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 노트북 입니다.
새해 첫 공통 도서 [라틴어의 수업]을 오늘 막 완독을 했네요.
(주1회 모임과 동일한 책을 읽어서, 후기를 같이 공유 드립니다.)
2012년도 당시 팀장님이셨던 분께서 제게 이 책 추천을 해주시며, 고민 없이 신청을 하게 되었습니다.
책은 어려운 라틴어 문법 구간이 있긴 하지만, 글 자체가 술술 읽히는 쉬운 책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좋았고요.
철학, 역사, 문화 강의가 곁들여진 라틴어 수업이라고 익히 들어서 읽기 전부터 어떤 책일지 감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2009년 읽었던 로마인 이야기.(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6권까지는 완독 한 것 같은데, 제 집에 남아 있는 책은 4권까지만 있네요.) 그리고 2012년 2달간 몰입해서 배운 불어, 그리고 2009년 연초에 갔던 2주간의 이탈리아 여행의 추억들을 소환해 주어서 좋았습니다. (다녀와서 팀에서 이탈리아 여행기를 공유하는데, 이름을 다 지었다고 해도 알아채지 못할 수많은 역사 속의 인물들을 나열하며 이야기하는데 너무 놀랬다고 하더군요 ^^: 당시에 그 여행의 감흥이 컸던 기억이 납니다.^^:)
대학 시절 얻은 교훈이 있다면, 모든 학문은 연결된다. 는 것이었는데, 그 개념을 맨 처음 느끼기 시작한 것이 초등학교 3학년 무렵이었던 것 같습니다. 왕건 책을 읽으면, 궁예가 등장하고 율곡이이 책을 읽으면 이항복이 등장하는 데서부터 쾌감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초등학생 때 집에 있던 조선왕조실록, 고려왕조 실록 성인용 몇 권짜리 책을 몇 번을 되풀이하고, 이어서 각종 야화가 펼쳐지는 매우 많은 전래동화 전집이나 조성왕조 야사책 같은 것을 많이 읽게 되었는데, 이야기들이 합쳐져 연결되는 즐거움이 컸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많이 희미해졌지만, 얼마 전 남편이 조선왕조 계보를 보고 있길래, 쭉 훑으며 이야기해 줬더니 재밌어하더라고요..^^:
그런 비슷한 기분을 이 책을 읽으며 느꼈습니다. 일단 이탈리아의 여행할 때 가봤던 도시나 장소가 사진이나 이야기로 나와서 반가웠고, 생각보다 책 전반에 걸쳐 등장하는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이야기도 반가웠습니다. (로마인 이야기에서는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이야기가 2권에 걸쳐서 나오거든요.) 그리고 역시 로마인 이야기에서 책 한 권에서 깊게 설명하는 시칠리아의 요리/식탁 문화의 일부를 이 책에서 이야기해 주니 또 반가웠던 것 같습니다.
나는 욕망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읽는 순간 불어를 배울 때 제게 깊게 각인된, 쥬 팡세, 덩 쥬시(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를 떠올렸는데, 몇 페이지 뒤에 이 말이 나오니 또 반가웠습니다. 돌이켜 보면 제 삶에서 유독 생동감 있게 기억되는 기간들은 무엇에 대해 강력히 욕망하고 바랄 때였던 것 같습니다. 진정하게 행복으로 기억되는 이유도 생각을 해보면, 그 욕망이나 간절함이 어떠한 대가의 기준이 아닌, 그 자체를 최대한 알고 싶어 하고 즐기고 싶어 하는 기간이었던 것 같고, 그것에 대한 보상은 역으로 딸려 오는 구조였던 것 같습니다.
직장 생활에서는 특히 중요했던 것 같은데, 상대적인 평가에 목을 메지 않고 그 자체를 원 없이 즐기면, 즐기는 기간도 행복하지만 직장 생활에서 쓸데없이 견제하는 등의 감정에 저 자신을 소모하지 않을 수 있어서 좋았고, 그래서 더 몰입하면서 덤으로 따라오는 결과도 만족스러웠던 것 같습니다. (언젠가는 이와 관련된 이야기들도 글로 쓸 날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아뇨, 신은 저를 배신하지 않았어요. 그저 그의 시간과 나의 시간이 달랐을 뿐입니다.
신은 언제나 인간의 계획보다 더 오랜 시간을 두고 미래를 봅니다.
어쩌면, 지금 저의 상황에서 이 말이 가장 제게 남는 말이기도 합니다.
Dear God,
if today I lose my hope
please remind me that
your plans are better than my dreams.
왠지 이번에도 신은 저를 배신하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
단지 그분의 시간이 저의 시간과 다를 수는 있다는 것.
