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독서 모임에 후기를 씁니다. 다소 다사다난한 3월과 4월의 시작을 핑계로 책도 잠시 내려놓았더랬습니다. ㅎㅎ 그래도 읽고 있던 박완서 선생님 에세이와 <스틱> 책을 간간히 보고 있습니다. 박완서 선생님의 글은 한 편씩 읽고 음미하는데 정서적 에너지와 시간이 소요되고, <스틱>은 머리로 소화해야 할 내용이 많은 책이라 진도가 팍팍 나가지지 않네요. 그냥 읽어지는데로 천천히 가렵니다.
오늘 들고 온 책은 요즘 제 정신 세계와 마음이 많이 빈곤해진 듯 하여 저도 모르게 저절로 찾게된 책인 것 같아요. 저자인 타라 브렉은 미국의 유명한 위빠사나 명상가이자 임상심리학자인데요. 전작 <받아들임>을 감명 깊게 읽었던 적이 있습니다. 다시 그 책을 집고 싶었지만 누군가에게 또 선물해버린 바람에 없기에 신작을 골라 알라딘 주문을 했습니다 ㅎㅎ
(~48P)까지 읽은 부분 중에 인상 깊었던 구절들을 나눕니다.
"종교와 영적 전통은 모두 도와주세요!' 라는 외침에서 시작된다."라고 19세기의 심리학자이자 철학자인 윌리엄 제임스(Wiliam James)는 말했다. 내담자나 명상 수련생들은 다양한 형태로 내게 도움을 청한다. "이 끈질긴 두려움을 어떻게 다루면 좋을까요?" "이 무가치감과 실패감을 어떻게 하죠? "이 괴로운 상실감은요?' 이 모두가 '도와주세요!'라는 외침이다.
제가 뒤늦게 종교를 갖게 된 것도 같은 이유였습니다. 인간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그러나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어야만 하는 문제와 고통에 부닥쳤을 때 종교를 찾는 사람도 있고 다른 방법을 찾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방법만 다를 뿐 그 안에는 모두 '도와주세요!' 라는 처절한 절규가 있을 것입니다. 저는 천주교 신앙을 갖게 됐지만, 기본적으로 인간과 세상을 이해하는 부처의 가르침에 더 익숙하고 공감이 많이 됩니다. 그 중에서도 '인생은 고해' 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 나이가 들면 들수록 더더욱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사는 것이 본래 고통의 바다에서 떠도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내가 왜 이렇게 힘들지? 내 인생은 왜 이런 거야?' 라는 생각이 얼마나 오만한 것인지 하는 깨달음을 얻게 되곤 합니다.
우리는 실패할까 두려운 나머지 항상 바쁘게 돌아다니거나 모든 일을 더 잘 해내려고 분투하거나 다른 사람을 돌보는 것에서 귀의처를 찾곤 한다. 아니면 자신은 사랑 받을 자격이 없다고 느끼고 성공이나 부에 의지하기도 한다. 비난이 두려워서 갈등을 회피하고 다른 사람을 항상 기쁘게 하는 것에서 위안을 찾는다. 또는 불안하거나 공허해서 술과 음식, 인터넷 서핑에 의 지하기도 한다. 자신이 지금 실제로 느끼고 있는 감정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대신 그릇된 귀의처에 의지하는 것은 정서적 고통을 회피하는 한 가지 방법이다. 하지만 이런 회피는 우리를 진정한 평온에서, 고향에서 더 멀리 떼어 놓을 뿐이다.
이 구절을 읽으며 저의 현재 삶을 많이 반성하게 됩니다. '난 뭐 한다고 항상 바쁘고 시간이 없다고 느끼는 걸까?' '지금은 심지어 일도 안 하고 아이만 보고 순전히 육아만 하면 되는데도(그게 결코 쉬운 건 아니지만) 왜 자꾸 뭘 또 한다고 일을 벌리다가 지쳐버리는 것일까?' 이런 생각들이 요즘 저를 좀 부대끼게 하는 것 같습니다. "비난이 두려워 갈등을 회피하고 다른 사람을 항상 기쁘게 하는 것에서 위안을 찾는다" 라는 문장을 읽으면서도 뭔가 가슴이 콕 하고 찔리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다른 사람들을 기쁘게 하기 위해 늘 애쓰고 그것을 잘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결과야 어쨌든 간에 그런 삶의 태도에 초점이 항상 맞춰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느라 이따금씩 주기적으로 회의감이 몰려오는 건 아닐까, 정작 나를 돌보지 못해 소진되어, 하던 일을 줄기차게 해내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들 말이죠.
