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어제 글 쓴지 얼마 안된 것 같은데 다시 밤이라니 놀라워요. 어제와 오늘이 딱 붙어 있는 느낌이네요^^;; 금요일, 토요일엔 글을 쓸 수 없어서 꼼수로(?) 일요일 밤 늦게 부터 포스팅을 하기 시작했는데, 오늘이 저에겐 벌써 이번 주 마지막!! 다섯 번째 후기 라는 게 너무 놀랍고 뿌듯합니다😁
오늘은 다시 시집을 들었습니다. 손택수 시인은 <떠도는 먼지들이 빛난다>라는 시집으로 처음 만났는데요. 운 좋게 송년회 겸 시낭송회에서 직접 시인 얼굴을 보고 사인을 받은 시집을 받아서 읽게 됐는데, 너무 너무 좋아서 저에게 아주 소중한 선생님께 사인 받은 시집을 전해드렸답니다. 그리곤 시집을 또 사고 또 사서 주고 싶은 지인들에게 주다 보니 지금은 저희 집에 그 시집은 없습니다^^; 얼마 전에 알라딘에 갔다가 문득 손택수 시인이 생각나 찾아보니 이 시집이 있더라구요. 읽을 때마다 마음에 군불을 지피듯 따뜻해집니다.
----------------------------------------------------------------------------------------
시집의 쓸모
손택수
벗의 집에 갔더니 기우뚱한 식탁 다리 밑에 책을 받쳐놓았다
주인 내외는 시집의 임자가 나라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차린 게 변변찮아 어떡하느냐며
불편한 내 표정에 엉뚱한 눈치를 보느라 애면글면
차마 말은 못하고 건성으로 수저질을 하다가
(책을 발로 밀어 슬쩍 빼면
지진이라도 난 듯 덜컥 식탁이 내려앉겠지
국그릇이 철렁 엎질러져서 행주를 들고 수선을 피우겠지)
고소한 복수 생각에 젖어 있는 동안
이사를 다니느라 다치고 긁히고 깨진 식탁
각을 잃고 둥그스름해진 모가 보인다
시집이 이토록 쓸모도 있구나
책꽂이에 얌전히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기보단
한쪽 다리가 성치 않은 식탁 아래로 내려가서
국그릇 넘치지 않게 평형을 잡아주는,
오래전에 잊힌 시집
이제는 표지색도 다 닳아 지워져가는 그것이
안주인 된장국마냥 뜨끈하게 상한 속을 달래주는 것이었다
-----------------------------------------------------------------------------------------
이 시를 읽고, 나라면 어땠을까? 생각해 봅니다.
좀 서운한 마음도 들겠고 민망한 마음도 들겠고 근데 또 웃기기도 할 것 같고 우물쭈물한 마음에 쭈뼛 거리지는 않았을까 싶어요. 아주 친하다면 뭐라고 핀잔을 주었겠지요 ㅎㅎ
시인도 자기 시집이 친구 집 식탁 다리 밑에 깔려있는 걸 보고 놀라 소심한 복수심도 들었다고 고백하지만, 이내 곧 자기 자신 보다는 지인 부부의 오래된 식탁에 남겨진 흔적, 다치고 긁히고 깨지고 각을 잃고 둥그스름해진 모로 시선을 옮겨갑니다. 저는 손택수 시인의 그런 시선이 참 좋습니다. 그리고 저도 그렇게 자연스럽게 '나'에게서 '너'에게로 흘러가는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나'에게만 고여있지 않고 물 흐르듯이 흐르고 흘러 더 넓고 깊은 곳으로 헤엄쳐(?) 가고 싶어요. ㅎㅎ
이번 주도 모두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남은 금요일은 짬짬이 온전히 회원님들의 글을 읽을 생각하니 설렙니다.
굿밤 되세요! ^^
감사합니다.
기분나쁠 상황을 너무 재미나게 시로써 표현했네요 ㅎㅎㅎ
저도 제가 낸 책을 누군가 식탁밑에 둔다면 어떤 기분일까? 상상하며 읽었습니다. ㅎㅎ
ㅎㅎㅎㅎ 저도 지근 이 글을 읽르면서, 저라면 어땠을까 상상하며 너무 웃겼거든요^^;; 참 신기합니다..!
시인께서 참 마음이 따듯하시네요^^;;!
그리고 요안나님의 말씀에도 공감이 갑니다.
막 바쁘게 지내다 보면, 아니 벌써? 라는 생각이 자주 들어요..! ㅎㅎ
후기 쓰고 , 뒤 돌아서 다시 후기 쓰러 앉는 느낌^^;
고생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