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번 주에도 후기가 늦었습니다. 금요일 토요일엔 늘 일이 생겨서 결국 일요일 밤에 쓰게 되네요^^;
이번주에 고른 책은 인디언들의 '듣는' 지혜와 그들만의 고유한 영성,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얼마전에 우연히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플라워 킬링 문> 이라는 영화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야 제가 그동안 미국 인디언들에 대해 단 한번도 진지하게 궁금해 해본 적도 없었고, 그저 미국 드라마나 영화에서 표현되고 소비되는 '말 타고 활 쏘는 원주민', '무력하고 가난한 아웃사이더' 이미지로만 머릿 속에 존재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영화는 1920년대 미국 오클라호마에 거주하던 오세이지 부족의 실화를 바탕으로 시작됩니다. 오세이지 부족은 미국 정부에 의해 살던 땅에서 내쫓겨 오클라호마 땅에 거주하게 됐는데 우연히 그 땅에서 석유가 발견되어 부족 전체가 어마어마한 부를 소유하게 됩니다. 그래서 영화의 처음 부분을 보게 되면 생전 처음 보는 장면에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어 어리둥절하게 됩니다. 인디언들이 부자들처럼 마차를 타고 다니고, 백인들이 그 마차를 모는 운전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처음부터 '와! 이게 무슨 상황이지?' 하면서 보다보니 3시간 3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이 아주 금세 지나가 버렸습니다.
그리고 영화를 다 보고 난 뒤에는 인디언들에게 일어난 일들에 대해 내가 너무 몰랐구나 라는 생각과 동시에 백인들이 미국 땅을 발견하고 그들에게 일어난 일이 얼마나 참혹한 것이었는지, 인간의 문명이 얼마나 야만적인지 하는 등등의 생각으로 참담한 심정을 이루말할 수 없어 며칠 내내 인디언들의 이야기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아마도 그 이야기에 제 마음이 사로잡힌건 그들의 이야기가 결코 남의 이야기처럼 들리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사라져간 인디언들의 문화와 역사에 대해 알고 싶은 마음이 너무 강렬하게 들었고, 그러던 차에 우연히 이 책이 어느 작가님의 글을 통해 제게로 오게 되었답니다^^
몇 페이지 읽지 않았는데 그들의 아름다운 지혜에 홀딱 반해 한장 한장 읽으며 제 마음도 여유롭게 이완되는 듯 합니다. 인상 깊었던 문장 몇 개 공유 드립니다.
우테-피큐리스족 인디언인 조셉 라엘은 테와어에서 눈(chech)은 '요리하는 것'이란 뜻이고, 귀(tischus)는 '주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눈이 요리한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눈은 자기가 원하는 것만 취하는 습성이 있다. 그래서 백화점 같은 데 가서 눈으로 쇼핑하는 것을 두고 '아이쇼핑'한다고 말한다. 즉 눈으로 보고 마음에 드는 것을 미리 찜해두는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남자들은 예쁜 여자들을 보면 가만있지 못한다. 그래서 인디언들은 눈을 요리하는 것이라고 표현한다. 우리말의 '눈총'에서 보듯이, 눈은 공손하지 않으면 공격적이고 폭력적일 수 있다. 맹금류들의 눈이 특히 예리하고 무서운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귀로 주는 것'이란 말은 무슨 뜻인가? 소리를 무심하게 듣게 되면 단순히 소음에 불과하지만, 마음을 실어 듣게 되면 소리의 뒤에 있는 존재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상대방의 마음을 읽으려면 먼저 내 마음을 열고 그 소리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서 인디언들은 귀를 가리켜 마음을 열어 자신의 존재를 내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아이들 교육은 얼굴과 얼굴을 맞댄 가운데 이야기와 노래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진행되었다. 이야기를 들려주기 전에 어름들은 종종 아이에게 이렇게 물었다. "오늘 본 것들 중에 아름다운 것이 있었니? 오늘 들은 소리 중에 네 마음을 기쁘게 하는 것이 있었니? 움직이는 것 중에 특별히 네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있었니?" 그럼으로써 아이가 좀 더 세심히 보고 듣도록 격려하고 독려했다. 우리는 어렸을 적에 할머니나 어머니, 또는 할아버지의 무릎에 누워 듣던 이야기를 잊지 못한다. 다른 이야기들은 세월이 지나는 동안 다 잊혀졌어도, 그 이야기들만은 좀처럼 잊지 못한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그런 이야기들 속에는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의 삶의 에너지와 감정과 인격이 그대로 투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인디언들은 신명(vision)은 오직 침묵과 듣기를 통해서만 도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겉으로 드러난 현상을 통해서는 도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것은 눈이 아니라 자연의 소리와 내 안의 소리에 귀를 기울임을 통해서만 이루어진다. 오직 침묵하고 들을 때에만 자기 내면으로 향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춘기에 접어든 인디언 소년들이 하는 신명탐구(들판이나 산에 혼자 가서 여러 날 동안 단식하며 영적탐구를 하는 의식)는 침묵 속에서 신과 자기 내면의 목소리를 듣는 과정이다. 이 영적 탐구과정을 통해서 그들은 세상의 모든 존재가 원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결국 모든 생명은 하나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자신의 삶에 필요한 지혜와 타인에 대한 이해와 용서의 힘을 얻으며, 자신이 누구인지, 왜 이곳에 왔는지, 그리고 이곳에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자녀와의 대화가 좋은데, 중학생 아들들은 자세히 말하려고 하지 않더군요.
게임 이야기는 열심히 합니다. ^^
ㅎㅎㅎ 요안나님..! 요안님 글을 어제 밤에 보니, 넘 반갑더라고요 ^^!
저도 요안나님 글을 읽으면서, 저도 인디언에 대해서 흔하게 스치듯 접했었지만, 한번도 진지하게 접해본적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어제 읽었을 때, 저도 아래 시랑맘님처럼 저 말이 가장 와 닿았었거든요..!
"오늘 본 것들 중에 아름다운 것이 있었니? 오늘 들은 소리 중에 네 마음을 기쁘게 하는 것이 있었니? 움직이는 것 중에 특별히 네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있었니?" 그럼으로써 아이가 좀 더 세심히 보고 듣도록 격려하고 독려했다. "
오늘 아이와 처음으로 수영 수업을 참관하러 가는데, 함께 가는 길에 저렇게 대화를 해보려고요..^^..!
너무너무 소중하네요..ㅜㅜ
후기 감사합니다.~^^!
오늘 본 것들 중에 아름다운 것이 있었니? 오늘 들은 소리 중에 네 마음을 기쁘게 하는 것이 있었니? 움직이는 것 중에 특별히 네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있었니?" 그럼으로써 아이가 좀 더 세심히 보고 듣도록 격려하고 독려했다.
너무 마음에 와닿네요.
영화 내용도 너무 재밌을 것 같아요.
인디언의 격언들을 보면 참 배울 것이 많은 것 같습니다.
좋은 글 공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