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상과 서희의 결혼 이야기를 의논하기 위해
이동진과 김훈장이 나누는 이야기를
길상이 듣고 신분의 벽을 느낍니다.
서희는 길상과 결혼을 원하는데,
김훈장도 이동진도 결혼을 반기지는 못하고
김훈장은 '신발이란 발에 맞아야 한다'는 말로
대놓고 반대합니다.
길상도 서희와 결혼을 원하던 시점은 아니었으나
자신이 한낯 길가 나무나 돌 같은 의미없는 사람으로 전락된듯 하여 깊은 회의감에 빠지고
밤새 술을 마신후 월선에게 찾아갑니다.
무당의 딸인 월선과 누구의 자식인지도 모를
자신의 처지가 비슷하여 동병상련의 마음에서
발길이 그곳을 향합니다.
길상과 월선의 아픔에는 닮은점이 있었네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무서운 심연을 본 충격이
가슴 바닥에 울렁거리고 그 충격은 실상은
두려움이라 깨닫게 되고, 그 두려움의 정체는
미움도 사랑도 없는 '비정' 그것이라 느낍니다.
이세상에서 사람이 살아갈 수 있는 동력은
'정' 이란것을 알게 해 줍니다.
이 소설에서 내내 흐르고 있는 기조가
바로 서민들과 여타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에는
서로간의 '정'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저도 누군가의 따뜻한 정을 느끼는 순간에
행복을 느끼고 삶의 의미도 생기니까요.
요즘은 신분으로 인한 설움은 별로 없지만
보이지 않는 학력차이나 재력차이로
누군가는 차별이나 소외감을 느낄때가
있습니다. 내가 가진 어떤 권력이나 힘으로
상대를 무시하는 것이 있으니까요.
그러나 본시 사람은 태아나면서 부터
모두 존귀한 존재란 생각을 하고
편견과 차이를 두지 말고 살아야 하는데...
소설을 통해 이런 문제점들을 다시한번
새겨봅니다.
길상이 옥이네와 결혼할것 처럼 말하고 다녀서
서희가 옥이네를 보러 회령에 갑니다.
그곳에서 길상은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봅니다.
자신은 이곳 간도까지 와서 왜놈과 싸우는
조선인들을 곁에서 얘기로 듣지만...
자신은 한낱 서희곁을 지켜야하나,
아니면 연민이 느껴지는 옥이네 한테 가야하나,
아니면 이도 저도 다뿌리치고 그 어디라도
떠나야 하나?
자신의 현재 처지가 그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한 떠내기같은 심정이 됩니다.
길상이 옥이네를 보여주지 않자 여관집 안주인에게 수소문해서 결국 서희는 옥이네를 찾아갑니다. 그곳에서 옥이네를 본 순간 길상이 옥이네에게 느끼는 심정을 알게 됩니다.
그것은 '연민'이었습니다.
서희가 질투를 낼 성질의 여인이 아니었지요.
이렇게 서희는 길상의 마음을 알게되고
혼자 돌아오는 길에 서희는 이세상에 혼자인듯한
외로움을 느낍니다.
서희도 길상도.
신분의 격차로 인한 거리감이
서로를 향한 마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분차이 이상의 마음의 거리를 느끼게 합니다.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젊고 창창한 청춘 남녀가 맘놓고
서로 사랑할 수 없는 이 신분제도가...
이어지는 3편에서는 기생 기화가 된
봉순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상현이 봉순을 찾아가서 간도 소식을 전해줍니다.
봉순이 어린 시절 함께했던 길상과 서희를
추억하며 그리워하고 애달파합니다.
사람의 정에 약한 봉순은 누구라도
자신이 줄 수 있는것이 있으면 도와주는
정 많은 여인인데, 이 풍진 세상을 살아가기에는
한없이 약하고 남에게 이용만 당할수 밖에
없는것이 슬픕니다.
봉순을 보면서 월선이 자꾸 생각나네요.
두 여인이 닮은 점이 많은것 같습니다.
자기것을 챙기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부터 생각하는 심성도 그렇고,
좋아하는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지
못하고 기다리며 애타하는 마음도 그렇고요.
현실에서는 이런 심성을 가진 사람이
힘든 인생을 살 수 밖에 없구나 느껴지면서
오히려 서희처럼 강한 면을 가져야 할까?
