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노트북 입니다.
이번 주도 유독 빠르게 지나갔네요..!
지난주에 17권 반을 읽고, 이후 나머지는 바쁜 와중에 조금만 읽어도 끝날 정도로 쉬이 읽혔습니다.
그럴 수 있는 마음과 시간적 여유가 있었던 것 같고요.
그래서 아마도 별 일이 없었더라면, 18권도 마저 읽었을 것 같은데요.
우연한 일로 그 안에 다른 책을 한 권 더 읽게 되었습니다. (토지를 끝내기 전에 다른 책을 읽으려고 한 것은 정말 아니었지만요.)
지난주 아들 축구수업에서 함께 한 6살 동생네가 타 지역으로 이사를 가시게 되어서 그 엄마께서 그전에 한번 더 만나자는 말씀을 주셨습니다. 개인적으로 우연히 축구 클럽에서 이야기를 하다가, 맘이 맞아서 1년 동안 그래도 밖에서 몇 번은 따로 뵈었던 엄마 셨는데요. 그날은 제게 책 한 권을 빌려주셨습니다.
밑줄 긋고 메모까지 하면서 읽으신 책이더라고요. 아이 영어 교육에 관한 책이었는데, 안 그래도 교육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는 시기여서 혼자서 이런저런 시도를 하고 있었던 차에, 딱 그것에 관한 것이었고 제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많이 되는 책이었습니다. 책을 읽고 그대로 시도를 하면서 아이에게는 효과가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오히려 이대로 하면 몇 년 후에 제게는 효과가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 그래서 그 책에 대한 후기도 한번 써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오늘 후기에서는 17장 앞부분 후기에서 언급만 하고 지나갔던, 오랜만에 등장한 홍성숙의 모습을 보며 자연스럽게 늙는다는 것에 대해 제가 실제 생활에서 느낀 점을 적어보겠습니다.
홍성숙은 엄청나게 달려져 있었다. 비대해진 것도 그렇고 늙기도 많이 늙은 편이었지만 몸 전체가 망가져버린 것 같은 인상이었다. 눈빛은 초점이 확실치 않았고 시선은 끊임없이 움직였으며 마치 조울증 환자처럼 행동거지가 불안해 보였다. 미인은 아니었지만 워낙 가꾸었고 여왕같이 화려하게 치장을 하고 다니던 여자가, 지금이라고 화려하게 치장을 안 한 것은 아니었지만 화려한 그 치장이 오히려 육체의 초라함을 가종하는 것이었고 낡고 때 묻은 곳에 페인트칠을 한 것만 같이 생동력을 잃은 얼굴에는 칠이 벗겨진 것처럼 분이 먹지 않아서 군데군데 얼룩이 져 있었다.
글을 읽으며 왠지 어디선가 제가 느꼈을 그 얼굴들과 같을 홍성숙 모습을 연상했습니다.
그러면서 만약 그렇게 늙게 되면,, 오히려 저런 페인트칠 같은 덕지덕지 화장을 안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동시에 제가 얼마 전 계약했던 집주인분의 얼굴도 생각이 났습니다.
3월에 아들 초등학교 입학시즌에 이사 갈 집을 알아보던 차에 맘에 드는 집이 있어서 계약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습니다.
가고자 했던 지역도 바뀌었거니와, 바뀐 지역에서도 가고자 했던 단지에서 순식간에 아파트 매물들이 모두 계약이 되면서, 1층 매물들만 높은 호가로 남아있는 아파트 품귀 현상이 생겼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다른 단지들을 보다가, 그중에서 아들이 갈 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 단지가 맘에 들어 우선 단지는 결정을 했습니다. (처음에 살고자 한 아파트는 초품아는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그 단지에서 남편이 맘에 들어하는 집이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그 집과 같은 타입의 중간층에 매물이 나왔는데, 딱 내년 1월 중 입주로 저희와 기간이 맞았지만, 세입자가 살아서 보여줄 수가 없다 하더라고요. (집을 안 보고 계약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고, 결론 적으로는 그 집이 제 집이 되었습니다.)
