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은 쉽게 읽히면서도 마음에 들어오면 어렵게 소화되는 책이었어요. 너무 다른 길로 가버린 쌍둥이의 삶의 한쪽이 자꾸 엄마의 삶과 겹쳐보여서 자꾸만 안좋은 추억이 소환되어 가슴이 멍해지는 느낌이었네요
가족 모두에게 몸쓸짓을 한 안진진의 아버지는 돌아가신 저희 아버지를 떠오르게 했고요. 아마도 아버지는 조울증 이었던것 같아요. 맑음과 흐림을 반복했던 아버지의 모습을 저는 또렸하게 기억하는 것이 단점 일까요? 아버지는 경제적으로도 마음적으로도 도움이 별로 되지 않아서 어머니가 일과 육아를 다 움켜지고 밀고 나가게 하는 힘을 주었 던 것 같아요. 최근 컨디션 안좋고, 신랑이랑 싸우고 했던 제 불행이 너무 작아 보이네요. 그리고 남탓 할 시간에 안진진의 엄마 처럼 책을 읽고 공부하고 앞으로 나가야 겠어요.
그리고 우리 어머니의 삶의 태도, 그리고 아버지를 애잔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내 삶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는 것을 한번 더 알았어요. 엄마는 힘든 삶 속에서도 항상 '너희 아빠가 나쁜 사람은 아니야... 할머니 괴롭힘에 고등학교도 마무리 못하고 저 여린 사람이 배를 탔으니... 아빠는 직업을 잘못 선택해서 자꾸 그만두는거야....우리가 아빠를 도와주자'라는 말을 자주 하셨어요. 그 말은 어쩌면 나랑 동생이 아닌 엄마 마음을 타이르는데에 쓰였을지도 모르겠네요...
마지막 이모와의 어쩌면 예정된 이별도, 안진진의 선택도.. 옆에 있다면 따뜻한거 사주고 등두드려 주고 싶네요
마무리 작가의 말에 어느 한장도 쉬 넘어가는 것이 없었다는 말에 '그래서 읽는 나는 참 쉬웠구나..'하고 감사했어요
그렇게 말하는 주리 누나를 어떻게 좀 해보라던 진모의 그 눈빛을 외면해야 했던 어린 안진진은 정말 참혹했다.
인생이란 때때로 우리로 하여금 기꺼이 악을 선택하게 만들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그 모순과 손잡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주리는 정말 조금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너 이런 말 알아? 결혼은 여자에겐 이십년 징역이고, 남자에겐 평생 집행유예 같은 것이래. 할 수 있으면 형량을 좀 가볍게 해야 되지 않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해. 열심히 계산해서 가능한 한 견디기 쉬운 징역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육체의 균형감각을 잃기 전에 언제나 먼저 정신의 균형 감각부터 무너지는 사람이 아버지였다. 그것이 내 아버지의 불행이었다.
온종일 닦고 광냈다는 표시가 너무나 역력해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흘러나왔다. 마음에 담아둔 것을 내보이는 데 한없이 서투른 사람. 그렇지만 마음속에 모든 것이 다 있는 사람.
" 왜 카메라를 가져오지 않았어요?"
카메라가 없는데도 버릇처럼 이쪽저쪽으로 구도를 잡아 한참 동안 꽃 옆을 떠날 줄 모르는 김장우.
"있으면 찍으니까. 보지는 못하고 찍기만 하니까."
끝까지 달려가고 싶은 무엇, 부딪쳐 깨지더라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무엇. 그렇게 죽어버려도 좋다고 생각하는 장렬한 무엇. 그 무엇으로 나를 데려가려고 하는 힘이 사랑이라면, 선운사 도솔암 가는 길에서 나는 처음으로 사랑의 손을 잡았다.
세상의 숨겨진 진실들을 배울 기회가 전혀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이렇게 말해도 좋다면, 그것은 마치 평생 똑같은 식단으로 밥을 먹어야 하는 식이요법 환자의..
아마도, 우리는 영영 서로를 알아보지 못한 채 헤어질 것이다. 왜 사랑하는 우리를 멀리하고 떠돌아야만 했는지 묻지도 못한채 나는 아버지와 헤어질 것이었다. 어쩌면 바로 그것이 아버지가 내게 물려주고 싶었던 중요한 인생의 비밀이었는지도 모를일이었다.
인생은 탐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이다. 실수는 되풀이 된다. 그것이 인생이다.
몽염이님,,! 아무리 봐도 어머니께서 저희 엄마와 비슷하신 면이 많으신 것 같아요..!
"우리가 아빠를 도와주자'라는 말을 자주 하셨어요. 그 말은 어쩌면 나랑 동생이 아닌 엄마 마음을 타이르는데에 쓰였을지도 모르겠네요..."
(너무 감동입니다.. ㅜ)
저희 엄마도 항상 자식들한테 아버지께 잘해야 한다며 유독 좋게 말씀 하셨던 것 같아요.
엄마는 항상 진심으로 그렇게 말씀 하시는 것 같았는데, 지나고 보니.. 엄마는 자식들을 너무 사랑했기 때문에 ,자식들에게도 아버지를 더 그렇게 말씀 하셨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아래 적어주신 구절들은 다시 읽어도 참 맘에 와 닿네요.
이제는 하도 여러번 읽어서 많이 익숙해진 저 말들이요~~ㅎㅎ,,
몽염이님! 같은 책으로 이렇게 후기 나눠서 넘 좋았어요~~
몽염이님도 그러셨길 바라며,, 마칩니다.
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