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난달부터 주1회 모임을 하다 3월부터 매일 모임에 참여하게된 요안나입니다. 사실 주1회 쓰기에도 아직 적응을 다 못하였는데요 ㅎㅎ 노트북님의 강력 추천과 지지에 힘입어 매일 읽고 쓰기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부족하지만 앞으로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사실 한 주에 제가 읽을 수 있는 책의 양이 많지 않아 좀 걱정이 되었는데요, 그러다 문득 제가 "독서=책을 많이 읽는 것"이란 공식을 머릿속에 갖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이 생각은 너무도 오래전(아마도 초등학교?)부터 뿌리깊게 제 의식 속에 박혀 있어서 거의 인지를 못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몇 달 전에 우연히 유튜브 알고리즘이 추천해줘서 한국에서 미국으로 건너가 아이를 키우게 된 엄마가 미국 어린이집, 유치원에 아이들을 보내면서 겪은 일을 이야기해주는 영상을 하나 보게 되었는데요. 미국 어린이집, 유치원에서는 부모와 아이의 독서 활동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과제를 내준다고 합니다. 근데 이 독서란 것이 결코 대단한 것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엄마 아빠와 길을 걷다 어떤 표지판이나 현수막, 문구 같은 것을 같이 읽고 그에 관해 서로 생각을 나누었다면 이것도 독서 활동이란 겁니다.
무엇이든 읽고 그에 대한 생각을 표현하는 것
이것이 독서 활동의 핵심이라는 것이지요. 저는 이 영상을 보고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평소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면서도 그저 내용을 다 읽어주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지, 아이와 대화하듯이 상호작용하면서 읽지 않았구나 하는 깨달음이 왔지요^^; 대체 왜 그랬던 걸까요? 지금 생각해보면 참 어이가 없는데, 생각의 틀이 깨지기 전까진 여태껏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한국식 주입식 교육의 병폐가 뿌리 깊게 제 의식과 마음 안에 자리 잡아, 책을 많이 읽지 않는 것에 대한 죄의식까지 종종 불러일으켰던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됩니다.
정작 독서 후에 자기 생각 하나 말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전혀 독서가 아닐텐데 말입니다.
후기를 남기기 전에 사설이 길었습니다 ㅎㅎ 아무튼 그리하여....매일 읽고 쓰기를 어떤 식으로 임하고 해나가야 할까 고민하다보니, 위에서 말한 유튜브가 떠오르면서 무릎을 탁 치게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저도 매일 조금씩이라도 읽으면서 그 날 하루 저에게 영감을 주었던 문장, 글귀를 중심으로 지극히 주관적인 제 생각과 느낌을 정리해서 써보려고 합니다.
오늘은 자기 전에 오랜만에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시인 중 한 명인 손택수 시인의 시집을 집었습니다. 얼마 전에 알라딘에서 사놓고 미처 몇 번 들춰보지를 못하다가, 오늘 시 한 구절에 마음이 가닿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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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빛
손택수
뽈찜을 먹습니다 대구는 볼을 부비며
사랑을 나누는 버릇이 있다지요
한때 저도 그러하였습니다 이쁜 것이 보이면 먼저
볼을 부비고 싶었지요
볼에 볼을 일으키고 싶었지요
볼이 떨어져나갈 듯 추운 날이었어요
大口처럼 벌어진 진해만과 가덕만 사이
한류와 난류도 볼을 부비면서
살이 오르는 곳
동백처럼 탱탱 언 볼에 감아드린
목도리도 제 살갗이었습니다
동해 시린 물을 맞던 남해 물결이었습니다
대구 알처럼 붉은빛이,
당신 볼에도 여전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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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두 돌이 다 되어가는 제 아들 녀석이 요즘 그렇게 볼을 부빕니다. 한참 더 애기 였을 때 제가 해주면 꺄르르 하고 좋아했었는데, 그걸 기억해서 그러는건지. 요새 갑자기 하기 시작한(특히 졸릴 때면 더) 애교스런(?) 행동입니다. 자기 볼을 엄마 볼에 딱 붙여 갖다 대며 그대로 얼굴을 굴려 반대쪽 볼에도 닿게 하는 건데 무척이나 즐거워합니다. 사실 남편과 제가 연애할 때 남편이 제게 해주던 건데(이렇게 쓰고보니 너무 낯부끄럽네요. 애 낳은 뒤로 애정 표현이 급격히 줄어들어서 ㅎㅎㅎㅎ) 그게 다시 저에게서 아이에게로 간 것이 꼭 보이지 않는 사랑이 그렇게 눈에 보이게 서로 연결된 것 같달까요.신기했습니다. 마침 이 시를 읽었을 때 아이와 남편 생각이 나 마음이 몰캉몰캉해졌습니다. 과거의 따뜻했던 한 순간 또는 그랬던 자기 자신과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듯한, 시시콜콜하게 말하지 않아도 늘 짙은 피로감에 젖어있을 현실의 고단함 등이 느껴지는 시인의 마음에 많이 공명이 되었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평안한 한 주 시작하세요!