그것 하나 믿고 겉으로 아무것도 드러나지 않는 이 시간을 견딜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도 최근에 뜻밖의 친구의 병 소식과 오늘까지 4일 연속 함께 집에서 있는 아들 덕분에,
일상에서 놓치면 안 될 행복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저자의 어머니의 임종 이야기, 어머니께 썼던 편지는 감정이입이 되어, 목이 메이고 눈물이 고이게 하는 이야기였습니다.
먼 훗날 아이를 품에서 떠나보내고, 간간이 들려주는 아이의 소식에 반가워하고 아들의 어린 모습을 회상할 제 모습이 눈에 보이는 것 같아서 더 눈물이 났네요..!
인생에서는 뒤로 넘기면 안 될 행복이 꼭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이 아름다운 순간을 놓치지 않고 느끼고 싶습니다.
책에서 잠깐 언급하는 어떤 좀도둑이 완전히 새로운 삶을 선택할 기회와 현재의 삶을 유지할 기회중 선택하는 자리에서 현재의 삶을 선택하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제 아들이 존재하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 삶을 지속할 이유가 있는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한동일 교수님의 옛 제자들의 편지들을 읽으니, 저도 제게 준 후배들의 편지가 생각났습니다.
저는 유독 후배들을 진심으로 사랑했는데, 회사가 크다 보니, 정말 다양한 후배들이 거쳐 간 것 같습니다.
특히 직속 부사수한테는 진심을 다해 알려주고, 최대한 아웃풋을 내게 해주려고 했던 것 같아요..!
꼭 그 친구가 한 업무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인정을 받는 기회들을 계속 만들어 주려고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함께 할 때 보다도, 저의 품을 떠난 후배들, 이제는 저의 손길이 전혀 닿지 않을 전혀 다른 업무를 하고 있거나, 동종 업계 경쟁사로 간 후배들이 제게 편지를 써오거나 안부를 물어올 때가 특히 감사하고 감동스럽습니다.
갑작스러운 제 퇴사 메일에 달려온 후배 중에, 눈물을 보이거나, 눈물을 보이며 마지막으로 한 번만 안아달라고 한 후배들이 있습니다. 안고 등을 두드려 주는데, 저도 눈물이 죽 흘렀습니다. 이제는 전혀 다른 업무를 하고 있고, 늘 그렇듯 마음은 있지만 서로 연락을 자주 하지는 못합니다. 나이 차이나 연차 차이도 있는 후배들이어서 더 그랬을 수도 있고요. 하지만 서로가 함께 할 때의 그 진심은 서로가 말을 안 해도 알고 있었던 거지요. 얼마 전 책상 정리를 다시 하는데, 그 후배들이 다른 조직으로 가서도 제게 준 편지들을 발견하고 또 한 번 마음이 뭉클했었습니다. 꼭 두고두고 오래 걸려도 좋은 소식을 전해 주고 싶은 친구들입니다.
책의 마지막을 읽으며, 저도 정식 제자는 아니지만 제 마음을 다 했던 그 후배들과의 추억을 떠올려 봤습니다.
회원님들, 벌써 1월 주째주를 마무리 하네요.
모두 즐거운 주말 되세요~^^!
노트북 드림.
<< 감사의 일기>>
아이가 장염에 탈수가 온것 같아서 걱정 했는데, 다행히 탈수는 아니라고 해서 관장만 두 번 하고 왔다. 탈수에 트라우마가 좀 생긴 것 같은데, 큰 일 아니어서 넘 감사했다.
친구가 아파서 마음이 너무 아프지만, 그래도 이렇게 수술이 잘 되어 다시 볼 수 있다는 것에 넘 감사하다. 삶은 유한한데 우리는 영원히 살 것 처럼 살면서 소중함을 놓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할 시간을 꼭 넣어야 겠다.
새해가 되어, 두 가지 도전을 한다는 것이 넘 기대가 된다. 나이가 들어도 도전을 두려워 하지 않고 즐길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아이가 탈수가 아니라니 다행이네요 ~!
2024년 노트북님의 열정과 도전을 본받아 저도 즐길 수 있도록 해 보겠습니다.~!
벌써 한주가 시작되었네요~ 요번 한주도 화이팅 입니다. 😊
인생에서는 뒤로 넘기면 안 될 행복이 꼭 존재하는 것 같다는데서 극공감을 합니다.
몇 년 후면 지금 아이들 모습이 사무치게 그리워질 것 같아. 벌써 마음이 아리기도 하구요.
가끔씩 길 가다가 이제 막 걸음마를 하는 아이들을 보면 걸음을 멈추고 쳐다보기도 합니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이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것 같습니다. 오늘 오후에 집에서 아이들과 같이 영화를 봤는데 너무 좋더라구요. 어느새 커서 같이 영화를 본다니 혼자 감격했습니다.
노트북님 글 덕분에 다시 한번 그 소중함을 깨닫고 갑니다.
이번주도 고생 많으셨어요. 내일 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