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노트북 입니다.
아침에 갔다가 밤에 오게 되었네요.
오늘 가족 마라톤은 예상을 뛰어넘은 아들 덕에 넘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회원님들의 응원 정말 감사드립니다. ^^)
오늘 마라톤은 아들 친구네 두 가족과 함께 모두 나갔다가, 아이들 덕분에 계획에 없는 점심을 좀 오래 먹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장난감도 살 겸 마트 가서 장을 보고,, 집에 와서 갑자기 남편이 감기 몸살이 나버렸네요. (굉장히 추웠거든요,, 옷을 넘 얇게 입고 갔다가 후회를 하긴 했었는데요. 그런 걸로 아플 거 같은 남편은 아닌데, 너무 예상외로 갑자기 훅 아파서 쓰러지는 이상한 느낌이었습니다.)
아들이 잠시 수면으로 충전이 된 덕에 12시까지 안 자게 되어, 같이 놀다가 재우고 한밤중에 오게 되었네요.
오늘 아침에 짧게 남긴 글에서 탄핵을 언급했었는데, 사실 개인적으로 지난 12월 3일 계엄 이후 급박한 국제 정세와 맞물려 편할 날이 거의 없었습니다. 금융 투자 포션이 큰 특성 때문인지, 피부로 느껴지는 정말 힘든 시간들이었습니다. (투자를 안 하면 되지 않냐.. 하실 수도 있겠지만, 하든 안 하든 원래 투자를 하던 사람들은 매일 마다 주시할 일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데이트레이더는 아니지만, 대비하는 것만으로도 거의 진이 빠지는 시장이었고, 갈수록 더 한것 같습니다.) 거기에 부동산 시장까지 요동쳐, 계획을 수정해야 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지금 계신 회원님들께서는 재테크 말씀은 거의 안 하시기 때문에 참 이런 걸로 길게 이야기를 하기가 또 조심스럽습니다. 내년 3월 정도..? 쯤에는 이 시기 제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편히 말할 수 있는 상황이면 좋겠습니다. (그때가 되면 뭐라도 정리가 되고 가닥이 잡히면 좋겠다는 뜻이네요.)
제가 가장 마지막까지 접하고 온 경제 뉴스가 독일이 트럼프를 못 믿겠다며 금 1200t 인출을 검토하겠다는 기사였습니다. 독일(유럽)이 트럼프에게 비칠 수 있는 카드정도인 것 같습니다. 정말 거의 세계 금융 전쟁으로까지 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무력에 의한 전쟁에 비할바는 아니겠지만, 하루하루 긴장의 연속입니다. 트럼프 임기 내내 이럴지, 1년 정도 진통의 시간 끝에 그 후 방향이 잡힐지도 저는 궁금하네요,,!
대한민국에서 이제는 암묵적 금기사항이 된 계엄사태는 일목요연한 헌재의 판결문 아래 잘 정리가 되었다 생각합니다. 들으면서 모든 정치인과 국민이새겨들으면 좋을 내용이라 생각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수준이 근 20여 년 동안 상당히 성숙해진 느낌을 받았고, 유독 정치만이 이 수준을 못 따라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앞으로 치러질 조기 대선 이후 또 한 번 받아들여야 할 결과 이후에는 대한민국의 시간과 에너지가 낭비되는 일이 없길 바랄 뿐입니다.
이제 책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16권을 읽으면서 먼저 딸기님의 후기로 접했던 내용들이 많이 생각났습니다.
길상의 관음탱화 부분도 그렇고요. 다만, 딸기님 말씀처럼 20권과 21권 세트의 차이인지, 딸기님께서 들려주신 후기의 비교적 최근 내용이 여기 실린 느낌을 받았습니다. 1권 차이인데도 불구하고 제가 읽는 20권짜리 책이 전개가 좀 더 빠른 느낌인데, 그럼 나머지는 어떻게 채워질까 궁금한 마음도 드네요.
16권 역시 참 재미있고 술술 읽히는 책이었습니다.
토지를 읽으며 완전한 주연은 아니지만, 참 예상외의 인물이 한복의 아들 영호였습니다. 아버지 한복이 그토록 어려운 환경을 뚫고 자란 사람인 것을 감안하면, 또 그 안에서 일찍이 석이에게 보내져 공부했던 영호라고는 잘 믿기지 않는 열등감에 쌓인, 일명 (못난) 남편이 되어 숙이를 괴롭히는 모습이 안타까웠습니다.
