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는 벚꽃과 함께 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하얀 꽃이 어찌나 화사한지 도시 이곳 저곳에 하얀 빛깔을 뽐내고 있는 벚꽃 덕분에 어디를 봐도 눈이 즐거운 봄 날 이었습니다.
이번에 제가 읽은 책은 철학은 날씨를 바꾼다 라는 책입니다. 부제는 삶을 쓰다듬는 위안의 책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제목 만으로도 어떤 내용의 책인지 알 것 같다는 지레 짐작을 하고 읽었는데 저의 오만이었습니다.
작가가 철학자이자 시인이라 그런지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문장들이 빼곡해서 철학적인 인용도 많음에도 그리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날씨를 선물하는 일기예보라는 제목의 프롤로그는 그 내용을 여기에 다 옮겨 놓고 싶을 정도로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비가 오면 젖은 흙 속에서 깨어난 나무 향기가 밀려온다. 태어나기도 전에 이미 탯줄을 통해 몸에 스며들었던 것 같은 그 내음은,
내가 어떤 방황을 하더라도 결국 대지의 일원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툭 툭 소리가 점점 커지는 하늘을 겨우 가린 우산 아래서, 비가 부딪치며 짙은 색이 천천히 번지는 산책로 담벼락을 한참 바라보기도 한다. 비가 오는 이 예외적인 하루를 좋아한다. 하루라는 낱말은 아주 가볍고 보드라운 어떤 생명 같아서 발음할 때마다 선물처럼 반갑고, 어제의 시간으로 보내야 하는 일이 아쉽다.
내일은 비가 온다고 하던데 나무 향기와 예외적인 선물 같은 하루를 느낄 수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삶, 우주, 그리고 모든 것에 대한 해답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라는 소설과 동명의 영화를 소개하는데
아득히 먼 우주에서 두번째로 똑똑한 컴퓨터인 '깊은 생각'에게 사람들은 삶, 우주, 그리고 모든 것에 대한 해답이 무엇이니 질문을 던집니다. 컴퓨터는 750만년 동안 연산한 42라는 답을 줍니다. 그리고 답이 마음에 들지 않을 거라고 말합니다. 제대로 된 질문을 던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제대로 된 질문을 찾기 위해 새로운 컴퓨터를 만들 것을 제안하는데, 그 컴퓨터 바로 지구 입니다.
저도 그동안 성급하고 잘못된 질문을 많이 하고 살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떻게 하면 쉽고 빠르게 ㅇㅇㅇ 잘 할 수 있을까요?
스스로 시간과 노력을 들여 답을 구할 생각보다는 그분야에 성공한 사람들의 정답을 쉽게 구하려고 했던 어리석었던 질문들이 떠올랐습니다.
해답은 널려 있지만, 제대로 된 문제를 가진 사람의 눈에만 보인다. 아무런 문제의식 없는 빈털터리가 그것을 집어 들면 그저 돌멩이, 아니면 영문 모를 '42'라는 숫자로만 나타난다
제대로 된 질문을 가지고 있다면 남들은 그냥 지나치는 것에서 해답을 찾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비슷한 일상들이고 풍경들을 얼마나 주의 깊게 살피는가에 따라 삶을 풍요롭게도 만들고 인생의 해답을 찾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요즘 사람들이 챗지티피를 많이 분야에서 사용하는데 내가 질문하는 이상의 수준으로 답이 나오지 않는 다고 하더라구요
내가 어떤 질문을 가지고 있냐에 따라 얻을 수 있는 정답이 달라 질 수 있음을 상기 하게 되었습니다.
기생충의 예술과 철학
기생충의 예술을 생각하면 저는 가장 먼저 영화 기생충이 생각납니다.
저자는 기생충을 처음 접한 예술로 시골쥐와 도시쥐를 언급합니다. 언뜻 시골쥐와 도시쥐에서 기생충이 나왔었나 잠시 고민했다가 저자의 다른 시선에 감탄 했습니다.
기생충 기식자는 숙주가 없이는 생존이 힘듭니다. 기생충 또는 기식자를 숙주의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내는 역할로 설명합니다.