지금 저희의 상황은 내년 2월에나 이사를 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기간이 맞았지만.. 원래는 세입자 분이 계셔서 아예 못 보는 집이었어서 아마 계약은 쉽지 않을 것 같다 했는데, 이제 집은 그날까지 마지막으로 보고 그 중에 결정을 해도 되겠다 했던 날이었습니다.
오전에 도착 하자마자, 웬일인지 조건은 맞았지만 볼 수 없다던 세입자가 계신 집을 갑자기 세입자가 전날 휴가를 내시게 되어서 운 좋게 그 집을 볼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집에 갔는데, 남편이 좋아하는 고층보다 저는 그 집이 왠지 끌리고 느낌이 그냥 너무 좋았습니다.
그리고 세입자분 인상도 참 좋으셨고요.. (남편도 여기는 세입자 분도 왠지 모범생 느낌이 나시고, 참 인상이 좋으시다. 하고 같은 말을 하더라고요.)
다 보고 나서, 이번만큼은 제가 끌리는 그 집을 먼저 해보고 싶다고 남편한테 말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조율을 하면서, 금액 네고도 어느 정도는 해주셨고요.
그런데 그쪽에서 제안하신 그 조건이 왠지 불안하더라고요.. 분명 내년 1월이 세입자 만기인데, 그 안에 명의를 넘겨주시면 될 것 같은데, 명의는 내년 1월에 넘기되, 그안에 전세금을 제외한 전액을 중도금으로 요구하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소유권 이전 가등기'를 자비로 치겠다고 말씀드려도, 그것도 싫다는 것이었습니다. (나중에 뵙고 나서 보니까, 그분들께서 부동산 계약 조건에 대해서는 경험이나 상대방의 불안한 마음 그런 걸 잘 생각 못하시고 하셨던 것 같습니다.)
상대편 부동산에서는 계속해서 이 집주인은 자기가 가장 신뢰하는 집주인들이며, 자기 고객 중에 최고인 분들이다. 전혀 걱정을 안 해도 된다 하는데.. 그런 말이 더 불안했습니다. 그 집에 사시면서 어마어마한(?) 부를 이루셔서 나간 분이시고, 큰 사업을 하시는 분이시다. 이런 말을 하셨습니다.
하지만 제 입장에서는 말로만 부자면 그걸 어떻게 믿을 것이며, 사업하신다고 하니 더 불안하더라고요,, 그래서 망설이다가 중도금을 애초에 요구한 반정도만 넣는 조건으로 해서 우선 진행을 했습니다.
중도금이 적게 들어가고, 저희 입장에서는 기간이 너무 딱 떨어지기 때문에 잘만 성사되면 나쁜 조건은 아니었으니까요.
그런데, 계약서를 쓰기로 한 당일날, 시간이 다 되어도 집주인분이 안 나타나셔서 결국 부동산이 전화를 했습니다. 그런데, 상대 쪽에서 깜박 잊었고, 지금 바로 못 오는 상황이니.. 제가 돌아가고, 다른 날 다시 만나서 써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런 경우가 처음이고, 이렇게 집을 매매하는 계약서를 쓰는 일은 나름 큰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걸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을 돌려보낼 정도로 펑크 내는 일은 흔치 않은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알겠다고 하고 왔지만, 와서도.. 남편과 둘이서 은근 매우 불안하더라고요.
찝찝함 이랄까요,,?? 그리고 계약을 하기 싫은 건지? 하는 생각도 들고요. 그렇다면.. 그냥 좀 깔끔히 자신의 입장을 말하고 가계약금의 배액보상을 해줘야지 되는 게 아닐까 싶고요.. 그렇다고 가계약금을 배액보상받는다 해도.. (그 집보다) 남편이 더 좋아했던 집도 이미 매물에서 사라졌도, 또 이미 살만한 집들은 그 사이 호가가 조금 오른 상태여서 이래저래 손해였습니다.