그리고 16권 초반에 홍이 이야기가 나오는데 홍이의 핏줄이 안 닿은 어머니(월선), 핏줄이 안 닿은 공 씨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주갑이 아재를 떠올리면서는 인류에 사랑은 무엇인지,, 사랑을 빼고 인류의 역사를 말할 수 있을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만큼 생물학적 연결고리가 아니더라도 인간이 만들어낼 수 있는 그 '사랑'이라는 감정이 유독 소중하고 따듯하게 느껴졌습니다. 아이를 낳지 못한 여자, 월선이었지만, 왜 월선만 떠올리면 누구보다 헌신적인 모성애가 떠오르는 것일까요. ㅜ 마치 월선이 실존인물이었던 것처럼 그의 삶이 슬프고 안타까워집니다.
16권에서 제게 핵심이었던 것은 영광과 관수의 이야기입니다.
영광은 송관수의 큰아들이고 외할아버지로부터 내려왔던 백정이라는 신분으로 인해 직접적으로 피해를 본 인물입니다. 강혜숙이라는 여학생과 첫사랑에 빠지게 되는데, 그 사실을 안 그녀 집안의 난동으로 결국 끝이 나고 영광이 다니던 학교까지 퇴학을 당하게 됩니다. 그 사건은 영광에게 뿌리에 대한 깊은 혐오와 상처를 남기고, 그로 인해 집안과는 거의 연을 끊다시피 하며 무작정 동경으로 떠납니다. 거기서 감정을 건드리는 일본 패거리에 항의하다가 집단 구타를 당해 다리 한쪽이 불구가 되며, 얼굴에도 상처를 남깁니다. 그런 그가 택한 길은 작곡을 하며 색소폰 연주자로 떠돌이 생활을 하는 것이었고, 문학과 함께 엄청난 독서로 깊어진 내면과 무언가 우수에 젖은 특유의 분위기, 거기에 불편하게 끌게 되는 한쪽 다리는 무언가 여성에게 모성과 연민의 정을 자극하는 것이 더하여 특유의 연예인으로서의 매력과 깊이를 가진 사람으로 나옵니다.
영광은 오랫동안 자기 존엄에 상처를 받은 분노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하여 탈출했고, 가족을 대하는 감정이 더 고통스러워서 인지, 가족과는 자연스럽게 연락을 끊습니다. 그것은 어머니를 부정하지 않고는 이루어질 수 없는 행동이었습니다.
아버지 관수는 자식하나 없는 셈 치겠다 하면서도 한때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장남이 그리워지는 마음이 커질수록, 남의 입에서조차 나오는 것을 금기시 여겼던 '백정의 핏줄', 그 신분을 자신에게 준 아내(송관수가 백정이 아니었고 원래는 장인어른이 백장이었음)를 원망하고 비난하는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그렇게 방황하는 시간 동안 서로 다시 만나보지 못한 채.. (아들과의 만남을 코앞에 두고) 관수는 호열자로 객사하게 됩니다. 독자로서 참 안타까움이 큰 죽음의 시점이었습니다.
이러한 상처들로 인해 어느 순간 기억이 왜곡되어 서로를 원망하고 비난하고 혐오하고, 그 고통스러운 감정을 회피하기 위해 달아나고, 연을 끊고 하는 것들이 가슴 아팠습니다.
그러면서도 영광이 느끼는 그 감정을 제 입장에 비추어서도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도 아주 늦게 제가 그동안 느껴왔던 핏줄에 대한 자부심과 자기 존엄에 상처를 받는 일이 있었습니다. 늦은 시기였지만 그전까지의 저의 생각을 통째로 바꿀만한 감정들이었습니다.
