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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박 3일의 남도기행> 1993
인적 없는 광주 호반에서 무등산을 바라보니까 전혀 달라보였다. 나는 그때 그 좋은 경치를 몰라보고 일본 비와호 유람선상에서 후지산을 바라보면서 천하의 절경처럼 탄성을 지른 나의 천박한 관광 여행을 돌이켜 보면서 심한 부끄러움을 느꼈다.
어찌 일본 여행뿐일까. 80년대 초에 처음으로 유럽 구경을 해 보고 나서 나는 그쪽 문화뿐 아니라 그쪽 농촌의 풍요한 아름다움에 거의 경도돼 있었다. 그러나 여직껏 어떤 지면에도 기행문 비슷한 것도 쓴 적이 없다. 그쪽 것에 경도된 마음은 우리의 초라한 문화와 엉망으로 훼손되고 오염된 자연에 대한 혐오감과 표리를 이루고 있었기 때문에 섣불리 남 앞에 드러내기가 싫었던 것이다.
요즘엔 엔저현상으로 일본 여행을 가는 사람이 늘었다. 우리 회사에서만 해도 같은 실에서 여러 명이 일본 여행을 가곤 한다. 나는 19년도 초에 항거라는 영화를 보고 다시는 일본 여행을 가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었는데, 이후 그 해에 일본 불매운동이 있었으나 지금은 우리가 언제 그랬었나 싶다. 여행을 좋아해서 해외 여행을 많이 다녀본 편이고 일본만 해도 5-6번을 갔었는데, 그 영화를 본 직후에는 일본 여행을 하면서 맛있는 일본 음식과 깨끗한 거리 그리고 친절한 일본 사람들까지 좋아했던 내 모습이 너무 부끄러웠다. 앞으로도 나는 웬만하면 여행으로 가지 않겠지만.. 회사에서 다녀온 사람들이 일본에 대해 찬양을 할 때면 속으로 불편한 마음이 생기곤 한다.
<특혜보다는 당연한 권리를> 1982
어떤 자리에서나 극단적인 편견에 치우친 말일수록 목청이 높다. 극단적인 편견이란 남의 말을 받아들일 생각이 전혀 없는 생각이기 때문에 그걸 나타내는 목소리까지도 우선 배타적이다. 남의 목소리를 철저하게 배제하려면 제 목청을 높일 수밖에 없다. 남의 생각을 조금이라도 받아들일 태세가 돼 있으면 그건 이미 극단적인 편견이 아니다. 극단적인 편견이 때로는 옳은 생각일 수도 있지만, 그게 혐오감을 주는 이유는 바로 그 폐쇄성 때문에 그 이상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폭력이 용기와 다르듯이 편견은 신념과 다르다. 신념은 마음을 녈고 얼마든지 남의 옳은 생각을 받아들임으로써 자신을 살찌우려 들지만 편견은 남의 옳은 생각을 두려워하는 닫힌 마음이다. 정말 두려운 건 목청 높은 편견이 아니라, 그 목청에 대세를 맡겨 버리는 양식 있는 사람들의 소극적인 태도인지도 모르겠다.
인간답게 사는 길도 나만 인간답게 살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면 쉬울 수도 있지만, 그런 생각 자체가 이미 인간답지 못하다. 이웃이 까닭없이 인간다움을 침해받는 사회에서 나만은 오래오래 인간다움을 지키고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야말로 인간 이하의 어리석음이다.
박완서 선생님은 31년도에 태어나셨고 마흔 쯤부터 작품 활동을 하셨다. 작가님의 책을 어릴 때는 읽었지만 커서 제대로 읽는 건 처음인 것 같은데.. 글이 솔직하고 소박하다. 옛날 분이셔서 생각에 차이가 크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감가는 문구들이 많았다. 진짜 어른같은 분이신 것 같다.
요안나님의 후기를 계기로 책을 구매했고, 엄마가 먼저 읽은 다음에 내가 읽기 시작했다. 엄마는 옛날 엄마 어릴 적을 떠올릴 수 있어서 좋았다고 했는데 나도 얼른 마저 읽어보고 싶다. ㅎㅎ
박완서 선생님은 저도 무척 좋아하는 작가십니다. 그분의 소설이나 에세이를 몇번 읽어본 기억이 나네요. 특히 에세이는 그나이의 어른 답지 않은 열린 사고와 솔직함이었다는 기억이 나네요. 자신의 경험담을 얘기할때에도 어찌나 솔직하신지.. 제가 다 부러웠답니다. 편견에 글도 참 좋네요. 누구나 편견이 없기는 어려운거 같아요. 저 역시 편견이 없는 생각을 가지려고 노력하지만 여전히 생각 저변에는 못된 편견이 자리하고 있을거에요. 때때로 깨달으면 다행인거죠. ㅋ 그분을 다시 소환해주셔서 감사해요. 어머님과 같은 책을 공유하신다니 너무 보기 좋습니다. 저희 친정 엄마도 책을 좋아하시지만 주로 토지나 삼국지 같은 장편만 보시기도 하고 감상을 세세히 나눌만큼 섬세하지는 못하셔서 함께 책 얘기를 해본적은 없었던거 같아요. 하지만 저도 언젠가 토지나 삼국지 같은 대하 소설을 꼭 보고 싶습니다. .. 얘기가 딴데로 흘렀네요. ㅋㅋ 콩이님의 솔직한 후기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ㅎ
콩이님..ㅎㅎ! 저도 이 책 제목을 보고 요안나님을 떠올렸네요,,! 요안나님 또한 아이가 어려서 힘드신 시기시지만 참 그리운 회원님 중 한 분 이시거든요!
저는 어린 시절.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까지는 아주 가끔 꿈이.작가. 라고 말할 때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나이가 들고 혼자 독서 후기를 쓰면서 글쓰기의 즐거움을 알게 되었는데, 박완서 작가님 같은 대작가도 마흔이 넘어서 시작하신줄은 모르고 있었네요! 이 책은 이전이나 지금이나 회원님들의 후기를 읽으면 꼭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다시 그런 자유가 올 시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ㅎㅎ)
저도 독서를 하면서 어느 순간 깨닫게 된 것이 오만과 편견에 대한 두려움 이었습니다. 이전엔.. 제게 그런 편견이 있다는 것 조차 인지를 못했던것 같은데, 올려주신 글들을 보니 다시 한번 숙연해 집니다. 글솜씨를 넘어 이렇게 마음 깊숙히 바른 심지가 굳기 자리잡고 있어서 이런 글도 나오신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박완서 작가님이 넘 멋있게 느껴집니다..!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이 한 줄을 마음에 새기고 살기만 하더라도 인생에 많이 조화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항상 그렇듯 콩이님은 부모님과 책도 함께 많이 읽으시고, 또 그에 대해 나누시는 모습이 진심으로 부럽습니다,,! 저희 엄마도 책도 좋아하시고 공부도 좋아하셨는데, 코로나 백신 이후 한 쪽 눈이 이상햐 지시면서 드 이후이는 거의 그런 생활을 못하게 되셨거든요. 많이 늙으시기도 했고요,,!
암튼 글에서 느껴지는 정경이 너무 보기 좋네요~^^!
한 주 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