여서 혼자서 이런저런 시도를 하고 있었던 차에, 딱 그것에 관한 것이었고 제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많이 되는 책이었습니다. 책을 읽고 그대로 시도를 하면서 아이에게는 효과가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오히려 이대로 하면 몇 년 후에 제게는 효과가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 그래서 그 책에 대한 후기도 한번 써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오늘 후기에서는 17장 앞부분 후기에서 언급만 하고 지나갔던, 오랜만에 등장한 홍성숙의 모습을 보며 자연스럽게 늙는다는 것에 대해 제가 실제 생활에서 느낀 점을 적어보겠습니다.
홍성숙은 엄청나게 달려져 있었다. 비대해진 것도 그렇고 늙기도 많이 늙은 편이었지만 몸 전체가 망가져버린 것 같은 인상이었다. 눈빛은 초점이 확실치 않았고 시선은 끊임없이 움직였으며 마치 조울증 환자처럼 행동거지가 불안해 보였다. 미인은 아니었지만 워낙 가꾸었고 여왕같이 화려하게 치장을 하고 다니던 여자가, 지금이라고 화려하게 치장을 안 한 것은 아니었지만 화려한 그 치장이 오히려 육체의 초라함을 가종하는 것이었고 낡고 때 묻은 곳에 페인트칠을 한 것만 같이 생동력을 잃은 얼굴에는 칠이 벗겨진 것처럼 분이 먹지 않아서 군데군데 얼룩이 져 있었다.
글을 읽으며 왠지 어디선가 제가 느꼈을 그 얼굴들과 같을 홍성숙 모습을 연상했습니다.
그러면서 만약 그렇게 늙게 되면,, 오히려 저런 페인트칠 같은 덕지덕지 화장을 안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동시에 제가 얼마 전 계약했던 집주인분의 얼굴도 생각이 났습니다.
3월에 아들 초등학교 입학시즌에 이사 갈 집을 알아보던 차에 맘에 드는 집이 있어서 계약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도 한때는 살기 좋은 동네라고 생각했고, 최근 몇 년 동안 제가 가고자 했던 동네보다도 오히려 남편은 지금 계약한 집의 동네를 더 선호했었습니다. 서울은 토지거래허가제가 잠시 중단된 이후 몇몇 동네를 기점으로 다시 집값 상승이 심각하게 일어나던 터였고, 저희는 작년 초 가격 기준으로 살 수 있던 자금으로 집을 안산채로 있던 터에 작년 가을 한번 점핑한 가격에 맘을 졸이다가.. 이번 토허제 해제로 인해 완전 물 건너간 그 동네를 뒤로 하고 현재 자금으로 현실적인 그 동네를 가게 되었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그 동네에서 만약 산다면, 살고 싶은 아파트가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그 아파트 단지의 아파트들을 봤지만, 정말 집을 보자마자 순식간에 다 계약이 되어 버리면서 남은 아파트가 졸지에 1층만 남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그것도 덩달아 높은 호가로요..) 첫날 본 집이 맘에 들었는데, 몇 년 만에 처음 집을 본 첫날이었어서 생각을 좀 하고 있는데, 당일에 집이 나갔고요.(ㅠ) 그 이후에 다시 정말 맘에 드는 집을 만났는데, 최고가 경신에, 다른 집들 보다도 호가가 (그때 기준) 꽤 높았습니다. 그런데, 조금 깎아줄 수 있냐는 말에 대답은 금액을 더 올리겠다였고, 앞으로는 이금액 되는 사람만 집을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말씀에 당황스러워서 딱 3일을 고민했는데, 그 사이 집이 나갔다고 하네요.
남편은 제가 그 집을 넘 맘에 들어하지만, 이미 호가가 많이 높은 상태에서 금액을 또 올렸으니 바로 나가진 않을 거라고,, 조금만 기다렸다가 다시 원래 금액에 해주면 안 되겠냐, 제안을 해보자고 하더라고요. 저는 왠지 불안 불안했지만, 그렇게 하면 되겠지,, 하다가도 그냥 맘에 드니까. 바로 하자 하는 마음에 전화를 하니 집이 나갔다는 말에 정말 너무 애석해서 며칠간 가슴앓이를 할 정도였습니다.
