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천 개의 파랑 – 천선란
2부 후기를 올려봅니다 ^^
책의 뒷부분에는 모두가 힘을 합쳐 안락사 위기에 처한 투데이를 다시 달릴 수 있게, 투데이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하기 위한 작전이 펼쳐집니다.
‘그리움이 밀고 들어오는 순간을 예견할 수 있다면 오래도록 그 순간을 만끽할 수 있게 준비라도 할 텐데, 친절하지 못했던 이별처럼 그리움도 불친절하게 찾아왔다’
보경은 자신을 구해줬던 소방관과 부부의 연을 맺었으나 (오래된 소방복 때문에)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이제는 덤덤해졌다고 생각할 만큼 시간이 흐른 뒤에도 꿈속에서 그를 만날때 마다 그녀는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그리움을 불친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아빠가 사고로 멀리 가셨기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는 그리운 마음이 뭔지 알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한편으로는 소방관과 다르게 제 꿈에 잘 나오지 않아 서운한 마음이 생겼을 때가 있었기에 부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고, 비록 꿈속에서라도 예견하고 준비해서 그 순간을 오래도록 함께 하고 싶다는 애틋함이 느껴져 울컥하는 부분이었습니다.
남편을 잃고 아등바등 살아가는 보경의 모습이 안타까웠고, '브레이크를 잃은 보경'이라 비유하는 부분에서 그녀의 삶의 치열함이 처절하게 느껴졌습니다.
어쩌면 그녀의 모습이 남의 일같이 느껴지지 않았던 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엄마가 아빠를 잃고 휘청휘청 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래도 자식과 손주를 위해 애써 힘을 내시는 모습을 보면서, 오래전에 성인이 된 자식에게 혼자되신 몸으로도 기꺼이 버팀목이 되어주시는 걸 느끼면서요.
가끔 아빠 이야기를 하며 엄마에게 '엄마는 꼭 내 꿈에 나와야되'라고 가벼운 당부를 하곤 합니다.
‘그리고 아주 가끔씩 경사진 인도를 내려가는 은혜의 휠체어를 허락도 없이 붙잡아 도와주는 사람도 있었다. '도와준다‘라고 표현하고 싶지 않지만 그 사람들 입장에서는 그랬다. 사람들은 그걸 선의라고 생각했다’
‘정상적인 사람에게 너의 정상성은 괜찮은 것이고, 그것이 너를 규정할 수 없다고 말하지 않는 것처럼 은혜도 그런 말을 들을 이유가 없다고. 보경이 건네는 따뜻한 위로가 가끔은 자신의 정상의 범주에서 벗어났음을 확인시키는 차갑고 날카로운 창살 같다는 것을’
남을 위하는 행동은 좋은 일이고, 그 선의를 받는 사람도 기뻐할 것이라고 저도 당연하게 생각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부모인 보경도 은혜의 입장을 헤아리지 못하듯이 모든 사람은 당사자가 되지 않고서야 그 기분을 이해하기란, 특히 장애인의 경우는 입장을 바꿔서 생각하기도 쉽지 않을 것입니다. 좋은 마음을 가지고 하는 행동도 받는 사람이 불편하다면 그건 그를 위한 행동이 아니라는 걸, 살면서 많이 느낄 수 있습니다.