또다시 맘에 드는 조건의 집들을 찾으러 지금까지 한 고생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니 그것도 막막했고요. 당시만 해도.. 처음에 그쪽에서 제시한 조건부터 상기되고, 계약서 쓸 당일날 약속 펑크로 생각이 깊어졌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다시 약속한 날이 되었습니다. 그날도.. 설마 펑크는 아니겠지??! 하는 마음으로, 제발 그런 일이 제게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갔던 기억입니다.
드디어 약속한 시간, 상대편 사모님을 뵈었습니다.
그런데 아무 말도 필요 없이.. 사모님 얼굴을 뵌 그 순간, '아! 이 계약은 문제없겠다. 이 집은 정말 문제없이 진행될 것 같다. 그리고 이 집은 우리한테 유리한(불안한 마음에 중도금 액수를 줄였으므로..) 계약 조건이다.'라는 생각이 저절로 확 들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인사를 하고, 사모님께서.
"지난번엔 제가 너무나 큰 결례를 저질렀습니다. 제가 그날 얼마나 당황했는지, 어떻게 용서를 빌어야 할지,," 하시는데 인상이 정말 좋으셨습니다.
저는 그분을 보면서 속으로 끊임없이 그분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이 분을 빛나게 하는 건 무엇일까..?! 무엇이 이렇게 수더분한 이분을 빛나게 하는 것일까..?!'
저는 그 아우라에 약간 감탄을 하며 자꾸 보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의상이나 꾸밈도 기억이 잘 나지 않을 만큼 화려하지 않기는커녕 평범했습니다.
50대 중반이신데, 흰머리는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새치가 많으신 머리를 그냥 단발로 자르신 듯했습니다.
염색의 흔적은 전혀 없었고, 그렇다고 헤어 스타일이 엄청 멋지거나 머릿결이 차분하지도 않았습니다.
엄청 헝클어지지도 않았지만, 약간의 부스스(?) 뜬 머리 그대로 단발에 귀뒤로 넘기시고, 얼굴도 제가 보기엔 화장기가 거의 없어 보였습니다. 맨 얼굴 같으셨고, 검버섯 약간 생기며.. 눈가나 등등 딱 그 연령대의 자연 얼굴이라 하면 당연히 있을 표정 주름들이 약간 깊게 다 패여 있었습니다. 밝게 웃으시는데 눈이 참 맑고 선하셨습니다. 그러니까 하나 꾸미지 않은 얼굴에, 화장기조차 없는 얼굴, 새치 있는 가지런하고 윤기 있는 머릿결도 아닌 약간은 부스스한 머리를 귀뒤로 넘긴 딱 그 모습.. 그런데 왜 이렇게 빛이 났던 걸까요,,!
아주 오래전에 누군가에게서 느꼈던, 그 '아우라'를 또 한 번 경험하게 된 것입니다.
참 신기한, 무엇으로 설명할 수 없는 그 '아우라'였습니다.
뵙기 전까지만 해도,, 사기를 당하는 것은 아닌지? 말도 안 되는 취소를 당하는 것은 아닌지?를 우려했던 상대라고는 믿기지 않는 얼굴이었습니다.
저는 그분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늙는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자기 관리하시고, (원한다면) 그때그때 맞게 과하지 않게 보정을 하시고, 그런 것도 다 그것이 잘 맞으면 또 좋아 보입니다. 어느 한쪽이어야 된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신선한 충격이었던 것입니다. '자연스럽게 나이 들어가는 얼굴'에서 빛이 나는 경험을 아주 오랜만에 했어서 그런 걸까요,,??! (오랜만인지, 처음인지는 모르겠습니다..ㅎㅎ)
계약서를 쓰는 중에 제가 궁금했던 질문에 답을 해주시면서, 베이킹 이야기로 흘러 안 그래도 사과의 의미로 직접 애플파이를 구워오고 싶었다고 하셨습니다. (그 말씀에 또 한 번 놀라고요,, 저도 베이킹을 좋아하기도 하지만요.) 그래서 파이를 사 왔다고 하시며, 빨간 파이 포장 상자 세 개를 (저와 양쪽 부동산 사장님 꺼)를 가리키시더라고요,,! 다시 한번 사과하시면서 사과 파이를 선물로 주셨습니다,,
인상에 한번 놀라고, 그분의 그런 매너에 또 한 번 놀랐습니다.