바로 아버지의 경제적 관념 때문이었는데요. 아버지께서는 흥청망청 돈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분도 아니시고, 오히려 그 반대로 정말 근검 절약하며 누구 못지않게 성실한 삶을 사셨다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놓친 점은 인플레를 간과하신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 차이가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든 지를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보며, 같은 삶을 이어서 왔지만, 30년 전, 20년 전, 10년 전과 다른 경제적 수준을 만들고, 시간 앞에 부의 정도가 크게 감소하는 상황을 인지하셨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상적인 말씀만 되풀이하십니다. 제가 보기엔 기기적으로 마지막 기회가 아닐까 싶은 이 상황을 다르게 세팅하지 않으시려는 것을 보며, 아버지라는 분을 더 객관적으로 다시 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물론 아버지께서는 지금의 삶을 좋아하시고 지금처럼 이어져도 큰 문제는 없다고생각하시시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또 한 번 충격을 받을 만큼 아버지와 제가 생각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앞으로 30년 후의 화폐가치가 다르다는 것, 그리고 그 위험성을 익식 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유전인지 한 집안의 관념인지 모르겠으나, 이것은 저희 친가의 유전자나 정신. 그 무엇이었다는 생각과 함께, 저도 모르고 살아왔던 저의 환경과 배경이 상당히 갇혀 있는 상황이었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받은 정신과 유전자에 대해서도 객관적으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신기하게 그 과정에서 그동안 가졌던 자기 존엄에 까지 상처를 입는 것을 느낍니다.
그런 것을 깨달으면 깨달을수록 저는 반대극부로 그 점에 있어서 만큼은 더욱더 현실적인 사람이 되어가고 있고요. 그러면서 경제능력은 선택이 아니고 필수라는 생각이 더욱 강하게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부모님은 자식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면 되는 것이라 하시지만, 그렇게 열심히 사셔놓고, 적지 않은 돈을 버셨던 분들이 노후에 충분히 누리실 수 있는 것조차 누리지 못하는 방향으로 자꾸 가게 되는 것이 자식 된 입장에서는 너무나 안타까운 일인 것입니다. 왜 그것을 존중하기 어렵냐에 대한 것은, 아마도 부모 자식 간에는 서로의 존재를 자신과 동일시하는 심리적인 영향 때문일 것입니다. 부모님의 삶이 곧 나의 삶과 같은 동일성의 감정을 느끼기 때문에 최대한 제가 생각하는 좋은 방향으로 되길 바라는 마음일 것입니다. 마치 한참 크는 자식들을 대하는 부모의 마음이 이제는 입장이 바뀐 것이겠지요. (사춘기의 자녀를 둔 부모가 노력하듯, 지금은 자식이 마음을 비우고 노력해야 되는 시기라는 것도 압니다.)
이상현의 작은 아들 민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상황이 다르지만, 민우가 아버지 이상현에게 느끼는 원망이 어디로부터 오는지는 알 것 같았습니다.
민우는 양현이 이복동생이었다는 것을 알고 아버지를 더 미워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아버지를 미워하는 이유는 따로 있지만, 그 계기는 혹시나 민우가 양현에게 사랑에 빠질뻔했으나, 양현이 이복동생인 것을 알고 이런 상황을 만든 아버지에게 분노의 감정을 느낀 것이 시발점이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서 아버지가 참으로 한심하고 이해하기 힘든 인간으로 재정립이 되는 것이겠지요. (아직까지 16권에서 정확히 언급되진 않지만, 아무래도 민우 역시 윤국처럼 양현을 좋아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자신을 이런 상황에 놓은 아버지가 원망스러웠겠지만, 만약 이상현이 처자식을 버리고 갔고, 그 와중에 기생과의 사랑으로 딸까지 낳았다 한들 이상현이 경제적 받침만큼은 튼튼히 해줬다면 이렇게까지 원망스럽진 않았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밤이면 밤마다 삯바느질로 지새며 한숨 쉬던 어머님의 세월, 상전이 뭐길래 뼈를 깎고 살을 저미듯, 백발이 되고 허리가 꼬부라질 대까지 봉사한 억쇠 할아범, 유월이 할멈. 늑대 울부짖는 벌판에 처자식을 내동댕이치고 떠난 사람. 가장으로서의 무능과 무책임. 겉은 멀쩡 하면서 속으론 찬 바람 굶주림에 웅크려야 했던 그 세월. 평생을 외가의 도움, 넉넉지 못한 숙부의 도움으로 연명했던 남은 가족의 심적 고통. 무책임하게 비정하게 내버리고 간 부친의 목적이 무엇이며 가치관은 무엇이냐. 버릴 수 있었던 것은 어떤 면에선 모질고 강한 것일 수 있습니다. 하면 자기 자신에게도 엄격했어야 하지 않는가!! 그렇게 가고 나서 기껐 한 일이 기생과 동거 했고 딸까지 낳았냐는 것입니다.
