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노트북 입니다.
오늘은 잠시 쉬어가는 타이밍으로 제가 한 때 많이 좋아했던, 이문열의 [젊은날의 초상] 에 대한 후기를 써보려고 합니다.
이문열은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매혹될 만한 화려한 문체를 자랑 합니다.
한 때는 이문열의 삼국지의 시작에 있는 아래의 표현을 보고 이문열의 천재성에 감동을 받았었는데, 이후 다른 고전에서 비슷한 표현을 읽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뛰어난 작가도 뛰어난 작품들을 계속 인풋해서 자신만의 작품을 다시 탄생 시킬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은 같은 냇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고, 때의 흐름은 다만 나아갈 뿐 되돌아오지 않는 것을, 새삼 지나간 날 스러진 삶을 돌이켜 길게 적어 나감도, 마찬가지로 헛되이 값진 종이를 버려 남의 눈만 어지럽히는 일이 되지 않겠는가.
그러하되 꿈속에 있으면서 그게 꿈인 줄 어떻게 알며, 흐름 속에 함께 흐르며 어떻게 그흐름을 느끼겠는가. 꿈이 꿈인줄 알려면 그 꿈에서 깨어나야 하고, 흐름이 흐름인 줄 알려면 그 흐름에서 벗어나야 한다. 때로 땅끝에 미치는 큰 앎과 하늘가에 이르는 높은 깨달음이 있어 더러 깨어나고 또 벗어나되, 그 같은 일이 어찌 여느 우리에게까지도 한결같을 수가 있으랴. 놀이에 빠져 해가 져야 돌아갈 집을 생각하는 어린아이처럼, 티끌과 먼지 속을 어지러이 헤매다가 때가 와서야 놀람과 슬픔 속에 다시 한줌 흙으로 돌아가는 우리인 것을. 죽어서 오히려 깨어난 삶과 흘러 가버려 멈춘 때의 흐름에 견주어 보아야만 겨우 이 한 살이가 흐르는 꿈임을 가늠할 뿐인 것을.
살아간 때와 곳이 다르고, 이름과 옳다고 믿는 바가 다르며, 몸을 둠과 뜻을 폄에 크기와 깊이가 달라도, 기뻐하고 슬퍼하고 성내고 즐거워함에서 그들은 우리였고, 어렵게 나서 갖가지 괴로움에 시리다가 이윽고는 죽은 데서 마찬가지로 우리였다.)
-이문열의 삼국지 중-
(젊은 날의 초상을 읽을 거라면서.. 이문열 소개때문에 삼국지 글을 먼저 쓰게 되었네요. ^^)
저는 왜 인지 항상 이런 글들을 읽으면, 고향에 온 듯한 편안한 기분이 듭니다. 그리고 이유 없이 기분이 좋아집니다. ^^:!
문학이 주는 기쁨을 누리는 것은, 단순히 글을 읽는 기쁨을 넘어서 어린 시절에 읽을 수록 정서 함양, 인격형성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10~20대 중반 까지는 문학만 읽었던 것을 그렇게 후회 하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그 뒤에도 너무 오랜 시간 그렇게 지내왔다는 것이 좀 아쉬운 건데요. ^^) 그것이.. 조금이라도 제 인격을 고귀하게 만들어 주었을 거라고 믿고 싶습니다.
제 아들이 IT 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익히길 바란다고 쓴 글이 있지만, ~20까지 통틀어 문학만 읽는다고 해도 또 다른 좋은 점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고귀한 인격 형성,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 애국심, 인류애로 인한 어떠한 사명감 등등 좀 더 제가 그랬으면 좋겠을 그런 가치관 형성에 자연스럽게 기여 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9월 결혼 기념일에 남편이 마술쇼를 예약했다고 했습니다. 저는 20~30대 초반까지 마술쇼를 많이 봤기 때문에 괜시리.. 본 공연을 또 비싼(?)돈을 주고 봐야 한다는게 조금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남편이 준비를 하 것이니까 기분 좋게 갔는데, 마술쇼를 보고 나서 느낀 점은, 그 최현우 마술사가 그 시절의 그사람으로 머물러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제 실수였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한바터면 이렇게 감동적인 공연을 취소할 뻔 했다는 생각이 드니, 약간 아찔하기 까지 하더라고요.