은혜의 상황에 비하면 아주 사소하지만 일상적이고도 무의식적으로 우리는 상대방에게 무례를 저지를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이 경험했던 좋았던 방법이나, 음식, 물건 등을 추천한다고 하며 강요하거나, 원하지 않는 오지랖으로 상대를 불쾌하게 하는 것이죠.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관계를 떠나 어떤 행동을 규정하고 정의한다는 건,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마다 그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것. 나의 생각이 전부 상대방의 기준이 될수 없음을 깨닫고, 그 사람의 입장을 생각하고, 더 신중하게 행동해야 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억을 하나씩 포기하는거야, 문득문득 생각나지만 그때마다 절대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인정하는 거야. 그래서 마음에 다지고 있는 덩어리를 하나씩 떼어내는 거지’
그리움이 무엇이냐고 묻는 콜리에게 보경은 이렇게 대답을 합니다. 이 구절을 읽고 보경이 한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저도 한참을 생각했었던 것 같습니다. 기억속에서 '그때로 돌아가고 싶어' 라는 막연한 기대를 버리고 인정하는 것, 현실을 자각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보경의 생활은 치열하고도 쉴틈이 없었다는 걸 감안한다면 냉혹한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한 자신의 채찍질이 아니였을까요. 만약 보경이 남편을 잃지 않고, 아이들과 행복한 삶을 살아내고 있었다면, 사고라는 갑작스러운 죽음이 아니였다면, 그리움이라는 걸 조금은 좋은 기억으로 회상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콜리는 공감을 느낄 수 없는 개체였지만 공감하는 척 움직이게 만들어졌다. 어차피 사람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게 공감이었다. 콜리를 앉혀놓고 몇 번 대화를 한 후에야 진정으로 필요했던 건 들을 수 있는 귀와 끄덕일 수 있는 고개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의 삶속에서도 꼭 필요한 건 누군가를 이야기를 들어주는 공감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 모임에서도 그러하듯이, 자신의 생각을 적고 각자의 후기를 읽고 생각을 공유하고 때로는 공감하며 다양한 입장에서 바라보는 그 안에서 용기를 얻고 위로를 받는다고 생각합니다. 콜리는 비록 기계였지만 '공감하는 척'하면서 같은 사람도 잘 못하는 공감을 해주는 장면은 '우리 삶에 정말로 필요한 건 이런 것이였지'하고 새삼 깨닫게 했습니다.
꼭 필요한 부분이라는 걸 머리로는 알지만 쉽게 할 수 없는, 어쩌면 그 마음을 알지 못해서 못하는 것 일수도 있고, 어쩌면 나의 이야기를 하느라 들을 준비가 안된 것 일수도 있습니다.
남편이 이야기를 하면 듣기 싫어도 잘 들어줘야 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아마 이 말이 뜻하는게 콜리가 한 '공감하는 척'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많이 노력은 하고 있지만, 매번 같은 길을 지날때마다 추억의 물건을 꺼내들때마다 똑같은 레퍼토리를 무한 반복하는데 언제까지 공감하는 척하고 들어줘야 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그럴때마다 신나서 이야기를 하는 신랑얼굴을 보면 남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반대로 누군가에게 나의 이야기를 마음놓고 할수 있다는 것도 큰 힘이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신이 말했던 그리움을 이기는 방법과 같지 않을까요? 행복만이 그리움을 이길 수 있다고 했잖아요. 아주 느리게 하루의 행복을 쌓아가다 보면 현재의 시간이, 언젠가 멈춘 시간을 아주 천천히 흐르게 할 거에요’
살면서 어느 순간에 멈춰 있을 수 있다는 걸, 큰 슬픔을 지닌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그 시간속에 갇혀 지낸다는 것을 보경을 보며 알았습니다.
그리움을 이긴다라.. 한번도 이겨야 되는 것으로 생각해 본적이 없었기에 그리우면 마냥 그 생각에 충실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움 뿐만 아니라 사람의 마음은 결국 행복하고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면 자연스럽게 상처가 치유된다는 의미가 아닐까 합니다.
보경은 콜리에게서 공감받고 위로받으며 딸들과 멀어졌던 거리를 좁히기 위한 노력을 하며 행복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보며 공감도 중요하지만 하루의 행복을 쌓아가는 것도 본인 스스로의 마음가짐과 노력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부분이였습니다.
‘콜리는 인간의 구조가 참 희한하다고 생각했다. 함께 있지만 시간이 같이 흐르지 않으며 같은 곳을 보지만 서로 다른 것을 기억하고 말하지 않으면 속마음을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따금씩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알아차렸고, 다른 것을 보고 있어도 같은 방향을 향해 있었으며 떨어져 있어도 함께 있는 것처럼 시간이 맞았다’
이 구절을 읽으면서 너무 맞는 말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콜리라는 휴머노이드의 입장에서 이해하는 인간의 설명을 너무 잘 표현해 놓은 것 같았고, 끊어 읽으면서 생각해보게 만드는 부분이였습니다.