어른이 되어 보니 저절로 알게 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자신을 둘러싼 모든 환경들이 훨씬 더 객관적으로 보인다는 것, 그래서 저절로 부모라는 존재를 한 인간으로서 꿰뚫어 보게 되는 것입니다. 이 현상은 매우 자연스러운 깨우침이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누군가에 대한 평가를 바꾸기는 매우 힘듭니다. 결국 어느 시기까지만 유지되고 그 이후에는 그것이 통하지 않는 것인데, 그 인위적인 것과 원래의 실체가 거리가 크면 클수록 기만과 배신의 감정도 크게 올라온다는 것이 이러한 상황일 것입니다.
민우는 이제야 깨닫습니다. 형과 자신이 그만큼 자랄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와 억쇠, 유월이가 심어준 거짓된 아버지의 이미지와 그로 말미암아 느꼈던 자부심 때문이었다는 것을요. 그 모든 거짓의 실체를 깨달은 후에야 알게 된 왜 그 시절, 어머니와 조부모 같은 종들의 삶이 그렇게 어려웠어야 되었는지, 그것을 제공한 근본 원인이 누구였는지 깨닫게 되면서 분노와 같은 배신을 느끼는 것 같았습니다.
어린 시절 항상 엄마께서 아버지에 대한 좋은 점을 저희에게 누누히 말씀하셨기 때문에 일말의 의심 없이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부심을 가지며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이제 와서 돌아보니, 그 모든 것이 가능했던 것은 그것이 사실인 것처럼 아무 탈 없이 모든 것을 서포트해 왔던 엄마의 희생이 있었음과 동시에, 그런 엄마의 환경을 만든 것이 아버지였다는 것을 깨닫는데서 오는 배신 같은 것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엄마는 아버지께서 돈에 대해 청백리처럼 사실 수 있도록, 그 많은 돈을 버시는 역할을 하셨던 것이니까요. 물론 두 분 모두 열심히 일하신 게 이상현과 다른 점일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요즘 저는 이상적인 정신을 지향하고 그런 것을 강조하는 것조차 회의감이 들며, 그런 것이 진정 고고한 것이 아니라는 현실주의, 회의주의적인 성향까지 가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살면서 저의 경험과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제가 깨닫게 된 것 중 하나가 이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부모를 평가할 때, 그 부모 중 다른 한 사람의 삶이 어떠했는가를 생각한다는 것을요.
어머니의 삶이 애처로우면 애처로울수록 아버지에 대한 평가가 가혹합니다.
반대의 경우도마찬가지이겠지만요.
중요한 것은 그 힘든 삶을 살았던 사람이 어린 시절부터 어느 시기까지는 그냥 그 자체의 사실로만 여기며 살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 당사자가 그렇게 힘든 삶을 살았어야 되는 사람인지부터 다시 판단하고 깨닫게 되는 것 같습니다. 만약 자업자득이 아닌, 누군가가 더 힘든 상황을 제공하여 벌어진 일이라면, 상황을 더 힘들게 만들었던 (대부분의 경우) 그 당사자 외의 나머지 한 부모에게 그 화살이 간다는 것입니다. 더 가혹한 것은, 부모 중 한 사람이 그러한 이유로 비난의 대상이 된다면, 그 사람 자체가 사회 평균적으로 어떠했던 사람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부부(부모) 중 상대적인 것이기 때문에, 나머지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으로 인해 더 가혹한 삶을 살았다면, 그 사람은 객관적으로 얼마나 나았던 사람인 것인가와는 상관없이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건 억울할 수 있지만, 사람의 심리가 그렇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신기한 것은 그러한 이유로 아주 어린 시절 자신들이 가졌던 부모에 대한 양쪽의 이미지가, 크고 나서 그 정립이 바뀌는 경우도 많다는 것입니다. 저도 그랬지만, 어린 시절엔 누가 좋은 분이고, 누구는 항상 이런 분이라 생각했다면..이라는 대화를 종종 듣는 경우가 있으니까요.
누르려 하고 이해하려 해도 자꾸 커지는 이 감정이 저를 괴롭게 하여, 결국 한번은 고백의 시간을 갖데 하네요.
