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일주일 만에 독서 모임에 돌아왔습니다^^
아이는 일주일을 꼬박 앓다가 이제 감기가 거의 다 나아가고, 밤 잠자리에서 자주 깨서 왕왕 울던 것도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일주일 내내 어린이집 안 가고 엄마와 꼭 붙어 있었기 때문인지, 감기가 나아서 컨디션이 좋아져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다시 찾은 이 밤 시간이 너무 감격적이고 감사하답니다. 오늘은 날이 좋아서 그랬는지 오후에 남편이 일하러 나가고 아이와 집에서 둘이 보내는데 어느 한 순간 너무 평화로워서, 지난 열흘의 괴로움이 먼 꿈처럼 벌써 아득해진 것이 신기했습니다. 아이들은 아프면서 큰다는 말이 사실인지, 얼굴 살이 약간 빠지긴 했지만 아프기 전보다 활동량이 더 많아지고 씩씩해진 녀석이 너무 고맙고 예뻤습니다. 하여튼 온 가족이 감기 앓이로 제대로 봄 맞이를 시작했네요 ㅎㅎ
오늘 고른 책은 <스틱>입니다. 남편의 책인데 서재에 꽂혀있는 것만 보다가, 언젠가 어느 자기계발서에서 추천한 것을 보고 한 번쯤 읽어봐야지 했었던 책입니다. 어제 일주일 만에 주어진 혼자만의 시간에 이 책을 집고 1시간 동안 너무 재밌게 흥분하며 읽다 잠들었습니다.
이 책은 아주 흥미로운 프롤로그로 시작합니다. 어느 괴담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한 남자가 출장을 갔다가 밤에 시간이 남아 혼자 바에 갑니다. 근데 웬 미녀가 자기에게 다가오더니 술을 한 잔 사겠다고 하면서 자기 잔과 남자의 잔을 들고 와 건넵니다. 가슴이 웅장해진 남자는 기분 좋게 술잔을 받아들고 한번에 들이켭니다. 그리고 거기서 기억이 끊어집니다. 남자는 욕조에서 정신을 차리는데 욕조에는 얼음이 둥둥 떠 있고, 욕조 옆 탁자에는 "지금 당장 911에 전화하시오"라고 적혀있습니다. 911에 전화했더니 이 상황이 익숙한지 전화를 받는 대원이 혹시 등허리에 튜브가 꽂혀있는지 확인하라고 합니다. 가슴이 철렁 가라앉은 남자는 손으로 몸 뒤를 더듬거리는데 자기 몸에 튜브에 꽂혀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전화 넘어 대원이 말합니다. "놀라지 마세요. 선생님은 신장을 절도 당하셨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최근에 애틀랜타 시티에서 유행하는 장기 절도 사건에 피해를 입으신것 같습니다."
이 이야기를 읽고 나서 어떤 기분이 드시나요? 전 너무 끔찍하고 놀랍고 충격적이었습니다. 저자가 이 이야기를 읽고 책을 잠시 덮은 뒤 1시간 뒤에 친구에게 말해보라고, 그럼 당신은 세세한 디테일은 조금씩 달라질 수 이어도 분명히 이야기를 전부 다 기억하고 있을 거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저도 어제 읽은 이 책을 지금 책을 펴지 않은 상태로 떠올려서 썼는데 너무나 생생하게 적어지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한번 들으면 뇌리에 착 달라붙는 메시지, 스틱!의 전형이라고 합니다.
저자들은 "왜 어떤 메세지는 뇌리에 착 달라붙고, 어떤 메세지들은 남지 않는가? 그 차이는 무엇이 만드는 것인가?" 라는 질문을 붙들고 10여년 동안 각자 파고들다 함께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저자들은 형제로 한 사람은 심리학을 전공하고 한 사람은 경영학을 전공했습니다.
저자들은 메세지를 스틱! 하게 하는, 말 그대로 착 달라붙게 하는 여섯 가지 원칙을 책 초반에 밝힙니다.
단순성(simplicity)
의외성(unexpectedness)
구체성(Concreteness)
신뢰성(credibility)
감성(emotion)
스토리(story)
그리고 스틱!을 방해하는 악당으로 '지식의 저주'롤 꼽습니다. 저는 이 부분이 정말 공감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일단 무언가를 알게 되면, 그 이후부터는 알기 전의 상태를 까먹어버려서 '알지 못하는 자'의 상태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죠. 오히려 "왜 모르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겁니다.
실제로 이 주제를 가지고 실험을 해서 심리학 박사 학위를 딴 엘리자베스 뉴턴이라는 사람이 있는데요. 그녀는 실험에 참가한 두 무리의 사람들에게 '두드리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역할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두드리는 사람은 미국인이 익히 알고 있는 노래 25개가 적힌 목록을 받아서 그 가운데 하나를 골라 노래의 리듬에 맞춰 테이블을 두드리는 것이었습니다. 반대로 듣는 사람은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노래의 제목을 맞히는 것이 임무였습니다. 성공률은 겨우 2.5퍼센트에 불과했습니다. 이 실험이 흥미로운 것은 결과가 아니라 실험 참가자인 두드리는 사람들의 예측에 있습니다. 두드리는 역할을 맡은 사람들은 상대방이 정답을 맞힐 확률을 대강 얼마로 짐작했을까요? 그들의 대답은 50퍼센트였다고 합니다. 실제 결과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치입니다. 그들은 상대방이 정답을 맞출 확률이 상당히 높다고 생각했는데, 그 이유는 도대체 뭘까요?
저도 직접 해보니 간단했습니다. 두드리는 사람은 노래에 맞춰 책상을 두드릴 때 머릿속에서 노래를 듣습니다. 반면 듣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에겐 그저 책상을 딱딱 거리는 소리에 불과한 것이지요. 하지만 두드리는 사람들은 사람들이 어떻게 이렇게 쉬운 노래도 못 알아맞추지?(예컨대, 생일 축하 노래) 하며 당황해 했다고 합니다.
일단 정보를 알게 되면 그 사람은 더 이상 '알지 못한다'는 느낌을 이해할 수 없게 된다. 이것이 바로 '지식의 저주'이다. 또한 이러한 저주는 우리의 지식을 타인에게 전달하기 어렵게 만든다. 우리는 이제 그 사람의 심정을 두 번 다시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읽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알고 배운 것을 쉽게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는데 늘 실패했던 이유에 대해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는데, '지식의 저주'라는 설명이 제 시야를 너무나 명확하게 트이게 해주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일상에서의 소통에서도 어쩌면 내가 알고 있는 걸 상대도 알고 있으리란 전제 하에 대화해서 서로 엇갈리고 갈등했던 일들도 많았겠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지식의 저주'에서 벗어나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의 뇌리에 착 달라붙는 메세지를 보낼 수 있을까? 거창하게는 글쓰기부터 소소하게는 일상에서 나누는 남편, 친구들과의 대화까지 적용해볼 수 있는 스틱의 메세지! 이것이 정말 궁금해집니다. 이 책을 읽어가면서 과연 제가 이 질문에 답을 갖게 될지도 너무 궁금합니다. ㅎㅎ
계속 문어발식으로 어느 하나에 정착하지 못하는 독서를 하고 있는데, 원래도 좀 그렇게 읽는 걸 좋아하는 편이지만, 요즘 제 생각이 그만큼 흐트러져 하나로 모이지 않기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오랜만에 설렘을 느끼게 해주는 책을 잡은 것 같아서 이 책만은 완독해서 올릴 수 있길 바라봅니다.
그럼, 모두 좋은 밤 보내시고, 평안한 한 주 시작하시길요!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