저의 마음을 읽었는지, 그쪽 부동산 사장님께서 다시 한번, 자신이 뭐라 그랬냐,, 이 분이 자기의 최애 고객이라 하지 않았냐며,, 약간 자랑스럽게? 말씀하시더라고요,,! ㅎㅎ 믿으면 된다 하지 않았냐,,! 하고요.
계약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직접 얼굴도 뵈었고, 이름도 특이하시고, 연령대도 정확히 알게 되고.. 등등해서 부동산 사장님의 그 당당한(?) 말씀에 궁금하기도 해서 두 분의 성함을 나란히 인터넷이 쳐봤습니다. (궁금증도 있지만, 마지막 돌다리를 두드려보는 심정도 조금은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고 나서 알게 된 사실이었습니다. 부동산 사장님이 하신 말씀이 하나 과장이 아니고, 오히려 간단히 말씀하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직장인의 신화를 쓰신 두 분이셨던 거네요..!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제가 실제로 대면한 모든 분들 중에 가장 사회적, 객관적 성공(?)을 한 분이셨습니다.
물론 객관적 성공이 꼭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얼굴에는 그분들이 어떻게 살아오시며 그것을 일구셨는지 알 것 같은 인상이었습니다. 그제서야 정말 사람에게는 '아우라'라는 것이 있구나라는 생각도 들었고, 꾸미지 않은 아름다움에서, 그분은 자기 자신이 보물인데, 굳이 그렇게 공들여 외모를 꾸밀 필요가 없었던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외모를 열심히 가꾸시는 분들이 자기 자신 자체가 보물이 아니라는 뜻은 절대 아닙니다. 저도 평소에는 그렇게 가꾸시는 분들도 그 나름대로 너무 멋지게 보였거든요.)
사모님께서 제게 하셨던 말이 생각났습니다. 그분들도 저희와 똑같이, 아들 하나인데 그 아들이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이 학교를 보내기 위해서 이 집을 사시게 된 거라고요~ (그때는 저희와 시기와 이유가 똑같아서 그것도 반가웠었습니다.) 그리고, 그분께서도 이 집을 본 순간 왠지 너무 맘에 들고 끌려서, 집을 딱 2번째 본 상태였는데 바로 계약을 하셨다고 했습니다. 코 앞이 학교인 동이라서 아이가 앞으로 살아갈 동선이 머릿속에 다 그려지면 흐뭇하고 행복하셨다고 했습니다. 그런 게 다 저와 똑같아서 말씀하실 때 엄청 미소가 지어졌었거든요.
그리고 지금 살고 계신 세입자는 자신과 친한 친구이고, 내년에 친구 집을 리모델링해서 나가기 전까지는 자기가 책임지고 집을 가지고 있으려고 1월로 하신다고 하셨습니다. (그제야 나머지 궁금증까지 풀리게 되었었네요,,)
그런데, 희한하게 친구(현 세입자)가 갑자기 제가 집을 보기 전날 통화에서 "내일 휴가를 내고 집 청소를 하려고 한다."라고 하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왜 갑자기 휴가까지 내고 청소를 하냐고 했더니, 그냥 그러고 싶다고 하셨다고 하네요,,^^;; ㅎㅎ 그래서 딴 때 같으면 집에도 안 계실 시간에 딱 청소까지 하시고, 저희가 그 집을 보게 된 것이지요. 운이 좋게 저희 혼자 그 집을 보게 된 거고. 바로 계약을 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아무튼 지금 생각해 보면, 이렇게 되려고 그런 것이었나. 집도 인연이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왠지 멋져 보이시는 전 주인 분들이, 딱 그 시점에 집을 사셔서 새로이 사시는 시점에 인생에 있어서 큰 새 출발을 하신 걸로 (인터넷상) 이력에 나와 있는데 그것 자체도 너무 좋았습니다.
