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5%
안녕하세요. 노트북 입니다. 오늘은 글을 조금 더 일찍 써보려고 합니다.
누구나 24년 원대한 계획이 있고, 그걸 이루기 위한 세부 계획이 있듯이, 저 또한 당분간은 분명 몰입해야 할 게 있었습니다. 지금도 하고 있는데, 저한텐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사실, 많이 고민했습니다. 2,3월에는 주 1회 모임만 운영할까도 했었어요. 그런데 참 신기하게.. 이렇게 흔들리는 이 시점에 제게 소설을 읽는 기쁨을 너무 크게 준 이 책을 만났습니다.
공부하다가 머리를 식혀야 할 타이밍에 잠시 읽는 이 책은 정말 너무 달콤합니다. 마치 아무 목적이 없이 읽었지만, 읽는 순간에 몰입이 막 되어 버리던 어린 시절 독서 같았어요. 그래서 오늘은 이 글을 쓰고, 2월 매일 독서 모임도 모집을 해보려고 합니다. 외부에는 알리지 않고, 이 모임의 성향을 잘 아시는 기존 회원님분들 중에, 이어 가실 수 있는 분들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아직은 2권의 15%까지 밖에 읽지 못했지만, 너무나 흥미진진합니다.
이 책을 꼭 많은 분들이 즐기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스포를 하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이전에 요시모토 바나나, 에쿠니 가오리에도 빠져 살던 20대~30 초반 시절이 있었는데, 그때도 왜 이 작가들은 이런 책들 사랑, 죽음, 영혼, 각박하지 않은 직업과 삶에 대한 소재로 글을 쓰게 된 것일까? 에 대해 많이 궁금했던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이 책의 이민진 작가는 어떻게 이런 소설을 쓰게 되었을까..?! 가 궁금해서 작가에 대해 자꾸 찾아보게 됩니다.
하지만, 제가 첫날 썼던 작가에 대한 이야기 이상의 무언가를 더 얻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제가 느끼는 그 '기억'이 글 쓰는 사람에게는 상당히 중요하다는 것을, 하버드 대학 강연(?)에서 이민진 작가가 이야기했던 것을 보고 깊이 공감하고 기뻤었네요.!
이 책은, 클라이막스 부분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읽다 보면 저절로 두 볼에 눈물이 흐릅니다. (그런데 저는 원래 눈물이 많고 감성적이기도 합니다. 불쌍한 것도 잘 못 참고 자꾸 울어서 스스로 민망할 때도 많거든요.. ㅜ 그걸 감안해서 봐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지난번 파친코 1권의 완독 후기에서 말씀드렸듯이, 제가 사랑하는 저희 친가의 경제적인 사정이나 그 외 여러 가지가 다 좋지 않았기 때문에 저희 아버지는 말도 못 하게 고생을 많이 하셨습니다. 하지만 아버지의 얼굴을 보면 너무나 선량하고 두 눈이 반짝반짝하셨기 때문에 모두 다 그렇게 찌든 삶을 살아오셨고, 그렇게 고달프게 살고 계시는 줄도 잘 모르는 것 같았어요.(일을 3 잡을 하셨거든요..) 항상 제 주변의 친구들은 저희 아버지를 부러워했고, 제 주변의 많은 분들이 아버지의 인격과 성실함을 좋아하셨습니다.
(학창 시절의 노는 무리가 달랐던 친구도 우연히 아버지의 아랫사람으로 일하게 되었는데, 저와는 안 친했지만 아버지 퇴임 하실 때 눈물을 흘리고 오랫동안 '좋은 생각'을 아버지께 보내드렸습니다. 그리고 정말 우연하게 관공서에서 민원 업무를 보는데, 저희 집 주소와 아버지 성함을 보고 아버지께서 혹시 자신이 아시는 그누구누 구신 게 맞냐고 물었고, 아주 이전에 아버지 밑에서 일한 적이 있는데, 정말 너무나 좋으신 분이셨다고 계속 말씀하셔서 아버지가 자랑스럽기도 했습니다. 큰 출세는 못하셨지만, 아버지는 스스로의 신념을 지키는 그런 분이셨거든요. 이런 일화, 더 자랑 같은 이야기도 많습니다. ^^:)
엄마는 결혼 전에는 고생 하나 모르고 사셨는데, 아버지를 만나서 사시면서 그 이후 삶은 평생 고단하게 사시게 된 것 같아요. 하지만 엄마는 정말 이 소설 속의 '경희'처럼 오로지 남편과 자식(소설에는 자식은 없지만..), 자신의 가정에 헌신하고 희생하시는 캐릭터 셨습니다. 그리고 엄마는 유독 곱고 이쁘셨습니다. 지금은 오랫동안 자신을 치장하는데 크게 의미를 두지 않고 일만 하신 그냥 아주머니(할머니) 이시지만, 엄마는 젊은 시절 사진들이 너무 고우셨고, 결혼 후에도 한동안은 친척들과의 사진에서 보면 유독 튀는 외모 셨습니다. 엄마는 좀 더 정확히 말씀드리자면, 선자와 경희의 중간쯤 되는 분이십니다. 아이 다섯을 키우시면서 그렇게 아이를 낳지 못하고 평생 남편과 씨동생 가족들과 살던 경희 보다는 조금 목소리도 커지시고 현실 엄마가 되어 가신 거지요..^^.!