그분은 분명 내면이 많이 성장해 있었습니다. 이전이랑은 비교도 안되게 공연 곳곳에 자연 스럽게 인문학과 예술이 스며 들어 있었습니다. 저는 무척이나 감동 받았고, 그 분은 이제는 진정한 배테랑이 되어서 관중의 감수성을 자극할 줄 아는, 어설프게 쥐어 짜는 것이 아닌 마음이 울렁거리는 흐느낌을 주는 그런 마술사가 되어 있었습니다.
들어보니, 그 마술사는 제가 아마도 운 좋게 봤던 예전 공연을 마지막으로 대형 사고를 당했다고 했습니다. 마술쇼 리허설에서 4미터? 높이의 줄에서 낙상사고를 당했던 것인데요, 한쪽 어깨부터 팔이 산산히 부서져 1~2년을 병원에 누워 있어야만 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 지금도 한쪽 몸 속에는 철심이 가득(?) 박혀 있다고 했던 것 같은데, 그 사고가 자신의 인생에서 큰 전환점을 주었다고 했습니다. 정말 그 힘든 시기를 이겨내신 분이라 그러신지, 이전과는 다른 깊이와 감동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분이 왜 지금껏 이렇게 매년 수없이 많은 마술쇼를 진행 하면서 롱런할 수 있었는지를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 분은 정체되지 않았고, 계속 깊은 감동을 주는 사람이 되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끊임 없이 찾을 수 있었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은 것을 채워야 좋은 것이 나오는 것인데, 저는 사실 요즘 집중이 요래도록 잘 안 되었습니다.
한번 겪었던 실수를 다시 반복하지 않으려면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하나를 계속 생각하고 찾고 하다 보니, 책을 조금만 읽어도 책을 집중 하는 것이 아니고 어느새 제 머리속은 그 일들로 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또 그것이 궁금해 져서 그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반복하고 그러고 있더라고요..! 다음주에는 감사하게 시간을 내주시는 선배님들을 찾아 뵙고 이야기를 나눠 보기로 했습니다. (그래도 흔쾌히 커피챗을 허락해 주셔서 소중한 시간을 잘 쓰기 위해 정리를 잘 해가려고 합니다.)
조금씩 조급함이 오다 보니, 제 삶을 제가 잘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것 조차 스트레스더라고요..!
그래서 오늘은 맘 편히 고향을 찾는 기분으로 문학책을 하나 꺼내 들었습니다. ^^
이제 이문열의 젊은 날의 초상을 시작해 보겠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서는, 꼭 이문열 작가님의 자서전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문열의 일대기를 많이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얼추.. 삶과 비슷한 느낌이긴 했습니다. ^^ (이전에 춘원 이광수의 무정과 유정에 대한 인사이트가 그냥 나올리 없고, 이건 작가의 삶에서 느껴야만 나올 수 있는 감정들이다. 라고 생각해 이광수의 일대기를 찾아봤는데, 그 역시 우연일지 모르겠으나.. 작품에서 나온 남자 주인공의 삶들과 비슷했던 기억이 납니다. )
책의 후기에서도
"이 책처럼 내 삶과 밀착된 것도 드물다. 앞으로 내가 문학적으로는 이보다 얼마나 더 완벽한 글을 쓰게 되든, 그리고 또 어떤 평자가 어떻게 평을 내리든, 가장 큰 애착은 항상 이 책 위에 머무를 것이다."
라고 되어 있습니다.
책의 내용은 스무살의 나이에 고뇌와 방황을 하는 젊은 남자의 이야기로 제가 이 책을 읽고 감명 받았던 것은 그 시절 대학생들은 이토록 자아성찰과 사회의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했었던 것이구나,! 당시 대학생인 저와는 너무나 다른,! 제가 너무 작게 느껴지게 만드는 그런 책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이전의 삶을 어떻게 채웠길래 이런 고뇌의 깊이가 나올 수 있는가. 를 생각했던 책이었습니다.
"자기에게 끊임 없는 성찰의 눈길을 던지는 것, 자신을 정신적인 무위와 혐오할 만한 둔감 속에 방치하지 않기 위해 노력할 것이 필요하다. 그리하여 너는 지금 어떠한 일의 와중에 있으며, 그 의미는 무엇이며 또 그러한 네가 현재에게 지불해야할 것은 어떤 것들인가에 대해 항상 눈떠 있어야 한다."