저는 솔직히 토지를 읽으며 곳곳에서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났고, 16권에서는 영광과 민우의 감정이 무엇일지 알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영광이 느꼈던 핏줄에 대한 혐오와 연민의 감정은 홍이가 느꼈던 그것과 공통점이 있습니다.
핏줄을 부정한다는 것, 그중에서도 어머니, 그 속에서 생명이 생겨났고 그 속에 머물렀던 모태를 부정한다는 것은 자신을 부정하는 것이다. 해서 부정의 그 깊이만큼 넓이만큼, 또 농도만큼 배신했다는 회한도 깊어지고 넓어지며 짙어지게 마련이다.
문득 작가님이 이런 감정을 잘 헤아리고 표현해 주실 수 있는 것은, 작가님의 전기에서 접했던 작가님 아버지에 대한 감정의 경험 때문일까? 도 생각이 들었습니다. (박경리 작가님의 아버지께서는 어머니와 작가님을 두고 새 장가를 드셨는데, 때때로 어머니의 강요로 아버지께 경제적 도움을 요청했다고 합니다. 특히 학비에 대해 거절당한 적이 있었는데, 그것으로 따지러 갔다가 맞은 적도 있다는 이야기를 하신 적이 있다고 합니다.) 어려운 일제 강점기 시대에 시대가 주는 아픔과 동시에 개인의 가정사로 인한 아픔까지. 어린 시절부터의 그러한 경험들이 더 특별한 감정선을 만들어주고,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감정과 아픔들에 대해 꿰뚫어 보시고 작품으로 전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도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끝으로, 봉순이(기화)와 이상현의 딸 양현이 의전에 다니는 예비의사가 되어 있습니다.
저는 순간 양현이 좀 있으면 의사 선생님이 될 거라는 말이 있었던 그 순간.
봉순아! 봉순네! 하는 말이 절로 나왔습니다.
특히 봉순네가 그 시절 자신의 손녀딸이 장차 의사가 될 거라는 것을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요? 물론 서희의 양녀로 컸으니 가능한 일일 수 있었겠지만요. 그들이 지금껏 함께할 수 없는 것 이 안타까울 뿐이고, 다시 한번 우리는 참 좋은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오늘 후기는, 저의 상황들로 인해 제가 느꼈던 감정들을 상황을 이해하실 만큼 자세히 말하기 힘들지만, 요즘 제 머릿속에 가득 차 있는 고뇌를 고백하듯 써버렸네요.
왜 하필 이런 감정들을 요즘에 와서 느끼게 되었냐가 참 아쉽습니다.
그렇지만, 책을 읽으면서 작가님이 들려주시는 이 이야기가 어떤 측면에서 제게 다가오고 절절히 이해하게 되었는지는 나누고 싶었습니다.
쓰고 지우 고를 반복하다 보니 새벽이 되었네요.
한 주간 고생 많으셨습니다.
날씨가 변덕이 심하니 감기 조심 하시고요,,!^^
댓글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노트북 드림.
노트북님의 개인사를 공유해주셔서 저또한 생각이 깊어진 시간이었습니다.
우선 아들과 함께 한 마라톤이 무척 즐거우셨다니 저 또한 기쁜 마음입니다. ㅎ
이렇게 다른 분들의 댓글까지 읽다보니 아버님들의 역할에 대해 여러 분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네요.ㅋ
저 역시 그런면이 없지않아 있습니다.
저희 친정아버지는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는 소리를 많이 들으셨습니다. 전 그게 최고의 찬사라 생각하며 살았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머리가 커지면서 그리고 친정엄마의 넋두리를 들으면서 그게 다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죠.
돈에 대한 욕심도 없으시고 그저 하시는 일에 최선을 다하시는 태도. 엄마의 넋두리에도 침묵으로 일관하시는 태도.
이런 태도가 처음엔 엄마의 잘못인줄 알았었습니다. 그런데 엄마가 과감한 결정을 하시고 어려움을 감내하시며 집을 상급지로 옮기시고 집값이 상승하면서 경제상황을 상쇄시키셨던 일은 우리가 크면서 종종 얘기하는 부분이었습니다. 물론 그 덕에 우린 혜택이라면 혜택을 받았었구요.