돈은 안 넣었으면서도 벌써 제 집이 된 양, 상상을 하고 있었으니까요,, 저도 좀 어이가 없지요,,^^:
그러던 차에 해당 단지의 부동산 사장님께서 해주고 싶어도 해줄 물건이 없다 할 정도로, 그 단지의 아파트는 품귀 현상이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다른 단지들을 보다가, 그중에서 아들이 갈 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 단지가 맘에 들어 우선 단지는 결정을 했습니다. (처음에 살고자 한 아파트는 초품아는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그 단지의 아파트들을 몇 번 보고, 원래는 도면상 구조가 특이해서 전혀 고려해 보지 않은 타입이 있었는데, 남편이 그 타입의 고층이 뷰가 좋을 것 같다며 보자고 했습니다. 뷰는 모두가 감탄할 정도로 좋았는데, 저는 그 집이 그렇게 맘이 가지 않았습니다. 남편은 그 집을 점찍어놓은 상태였더라고요.
그리고 그 집과 같은 타입의 중간층에 매물이 나왔는데, 딱 내년 1월 중 입주로 저희와 기간이 맞았지만, 세입자가 살아서 보여줄 수가 없다 하더라고요. (집을 안 보고 계약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고, 결혼 적으로는 그 집이 제 집이 되었습니다.)
지금 저희의 상황은 내년 2월에나 이사를 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기간이 맞았지만.. 원래는 세입자 분이 계셔서 아예 못 보는 집이었어서 아마 계약은 쉽지 않을 것 같다 했는데, 이제 집은 그날까지 마지막으로 보고 그 중에 결정을 해도 되겠다 했던 날이었습니다.
오전에 도착 하자마자, 웬일인지 갑자기 전날 휴가를 내시기로 했어서 집주인분과 연락이 되어서 제가 운 좋게 그 집을 볼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집에 갔는데, 남편이 좋아하는 고층보다 저는 그 집이 왠지 끌리고 느낌이 그냥 너무 좋았습니다.
그리고 세입자분 인상도 참 좋으셨고요.. (남편도 여기는 세입자 분도 왠지 모범생 느낌이 나시고, 참 인상이 좋으시다. 하고 같은 말을 하더라고요.)
그러고 나서 집을 나오는데, 부동산 사장님께서 여기 집주인분은 이 집에 사시다가 어마어마한 부를 일구시고 나가신 분이다 하셨습니다. 그런데, 그런 흔한 말은 원래 그렇게 귀담아듣지 않지만요.
(오히려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상대가 부자라는 말을 들으면, 자연히 왜 이걸 이 상황에서 흘리는지 조금은 오히려 경계하는 마음도 들고요.)
하지만 그냥 그 집이 느낌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그냥 "아, 그럼 제가 이 집을 해야겠네요." 하고 웃으며 농담처럼 받아습니다.. ㅎㅎ 남편조차도 진심인 줄 몰랐던 것 같은데, 저는 본 순간, '이 집이다!' 하는 마음으로 점찍어 놓고 한 말이었거든요. 그 이후 나머지 집들은 이미 일정이 잡혀 있었기 때문에 사람일은 혹시 모른다. 하는 생각에 본 것이었고요. 그날 다른 집들을 보면서도, 한 집, 한 집, '역시 그 집을 능가하는 집은 아직 없군,,!' 하며 보고 있었습니다.
다 보고 나서, 남편과 제가 각각 좋아하는 타입은 그 특이 타입으로 같았지만, 원하는 집은 달랐습니다.
하지만, 남편한테 말해서.. 이번만큼은 제가 끌리는 그 집을 먼저 해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조율을 하면서, 금액 네고도 어느 정도는 해주셨고요.
그런데 그쪽에서 제안하신 그 조건이 왠지 불안하더라고요.. 분명 내년 1월이 세입자 만기인데, 그 안에 명의를 넘겨주시면 될 것 같은데, 명의는 내년 1월에 넘가되, 그안에 전세금을 제외한 전액을 중도금으로 요구하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소유권 이전 가등기'를 자비로 치겠다고 말씀드려도, 그것도 싫다는 것이었습니다. (나중에 뵙고 나서 보니까, 그분들께서 부동산 계약 조건에 대해서는 경험이나 상대방의 불안한 마음 그런 걸 잘 생각 못하시고 하셨던 것 같습니다.)