이런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타고난 심성을 갈아끼울 수도 없으니
봉순과 월선을 보면 안타깝기만 합니다.
6권 남은 부분들은 앞으로 펼쳐질
독립운동가들의 서막이 있을듯하게
윤도집과 혜관스님 석이 이야기가
잠시 비쳐집니다.
앞으로 석이가 어떤 인물로 성장할지
기대가 되는 대목입니다.
중간에 용운스님 이야기도 잠시 나오는데
만해 한용운 선생을 말하는것 같고,
천도교 교주 손병희 선생의 이야기도
잠시 나와서 실제 역사적 인물을 소설에서
접하니 그들이 또 궁금해 지네요.
이번에는 그 분들에 대해 알아보지 못하고
후기를 쓰게 되었는데, 다음에라도 그분들을
공부하게 되면 후기에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이상 6권 후기를 마칩니다.
조금씩 날씨가 풀리기 시작하니
야외 활동을 해도 될듯 합니다.
다음주도 활기찬 한주 보내시길 바랍니다.
글 여행님의 후기 글을 읽고 있으니 저의 결혼을 앞둔 시절이 생각 나네요 ㅎ
저는 결혼을 27살에 했습니다.
이른 나이에 결혼이라는 것 자체가 하고 싶어서 당시 연애 중이던 신랑과 결혼을 하게 됐지요.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사랑은 타이밍이다' 라는 말이 제 경우에는 너무 와 닿는 말이 되어버렸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길상과 서희처럼 신분의 격차가 있지는 않았지만 그때 당시 신랑이 직업이 변변치 않았던 터라 부모님께서 대환영은 해주시지 않더라구요. 직접적으로 말을 하진 않았지만 아마 저희 신랑도 내심 길상 처럼 자신을 초라하게 생각하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짠했습니다.
이제 저도 부모가 되어 보니, 부모의 마음도 자식의 마음도 이해가 너무 되어 나중에 아이들 시집 장가 보낼 때가 벌써 걱정이 되네요 ㅠ
옛날이고 지금이고 가만히 두어도 살기 힘든데
점점 사람들 사이에 교류도, 정도 없어지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글 여행님 말대로 봉선과 월선과 같은 심성을 가진 사람들은 이용 당하고, 상처 받기 쉬운 세상이니까요.
지금까지 아이들에게 약속의 중요성, 공평, 양보, 배려 등을 가르치고 있는데..
앞으로는 살아남기 위해 더 치열한 것들을 가르쳐야 되는지 고민이 늘어나는 지금입니다.
엄마가 현명해져야 하는데... 갈 길이 구만리네요 ^^
토지안에는 신분 차이로 인한 억울함이 많이 보입니다. 양반과 상놈의 구분이 있었던 때라 대부분은 긍정하며 받아들이는 분위기이긴 하지만 종종 순리를 거스르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우리 관점에서 보면 용기있는 행동이고 정의롭게도 보이지만 모든 사회적 약속은 사회 전반에 흐르는 기류를 따르기 마련이기 때문에 순리를 거스르는 사람들은 순탄한 삶을 살아가기가 어렵게 되죠.
신분차를 극복하고 결혼까지 하게된 서희와 길상의 모습은 누가봐도 행복한 결혼 생활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것이 신분차이에서 오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주 없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저도 토지를 보면서 '정'이 참 그립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요즘은 가족간에도 무심하게 지내는 경우가 많은데 토지 안에서의 사람들은 가족보다 더 가족같은 정을 보여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렇게 가족도 아닌 사람들에게 의지하며 산다는 건 참 어렵고 놀라운 일입니다.
지금같으면 가능하기나 한 일일까요.
요즘은 가족이 아니면 믿는 일이 참 망설여집니다.
어느정도 시간을 두고 사람을 관찰하고 탐색해야 비로소 마음의 자리를 내어주는 정도이니
사람 만나는 일도, 사귀는 일도 참 어렵다는 생각입니다.
그런 정에 마음이 고팠었는데 토지에서 그 정을 맘껏 누리고 있는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책이 끝을 향해 가는것이 아쉬운가 봅니다.
잘 정리해주시고 다시 정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여행님 ㅎ
글여행님, 후기 잘 읽었습니다.
말씀 하신 학력차나 재력차로 인한 다양한 감정들과 차별(피해)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저는 이런 것들로 사람들이 소외의 감정이나 차별을 받는다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 했습니다.