어떤 그리스털에 불순물을 집어넣어보라, 그러면 어려분은 요행히도 트랜지스터를 생산하게 될것이다. 반도체를 말이다. 이때 부터 사람들은 도태를 이해했다. 기식자는 재가동자이다. 그는 불가역적인 순환을 창조하고, 하나의 방향을 창조한다. 그는 방향을 만든다.
<Parasite> 세르(철학자
도시쥐를 기생충으로 봤다면 우리가 흔히 부정적인 개념으로 알고 있는 기생충에 관한 새로운 시선을 보여 주었습니다.
기생충(기식자)가 새로운 질서와 방향을 만들어 줄 수 있다는 주장은 흥미로웠습니다. 가령 저 같은 경우는 혈당 스파이크가 생기기 시작했는데 혈당 스파이크의 조절을 위해 식단을 바꾸고 식후 간단한 운동을 시작하여 제 몸의 기생충에 맞서 새로운 질서를 만들고 적응하려고 노력 중에 있습니다.
우리의 사회적 벽들은 타인(기식자)의 개입을 통해 부서질 수 밖에 없다. 타인의 침투는 방어되거나 거부될 문제가 아니라, 침투받은 자를 변화하게 만드는 문제, 새로운 신체와 질서를 탄생시키는 문제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타인의 개입을 막을 수 없고 결국 부서질수 밖에 없다면 그것은 다시 더 나은 것을 만들수 있는 기회가 될수도 깄겠다 싶었고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나 자신을 변화 시킬 것인지는 내 몫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근대와 인간 주체의 탄생
근대란 연표상의 객관적인 어떤 기간을 가리키기보다는 하나의 '태도'라는 점이다. 근대의 어원이 라틴어 형용사'modernus(모데르누스)는 '가까운'이라는 뜻을 지닌다 . 가까움이란 지금의 시점에 대해 가까운 것이니, 곧 새롭다는 뜻이다. '근대'란 자신의 현재를 새로운 시기로 감지하는 태도인 것이다.
근대는 인간이 주체인 시대를 말하고 있습니다. 자연의 법칙을 인간은 이성을 이용하여 자연의 질서와 법칙을 정리하고 자연을 인간이 이용할 수 있는 대상으로 만들어 버렸다고 합니다.근대는 종교에도 들어가 신의 자리에 인간을 세우고 예술에서도 미학이라고 하여 인간의 감성이 아름다움의 척도로 설명합니다.
하지만 근대인은 늘 조급하고 늘 바쁘고, 늘 경쟁하며, 늘 피로와 자연의 파괴를 끌고 다니고 있다고 합니다.
인간의 오만함과 어리석음을 말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자연과 다른 종들과 함께 어울리며 살아가야 하나 인간 주체로 인간이 자연과 다른 종들도 다 통제 할 수 있다는 오만함이 결국 인간 자신에게도 독이 되어 돌아와 우리가 그 댓가를 치루고 있다는생각이 들었습니다.
인간 주체가 되는 근대인 될 것인지 인간의 계획을 뒤로 한채 미지의 시간으로 나아가는 현대인이 될 것인지 생각해 보게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사랑의 말
'사과는 빨갛다'와 같은 문장은 그것을 말하는 일이 그 문장을 유효한 것으로 만들진 않는다. 현실의 사과가 빨간색일 경우 이 사실에 의존해 저 문장은 참된 것으로 유효해진다. 그러나 어떤 말은 꼭 입으로 내뱉어야만 유효해진다. '사랑한다'와 같은 말, '맹세한다'와 같은 말이 여기 속한다.
사랑의 말은 말해지는 순간 비로소 현실이 된다.
우리는 가까운 사람에게 얼마나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있는지 묻고 있습니다.
제가 사랑한다는 말을 가장 많이 편하게 하는 사람은 작은딸 입니다.
엄마께도 남편에게도 어른이 되어 버린 큰 딸에게도 왠지 사랑한 다는 말을 하기엔 어색해서
말을 하지 않아도 알고 있겠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랑은 말을 해야 현실이 되고 맹세가 되고 의미가 있다고 하니
어색하고 쑥쓰럽지만 사랑의 말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에필로그 쓰다듬는 손길
모든 삶은 위안을 필요로 한다. 강한 이에게도 약한 이에게도 삶은 끌고 가기 힘든 수레인 까닭이다.