오늘은 이 책을 읽으면서는 요셉이라는 인물을 보며 저희 아버지를 많이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자연스레 엄마는 경희가 된 것 같기도 하고요.)
제가 좀 더 크게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아버지의 삶은, 아주 어려운 환경에서 작은 알을 깨서 세상에 나오셨고, 더 큰 세상에 대한 호기심, 욕심, 포부가 있으셨겠지만, 말도 안 되는 가난 속에서 겨우 자리를 잡고 결혼을 하고 자식들을 낳고, 그것만으로도 너무 버거우셨을 텐데 집안의 중심이 되셔서 다른 책임감도 많이 가지고 계셨습니다. (일일이 여기서 열거할 순 없지만..) 아버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 대비 너무 많은 짐을 짊어지고도 그걸 해내야 하고,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되뇌며 너무 자신과 아내의 삶까지 혹사를 시킨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냥 요셉을 보면 가족을 위해 너무나 책임감 강한 조선의 남자였지만, 고지식한 사고방식에 가두어 자신과 주변 모두를 더 힘들게 되는 경우도 생기고, 마지막이 되어 가니,, 자신이 했어야 하는 것, 하지 말았어야 하는 것이 명백해져 스스로 화가 나고 괴로워하는 모습에 왠지 저는 저희 아버지가 생각이 났습니다.
결혼 직전까지도 몰랐는데,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아버지와는 또 다른 성향의 남편과 살다 보니, 아버지가 다시 보이게 될 때가 있습니다. 서른 중반까지 아버지에 대한 저의 감정은 줄곧 존경과 사랑으로 크게 하나였다면, 그 이후에는 참 다양한 감정이 교차합니다.
그런데 나의 아버지, 엄마의 남편이 아닌 한 사람으로서 아버지를 생각하면, 눈물이 날 만큼 짠한 감정이 생기네요. 왜 그토록 아버지께는 당연히 역할을 부여하기만 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아버지도 꿈도 많고 포부도 컸던 사람일 텐데 현실이 너무나 말도 안 되는 상황들이었습니다. 아버지의 배경, 삶, 자신이 잘 지켜내고 싶었던 부모, 형제, 그리고 내 가정 그 모든 것이 어쩌면 행복이자 너무나 버거운 짐이었을 수도 있는데요..!
소설 속 요셉을 보면서 짠함, 답답함 과 같은 양가감정을 느끼는데 그 속에서 저희 아버지가 많이 떠올라, 또 자꾸 눈물이 났습니다. 아버지의 이야기나 인생, 그로 인해 결정되었던 엄마의 인생,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40이 넘은 딸의 생각은 언젠가는 제대로 글로 써보고 싶다는 생각도 듭니다.
요셉은 죽음에 가까워진다고 느낄수록 죽음이, 돌이킬 수 없는 삶의 마지막 순간이 극도로 두려워졌다. 하지 못한 일이 아주 많았다. 하지 말았어야 했던 일들은 더 많았다. 결코 두고 떠나지 말았어야 했던 부모님이 생각났다. 절대 오사카로 불러오지 말았어야 했던 동생이 생각났다. 단연코 받아들이지 말았어야 했던 나가사키의 일자리가 생각났다. 요셉에게는 자식이 없었다. 왜 하나님은 자신을 이 지경에 이르게 했을까? 요셉은 고통받고 있었지만 어떻게든 그 고통을 스스로 감당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사람들까지 고통스럽게 한다는 것이었고 왜 자신이 지금 살아야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위에는 소설 중 요셉의 이야기입니다.
왠지 제 아버지도 다른 사람에게 말하진 않지만, 지나 보니 자신이 하지 말았어야 하는 일에 대해 아쉬워하시는 느낌도 들고요.
또 이 소설에서처럼, 우리 아버지처럼 제게도 그런 일이 생기진 않으려나. 하는 불안한 감정도 몰려옵니다.
몽염이 님과의 대화에서 오랜만에 상기된, 영화 '인생'처럼 우리는 한 치 앞도 모르는 사람들이잖아요.
시대가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우리 부모님께 느끼는 감정을 주인공들에게 느끼니 마냥 재밌기보다는 많은 감정이 교차하고 때때로 소설에 공감되고 동화되어 눈물도 납니다.
자연스런 흡입을 일으키는 책을 쓴 이 작가가 너무나 좋네요!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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