상대편 부동산에서는 계속해서 이 집주인은 자기가 가장 신뢰하는 집주인들이며, 자기 고객 중에 최고인 분들이다. 전혀 걱정을 안 해도 된다 하는데.. 그런 말이 더 불안했습니다. 말로만 부자면 그걸 어떻게 믿을 것이며, 사업하신다고 하니 더 불안하더라고요,, 그래서 망설이다가 중도금을 애초에 요구한 반정도만 넣는 조건으로 해서 우선 진행을 했습니다.
중도금이 적게 들어가고, 저희 입장에서는 기간이 너무 딱 떨어지기 때문에 잘만 성사되면 나쁜 조건은 아니었으니까요.
그런데, 계약서를 쓰기로 한 당일날, 시간이 다 되어도 집주인분이 안 나타나셔서 결국 부동산이 전화를 했습니다. 그런데, 상대 쪽에서 깜박 잊었고, 지금 바로 못 오는 상황이니.. 제가 돌아가고, 다른 날 다시 만나서 써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런 경우가 처음이고, 이렇게 집을 매매하는 계약서를 쓰는 일은 나름 큰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걸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을 돌려보낼 정도로 펑크 내는 일은 흔치 않은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알겠다고 하고 왔지만, 와서도.. 남편과 둘이서 은근 매우 불안하더라고요.
찝찝함 이랄까요,,?? 그리고 계약을 하기 싫은 건지? 하는 생각도 들고요. 그렇다면.. 그냥 좀 깔끔히 자신의 입장을 말하고 가계약금의 배액보상을 해줘야지 되는 게 아닐까 싶고요.. 그렇다고 가계약금을 배액보상받는다 해도.. 남편이 고민하던 그 집도 나가게 되었고, 또 이미 살만한 집들은 그 사이 호가가 조금 오른 상태에서 이래저래 손해였습니다. 또다시 맘에 드는 조건의 집들을 찾으러 지금까지 한 고생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니 그것도 막막했고요. 당시만 해도.. 처음에 그쪽에서 제시한 조건부터 상기되고, 계약서 쓸 당일날 약속 펑크로 생각이 깊어졌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다시 약속한 날이 되었습니다. 그날도.. 설마 펑크는 아니겠지??! 하는 마음으로, 제발 그런 일이 제게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갔던 기억입니다.
드디어 약속한 시간, 상대편 사모님을 뵈었습니다.
그런데 아무 말도 필요 없이.. 사모님 얼굴을 뵌 그 순간, '아! 이 계약은 문제없겠다. 이 집은 정말 문제없이 진행될 것 같다. 리고 이 집은 우리한테 유리한(불안한 마음에 중도금 액수를 줄였으므로..) 계약 조건이다.'라는 생각이 저절로 확 들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인사를 하고, 사모님께서.
"지난번엔 제가 너무나 큰 결례를 저질렀습니다. 제가 그날 얼마나 당황했는지, 어떻게 용서를 빌어야 할지,," 하시는데 인상이 정말 좋으셨습니다.
저는 그분을 보면서 속으로 끊임없이 그분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이 분을 빛나게 하는 건 무엇일까..?! 무엇이 이렇게 수더분한 이분을 빛나게 하는 것일까..?!'
저는 그 아우라에 약간 감탄을 하며 자꾸 보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의상이나 꾸밈도 기억이 잘 나지 않을 만큼 화려하지 않기는커녕 평범했습니다.
50대 중반이신데, 흰머리는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새치가 많으신 머리를 그냥 단발로 자르신 듯했습니다.
염색의 흔적은 전혀 없었고, 그렇다고 헤어 스타일이 엄청 멋지거나 머릿결이 차분하지도 않았습니다.
엄청 헝클어지지도 않았지만, 약간의 부스스(?) 뜬 머리 그대로 단발에 귀뒤로 넘기시고, 얼굴도 제가 보기엔 화장기가 거의 없어 보였습니다. 맨 얼굴 같으셨고, 검버섯 약간 생기며.. 눈가나 등등 딱 그 연령대의 자연 얼굴이라 하면 당연히 있을 표정 주름들이 약간 깊게 다 패여 있었습니다. 밝게 웃으시는데 눈이 참 맑고 선하셨습니다. 그러니까 하나 꾸미지 않은 얼굴에, 화장기조차 없는 얼굴, 새치 있는 가지런하고 윤기 있는 머릿결도 아닌 약간은 부스스한 머리를 귀뒤로 넘긴 딱 그 모습.. 그런데 왜 이렇게 빛이 났던 걸까요,,!
