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어느덧 화요일 밤입니다. 하루가 정말 쏜살같이 지나가네요.
오늘은 다시 박완서 선생님의 에세이집을 들었습니다. 책 읽을 시간이 없어 후기를 쓰기 전에 책을 후다닥 읽으니 마치 후기를 쓰기 위해 책을 읽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마음이 좀 껄끄러웠습니다. 그래도 되도록 욕심 내지 말고 주어진 상황 한에서 여유롭고 즐기는 마음으로 해야지 다시 마음을 다잡습니다.
오늘은 <내가 잃은 동산>과 <2박 3일의 남도 기행>을 읽었는데, 두 개의 글이 정서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개성에서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낸 작가님은 평생 잃어버린 고향의 동산을 그리워하며 사신 듯 합니다. 산업화, 근대화로 나라는 한없이 발전하고, 휴가철이며 때마다 관광에 여행을 다니지만 한번도 마음이 채워지지 않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지인을 따라 떠난 2박 3일의 남도 여행에서 잃어버린 어린 시절을 생각나게 하는 진짜 시골 풍경을 만나게 됩니다. 그러고 나니 이제서야 한국의 아름다운 산과 들, 물 등 소박하지만 단아한 정원 같은 풍경과 자연에 대해 어쩌면 처음으로 감탄하는 마음을 느끼게 된 것 같습니다.
작가님이 고백한대로 두서 없이 쓰인 글일 수 있는데 뒷부분으로 가면서 왜 제 마음이 갑자기 울컥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거실에 틀어놓은 KBS 클래식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아름답고 구슬픈 가곡이 배경음악이 되어서 그런 것인지, 글의 내용이 저의 어떤 심상을 건드린 것인지, 가끔 너무나 아름다운 것을 볼 때 느끼는 슬픔? 향수? 그리움? 같은 감정이 글을 통해 전해진 것 같기도 합니다.
어쩌면 작가님의 글을 읽으며 제가 초등학교 시절에 살던 산동네가 생각이 나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박완서 작가님이 그리워하는 아름다운 나무와 풀, 꽃들이 가득한 풍요로운 산은 절대 아니었어요. 대머리 산이라고 부르는 민둥산이었지요. 지금 생각해보면 궁금합니다. 그 산은 어쩌다 대머리 산이 되었을까? 지금은 나무들이 자랐을까?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한 번 가봐야겠습니다. 아무튼 간에 대머리 산인데도 동네 친구들과 산을 뛰어다녔던 기억이 나요. 근데 그 산엔 아카시아 나무 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아카시아 나무는 번식력이 강해서 잘 자라는데 그래서 주변 나무들을 못 자라게 하는 별로 좋지 않은 나무라고 엄마가 얘기하셨던 게 기억이 납니다. 일본 놈들이 일제 강점기 시절에 일부러 많이 심었다는 확인되지 않지만 충분히 심증이 가는 사설도 들었지요.
작가님은 어린 시절에 서울에 오셔서 인왕산 자락에 사셨는데 고향에서처럼 제대로 된 나무라고 할 것도 없는 너무 멋없는 산이었데요. 아이들이 아카시아 나무의 꽃을 그렇게 따먹길래 본인도 따라서 먹어봤는데 너무 비위가 상하면서 고향의 동산에서 먹었던 싱그러운 열매와 풀꽃들이 생각났다고 합니다. 근데 저에게는 아카시아 나무의 꽃을 따서 먹었던 유년 시절의 기억이 그나마 자연을 가장 가까이서 느낄 수 있었던 몇 안 되는 경험인 것 같아, 읽으면서 마음이 좀 싱숭생숭했습니다. 나의 아이는 어린 시절에 경험한 자연을 어느 곳에서,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 그런 생각을 자꾸 하게 되었어요. 요즘 누구나 꿈꾼다는 경제적 자유를 만약에 제가 누리게 된다면 꼭 자연 가까이 있는 곳에 터를 잡고 살고 싶다는 생각을 그저 몽상하면서 헛헛한 마음을 달래 봅니다.
오늘은 유난히 글이 두서가 없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하루도 고생 많으셨어요.
편안한 밤 되세요! :)
노트북님은 저와 비슷한 감수성을 지니신 듯 해요^^ 정말 읽을 책은 너무 많네요!! ㅎㅎ
저는 결혼전 정릉동에서 독립해 혼자살았는데 언덕에 집이 있고 집뒤가 정릉이었어요 ㅎㅎㅎ
산 중턱에 붙어 집이 있어서 그런지 공기도 좀더 좋고 여름에는 항상 좀더 시원했던 기억이 나네요 ~^^
ㅠㅠ 읽으면서 제 마음거 몽글몽글해 지는 느낌이었어요 ㅠㅠ 왜 그런지.. 저도 가곡과 함께 옛 추억이 생각나고, 장면이 떠오르면 마음도 그 슬픔? 향수? 설명할 수 없는 감정에 사로잡히거든요.. 글 읽는 내내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흑..
참 고향이 뭐고, 어린시절이 뭔지요..!
저도 이 책을 읽어보고 싶네요!
(읽을 책이 왜 이리 많은 걸까요,,)
오늘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