저희 엄마도 어릴 때부터 책을 많이 읽도록 강요 하셨는데요 ㅋㅋ 요안나님 말씀처럼 읽기만 하는게 아니라 엄마랑 대화도 많이 했으면 더 좋았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덕분에 책을 계속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걸 보면 좋은 강요였던 것 같습니다 ㅋㅋ
정말 멋진 글이에요.. 저도 노력해야겠습니다
볼을 부비부비 하는 둘째의 모습이 상상돼 너무 사랑스럽네요~ 😊
저도 첫째가 책을 끝까지 못읽을 때 억지로 끝까지 읽으려고 했었는데 유튜브에서 한쪽이라도 읽고 흥미를 가지면 된다고 하는 영상을 보고 책에 흥미를 갖는데 의의를 두고 있습니다. ㅎㅎㅎ
붉은빛이란 시를 읽으니 바람이 쌩쌩부는 삼일절날 빨간볼로 변해도 신나게 놀던 첫째아이가 떠오르네요 ㅎㅎ
좋은 글 감사합니다. ^^
노트북님~물어봐주셔서 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때마침 봄이 되니 활력도 생기고 새롭게 시작하는 이 작은 도전에 마음이 설렌답니다^^ 이 멋진 공간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해요. 독서 모임을 어디서 찾나 한참 헤매였거든요. 돈을 내고 들어가는 모임들은 내키지 않고, 자유로우면서도 적절한 틀이 있는 곳을 찾고 있었는데 바로 이곳이었어요! 제가 만들고 싶어도 어디서 어떻게 시작할지 몰랐는데, 이렇게 앞서 실천하고 계신 노트북님 너무 멋지십니다!! 👍👍 저도 아들과 함께 책 읽으며 교감하는 시간이 더욱 설레여요~^^
요안나님~! 넘 반갑습니다. ^^!
저는 원래.. 강요? 이런 건 잘 못하는 성격인데요.^^:
이 모임을 시작해서 지금까지, 제가 여쭤 본 분이 총 네 분 이십니다.
가장 처음이 2기 시작할 때 촉촉 단비님이시고요,
ㅎㅎ 이후에 성장일기 같은 독서 후기를 함께한 레이저님과 소설의 재미를 다시 상기 시켜주신 콩이님 이십니다.!
주 1회 모임 회원님께 여쭤본건 요안나님이 처음이시네요.! (뭔가 후기를 읽을 때 마다 궁금했습니다!)
(저도 서론이 길었네요..! ㅎㅎ)
요안나님,! 말씀 하신 그 볼을 부비는 감정! 그 사랑! 저도 매일 같이 하루에도 몇 번씩 제 아들과 나눕니다. ㅜ
너무 좋아서 죽을 것 같아요..ㅜ 아들에 대한 사랑은 다 표현 할 수가 없네요..!
시도 너무 좋고, 요안나님의 글에도 많이 공감이 됩니다..!
그리고 저도 독서는 양보다 질이라는 생각에 극 공감 합니다.!
제 아이도 진정 읽고 쓰는 기쁨을 알게 되면 좋겠고, 양보다는 질에 치중한 독서를 하면 좋겠다는 바램 입니다.
오늘도 서점에서 아이가 고른 동화책 샘플을 여러권 읽다가 왔는데, 오늘 미국식 교육 글을 보니, 괜히 뿌듯하네요~~ ㅎㅎ
아이와 함께 독서 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제 작은 소망 입니다.!
오늘 첫날이라 여유롭게 답글이 길어졌네요..! (너무 길어서 위에 다 자르고 수정 했습니다.. ㅎㅎ)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