책에는 더 긴 글로 묘사되어 있지만 일부분 적어보았는데, 막상 글을 읽고 있으니 인간이란 정말 복잡한 구조구나 하는 생각을 저도 하게 되었네요 ㅎ
결국 투데이를 사랑하는 많은 이들의 노력으로 다시 주로에 서게 됩니다.
비록 전성기때와 같지는 않았지만 행복해하는 파트너를 보며 콜리도 행복해 합니다. 하지만 경기를 위해 대비책으로 먹은 진통제의 효과 때문이였는지 투데이는 고통도 잊은 채 더욱 속력을 냈고, 결국 콜리는 한번더 투데이를 위해 추락을 결정합니다. 망가지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을 알았지만 끝내 투데이의 행복만을 바라며 죽음을 선택하게 됩니다.
비록 콜리와 투데이의 해피엔딩은 아니였지만,
그들의 존재는 소중히 여긴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깨닫게 한 큰 선물이였다고 생각합니다.
안녕하세요 가다쿵님^^
오늘도 진솔한 가다쿵님의 후기글 잘 읽었습니다.
매번 같은 길을 지날때마다 추억의 물건을 꺼내들때마다 똑같은 레퍼토리를 무한 반복하는데 언제까지 공감하는 척하고 들어줘야 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가다쿵님의 하소연이 저만 웃겼나요? 같은 이야기에도 계속 공감하는 척 하시는 모습이 떠올라 웃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ㅎㅎ 남편분을 향한 가다쿵님의 마음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나는 어땠는지 되돌아 보게 되네요^^
다른이를 위한 희생은 그것이 비록 생명체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숭고하게 느껴집니다.
콜리는 하늘에서 보경이 남편이 보내준 천사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네요
천개의 파랑이 콜리가 배운 단어 천개를 말한다고 하더라구요. 천 가지의 아름다움, 천 가지의 행복을 의미한다고 하는데 콜리 보다 많은 단어를 가진 인간인 저는 콜리의 천가지 행복보다 많이 못 느끼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다쿵님의 이야기가 담기 후기글 잘 읽었습니다.
좋은 한주 보내시길 바랍니다.
안녕하세요.! 가다쿵님,,! 토요일 아침 눈을 떴는데, 반가운 후기가 있어서 넘 반가웠습니다.!
오늘 후기는 가다쿵님의 이야기가 함께 있어서 더 슬펐네요,,!
어머니께 꼭 꿈에 나와야 한다고 당부하시는 말씀이랑,, 아버님이 꿈에 나오시길 바라는 마음이 너무 애틋합니다. ㅜ
언젠가 TV에서 어린나이에 병으로 죽은 딸이 왜 그토록 기다려도 한번도 꿈에 나오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울었던 어느 엄마가 생각납니다,, ㅜㅜ 그걸 보면서 많이 울었었네요..
‘그리움이 밀고 들어오는 순간을 예견할 수 있다면 오래도록 그 순간을 만끽할 수 있게 준비라도 할 텐데,,'
ㅜㅜ 사랑하는 가족과의 이별에 이입하면 너무나 절실한 말이네요.
순간 순간 마음을 다 해야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번 하게 됩니다.. 아이, 남편, 부모, 형제 모두요.. ㅜ
사람들이 은혜의 휠체어를 밀어주며 선의를 베푼다 생각하는 장면은 저도 나이들면서 깨닫게 된 것입니다.
어린시절에는 무언가 힘든 상황에 있는 분이 있다면 그렇게 도와주고 싶고, 어떻게 해야하나 막 가슴 졸이고 그랬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줄 수 있는 한 무언가를 잘 가져다 주곤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다보니,, 상대가 사람간의 정을 넘어서 자신을 혹시나 불쌍하게 생각한다고 느낀다면, 그것만큼 결례되는게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더 조심스럽게 되더라고요,,! 누군가에게 동정을 받는다는 감정은 어른일수록 힘든 감정일 테니까요. 그래서 점점 더 감정을 누르고 뭐든 적당히 하는 것 같은데.. 그래서 어릴 때, 젊은 시절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어른들의 평정심 있는 정서가 생기는 것이구나도 느끼게 되고요.