가장으로서 안정된 직장에서의 커리어를 접고 아들이 초등학교 입학 시점부터 완전히 독립해서 자신의 일을 시작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아무리 자신이 있고, 그 분야를 잘 안다 하더라고요.. 그리고 그 이후 짧은(?) 시간 동안 그렇게 엄청난 것을 이루셨다는 놀라움과 함께, 그분들의 인생 시점과 비슷한 시기에 제가 그 집에 살게 된다는 것이 기쁘고 설레는 마음까지 들었었습니다. (집의 기운이나, 풍수지리, 사주 등 그런 건 지금까지 본 적도 없지만, 관심도 없었던 저이지만요.)
계약 이후 생각하면 기분 좋은 일 중 하나였고, 그리고 그 사모님의 인상은 동생들에게더 말할 정도로 인상적이었기 때문에, 홍성숙의 늙는 모습을 읽는데 더 생각났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니, 저도 될 수 있으면 저의 에너지를 더 안을 채우는데 집중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요.
그리고 아래는 17장의 후반부에서 기억에 남는 부분들입니다.
인실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 '쇼지'의 존재에 대해 인식하게 된 오가타의 아빠로서의 애틋한 마음이 그려져 몹시 아쉬웠습니다. 물론 쇼지에게는 오가타 못지않게 좋은 아빠 찬하가 있었어서 너무나 다행이었지만요. 오가타와 쇼지, 인실 세 식구가 그대로 살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구보다 아내와 아들을 사랑하며 헌신할 오가타였을텐데요.
보연의 실수로 통영에서 친구로부터 산 금붙이들을 계기로 홍이 부부가 조선으로 압송되어 감옥에 있을 때의 일입니다. 그 소식을 들은 영호와 영선네는 면회도 하고, 담당 형사를 만나며 돈도 적지 않게 쓰고, 유치장에 사식도 넣으며 백방 애를 씁니다. 영호는 어린 시절 학생 운동을 할 만큼 홍이와 관수, 석이에게 영향을 많이 받았고, 영선네는 남편 송관수와 홍이의 각별한 사이부터, 송관수가 죽고 나서도 장례를 위해 애썼던 홍이에게 남다른 고마움을 안고 살았던 것입니다. 이 부분에서 참, 사람이 사는 게 바빠서 매번 가지고 있는 마음을 표현하긴 힘들지만, 이렇게 결정 적인 순간이 왔을 때의 이심전심을 보며 지나간 순간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영광과 양현이 우연히 기차 안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다가올 그들의 사랑을 예고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화 중에 양현은 철없던 어린 시절과 다르게 클수록, 자신은 출신 자체가 서희 가족과 다르고, 자신이 받는 이 사랑, 행복, 그리고 배움과 누릴 수 있는 모든 배경이 자신과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본래 자신이 있던 자리(엄마였던 기화가 서희의 종이었다가 기생으로 살게 된 그 신분)로 내려와야 한다고 생각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언젠가 다른 회원님의 후기에서 이런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을 버리지 않고 지탱하는 힘이 어린 시절의 무한한 사랑과 믿음에서 온다고 읽었던 것이 생각났습니다. 어느 시기 이후로는 서희의 양딸로 사랑과 존중을 한 몸에 받으며 자랐지만, 막상 양현이 어린 시절 기생 홀몸으로, 특히 아편쟁이가 된 이후에 기화가 어린 시절 양현을 키우며, 아무리 어린 딸조차도 자신을 지탱할 힘을 주지 못한다고 생각하며 내 팽개치듯 하고 아편에 힘들어했던 기화를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소설 속 인물이지만.. 그러한 영향도 있는 것이 아닐까,, 왠지 마음이 쓰이고 아팠네요.