(2년 간의 방황 후 소설 속 주인공의 일기에서)
"또 너는 무엇이건 지나간 것은 모두 가치 있고 아름답게 만드는 기억의 과장을 경계하라. 지난 이년의 감미로운 방항의 추억으로 되살아나 너를 충동질하게 방치하는 것은 네 삶을 또다시 떠돌이의 비참에 맡기는 것과 같다."
"무슨 일이건 그렇지만 최초의 균열은 내부로 부터 온 것이었다."
"형은 물론 공부에만 전념하는 나를 침묵으로 지켜보고 있었지만, 침묵이란 때로 그 어던 맹렬한 비난이나 질책보다 더 괴로운 수가 있다."
"시계의 초친 소리를 듣는 데 소홀하지 말아라. 지금 그 한순간 순간이 사라져 이제 다시는 너에게 돌아올 곳 없는 곳으로 가버리고 있다는 것을 언제나 기억해라."
위의 내용들은 주인공이 고등학교 생활을 제대로 이어가지 못하고 형한테 얹혀 살다가 뛰쳐나가 쓰라린 방랑자의 삶을 경험하고 다시 형 밑으로 돌아가 검정고시 준비를 하는 재수생(?)의 신분으로 삶과 인생에 대해 고민하고 방황에 대한 반성과 채찍질, 그리고 현재 밀려오는 고독의 고통에 대해서 쓴 글들 중 일부 입니다.
고독에 대한 표현들은 너무 처량해서 옮겨 적지 않았습니다.
저는 생각해 보면, 인생에서.. 외로움을 크게 느낄 시기가 없었습니다. 언제나 혼자이기 보다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여기 저기 손만 내밀면 닿을 주변에 있었기 때문에 항상 누군가와 교류하고, 감정을 나누고, 행복한 시간들을 함께 즐기며 지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문열의 고독에 대한 표현들을 읽으면 너무나 공감이 되고 그 고통을 꼭 제가 느껴서 아는 사람같은 느낌이 들게 합니다. 그 점이 그 당시에도 그랬겠지만, 책을 다시 펴 든 지금도 그렇네요.
어느새 주인공이 원하는 대학(서울대 인것 같습니다.)에 합격해 짝사랑한 여인이 마지막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초라한 모습을 기여이 보고 만 남 학생이.. 도와 주고 싶었으나 돕지 못하고 도망치듯 일정에 쫓셔 서울에 와서 잊쳐지기 바라는 마음으로 서울 생활에 적응하는 시기까지 읽었습니다.
그런데 또 제 눈이 가는 다른 것이 생겼습니다.
"2부. 우리 기쁜 젊은날."
바로 제목이었습니다.
저는 왜 이렇게 이런 제목 하나도 좋은 걸까요. 제가 나이가 들었다는 것이 요즘 느껴지는데 그 감정이 조금 서글픈? 너무 서정적인 늦가을 11월, 이제는 차가운 11월이 되어 버렸는데 날씨 만큼이나 알 수 없는 시린 감정이 있거든요.
남편과 오랜만에 점심을 함께 하며 행복해 했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나온 노래를 들으며, "오빠! 나 옛날에~ 이 노래 진짜 좋아했다.!" 했는데, 제가 어느새 그 시절을 "옛날" 이라고 표현 하는게 신기하면서도.. ㅎㅎ 순간 뭔가 서글퍼 지더라고요.! ㅎㅎ "나 대학생" 때, 와 "옛날"은 같은 의미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제가 30대 때만 해도 대학생 때를 회상 할 때 그때의 제가 지금의 저와 다르다는 생각을 못하고 이야기를 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느덧 40이 되니.. 너무 오래전인 것처럼 제 기억속에 뿌연 안개가 같이 쳐진 느낌입니다. 근데 그 느낌이 은근 서글프네요. ㅎㅎ
우연히 잔나비 노래를 듣는데, 꼭 제가 대학생이 된 느낌이었습니다. ㅎㅎ 아직도 제게 이런 노래를 들으면 설레는 연애 감정?이 남아 있는줄도 몰랐는데 반갑기 까지 하더라고요.! 언젠가 대학시절 항상 이런 류의 노래를 들으며 차가운 밤공기 속에 산책하며 하염없이 수다 떨던 그 감정들이 생각나는 것 같았습니다. 뭔가 아득하다고 느끼질 만큼 멀리 떨어져 온 느낌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냥 다 포함해서. "우리 기쁜 젊은날." 이런 표현이 너무 좋네요.!
