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만월의 밤, 모비딕이 - 카타야마 쿄이치
이번에 읽은 책은 '만월의밤, 모비딕이'라는 책입니다. 독서모임을 하게 됐다고 직장동료에게 말했더니 지인에게서 몇권의 책을 얻어다 주었습니다. 그 중 한 권으로, 가족여행이 잡혀있던 주라 좀 가벼운 책을 읽어볼까 하는 생각으로 골라보았습니다.
처음 든 느낌은 가볍다기보다 뭔가 모호하고 난해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인공인 고이누마는 아버지의 바람으로 가정이 깨진 불우한 환경속에서 자란, 모짜르트를 즐겨들으며 종종 낚시하는 취미를 가진 대학생입니다.
어느날 낚시를 하러 갔다가 우연히 낚시친구 다케루를 만나게 되고 함께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야쿠자와 연루된 일로 얼마 간의 도피 생활을 하게되는데 우연히 여자친구 가스미가 함께 하게 됩니다. 그들 셋이 겪는 에피소드를 이야기 한 책입니다.
'하지만 나는, 무엇이 되고 싶은지 모르겠다. 어떤 인생을 보내고 싶은지도. ...그 이상의 야심도 없다. 스무 살인데 이미 다 살아버린 듯한 느낌'
고이누마는 불우한 가정 탓인지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는 것을 단순히 '운' 때문이며, 배우자와 함께 사는 것을 자신의 인생을 무모한 도박에 내던지는 것에 비유합니다. 단지, 건강한 음식과 낚시, 모짜르트 음악만 있다면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창시절을 평범하게 보냈고 무리없이 취직이 가능하지만 정작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알지 못하는 고이누마의 모습이 마치 저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평범한 학창시절을 보냈고 수순에 딱 맞게 보내온 삶이 누군가에겐 꿈꾸던 것 일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잘 하는 것, 하고 싶은 것, 되고 싶은 것, 원하는 게 딱히 없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제 자신이 뭘 즐거워하는지, 뭘 좋아하는지.. 자신을 알아볼 생각조차 못했던 것 같습니다. 미성숙했고, 생각이 짧았던 젊은 시절 정서적 방화의 모습이 겹쳐 보이는 듯했습니다.
'근대 회화에 길이 남을 걸작이라고 해도, 손가락의 극히 단순한 운동에서 태어난 것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자칫 잊기 쉽지만'
다케루는 화가로 그의 작업실에서 작품을 보며 감탄하는 고이누마에게 해준 다케루의 말입니다.
단순한 동작에서 시작되었지만 그게 끝이 아니라 걸작을 이루기까지 그들이 투자한 노력이 있음을...
정작 나는 그런 노력을 기울인적이 없었음을...
다시 깨닫게 해주는 구절이였습니다. 이런 저런 핑계로 포기했던 일이 셀수도 없었으며, 그런 태도가 잘하는 일 하나 없는 사람으로 만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무언가를 타인에게 주는 것은, 자신의 행복을 보다 강하게 실감하여 확실한 것으로 만드는 일이니까'
배려나 양보 뿐만아니라 시작은 누군가를 위하는 일이였던 것도 계속해서 일방통행이다 보면 불만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받는 입장에서는 (본인이 요구하지 않았어도)감사한 마음이 들겠지만 그 이상의 무언가를 상대방에게 되돌려주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기에 어쩌면 불만이 생긴다는 것 자체가 우수운 일이지만요.
진정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는 게 본인이 정말 행복하고 여유로운 상태를 확신에 이르게 하는 것이라는 말에 공감이 갑니다.
선의를 보인 당사자가 '선의'의 행동 자체에 만족한다면 정말 베스트 일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찰이 없으면 인간은 제대로 걸을 수 조차 없다.
그래서 파라다이스로부터 미끄러져 떨어지지 않기 위해서, 우리들은 의도적으로 여러 가지 마찰을 만들어낸다'
고이누마는 야쿠자를 피해 도피 생활을 시작하면서 아빠의 불륜도, 엄마의 병도, 이 도피행도 파라다이스 인생의 작은 마찰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긍정적인 사고방식이 좋다고 하는데 어쩌면 고이누마처럼 생각하고 문제를 받아들이는 방법도 그 문제의 체감적 크기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
'인간은 말을 하기 때문에 침묵 또한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닐까, 하는. 오히려 침묵은 말의 일부이고, 어떨 때는 말보더 훨씬 강력한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고이누마와 가즈미가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고이누마는 함께하길 원하지만 가즈미는 대답대신 (불가능을 암시하는)침묵을 이어갑니다. 그 침묵에서 고이누마 또한 암울한 미래를 짐작하게 되죠.