그리고 신랑을 만났는데.. 신랑도 아버지 보다 어머니의 역할이 어마무시하게 컸었드랬습니다. 그 덕에 자손들이 잘살게 된것은 부인할수 없는 사실이 되었구요. 하지만 지금은 다시 어머니의 고집으로 경제상황이 꽉 막혀버려 자식들의 원망을 듣고 있는 상황이기는 하죠.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참 결혼 생활에서 경제적인 상황이 이리 중요한거구나 생각하게 됩니다. 사실 전 남편이 저랑 성향이 달라 좀 힘들었어서 담 생에는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이랑 살아보고 싶다..뭐 이런 생각도 했었거든요. ㅋ
하지만 경제적은 걱정없이 살게 해준 것이 얼마나 어렵고 고마운 일인지를 이나이 되어서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노트북님이 지금 구상하고 진행하고 계시는 일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1년후 그 결과를 듣고 싶네요.
바라는 바가 있고 그래서 열심히 살게 되는 일은 참 아름다운 일이라 생각합니다. 부디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랍니다.
노트북님의 토지는 20권이군요. 그래서 우리의 후기의 시기가 딱 맞지 않은거였군요. 재미있네요.
후기에 써주신대로 상현의 이야기, 그리고 양혜과 영광의 이야기가 마지막까지 지속이 됩니다.
모두 각자의 상처 때문에 삶을 어렵게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우리는 모두 무엇 때문에, 누구 때문에 라는 말을 종종 하고 삽니다. 또 그게 직접적을 삶에 영향을 받기도 하구요.
내가 선택한 상황이 아님에도 어떤 이유로 인하여 고통받는다는 사실은 너무 억울하고 답답한 상황이죠. 그게 삶 전체를 흔들어놓을 때는 두말할 나위도 없구요.
토지 안에서 어느 누구하나 맘 편한 사람은 없어 보입니다.
또 그게 사람의 삶이기도 하구요. 이 고통을 잘 다스리며 살아갈 힘이 제게도 생겨나면 좋겠다는 결론은 혼자 내려봅니다. ㅎ
노트북님의 후기는 하룻밤을 토로해도 충분하지 않을 만큼 생각할 거리를 던져줍니다.
덕분에 좀 더 깊어진 시간을 가졌습니다. 감사합니다. ㅎ
노트북님, 후기 글 잘 읽었습니다^^
정치나 재테크 쪽은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누군가에게 의견을 말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 못되어
왈가왈부할 처지가 안되었습니다 ㅎ
저는 주식을 조금 가지고 있기는 한데 간이 작아 큰 투자는 못하고 여유가 될 때 한 번씩 사보고 있기는 합니다. 요즘은 트럼프 관세 때문인지 주가가 아주 폭락을 하고 있어서 심란하지만, 단기 투자가 아니기 때문에 좀 더 지켜보려고 합니다 ^^
그렇기에 어쩌다 언급되는 제가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는 열심히 읽으면서 이해해보려고 애쓰는 중입니다 ^^
안그래도 아침부터 직원들과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나이 드신 부모님을 병원에 모시고 가야 되고, 결국에 요양 병원에 모셔야 된다,
결국 그때가 되면 자식들의 손을 필요로 하게 되더라, 외국은 각자의 삶을 사는데 우리나라는 유독 부모님에 대한 부양이 개인 스스로부터 의무라고 생각한다, 아빠가 빨리 돌아가셔서 엄마가 이제서야 편하게 사신다는 등 이런 저런 얘기를 두서 없이 떠들고 있자니 치악산님의 후기 글도 저절로 생각이 나더라구요.
이번 글을 읽고 저도 부모님을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어른이 되어 보니 부모라는 존재를 훨씬 더 객관적으로 인간으로서 꿰뚫어 보게 된다' 는 말이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저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노트북님과 저의 차이가 있다면, 엄마가 아빠를 포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내보이며 푸념 같은 말을 해왔기에 기대가 없었던 것도 같기도 하고, 그랬기에 부모님의 그런 면을 물 흘러가듯이 받아들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희 엄마도 아빠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아빠가 벌려 놓은 것을 치우시기에 바빴고, 경제적 가장은 엄마였다는 걸 어렸을 적부터 느끼며 자랐던 것 같아요. 용돈은 아빠가 주셨지만요^^
아빠가 없는 지금도 저희 엄마는 아빠 욕을 그렇게 하신답니다 ㅎ
제 경우와 비교해 보니 노트북님의 어머니께서는 정말 대단하신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부모는 자식에게서 상대적인 평가를 받는 다는 점에 깊이 공감하며,
앞뒤 상황을 자세히 모르는 입장에서 쓴 글이니 그저 토닥임 정도로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아요❤️
노트북님의 후기에서 심적 고민이 많이 있으셨구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경제관념"
요즘은 경제력이 곧 신분인것 처럼 돈이 힘을
발휘하기 때문에 옛날의 신분제도 만큼 민감할 수 밖에 없는부분입니다.