그리고 지나가는 찰나긴 하지만, 홍이가 통영에 와서 영광, 영호, 휘와 함께 술을 먹기 위해 소고기 세근과 정종 몇 병을 샀다는 것, 그리고 이들의 술안주를 위해서 영호와 휘의 처가 쉴 새 없이 안주를 지지고 볶고 해서 내 왔다는 것, 도는 그 밖의 이전에 홍이가 왔다고 영팔이 노인과 판술네 부부가 상다리 휘도록 차린 밥상의 묘사 등, 소설 곳곳에서 등장하는 상차림이나 술안주가 제가 생각하는 이 시대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기도 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이 시절은 훨씬 더 먹을 것이 없고 가난한 시절이었을 것 같았는데요. 소설 파친코에서도 조선 독립이 다가오는 시점일수록 일본의 전쟁으로 인해 일본 본토마저도 멋을 것이 없고 너무 피폐해져 가는 삶인 것으로 기억했거든요. 그런 부분이 좀 의외였어서 남겨 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랜만에 홍이 찾아간 범석이 너무나 이상적이면서도 회의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이 전형적인 시골에 갇힌 지식인의 한계인 것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제 수준이 그것을 이해 못 하는 것이어서 그럴 수 있겠다도 싶었고요. 아주 옛날 옛적에 사람들이 레오나르도다빈치의 정신세계를 이해하지 못한 것처럼요. 홍이의 입을 빌려 지나치게 사회주의 사상을 칭송하는 것은 이 책의 중 후반부터 드러나는 특성이자 작가님의 호소인 것 같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최소한 그들의 시작은 순수했고, 결코 위험한 사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요.
범석 역시 '경자 유전'의 원칙을 이야기하는데, 저는 이 대목에서 치악산님께도 말씀드렸던 인플레이션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오늘은 위에 길게 쓴 이야기를 지우지 않고 그대로 남기는 관계로 글이 또 길어져서 기회가 될 때 곧 쓰도록 하겠습니다.
주말에 비가 와서 몹시 아쉽네요..^^:!
어제는 식물원에 갔다가 산책하고, 체험하고.. 비가 오는 바람에 더 못 놀고 시장을 잔뜩 봐서 집에 왔습니다.
오늘 날씨를 보니 오전에 다시 맑은데, 온 가족이 나가서 공원 몇 바퀴 뛰고, 맛있는 아침 해먹고, 오늘 역시 딸기 체험을 좋아하는 아들을 위해 다른 딸기 농장을 가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함께하는데도 왜이렇게 매일 무엇을 할지 생각하며 설레는지 저도 신기합니다. 아이가 유튜브를 보는 시간에 조차 저는 다른데 안 가고 아이 옆이나 뒤에 앉아 있거든요. 그러면 아이는 보다가도 재밌고 기분이 좋으면 제 팔을 당겨서 자기 몸을 감싸거나 하면서 흐뭇한 미소로 애정표현을 하고 바로 또 티비를 봅니다. 그냥 아이 표정과 눈빛에서 엄마를 얼마나 좋아하고 옆에 있는 것만으로 만족해하는지 느껴집니다.
정말 자식은 뭘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하고 큰 행복을 주는 존재인 것 같습니다.
모두 남은 주말도 즐겁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노트북 드림.
노트북님
집 계약 과정이 이렇게 재미 있을 일인가요?
그당시에는 많은 생각과 고민이 있었을것 같지만 결과적으로 좋은집에 들어가시게 된것 같아 다행입니다.
글여행님 말씀 처럼
노트북님께서도 그 전 집주인과 같이
부도 축적하고 아이도 훌륭한 인재로 성장 하게 될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드네요^^
자연스럽게 늙는 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 해주셨는데
저도 많이 공감이 되는 부분이었습니다.