2부에서는 "책에 대한 갈망으로 무모하리만큼 열심히 읽었지만, 읽으면 읽으수록 도서관의 서가에는 그만큼 더 많이 읽어야 할 책들이 늘어났다. " 라고 하는데 정말 너무 공감되는 말이었습니다.
그만큼 많이 읽지 못해도, 한 권을 읽으면, 관련해서 읽고 싶은 책이 원래 몇 권은 더 생기니까요.. ㅎㅎ
그리고 가난한 대학생의 삶이 참 애틋하고 짠하게 느껴지는 대목이 있었는데,
평소 자신에게 관심을 주셨던 노교수님께서 무슨 일이 있냐고 물으시는 대목 입니다.
"피로해서요."
그러자 한동안 나를 찬찬히 살피던 그분은 어딘가 측은함이 깃든 목소리로 혼자말처럼 중얼거렸다.
"피로가 아니라 가난인 것 같군."
나는 왠지 부끄럽고 처량한 기분이 들었다. 그분이 다시 부드럽게 덧붙였다.
"가끔씩 유망한 학생들을 잡아먹는 무서운 병이지. 이겨내야 해."
이 짧은 표현으로도 그 시절 가난한 대학생의 피로를 저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누구라도. 가난에 잡혀 먹지 말고 꼭 이겨내라고 말해주고 싶네요. 저도.
관련해서 이야기를 또 적다 보니.. 다 끝내지도 못할 이야기가 되는데, 글은 길어지니 오늘은 여기 까지 해 보겠습니다.!
이 책 이야기는 담주에 또 이어서 할지, 아니면 제 맘에 또 휴식이 필요할 때 쓸지 모르겠어요.!
(혹시 문학을 좋아하시는 분이 계시고 함께 나누게 되는 일이 있다면 갑자기 또 쓰고 싶어질지도 모르겠고요.. ㅎㅎ)
주인공의 대학시절 길동무들과의 추억, 잊지 못할 아쉬움, 그들과 고뇌한 정치/사회적 이슈 등등의 이야기가 앞으로 나올 이야기 입니다. 전체 줄거리도 재밌지만, 대화 중간 중간 나오는 문장 하나하나가 다 좋은 작품 입니다.
오늘은 여기 까지 들려 드릴께요. ^^
긴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노트북 드림.
"무슨 일이건 그렇지만 최초의 균열은 내부로 부터 온 것이었다."
이 글을 몇 번이나 읽어보았네요.
오늘 우연히 남편의 유튜브를 보다가 짐캐리의 영화 "트루먼쇼"의 소개 영상을 보았습니다.
삶을 통제당한 트루먼을 떠나려고 할때마다 가족, 친구, 두려움으로 부터 통제를 받는 모습을 보면서 저스스로가 갑자기 가족이 둘러쌓인 역활이 아닌 홀로 살아가는 나의 삶은 어떠할까 생각이 드는 발칙한 하루 네요. 😋
"피로가 아니라 가난인 것 같군."
나는 왠지 부끄럽고 처량한 기분이 들었다. 그분이 다시 부드럽게 덧붙였다.
"가끔씩 유망한 학생들을 잡아먹는 무서운 병이지. 이겨내야 해."
허거걱!
고3 담임을 하다보면, 아이들의 집안 경제사정에 따라 대학교에 가자마자 아르바이트를 하는 아이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부유한 아이들과 대조적으로 자신의 꿈을 키우기 위해 공부하기 보다는 돈과 시간을 바꾸는 것이 안타까워 보였었어요.
근데, 요즘 '제가 가난하구나'를 깨닫게 되서 이 무서운 병을 이겨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오늘도 좋은 글. 감사합니다. 아까 댓글 쓴글이
날아갔더라구요. 흑흑 아이랑 있으면 틈틈이 댓글을 쓰는것도 눈치를 보게 됩니다. 첫째가 핸드폰 내려놔!! 이말이 무섭습니다 ㅋ
다시 남기러 갑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