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님들 안녕하세요? 주말 잘 보내셨는지 궁금합니다. 원래 어제 밤에 들어와 첫 주 스타트를 하려고 했는데 못했네요. 주말에 아들과 남편 생일이 연달아 있어서 이틀 내내 미역국 끓이고, 요리 하고 케이크도 두 개 사고 ㅎㅎ 특별하게 한 건 없는데 신경을 많이 썼는지 혼자 있는 시간에 릴렉스 한다는 게 와인 한 잔 마시고 뻗어버렸습니다 ㅎㅎ
오늘은 후기로 뭘 쓸까 하다가 파친코를 집었어요. 천천히 읽느라 어제까지 이제 겨우 1권의 삼분의 일 정도 읽었네요. 소설은 잡으면 잘 읽히고 재미가 있는데, 드라마를 재밌게 보고 스토리를 알아서 그런 건지 한번 놓고 나면 잘 안잡아지네요. 그래도 시작을 했으니 천천히라도 끝을 보겠습니다.
(~P.138)
양진과 선자 두 모녀 덕분에 목숨을 건진 젊은 목사 이삭은 아이를 가진 채 남자에게 버림받은(사실은 선자가 찼지만) 선자와 결혼을 하겠다고 결심합니다. 저는 드라마만 봤을 때 도대체 저 남자는 왜 갑자기, 처음 보는 여자에게, 그것도 다른 남자의 아이를 가진 여자에게 같이 살자고 하는 걸까 정말 궁금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육퇴 후 집안일 하면서 휴대폰으로 틀어놓고 띄엄 띄엄 봐서 그런건지 몰라도;;) 그 남자의 속마음을 알 수가 없었거든요. 소설을 읽으니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이삭은 부산에 자리 잡고 있는 신목사를 찾아가 결혼하겠다는 결심을 이야기 합니다.
(신목사_결혼에 대해)"그 아가씨는 무어라고 하든?"
(이삭) "아직 얘기 못 했어요. 하숙집 아주머니한테서 딸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게 어제였거든요. 그리고 어젯밤 저녁에 기도 드리면서 제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요. 여자와 아이에게 제 성을 물려 주는 겁니다. 성이 뭐 대수인가요? 전 그냥 자손을 족보에 올릴 수 있는 남자로 태어나는 은총을 입은 사람일 뿐인 걸요. 젊은 여자가 불한당에게 버림받은 것이 그 여자 잘못은 아니잖아요. 설령 나쁜 사람 이 아닌 남자에게 버림받았다 해도 여자 탓은 아니죠. 태어날 아이는 무고합니다. 아이가 그런 고난을 겪고 사람들에게 배척당할 이유는 없지요."
이삭은 양진과의 산책을 통해 선자의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그 순간 신의 계시를 받은 것 같습니다. 선자와 그녀의 아이에게 자신의 성을 물려주는 것 말입니다. 늘 몸이 아파 언제 죽을지 모르는 가정 하에 살아온 이삭에게 지금 누군가 나서서 도와주지 않으면 꼼짝 없이 비참한 상황 속에 살다 죽게 될지도 모를 한 여인과 그녀의 아이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자신의 성을 주는 것이라면 그게 신의 뜻이라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선자는 생명의 은인이기도 하고요
이삭은 선천적으로 몸이 아파 늘 가족들의 돌봄과 보살핌 속에서 자랐습니다. 오래 살지 못살 것이란 생각을 하며 살았기에 남들처럼 결혼을 해서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을 거라는 건 상상도 못해봤다고 합니다. 때문에 이삭과 선자의 결혼은 선자 뿐만 아니라 이삭에게도 속으로는 갈망했으나 미처 꿈꿀 생각을 하지 못했던 가정을 이루는 삶을 선사하는 것입니다.
사실 드라마를 보고 나서는 이삭이 선자에게 결혼을 청하고 그 둘이 함께 하게 되는 모습이 마치 멋진 왕자가 나타나 여자 주인공을 짠 하고 구해주는 그런 뻔한 스토리로 느껴져 좀 내키지 않았었는데, 소설을 읽고 나서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소설로 파친코를 만나니 선자라는 인물, 이삭이라는 인물을 입체적인 관점에서 알게 되어 너무 좋습니다. 생각할 거리도 많구요.
개인적으로 어린 나이인데도(열여섯살?) 강단 있게 사랑했던 한수를 떠나보낸 선자의 당찬 결기가 너무 멋있고 매력적입니다. 한순간도 거짓 없이 자신을 사랑해 주었지만, 본처를 둔 남자였다는 사실을 알자마자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대차게 뻥 차버리다니, 나라면 그럴 수 있었을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지금 같이 풍요로운 시대도 아니고, 일제 식민지 시대에 가난에 모든 것이 불행한 삶의 조건 속에서, 비록 둘째 부인일지언정 자신을 사랑해주고 경제적으로 풍요롭게 살게 해주고, 자신의 아이까지 키워준다고 말하는 남자를 나는 거절할 수 있을까? 이십대의 저라면 선자 같을 수 있겠다 싶은데, 사십대에 이르러 떼가 많이 묻은 저는 자꾸 현실을 생각하게 보게 되어 마음이 좀 씁쓸하기도 했습니다 ㅎㅎ
그리고 이삭 이라는 인물을 더 깊이 이해하려면 성경을 좀 알아야겠구나 생각이 들어 조금 아쉬움이 생깁니다. 천주교 신자지만 부끄럽게도 성경 공부를 전혀 해본 적이 없어서요 ㅎㅎㅎㅎ 시간이 좀 난다면 소설 속에 거론되는 성경 구절들을 좀 찾아봐야겠습니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적겠습니다.
모두 편안한 밤 되시고, 즐거운 하루 시작하세요! :)
전 파친코를 영화로 봤어요. 책은 또 어떨까 궁금하긴 합니다. 저도 뻔한 스토리가 아니어서 좋았고 선자의 강인함에 홀딱 반했던거같아요. 연기를 넘 잘해서 누구야~~했었던 배우였어요. 잘 읽었습니다. ㅎ
요안나님~^^! 주말 동안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혼자 있는 시간에 휴식을 취하시며 와인한잔 하셨다니, 그래도 넘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말만 들어도, 얼마나 힘드셨을지.. 짐작이 가는데, 휴식은 꼭 필요한 것 같아요..!..^^..!)
"이십대의 저라면 선자 같을 수 있겠다 싶은데, 사십대에 이르러 떼가 많이 묻은 저는 자꾸 현실을 생각하게 보게 되어 마음이 좀 씁쓸하기도 했습니다 ㅎㅎ"
그렇네요..! ㅜㅜ 이십대라면, 당연히 따를 마음의 심지를 왜.. 나이가 들 수록 현실에 타협하며 지키기 힘들까요..!
갑자기 이야기를 듣는데, 넘 공감이 되어 슬퍼 집니다..!
요안나님께서 천주교 신자셨다니, 반갑네요..!
저희 집안도 천주교 입니다. (물론.. 저는 종교가 없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 같아요.. 저는 너무 게으르고, 그렇다할 감탄의 순간을 경험한 적이 없어서 종교를 가지지 못했습니다.)
한 주가 시작되었네요..!
이번주도 즐거운 한 주 되셔요~~^^!
회원님들이 파친코를 많이 읽으시네요~♡ 저도 올해안에 꼭 읽아보아야 겠습니다~♡
요안나님도 파친코를 읽고 계시는 군요!!
저도 선자가 너무 당차고 멋있었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