저자는 이 책 전체를 통해 마음을 편안하게 놓을 자리로 그릇된 귀의처 되신 참된 귀의처로 "다정한 현존"을 이야기 하는 것 같습니다. 있는 그대로 현재 존재하기, 현존. 참 어려운 말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왜 다정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어렴풋이 알 것도 같습니다. 잠시 챕터의 끄트머리에 소개된 감각에 기울이는 호흡 명상을 해보며 '현존'을 느끼려고 해봤는데, 오랜만에 몸과 마음이 축 늘어지며 이완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완되는 것은 경직된 것과 상반되기에 그 자체로 다정한 느낌이 듭니다.
책 제목이 좀 클리쉐해서 살까말까 고민했는데, 집어들길 잘 한 것 같습니다. 이 책도 아마도 천천히 읽게 될 것 같습니다😅
그럼 늦은 4월 첫주 후기를 이만 마칩니다.
모두 편안한 밤 보내시길요!
요안나님~!
저도 3일 동안 감기 몸살 실컷 앓고 이제 좀 기운이 차려져 왔네요~.
저는 4월부터 아이를 가정 보육으로 바꾸면서 어찌 그리 제 시간이 안나던지요 ^^:
하루 종일 놀아주고 먹여야 하고,,! 저도 이래 저래 아이를 키우는 일 이외에 많은 것을 놓고 있습니다.
"사는 것이 본래 고통의 바다에서 떠도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내가 왜 이렇게 힘들지? 내 인생은 왜 이런 거야?' 라는 생각이 얼마나 오만한 것인지 하는 깨달음을 얻게 되곤 합니다."
이 말씀에 공감이 많이 되네요!
최근에 읽은 소설책들 중에서도 모두 이 메세지를 전해주는 것 같아요.
인생은 원래 힘든 것. 저는 그걸. . 최근 5년 사이에 평생 못 느껴본 걸 다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모순] 에서도 (우리들은 남이 행복하지 않은 것은 당연하게 생각하고 자기 자신이 행복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언제나 납득할 수 없어 한다.) 라고 했던 말이 기억에 남네요.
'난 뭐 한다고 항상 바쁘고 시간이 없다고 느끼는 걸까?' '지금은 심지어 일도 안 하고 아이만 보고 순전히 육아만 하면 되는데도(그게 결코 쉬운 건 아니지만) 왜 자꾸 뭘 또 한다고 일을 벌리다가 지쳐버리는 것일까?' 이런 생각들이 요즘 저를 좀 부대끼게 하는 것 같습니다.
저랑 성향이 비슷하실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ㅜ 제가 지나고 보니.. 아이가 어릴 때는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이만 보는 것이 남는것이었는데.. 하는 생각을 정말 많이 합니다. 저는 특히 아이가 발달도 조금 느리고, 느린 기질이었어서.. 더 아이만 생각하면 애처로운 마음에 자유롭게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었습니다. 제가 가진 직장을 포기하는 대신에 아이와 함께 돈은 반에 반을 벌더라도 심적 안정을 누릴 수 있는 일을 찾기 위해 애를 썼는데요, 지금 생각해 보면.. 직장에 육아에, 다른 잡을 위해 공을 들이던 그 시간이 참 어리섞었다. 하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그냥 아이만 잘 보고, 제 몸 잘 챙기는게 제일이었을텐데요 ㅜㅜ
그래서 저는 진심.. 제 친동생이 돌도 안된 조카가 있는데, 돈을 더 벌 생각에 다른 걸 하려고 할 때 진심으로 말렸습니다.! 언니가 겪어보고 하는 말이니.. 제발 지금은 아이만 보라고요..! 네가 뭘 하기 시작하면, 정말 그 여파가 어떻게든 아이한테 가게 되어 있다고요 ,,! 그냥 그 시기를 겪어봤고, 무슨 마음인지도 너무 잘 알 것 같지만, 저는 그 시기를 그렇게 에너지 소진한게 좀 후회스러워서 말씀 드리고 싶었네요,,!
요안나님~~! 이번주도 화이팅 입니다.
몸 잘 챙기시고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