물론 지금도 옳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아주 최근 들어 제 자신은 인정하기 싫더라도 그것이 진짜 세상이고 사회 현상이라면 받아들여야 한다는 쪽으로 변했습니다.
'모든 사람은 평등해야 한다.'는 말이 실제 이루어지면 좋겠고, 저 자신도 그렇게 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그것에 강력히 동의 하는 사람도 있고, 또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을 거거든요.
그렇다면, 강력히 동의 하는 사람들은 모두를 평등하게 대할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의해서 누군가는 차별을 받기도 하겠지요. 그렇다면 세상은 결국 그런변수에 의해 차별 받는 것이 현실이 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문제에 대해 '이래야만 한다.' 를 고집하기 보다는.. 실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더 관심있게 보게 되었습니다.
아들을 키우면서 제가 이전에 세상에 나와 의아해 했던 부분, 그리고 너무 교과서 같은 도덕적 교육받은 그대로 관념을 고수 하다가 적응하기 힘들고 분개 되었던 부분들에 대해 제가 아들에게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그런 고민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너무 순진한 것이 좋은 것일지..? 너무 올곧은 것이 좋은 것일지..? (물론 올곧은 건 좋지만, 그것을 고수하면서 그렇지 않은 사람을 배척하는 마음이 든다면, 그것이 아이에게 또 다른 벽이 되거나 짐이 되지는 않을지?) 그런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만약 '돈은 중요하지 않다. 마음이 중요하다.' 에 관해서는 아마 공감 능력과 따듯한 마음이 있다면 상대를 돈으로만 보지 않고, 마음도 항상 같이 고려하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그건 굳이 가르치지 않아도 심성이 그렇다면 가능한 일일 것 같습니다. 물론 예의는 가르쳐야겠지만요.
그렇다면, 제가 교육을 받은 것처럼 꼭 '돈은, 물질적인 것은 중요하지 않다.' 라고 가르칠 필요가 있을지?
정말 사람의 외모나 겉모습은 중요하지 않은 것인지? 정말 학벌은 중요하지 않은 것인지?
만약 그렇지 않다면, 중요하다고 말해버려야 하는?. 잘 설명하려면 어느 시점 부터 그런 이야기를 해줘야 하고, 또 그 전에는 그런 부분에서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아이가 너무 일찍 때(?)가 묻어버리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그런 것이 고민이 되었었습니다.
현재까지의 저의 결론은 세상을 미화 시키지 말고, 있는 그대로 이야기 해주자는 것입니다.
하지만, 학벌, 외모, 물질적인 것이 다는 아니지만, 실제로 매우 중요한것이 맞다는 현실적 이야기를 해주고 싶고, 그것에 관해서는 그 예로 아이에게 역지 사지를 들어 설명해주고 싶습니다. 세상에서 아이가 홀로 살아가는데 부모로서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 더 크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렇게 변한 이유는 아마도 제가 이런걸로 많이 상처 받아서 일 것 같습니다.
학벌이 자랑스럽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챙피한 수준도 아니고..
돈이 많지도 않지만, 돈 걱정을 하면서 지낼 상황도 아닌데.. 왜 세상이 그렇다는 걸로 그렇게 상처를 받았던 걸지 모르겠네요..
한때는 순수하게 무언가를 지키고자 하는게 있었던 것 같은데, 가장 중요한 것은 현실을 인정 하는것이라고 생각이 바뀌게 된 것 같습니다.
제 아들은 인간 존엄을 가슴 깊이 지키면서도 현실은 냉정히 간파하는 양쪽 모두를 가졌으면 하는 바램이 있네요.
제 맘대로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요..!
너무 말이 길어졌습니다.
이번주도 감사합니다.
노트북 드림.
안녕하세요 글여행님^^
내공이 대단하심을 느끼게 되는 후기 잘 읽었습니다. 참 읽기도 편안하면서도 전달하고자 하는 것을 일목요원하게 잘 풀어놓으시는 글솜씨에 감탄할 뿐입니다
서희와 길상의 서로에 대한 마음은 좀 특별하게 여겨졌습니다
서로의 필요에 의한 결혼 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사랑이라고 하기에는 좀 다른 서로에 대한 깊은 애정을 볼수 있었습니다
글여행님의 말씀 처럼 신분의 격차가 없었더라면
좀더 솔직하게 서로의 마음을 표현할수 있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글여행님도 활기찬 한주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