아주 오래전에 누군가에게서 느꼈던, 그 '아우라'를 또 한 번 경험하게 된 것입니다.
참 신기한, 무엇으로 설명할 수 없는 그 '아우라'였습니다.
뵙기 전까지만 해도,, 사기를 당하는 것은 아닌지? 말도 안 되는 취소를 당하는 것은 아닌지?를 우려했던 상대라고는 믿기지 않는 얼굴이었습니다.
저는 그분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늙는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자기 관리하시고, (원한다면) 그때그때 맞게 과하지 않게 보정을 하시고, 그런 것도 다 그것이 잘 맞으면 또 좋아 보입니다. 어느 한쪽이어야 된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신선한 충격이었던 것입니다. '자연스럽게 나이 들어가는 얼굴'에서 빛이 나는 경험을 아주 오랜만에 했어서 그런 걸까요,,??! (오랜만인지, 처음인지는 모르겠습니다..ㅎㅎ)
계약서를 쓰는 중에 제가 궁금했던 질문에 답을 해주시면서, 베이킹 이야기로 흘러 안 그래도 사과의 의미로 직접 애플파이를 구워오고 싶었다고 하셨습니다. (그 말씀에 또 한 번 놀라고요,, 저도 베이킹을 좋아하기도 하지만요.) 그래서 파이를 사 왔다고 하시며, 빨간 파이 포장 상자 세 개를 (저와 양쪽 부동산 사장님 꺼)를 가리키시더라고요,,! 다시 한번 사과하시면서 사과 파이를 선물로 주셨습니다,,
인상에 한번 놀라고, 그분의 그런 매너에 또 한 번 놀랐습니다.
저의 마음을 읽었는지, 그쪽 부동산 사장님께서 다시 한번, 자신이 뭐라 그랬냐,, 이 분이 자기의 최애 고객이라 하지 않았냐며,, 약간 자랑스럽게? 말씀하시더라고요,,! ㅎㅎ 믿으면 된다 하지 않았냐,,! 하고요.
계약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직접 얼굴도 뵈었고, 이름도 특이하시고, 연령대도 정확히 알게 되고.. 등등해서 부동산 사장님의 그 당당한(?) 말씀에 궁금하기도 해서 두 분의 성함을 나란히 인터넷이 쳐봤습니다. (궁금증도 있지만, 마지막 돌다리를 두드려보는 심정도 조금은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고 나서 알게 된 사실이었습니다. 부동산 사장님이 하신 말씀이 하나 과장이 아니고, 오히려 간단히 말씀하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직장인의 신화를 쓰신 두 분이셨던 거네요..!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제가 실제로 대면한 모든 분들 중에 가장 사회적, 객관적 성공(?)을 한 분이셨습니다.
물론 객관적 성공이 꼭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얼굴에는 그분들이 어떻게 살아오시며 그것을 일구셨는지 알 것 같은 인상이었습니다. 그제서야 정말 사람에게는 '아우라'라는 것이 있구나라는 생각도 들었고, 꾸미지 않은 아름다움에서, 그분은 자기 자신이 보물인데, 굳이 그렇게 공들여 외모를 꾸밀 필요가 없었던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외모를 열심히 가꾸시는 분들이 자기 자신 자체가 보물이 아니라는 뜻은 절대 아닙니다. 저도 평소에는 그렇게 가꾸시는 분들이 너무 멋지게 보였거든요.)
사모님께서 제게 하셨던 말이 생각났습니다. 그분들도 저희와 똑같이, 아들 하나인데 그 아들이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이 학교를 보내기 위해서 이 집을 사시게 된 거라고요~ (그때는 저희와 시기와 이유가 똑같아서 그것도 반가웠었습니다.) 그리고, 그분께서도 이 집을 본 순간 왠지 너무 맘에 들고 끌려서, 집을 딱 2번째 본 상태였는데 바로 계약을 하셨다고 했습니다. 코 앞이 학교인 동이라서 아이가 앞으로 살아갈 동선이 머릿속에 다 그려지면 흐뭇하고 행복하셨다고 했습니다. 그런 게 다 저와 똑같아서 말씀하실 때 엄청 미소가 지어졌었거든요.
