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군이든 적군이든 능력이 출중한 영웅을 바라보는 시각은 존경심과 동시에 제거해야할 적수로 생각하는 건 자신의 입지를 다지기 위함입니다. 남을 밟아야 내가 올라설수 있다는 처절한 살아남기가 혼재한 곳이 여기 삼국지이고 또 역사라는 생각이 듭니다. 역사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생각을 하며 책을 보지만 소시민 안에서도 크고 작은 이런 역사가 만들어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동시에 하게 됩니다.
-유비와 손권 그리고 조조의 삼파전이 된 한나라는 누구와 붙어야 자신이 유리한지를 가늠하는 끝없는 속임수의 난전이라 할수 있습니다. 가장 큰 군대를 가지로 있는 조조를 치는 것이 큰 숙제이지만 유비와 손권의 부하 주유도 함께 힘을 합치자니 조조를 정복하고 난 다음에 누가 우위에 설것인지에 대한 불안감이 있기때문에 또한 쉽게 결정할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유비의 정부인이 죽자 주유가 자신의 여동생을 후처로 제시하며 그를 유인하여 죽이자는 계획을 세우지만 유비에게는 공명이 있기에 주유의 계획대로 되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유비는 지혜로운 주유의 여동생을 처로 맞이하는 경사를 맞게 될 뿐이었습니다.
자기 수에 자기가 빠진 셈이 된겁니다. 사실 유비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영웅들은 야비한 속임수를 이용해 적을 정복하려 하지만 유비만이 그런 얕은 수는 쓰지 않는 점이 다른 영웅들과 크게 다른 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이 많은 이들의 마음을 감복시키고 유비가 존경받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봅니다.
결국 사람이 좋으니 사람이 따르는 법. 유비는 조조의 큰 군사를 갖지 못했음에도 누구도 함부러 할 수 없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유비와 주유가 힘을 합쳐 공격해오면서 싸움에서 패한 조조가 다시 무관과 문관들을 불러 기를 돋궈주는 자리를 마련합니다. 여기서 조조가 한 말속에 이런 뜻이 들어있었습니다. 스스로를 문왕에 비함으로써 자신은 문왕이 은을 섬긴 것처럼 그대로 한을 섬기겠지만, 자신의 아들 대에 이르러서는 무왕이 주를 세웠던 것처럼 새로운 왕조를 열 수도 있다는 걸 은연중에 암시한 셈이었습니다. 스스로 이런 무관이 날뛰는 세상이 지속되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나봅니다.
문헌에 보면 조조는 훌륭한 시인이었다고 합니다. 이 책에서 스스로 무관의 모습에 치중하기도 하지만 가끔씩 시를 짓는 모습도 나오기도 하지만 그의 시는 꽤 훌륭하다는 평을 받는다고 합니다. 그가 문에 치중하게 된 계기도 신하의 조언이 있었기도 했지만 스스로도 문무를 다 갖추어야겠다는 마음이 이미 자리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마음만 있다고 모든것을 할수있는 능력이 있는것은 아니기에 그가 시인으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은걸 보면 그는 타고나 인재가 맞지 않나하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그에게 매력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여기서 유비의 능력에 다시한번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주유가 병으로 죽고 손권이 후임으로 노숙을 천거하고 노숙은 방통을 추천하지마 손권은 마땅치 않아합니다. 이에 노숙(유비 지지)은 방통을 유비에게 보내 쓰임을 받게 하지만 방통을 만난 유비는 그의 능력을 알아보지 못하고 작은 마을에 부임시킵니다. 후에 이를 깨닫고 다시 올려다 쓰지만 유비는 자신의 잘못을 자책하게 됩니다. 유비가 좋은 사람을 알아보는 재주도 그리 뛰어나지 않아 보이는 걸로 봐서 그의 능력이라는 것이 오직 내 사람을 잘 보살피고 인덕을 베푸는 것이 다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물론 그런 점은 가지기 어려운 장점이기는 하나 나라를 좌지우지 할만한 사람이 가지는 능력의 다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비는 "그럼 어찌해야 좋겠소?" 하고 물으면
누군가가(주로 공명)"제게 좋은 계책이 있습니다." 이렇게 말을 합니다.
전 이 대화를 들을때마다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매번 혼자 결정하는 것이 없습니다. 매번 공명에게서 해결책을 찾으려는 안일한 태도가 맘에 안들기 때문입니다. 물론 지도자라고 혼자 다 결정할수 있는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유비는 매번 이런식으로 문제를 해결합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의 신망을 얻는 걸 보면서 그가 가진 사람을 다스리는 방법은 여타의 영웅들과 확연히 다름을 느낍니다. 사실 그부분을 인정하지 않을수없기도 합니다. 이제까지 살아남은 것도 그런 마음씀의 결과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 연의(우리가 읽고 있는 삼국지)는 소설이기에 작가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역자는 유비를 주인공으로 쓴것이라 합니다. 유비에게 애정이 있는 사람이라 할수있겠죠. 그런 시각으로 이책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삼국지에 여러 버전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다양한 책을 읽어야 전체적인 그림을 그릴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조조가 부하들의 사탕발림 같은 말로 구석(혜택)을 받으려 하자 순욱은 이를 한탄하자 조조는 순욱에게 빈 편지를 보냅니다. 그를 본 순욱은 이제 자신이 쓸모가 없어졌음을 알고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순욱은 죽는 순간까지 그를 괴롭힌 것은 조조를 잘못 본 자신의 어리석음에 대한 후회가 아니라 마시면 마실수록 더 목말라진다는 바닷물 같은 인간의 권력욕에 대한 자신의 무지였다..고 했습니다.
