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수없이 많은 색이 있다. 대형 서점에서 본 적 있는 퍼스널 컬러에 관한 책만 보아도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색이 있다. 자연에서 볼 수 있는 유일무이할 것 같은 색깔은 어찌나 신비로운지. 나는 맛있게 익은 호박 고구마의 노란 빛깔만 보아도 어떻게 이렇게 색깔마저 맛있어 보이며, 이런 색깔은 어디서 오는 것일지 자연이 무궁무진하게 신비스러워 보일때가 있다.
얼마전 12월 마지막 주에 회사 우리팀 연중 행사로 재고실사를 다녀오는 택시 안이었다. 아침 7시도 안되서 집에서 나선 탓에, 재고실사를 모두 마치고 창고 근처에서 동료들과 점심식사를 하였음에도 점심시간에 집으로 돌아오는 택시를 타고있었다. 추운 날 따끈하게 해물 칼국수도 먹었고, 창밖으로 햇빛도 따뜻하고, 무엇보다 육아로 지친 일상에서 한시간이 넘는 택시 안에서의 나홀로 자유 시간은 달콤했다. 이 시간에 무엇을 하면 좋을까 하다가 밀리의 서재를 켜보았다.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까? 고민하는 시간도 아깝게 느껴져 그냥 단번에 끌리는 책을 읽기로 했다. 남편이 읽던 책인지 내서재에 있는 '오색찬란 실패담'이라는 책이 들어왔다. 한눈에 보아도 상반되어 보이는 두 단어의 조합과, 1년 4개월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한지 3개월 정도 되어가는 시점에 이 책이라면 그동안 쌓아둔 내 마음이 위로받을 수 도 있으리란 기대감에 선뜻 읽기 시작했던 것 같다.
책은 사람들은 흔히 실패의 색을 잿빛이라 여긴다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나 역시 다르지 않다. 어떻게 이렇게 실패의 색을 단일화시키는 것이 쉬울 수 있을까? 노르스름한 고구마 빛깔마저 신비로운 이 오색찬란한 세상에서 나는 어째 실패를 잿빛으로만 연상하고 있을까? 실패하고싶지 않다는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작동해서일까?
실패를 성공으로 바꾸려는 억지를 버리고 나니, 나의 실패가 모두 다른 빛을 가진 형형색색의 경헝으로 보이기 시작했다는 작가의 말을 보니, 내가 그동안 성공 아니면 실패라는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얼마나 자연스럽게 갇혀있었는지 새삼 돌아보게 되었다. 그 생각을 단단히 받쳐주고 있었던 것은 역시나 두려움이었다. 책을 읽어갈수록 용기를 주입할 수 있을 것 같았기에 계속 읽어가기 시작했다. 작가는 흔히 말하는 흑역사, 수치심 관련된 에피소드를 담백히 얘기해가는데, 그 이야기가 재미있고 편안하게 읽히며 살며시 위로가 된다
이 책 한권을 다 읽는다고 마법처럼 용기로 무장되는 일은 없겠지만, 적어도 내가 하는 실수나 실패의 고유한 색깔은 간직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마저 읽어봐야 겠다.
한시간이 넘는 택시안의 자유를 저도 완전 공감해요. 저는 두아이를 가정 보육중이라 일년에 한번 건강감진 갈때만 혼자 병원에 갔었는데요. 작년 12월 말, 가장 추운날 대기실과 진료실에서 너무 추워서 덜덜 떨었지만...
두시간 동안 집 밖에 있는것이 너무 좋아서 밀리의 서재를 막읽어 나갔는데...
마취를 한 상태라 눈동자가 흔들리고 정신이 없었지만 ㅎㅎ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자유가 너무 좋았던 기억이 나요.
실패를 잿빛으로,즉 두려움에 사로 잡혔었는데, 정말 완전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게 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오색찬란 실패담이라는 제목이 후기를 읽고나니 의미있게 다가오네요~^^
실패하면 조롱과 사회로부터의 단절경험들이 실패에 대한 공포를 더 키워주는것 같네요ㅜ.ㅜ
후기 읽으며 저도 제 실패들을 떠올랴보는 즐거운 시간을 가졌네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
오..! 브리쓰님,,! 작가이신가요..?! ㅎㅎ
글 넘 잘쓰시네요,,! 그리고, 브리쓰님의 남편분이 누구실지? 짐작이 가네요..^^! 두 분께서 부부 사이 이셨군요~?? ㅎㅎㅎ
부부가 함께 하는 챌린지! 흑흑 제가 정말 바라는 거였네요 ㅠㅠ ㅎㅎ
함께 와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저도 항상 실패 하면 잿빛이 연상 되었는데..! 그 실패 이후에 어떤 재도약을 하냐에 따라.. 핑크빛이 연상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패 이후의 삶이 그 실패의 느낌과 색을 결정해줄 것 같다는 느낌이에요!
매우 색다른 책 덕분에 실패가 우리에게 주는 인상, 교훈 등에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