저는 사람간의 소통에 있어 대화는 참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부부간에서도 중요하지만, 짐작할 수 없는 아이들의 생각을 파악하는 부분에도 필요하죠.
눈치 없는 사람에게는 직설적 표현이 도움 될 때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생각을 표현하는 것과는 다르게 마음을 대변하는 수단으로는 부족할 때도 있는 것 같습니다. 마음에 없는 말을 함으로 더 오해를 불러 일으키거나 의도가 왜곡될 수도 있죠.
한 번은 종교문제로 신랑과 다툼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시댁에서 강요 아닌 강요를 받는 다는 생각에 저의 마음을 이야기하다 보니 어느새 싸움으로 번져 있더라구요. 입장이 다른 사람에게 내 마음을 말로써 온전히 전하는 건 정말 힘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구절과 같은 의미는 아니지만 제가 그 부분에 있어서 침묵으로 일관한다면 더 강력한 무언가로 작용할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도 생깁니다^^
'완전한 자유에서는, 자신 이외의 사람은 존재하지 않게 된다. 중간 지대도 미지와의 만남도 있을 수 없다. 나라고 하는 존재는, 현재 상태의 자신이라는 것, 그 자체가 되어버린다'
이 구절을 읽으면서 100%로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누군가 옆에서 설명을 좀 해줬으면 했죠 ㅎ
육아휴직 중 두 아이가 자라 둘다 어린이집에 가는 시절에 저는 자유를 누릴 수 있었습니다. 어디선가 주워들은 '아이들이 어린이집 가있을때, 그때 쉬어야된다'라는 말을 철저하게 지켰죠^^
그 자유가 완전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유로움과 해방감을 더 느낄수 있지 않았나 합니다.
짐작하건데 모든 욕망이 실현된다면 그것은 욕망 그자체가 될수 없다는 뜻 아닐까... 우리 삶에 희노애락이 있는 것 또한 같은 이치가 아닐까... 앞에서 나온 '마찰'과도 같은 이미가 아닐까 하고 생각해봅니다.
'네 인생의 질을 결정하는 건, 괴로움 그 자체가 아니라 괴로움에 어떻게 대처하는가야. 괴로움을 어떻게 가졌는가, 어떻게 껴안았는가, 도망치지 않고 무언가를 얻었는가'
삶의 시련에 누군가는 맞서 싸울 용기조차 없고, 누군가는 그 시련을 겨우 극복하고, 누군가는 그 속에서도 무언가를 얻어갑니다. 솔직히 말이야 쉽지 눈앞에 시련을 앞두고 감정적 동요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 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겪어야 하는 것이라면 마음가짐으로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는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더 담대하게 받아들이려 노력해야 합니다^^ 앞으로 몇번 또는 수십번의 시행착오를 겪어야할지 짐작도 못하겠지만, 어려움 속에서 제가 얻을 그 무언가는 어떤 것일지 궁금해집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안에는 어두운 비밀이 숨겨져 있어. 하지만 그걸 들춰내선 안 된다고 생각해. 시간을 들이지 않으면 안 돼.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지름길은 없단다'
특히 인간관계를 힘들어하는 저에게는 이 구절이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진심이 통해야 된다.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정성을 들여야 된다. 마음을 공감 해야한다...
무슨 뜻이 정확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이런 의미가 들어있지 않을까 하고 짐작해봅니다.
누군가를 대할 때, 아이들을 마주할 때도 급히 가지 않도록 주의하며, 이 마음으로 대해야 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글을 마무리하며,
'모비딕'이라는 책이 있는 것 같은데, 이 책을 읽기 전에 먼저 읽어보면 좋았겠다고 생각하며, 나중에 그 책을 읽어 보면 조금 더 이해가 될까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만월의 밤에는 주의해. 모비 딕이 반드시 찾아와'
다케루가 고이누마에게 해준 말입니다.
모비딕은 사람마다 갖고있는 어두운 내면의 무언가가 아닐까하고 생각해봅니다.
가다쿵님~^&^ 반갑습니다. ㅎㅎ
가족여행이 있는 주 였는데도 책을 읽고 이렇게 후기를 공유해 주셨네요,,! 감사합니다!
후기 넘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덕분에 모비딕을 찾아보게도 되었고요. 어려운 책이지만, 저희 아들이 그 상징성은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책 내용 자체만으로도 좋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들이 한 책을 가지고 어린 시절, 청년 시절, 그리고 40대 이후 이렇게 여러번 읽으면서 자신이 깨어나는 과정을 느끼면 좋겠다 생각 했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읽기에 좋은 책을 골라서 선물해 주고 싶은 마음이었는데요.