그리고 지금 살고 계신 세입자는 자신과 친한 친구이고, 내년에 친구 집을 리모델링해서 나가기 전까지는 자기가 책임지고 집을 가지고 있으려고 1월로 하신다고 하셨습니다. (그제야 나머지 궁금증까지 풀리게 되었었네요,,) 그런데, 희한하게 친구가 갑자기 제가 집을 보기 전날 통화에서 "내일 휴가를 내고 집 청소를 하려고 한다."라고 하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왜 갑자기 휴가까지 내고 청소를 하냐고 했더니, 그냥 그러고 싶다고 하셨다고 하네요,,^^;; ㅎㅎ 그래서 딴 때 같으면 집에도 안 계실 시간에 딱 청소까지 하시고, 저희가 그 집을 보게 된 것이지요. 운이 좋게 저희 혼자 그 집을 보게 된 거고. 바로 계약을 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저는 그러고 나서 부동산에, 그 집을 보고 나니 먼저번에 놓친 집이 이제야 아깝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말까지 하게 되고요. (먼저 집은 풀 리모델링이 되어 있었는데, 집 자체가 너무 고급스러워서 끌렸다면, 이 집은 꼭 그런 것도 아니었고요. 제가 가게 된다면, 부엌과 마루 바닥 등은 손을 좀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까지 했었으니까요.) 아무튼 지금 생각해 보면, 이렇게 되려고 그런 것이었나. 집도 인연이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왠지 멋져 보이시는 전 주인 분들이, 딱 그 시점에 집을 사셔서 새로이 사시는 시점에 인생에 있어서 큰 새 출발을 하신 걸로 (인터넷상) 이력에 나와 있는데 그것 자체도 너무 좋았습니다. 가장으로서 안정된 직장에서의 커리어를 접고 아들이 초등학교 입학 시점부터 완전히 독립해서 자신의 일을 시작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아무리 자신이 있고, 그 분야를 잘 안다 하더라고요.. 그리고 그 짧은(?) 시간 동안 그렇게 엄청난 것을 이루셨다는 놀라움과 함께, 그분들의 인생 시점과 비슷한 시기에 제가 그 집에 살게 된다는 것이 기쁘고 설레는 마음까지 들었었습니다. (집의 기운이나, 풍수지리, 사주 등 그런 건 지금까지 본 적도 없지만, 관심도 없었던 저이지만요.)
워낙 집주인분의 그 자연스러운 모습이 인상적이고, 홍성숙의 이야기와는 완전히 대비되는 모습이어서 생각이 났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니, 저도 될 수 있으면 저의 에너지를 더 안을 채우는데 집중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요.
수다 같은 '자연스럽게 늙는다는 것'을 본 저의 후기는 여기 가지입니다.
그리고 아래는 17장의 후반부에서 기억에 남는 부분들입니다.
인실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 '쇼지'의 존재에 대해 인식하게 된 오가타의 아빠로서의 애틋한 마음이 그려져 몹시 아쉬웠습니다. 물론 쇼지에게는 오가타 못지않게 좋은 아빠 찬하가 있었어서 너무나 다행이었지만요. 오가타와 쇼지, 인실 세 식구가 그대로 살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구보다 아내와 아들을 사랑하며 헌신할 오가타였을텐데요.
보연의 실수로 통영에서 친구로부터 산 금붙이들을 계기로 홍이 부부가 조선으로 압송되어 감옥에 있을 때의 일입니다. 그 소식을 들은 영호와 영선네는 면회도 하고, 담당 형사를 만나며 돈도 적지 않게 쓰고, 유치장에 사식도 넣으며 백방 애를 씁니다. 영호는 어린 시절 학생 운동을 할 만큼 홍이와 관수, 석이에게 영향을 많이 받았고, 영선네는 남편 송관수와 홍이의 각별한 사이부터, 송관수가 죽고 나서도 장례를 위해 애썼던 홍이에게 남다른 고마움을 안고 살았던 것입니다. 이 부분에서 참, 사람이 사는 게 바빠서 매번 가지고 있는 마음을 표현하긴 힘들지만, 이렇게 결정 적인 순간이 왔을 때의 이심전심을 보며 지나간 순간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영광과 양현이 우연히 기차 안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다가올 그들의 사랑을 예고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화 중에 양현은 철없던 어린 시절과 다르게 클수록, 자신은 출신 자체가 서희 가족과 다르고, 자신이 받는 이 사랑, 행복, 그리고 배움과 누릴 수 있는 모든 배경이 자신과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본래 자신이 있던 자리(엄마였던 기화가 서희의 종이었다가 기생으로 살게 된 그 신분)로 내려와야 한다고 생각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언젠가 다른 회원님의 후기에서 이런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을 버리지 않고 지탱하는 힘이 어린 시절의 무한한 사랑과 믿음에서 온다고 읽었던 것이 생각났습니다. 어느 시기 이후로는 서희의 양딸로 사랑과 존중을 한 몸에 받으며 자랐지만, 막상 양현이 어린 시절 기생 홀몸으로, 특히 아편쟁이가 된 이후에 기화가 어린 시절 양현을 키우며, 아무리 어린 딸조차도 자신을 지탱할 힘을 주지 못한다고 생각하며 내 팽개치듯 하고 아편에 힘들어했던 기화를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소설 속 인물이지만.. 그러한 영향도 있는 것이 아닐까,, 왠지 마음이 쓰이고 아팠네요.