같은 주름이라도 인상을 쓸때 생기는 주름과
웃을때 생기는 주름이 주는 느낌이 다르듯이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저는 많은 사람을 대하는 일을 하고 있고
특히 고령의 어르신들을 많이 만나고 있으면서
그분들에게 풍기는 느낌이 있습니다.
그건 생김새가 이쁘고 못생기고 주름이 지고 아니고를 떠나서
표정과 눈빛에서 나오는 평안함을 가지신 분들이 있습니다.
그런분들은 대부분 매사에 감사하며 사시는 분들이었습니다.
사소한 것에도 감사하고 기뻐하는 마음을 가지신 분들이
비슷한 처지에 불만이 많으신 분들 보다
인상이 좋은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겠죠
사회주의에 관한 말씀을 해주셨는데
태백산맥에서도 그당시 똑똑한 사람들이 사회주의를 먼저 받아들였다고 하는 대목이 있었습니다.
그당시는 어린 나이라 이해하기가 어려웠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지금의 사회주의는 처음과는 다르게 많이 변질 되었고
훗날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읽고 그가 주장한 사회주의에 대해 좀더 이해하게 되면서
왜 지식인들이 사회주의를 받아들였는지도 어느정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경자 유전의 원칙에 대해서 언급해 주셨는데
그와 관련된 노트북님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노트북님의 아드님과의 일상도 이야기 해주셨는데
매일 매일 함께 하는데도 매일 설렌다는 말씀이 참 좋네요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지루하지가 않더라구요
무엇을 함께 하든 그 순간 순간이 정말 소중하고 더 없이 행복한 시간들인 것 같습니다.
저는 지금도 아침에 아이 얼굴을 보고 왔어도
오후가 되면 너무 너무 보고 싶을때가 있습니다. ㅎㅎㅎ
노트북님은 그 시간을 잘 보내고 계시는 것 같아
아드님은 매일 매일이 행복할 것 같습니다.
오늘도 좋은 후기글 잘 읽고 갑니다. ^^
노트북님~~
집을 계약하시는 과정과
집주인분의 이야기들이 한편의 소설을 연상케
합니다.
이사 갈 집의 기운이 너무 좋아보여서
우선 축하드립니다.
집주인 분의 인상을 묘사해 주시는 글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늙어 간다는것이 이런 모습을
풍기는구나 알게 되었네요.
그리고 인품이 인상으로 나오는 시점이
중년을 넘어 50대쯤 되면 나올 수 있구나
깨달았습니다.
저도 그렇게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늙어가야겠다고 다짐하게 되네요.
노트북님의 집계약 이야기를 읽으니
제가 집을 살 때가 생각납니다.
저도 저희 집을 딱 한번 보고 바로
계약을 결정했거든요.
집도 인연이 있는게 맞나봅니다.
내 집이 되려면 보는 순간 뭔가 끌림이 있는것
같거든요.ㅎ
저희집 주인은 아파트가 생긴 시점부터 입주해서
사셨고, 자녀들을 이곳에서 다 키우시고 이제는
아들이 결혼을 하게 되어서 이사를 하신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저희도 이곳에서 아들 교육 다 시키고
결혼때쯤 이사하려나? 이런 생각도 들었었는데,
아마도 실제로 그렇게 될것 같습니다.
전 주인의 전철을 밝을듯 하거든요.
노트북님도 아마 이사할 집에 들어가시면
전 주인들과 비슷한 길을 가지 않을까? 예측됩니다. 그분들이 그 집에서 성공하시고 자녀도
잘 키우셨으니 노트북님도 분명히 그렇게 되실것
같네요.
이번주 후기는 책이야기보다 집 계약이야기가
더 인상적입니다.
너무 재미있게 후기글 읽었고,
이런 이야기들을 솔직하게 또 재미있게
풀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