'콜리를 앉혀놓고 몇 번 대화를 한 후에야 진정으로 필요했던 건 들을 수 있는 귀와 끄덕일 수 있는 고개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작가님의 이런 통찰이 감동스럽습니다.
저는 정말 천선란 작가님께서 이런 따듯함과 인간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을 로봇을 주제로 풀어가신 것이 감탄스럽습니다. 읽어보지 못했지만, 재미도 주면서 깨달음과 감동까지 주는 책인 것 같습니다.
왜 가다쿵님께서 말씀 주신 책들은 모두 아들과 함께 읽고 싶어지는 걸까요,,?!!
덕분에 멋진 작가님, 좋은 책을 알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노트북 드림.
저도 혹시나 들어와 봤는데 벌써 답글이 남겨져 있네요 ㅎㅎ 누구나 떠나가기 마련이지만, 남겨진 사람들은 그들이 남기고간 무언가를 추억하고, 그리워하다 시간이 흘러 그 감정이 조금 무뎌지면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모든 사람이 그렇다고는 할수 없지만 각자가 느끼고 깨닫는 무언가를 통해 어떤 사람은 곁에 사람들을 소중히 하게 되고, 어떤 사람은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는 계기도 될수도 있을 것 같아요. 막연했던 그 시간이 먼저 떠난 사람들로 인해 적게나마 구체화되는 거죠.
엄마도 아빠를 잃고 현재의 삶에 더 집중하시는 모습을 보이시고, 저도 제가 없는 아이들의 미래를 준비하게 되더라구요.
이러한 것도 삶의 과정에 한 부분이라는 생각과 있을때 잘해야된다는 말이 절절히 와닿는 시간이였어요.
딸기님도 사랑하는 가족들과 따뜻한 대화가 오가는, 좋은 시간 많이 보내는 그런 주말되세요^^
혹시나 해서 들어와 봤는데 벌써 가다쿵님이 후기를 올려주셨네요. 반가운 마음에 일빠로 후기를 답니다. ㅎ
남편을 잃은 보경이 살아가는 모습, 가타쿵님이 아빠를 잃고 들었던 생각들... 을 보면서 저도 친정 아버지가 20년전 갑자기 돌아가셨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배우자, 혹은 부모님이 돌아가시는 경험은 하고싶지 않지만 누구나 하게 되는 아픈 시간이죠.
얼마전 아는 언니가 남편을 잃으셨죠. 너무 화목한 가정이었고 금슬이 남달리 좋은 그런 부부였어요.
집에서 울기만 하는 엄마에게 지인들 만나서 떠들다 오라고 딸들이 모임에 나가라고 해서 장례 치르고 3주만에 나오셨어요. 그동안 겪어온 얘기를 들으면서 모두 함께 울었습니다.
특히나 지금도 너무 보구싶다는 말에 모두 마음이 무너졌습니다.
그 사람의 빈자리는 시간이 지나면 메워지겠지만 보고싶은 마음은 어떻게 해결을 해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 내 곁에 있는 소중한 가족들이 어떤어떤 이유로 같이 하지 못하게 된다면.. 상상만으로도 힘든일이지만 또 그 시간을, 그 아픔을 다른것으로 대체하며 살아가게 되는거 같아요.
콜리라는 휴머노이드가 하는 말이 인상적이었어요.
함께 있지만 시간이 같이 흐르지 않으며 같은 곳을 보지만 서로 다른 것을 기억하고 말하지 않으면 속마음을 알 수 없다.
정말 그렇습니다. 말하지 않으면 누구도 내마음을 알수 없다는 것을요.
내 마음을 잘 말해주고 상대의 마음을 잘 들어주는 그런 인간 관계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내가 말하지 않고도 남이 나를 이해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생길때가 있어요.ㅋ
가다쿵님 말씀대로 사람 마음이 그래서 참 어렵습니다.
좋은 글들이 많은 책이네요. 다 언급하진 않았지만 쓰신 이야기 모두 마음에 와닿는 글들이었어요.
잘 읽고 갑니다. 편안한 주말 되세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