이 말은 삼국지를 중반을 넘어 읽고 있는 이 시점에서 저또한 비슷한 생각을 했던 포인트였습니다.
인의가 두터운 유비 조차도 정복에 대한 야심을 드러낸 바 있으며 그것이 사람의 욕심이라기 보다 인간의 본능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무엇이 옳다 그르다를 말하는것이 아니라 인간의 본성을 애써 외면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야심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되는 시점이 되었다는 생각입니다.
-연의를 쓴 나관중이 유비를 주인공으로 썼지만 그런 편중된 애정의 중심을 잡기라도 하는듯 이문열은 중간중간 조조가 훌륭한 리더라 생각하는 저자의 의중을 그런 식으로 써놓기도 했습니다. 그런 마음 때문인지 이 책은 조조의 행동을 설명하는 부분이 유독 많았다는 생각입니다. 그의 행동의 당위성을 설명해주고 그런 점에서 그를 탓할수만은 없다라는 식이죠. 전 그런 해설이 중심을 잡기에 좋았습니다.
-7권의 마지막 부분에서도 조조가 차지한 허창이라는 곳에서의 반란을 잠재우기 위한 조조의 가혹함은 그 지역을 잠재우기 위한 책략이었음을 이해할수 있었습니다. 정치란 모름지기 전체를 바라보는 눈이 필요하고 그런 점에서 큰 그림을 그리고 전체를 다스리려는 조조의 행동은 그럴수 있음이라고 이해했습니다.
-조조가 복황후를 때려 죽인 대목이 나옵니다. 천자의 부인인...지금으로 말하자만 영부인인데.. 아무리 천자를 무시해도 그렇지 그게 그시대에서는 가능했었나봅니다. 물론 흔치 않은 일이긴 했겠지만 조조의 기세가 대단해보였습니다. 그 부분을 읽으면 누구나 이건 너무한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겁니다. 저 또한 그랬습니다. 물론 자신을 해하고자 했던 부분이 있기 했지만 말입니다. 여기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조조가 한 일이 지나쳤다 해서 복완이 곧 충의의 사람이라 정할 수 있을까. 악인에게 해를 입었다고 해서 그가 무조건 선인이라 믿는 것이야말로 선악의 지나친 양분법이 아닐까.'
전 이 말에 생각하는 바가 많았습니다. 이전에는 생각해보지 않았던 선악을 바라보는 스스로의 시각에 변화가 일어남을 느끼는 부분이었습니다.
'
이제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습니다. 동오와의 싸움에서 승을 한 조조는 결국 천자의 뒤를 이어 황제의 자리에 올라섭니다. 그에게는 그런 능력이 있음을 인정할수 밖에 없는 부분이었습니다. 남은 책에서 유비와 손권의 움직임이 궁금해집니다. 천자에 올라선 조조에 대한 유비의 심정이 어떨지 지켜보겠습니다. ㅎ
우아,,! 딸기님 넘 재밌게 읽었습니다..! ㅎㅎ
아들이 늦게 자면서 제가 pc앞에 앉아있는걸 매우 싫어해서 답글이 참 늦어졌습니다.
(사실 후기도 간신히 썼네요,,! ㅎㅎ 지난주 처럼 키즈카페를 갔어야 했는데요,,ㅎㅎ)
저도 뒷부분은 아예 모르는 이야기여서 너무나 충격적이면서도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네요,,!
조조가 복황후를 때려죽이다니, 너무나 충격적이고 왜 제가 다 분개하게 되는 걸까요,,
하지만 이어서 써주신 내용도 항상 공감되는 내용입니다.
악인에게 해를 입었다 해서 그가 바로 선인일 수는 없겠지요,,
조조 같은 사람도 관우나 그 밖의 충절을 지켰던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 받고 자기사람으로 남기고 싶어했으니까요,,!
오늘 밤에도 아들에게 삼국지를 읽어주는데, 조조를 배척하는 느낌이 들어서 남편이
"유비가 주인공이지만, 조조 역시 정말 능력있는 사람이야,,"
했더니,, 아들이.. ㅎㅎ "나는 우리 편이 잘 됐으면 좋겠어,,!" 라고 하더라고요..ㅎㅎ
그것으로만 봐도 삼국지연의가 얼마나 유비 중심으로 쓰여졌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저 역시 책을 읽으면서 이문열 작가님께서 이 책을 쓰기 위해 공부하시고 찾아보신 문헌들이 얼마나 방대한가를 느끼며, 새삼 작가란 이런 것이구나! 깨닫게 되었습니다.
정말 재밌게 읽은 후기였네요,,!
나중에 딸기님은 손주님을 얻으셔도 참 멋진 할머니가 되어주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무 제 요즘 관심에 몰입되어 있는 상상이지만요,,ㅎㅎ)
무척 더운 여름날씨였는데, 한 주 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벌써 7권까지 완독하셨네요.
앞으로 이어질 남은 이야기들도 미리 들어볼수
있어서 좋습니다.
저는 이번주 5권을 아직 읽고 있는 중입니다.
이제 싸움이 조금은 익숙해지고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를 크게 생각하지 않고
읽게 되네요.
무더위에 건강 유의하시고, 삼국지 막바지를
향해 가시는 딸기님을 보며 저도 좀더 힘내서
읽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