아버님의 경제관념이 요즘 시대와 맞지 않다고
느끼시고 안타까워 하시는 노트북님의 마음도
이해가 갑니다.
저는 저희 부모님보다 제가 오히려 투자를
잘 못하는 똥손이라서 예전부터 투자에 관해서는
조금 보수적인 면이 있습니다.
많이 안다고 투자를 잘 하는것 같지는 않고
어느 정도 운이 따라 줘야 한다는 생각을 저는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투자에 있어서는 운이 안따르는것
같아서 욕심 내지 않고 지키는 투자쪽으로
하는 편입니다.
그렇다 보니 인플레이션에 취약해 지네요.
그런데 집(부동산)은 아들 교육을 위해 실거주 목적으로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때도 친정 엄마가 욕심부리지 말고
애 교육만 신경써라고 조언해 주신 덕분에
지금의 집을 구입하고 지금껏 잘 살고 있습니다.
저는 요즘 엄마의 모든 점을 존경합니다.
어려운 경제사정에도 알뜰히 살림하셔서
저희에게 절약정신을 길러주시고
자식 교육을 1순위로 생각하셔서
돈보다는 교육에 투자하는것이 옳다 생각하시고
저희를 뒤바라지 해 주셔서
오늘날에 우리 세 남매가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런 엄마의 노력에 비해 아버지는
큰 역할을 못하시고 오히려 엄마를 힘들게
하신것 같아서 저는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큰편입니다. 지금은 이제 홀로 계신 아버지를
원망할 일도 없지만 엄마가 살아계실때는
고집쎈 아버지가 많이 미웠더랬었습니다.
부모도 어찌보면 불완전한 한 인간이기에
기대가 클 수록 실망만 커지는것 같습니다.
부모도 자란 환경이 어렵다보니 그랬겠다
이렇게 저는 이해하려 합니다.
그래야 제 마음이 편합니다.
책 후기를 통해 부모님에 대한 생각들 까지
나눌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이곳이 더 진솔한 글을 나눌수 있는 공간이
되는것 같습니다.^^
노트북님
마라톤을 무사히 잘 마치셨다니 다행입니다.
남편분께서는 좀 힘드셨던 모양인데 잘 회복 되셨길 바랍니다.
한때 경제와 관련되 책을 많이 읽으셨다고 하셨던 것 같은데
투자와 부동산 등 재태크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요즘 처럼 국제정세가 하루 앞을 알 수 없는 상황이
그런것에 크게 관심이 없는 저 와 같은 사람들과는 다르게
긴박한 상태가 아닐까 감히 추측해봅니다.
글여행님의 후기에서 관수 이야기가 나왔는데
관수에 이어 영광이 까지 백정의 사위 자식이라는 꼬리표에 휘청이는 그들의 모습이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핏줄을 부정한다는 것, 그중에서도 어머니, 그 속에서 생명이 생겨났고 그 속에 머물렀던 모태를 부정한다는 것은 자신을 부정하는 것이다. 해서 부정의 그 깊이만큼 넓이만큼, 또 농도만큼 배신했다는 회한도 깊어지고 넓어지며 짙어지게 마련이다.
자신의 능력이나 현재의 모습과는 상관 없이 핏줄 이나 뿌리로 인해 평가 되고 멸시를 받고 차별을 받는 시대에 살아야 했던 인물들의 고뇌와
부정으로 인한 고통스러운 감정까지 그들의 감내해야 해야 했던 무거운 짐들을 감히 짐작하기도 힘듭니다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해 주시는데
어떤 감정인지 어렴풋이 짐작은 가지만 확실 할 수가 없어 뭐라고 말씀 드리기가 어렵지만
여기서 이야기를 풀어내시면서 좀 홀가분해지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오늘도 의미있는 후기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