모비딕이 왠지 그런 책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다음번에 서점을 가게 되면 꼭 구경해보고 싶어졌습니다.
덕분에 좋은 책 알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만월의 밤, 모비딕이] 책 제목만 봐도 일본 책 느낌이 나네요^^: 저도 20대 시절까지 일본 소설을 너무 좋아했습니다.^^
이번 후기와 이전 후기들에서 저는 왠지 가다쿵님께서 제2의 사춘기를 겪으시는게 아닐지? 그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저는 40대 이후에 사춘기를 세게 겪었거든요^^: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저만의 사춘기 입니다.^^:
제게는 첫 사춘기보다 훨씬 의미있는 시간들이었습니다.
가다쿵님께서 진정 무엇을 원하고 좋아하시는지, 그런 것들에 많은 질문을 던지시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머지 않아? 그동안 불태우지 못했던 열정까지 합쳐서 쏟을 어떤 것을 만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꼭 지금의 생활에서 큰 어떤 것들을 청산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런 질문과 인생에 대한 고민은 정말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 과정으로 이전엔 몰랐던 자신을 알아가고, 남은 삶을 자신에게 맞는 더 지혜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을테니까요,!
위에 진정한 행복에 대해서 나오는데, 저 역시.. 인생에서 행복이 유독 충만했던 시기,기억들은 모두 제가 원없이 주고 싶을때 였었네요.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그랬고.. 가족들에게도 그랬습니다. 요즘은 그 부분에서 가장 크게 차지하는 것이 제 아들이겠고요.^^ 정말이지 엄마로서 할 수 있는한은 다 해주고 싶은 그런마음이네요. 아들을 너무 사랑하니 남편까지 더더 좋아지기도 합니다. 제 아들의 아빠니까요. 아들에게 좋은 아빠인것만 봐도..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조건 없이, 아무 계산없이 줄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진정한 행복인것에 깊이 공감이 갑니다.
고이누마는 야쿠자를 피해 도피 생활을 시작하면서 아빠의 불륜도, 엄마의 병도, 이 도피행도 파라다이스 인생의 작은 마찰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마찰이 없으면 인간은 제대로 걸을 수 조차 없다.
그래서 파라다이스로부터 미끄러져 떨어지지 않기 위해서, 우리들은 의도적으로 여러 가지 마찰을 만들어낸다'
이 발상이 너무 멋있고, 이것 하나만으로도 작가가 궁금해서 찾아보게 됩니다.
그런데,! 검색에서 바로 나오는 사진의 인상이, 정말 인생의 난관을 저러한 마음으로 극복한 분 같이 보이네요.
요즘 저도 제가 처한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저 스스로도 이전보다 조금이라도 더 성장하고, 그것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느낀 사례가 있었거든요. 그래서 더더욱 마음가짐에 대한 중요성을 느끼고 있었는데, 너무나 신선하고 강력한 저 표현이 가슴에 남습니다.
대화와 침묵에 대한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공유해주셨는데요.ㅎㅎ
저도 가까운 사이일수록 대화가 참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침묵은 금이라는 말도 제 삶을 통해서 깨닫고 있습니다.
결국 몇십년을 침묵과 일관성을 유지해오신 친정엄마를 보며, 이제 나이가 드니 비로소 그 가치를 알 수 있겠거든요.
그리고 지금 읽고 있는 [토지]에서도 저는 극 중 서희를 보면서 침묵의 힘을 느낍니다.
실제 제가 새해 선물로 남편이 책 하나 고르라고 해서 고른 책이 막스피카르트의 [침묵의 세계] 였네요.
그리고 얼마전 제게 작은 허들이 하나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불필요한 말보다 눈 빛과 정말 필요한 말 몇 마디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제가 나이가 든건지.. 어떤 말보다 가치 있는 것이 침묵이라는 것을 느끼는 요즘 입니다.
들려주시는 이야기 마다 나누고 싶은게 너무 많았던 후기 입니다.
마지막에 말씀 주신 그 완전한 자유. 제가 항상 꿈꾸는 것인데요.
저는 항상 모든 것에 연연하지 않고 혼자 푸른 하늘에 날아갈 수 있는 얇디 얇은 하얀 천을 떠올리며 그 완전히 날아갈 수 있는 상태를 꿈꿉니다. 아까 다른 댓글에서도 말씀 드렸지만, 그것은 어쩌면 영원히 오지 않는 고도일수 있겠지만요.
정말 재밌게 들려주신 후기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돌아오는 한주도 즐겁게 보내시고요~^^!
저희는 주말에 또 뵈어요. ^^!
감사합니다.
노트북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