저자는 무엇에 위로를 받는지 물어 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손이 그 담당을 하고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손을 잡고 쓰다듬으면서 마술적인 일들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누군가를 위로하기도 하지만 누군가를 쓰담듬고 보호하면서 자신이 위로를 받는 다고 합니다.
쓰다듬는 손길은 다른 이에게 베푸는 손길이지만, 동시에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것을 어루만지는 손길이다. 그 손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을 꼭 끌어안고 있는 손, 축복받는 손이다.
저는 내 가까이에 있는 가족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쓰다듬어 주고 그렇게 위로를 주고 받는 따뜻한 날씨를 선택하기로 했습니다.
이번책 역시도 모든 내용을 다 정리하기엔 저의 실력으로는 역부족이었습니다. 마음을 울리는 좋은 글들이 많았고 편견에 차 있는 저의 사고를 깨워 주기도 얼어 붙어 있던 감성을 깨워주는 고마운 책이었습니다.
남은 주말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치악산님, 반갑습니다,,!
정말 시처럼 아름다운 에세이네요,,! 이런 책이 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세상엔 너무나 멋지신 분들이 많이 계신 것 같습니다.
들려주시는 '비오늘 날의 예외적인 선물' 이야기를 읽으니, 문득 예전 회원님 중 한 분이 생각나네요.
'촉촉 단비'님 이신데, 비오는 날을 참 좋아하신다고 해서 인상깊었습니다.
(함께하는 시간이 너무 좋았던 회원님이라 더 생각나는 것 같고요..!)
저는 항상 맑고 화창하고, 청명한 날을 좋아했고, 비오는 날은 특히 별로 좋아하지 않았었거든요.
이 책을 읽으며 생각해 보니, 저는 비오는 날 제가 직접 학교나 직장을 위해 나가서 목적지에 도달하는 그 과정을 싫어했다는 생각이 들고, 저 역시 책에서 말하는 그 깨끗함, 신선함은 상상만 해도 넘 좋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촉촉 단비님께서 좋아하신다는 비오는 날도 이런 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네요..^^..!
"어떤 그리스털에 불순물을 집어넣어보라, 그러면 어려분은 요행히도 트랜지스터를 생산하게 될 것이다. 반도체를 말이다."
이 말씀이 특히 반갑고 와 닿네요,,!
고순도는 순수 그 자체이기 때문에, 컨트롤이 어렵습니다.
하지만 거기에 얼마만큼의 불순물을 첨가하냐에 따라서 컨트롤의 정도도 조절할 수 있지요.
여기서 생각해야 하는건, 아무 불순물은 아니고, 의도한 불순물만 의도한 양만큼이고.. 또 그 외 의도하지 않은 불순물은 최대한 0에 가깝게 해야 컨트롤의 정확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또한,, 그 의도한 모든 것들이 편차없이 고르게 분포해야만, 최종 완제품에서 테스트를 패스할 확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제게는 아주 익숙한 이 이론, 거의 기정 사실처럼 알고 있던 이 이론이 갑자기 너무 새롭게 다가오네요,,!
문득, 제 삶에는 지금 너무 많은 불순물이 끼어있던 것이 아닐까,,!, 그리고 최근 몇 달.. 너무 Uniformity가 떨어졌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저 라는 사람과 삶 자체에 고민이 많던 요즘 유레카! 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러면서도 타인이나 다른 무언가로 인해 제 삶이 부서졌다면, 그것은 기회일수도 있다는 말에도 깊이 공감하고요.
사랑의 말도 공감이 되고요.
저도 정말 오랫동안 남편과 부모님께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했었는데, 왜 그런지 문득 지금 생각하니 어색하게 느껴지네요,,!
아들에게만 원없이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랑은 말을 해야 현실이 된다고 하니, 저도 더 어색함이 굳어 지기 전에 노력해보고 싶네요,,!
들려주신 이야기 너무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