그리고 지나가는 찰나긴 하지만, 홍이가 통영에 와서 영광, 영호, 휘와 함께 술을 먹기 위해 소고기 세근과 정종 몇 병을 샀다는 것, 그리고 이들의 술안주를 위해서 영호와 휘의 처가 쉴 새 없이 안주를 지지고 볶고 해서 내 왔다는 것, 도는 그 밖의 이전에 홍이가 왔다고 영팔이 노인과 판술네 부부가 상다리 휘도록 차린 밥상의 묘사 등, 소설 곳곳에서 등장하는 상차림이나 술안주가 제가 생각하는 이 시대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기도 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이 시절은 훨씬 더 먹을 것이 없고 가난한 시절이었을 것 같았는데요. 소설 파친코에서도 조선 독립이 다가오는 시점일수록 일본의 전쟁으로 인해 일본 본토마저도 멋을 것이 없고 너무 피폐해져 가는 삶인 것으로 기억했거든요. 그런 부분이 좀 의외였어서 남겨 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랜만에 홍이 찾아간 범석이 너무나 이상적이면서도 회의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이 전형적인 시골에 갇힌 지식인의 한계인 것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제 수준이 그것을 이해 못 하는 것이어서 그럴 수 있겠다도 싶었고요. 아주 옛날 옛적에 사람들이 레오나르도다빈치의 정신세계를 이해하지 못한 것처럼요. 홍이의 입을 빌려 지나치게 사회주의 사상을 칭송하는 것은 이 책의 중 후반부터 드러나는 특성이자 작가님의 호소인 것 같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최소한 그들의 시작은 순수했고, 결코 위험한 사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요.
범석 역시 '경자 유전'의 원칙을 이야기하는데, 저는 이 대목에서 치악산님께도 말씀드렸던 인플레이션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오늘은 위에 길게 쓴 이야기를 지우지 않고 그대로 남기는 관계로 글이 또 길어져서 기회가 될 때 곧 쓰도록 하겠습니다.
주말에 비가 와서 몹시 아쉽네요..^^:!
어제는 식물원에 갔다가 산책하고, 체험하고.. 비가 오는 바람에 더 못 놀고 시장을 잔뜩 봐서 집에 왔습니다.
오늘 날씨를 보니 오전에 다시 맑은데, 온 가족이 나가서 공원 몇 바퀴 뛰고, 맛있는 아침 해 먹고, 오늘 역시 딸기 체험을 좋아하는 아들을 위해 다른 딸기 농장을 가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함께하는데도 왜 매일 무엇을 할지 생각하며 설레는지 저도 신기합니다. 아이가 유튜브를 보는 시간에 조차 저는 다른데 안 가고 아이 옆이나 뒤에 앉아 있거든요. 그러면 아이는 보다가도 재밌고 기분이 좋으면 제 팔을 당겨서 자기 몸을 감싸거나 하면서 흐뭇한 미소로 애정표현을 하고 바로 또 티비를 봅니다. 그냥 아이 표정과 눈빛에서 엄마를 얼마나 좋아하고 옆에 있는 것만으로 만족해하는지 느껴집니다.
정말 자식은 뭘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하고 큰 행복을 주는 존재인 것 같습니다.
모두 남은 주말도 즐겁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노트북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