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권에서는 서희와 봉순이 얘기가 가장 마음에 남습니다. 사실 그 둘의 이야기가 가장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거기에 환이의 별당아씨에 대한 마음도 나옵니다. 모두 사랑에 가슴 아파하는 사람들이라 이번 책은 조금은 아프게 그래도 조금은따뜻하게 읽었습니다. 우리에게 기쁨을 주는 것도, 슬픔을 주는 것도 결국엔 사랑이니까요.
'못에 매달린 목도리를 보았을 때 서희는 여자를 집에 데려다 놓고 길상에게 고통을 주리니 생각했었다. 길상이 자기를 낯선 여관에다 내버려두고 여자 집을 찾아간 행위가 애정 없는 것이었다 하더라도 용서할 수 없었던 것이다. 결코 용서하지 않으리. 그 무자비한 감정을 무엇이 풀어놨다. 풀린 것은 그것만이 아니다. 서희는 스스로, 자기 자신마저 질곡에서 풀어버린 것이다. 용정에 쌓아 올려놓은 자기 성으로 돌아간다면 또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으나 그 끈질긴 숙원과 원한에 사무친 보복심과 잠들 수 없는 자긍을 내어버린 자유, 무겁고 숨막히는 철갑을 벗어버린 자유다. 사랑할 수 있는 자유, 다 버리고 어디든 떠날수도 있다는 생각, 그러나 바람에 날려가는 나뭇잎같이 왜 슬프고 외로운지, 고아의 느낌이 가슴을 저미는지 서희는 알 수가 없다. ..
옥이네를 만나고 오는 길에 서희는 이런 생각을 합니다. 길상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옥이네의 말에서 서희는 무장해제되는 느낌을 받지만 그렇다고 뛸듯이 기쁜 마음을 가질 수는 없습니다. 처음으로 사랑하는 마음에 질투라는 것을 했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그 질투에 사랑을 또 얹고 싶을수도 있습니다. 희망이 보이면서 서희의 마음은 여느 여자와 다름없는 자유로운 환상을 하게 됩니다. 누구나 그렇듯 말입니다.
사랑하지도 않는 여자를 찾아가는 길상의 발걸음이 더욱 매몰차다 생각했는지 모릅니다. 그럼에도 자기에게 눈길 조차 주지 않는 길상이 얄미웠을수도 있습니다. 더욱 중요한것은 그런 길상에게서 사랑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자신을 더 단단하게 옭아매는 느낌을 받았을지도 모릅니다. 옥이네의 말을 듣고 희망의 끈이 보이지만 한편 헛것에 질투를 했던 스스로가 서글펐던것은 아닐까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서희는 꿈꿀수 있는 사랑에 마음이 한없이 자유로운 새가 됩니다. 그냥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차오릅니다. 스스로 어깨에 올려진 무거운 짐을 훌훌 털어버리고 사랑 하나만 남기도 싶다는 생각을 순간 합니다.
정말 서희는 길상을 사랑하고 있었나봅니다. 사실 전 그 마음을 의심했었더랬습니다. 자신의 앞길에 필요한 길상을 결혼이라는 테두리안에 두려고 길상을 선택하는것이라 생각했었습니다. 어쩌면 서희 자신도 그런 마음의 빗장이 자기도 모르게 풀려버린 상황에 당황하고 있는건 아닐까요.
저는 이 대목에서 서희의 인간미를 봅니다.
매몰차고 이기적인 여성에서 사랑 하나로 무너져 버리는 마음을 가진 그저 한 여성이 보여서 전 좋았습니다.
길상에 대한 사랑이 받아들여지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서희의 자존심이 어디까지 버텨줄지는 모르겠습지만요.
'조구래기들 목소리, 조무래기들의 웃음소리...밀물처럼 아가오고 썰물처럼 멀어져간다. 선이가 서희를 업고, 영만이 어매는 봉순이를 안고 간다. 고래등 같은 기와잡이 겹겹이 솟아오른 최참판댁, 그 집으로 이르는 언덕길을 올라간다. 서희는 노랑 저고리에 본홍 치마다. 봉순이는 검정 치마에 양회색 저고리다. 빛깔들이 생생하다. 뚜렷하다. 하늘도 나무들도 뚜렷하다. 굿구경을 갔을 때 손가락을 빨면서 침을 삼키면서 바라본 울긋불긋한 제수, 칼춤을 추던 무당의 장옷이랑 꽃갓 등, 그런 것만큼이나 빛깔이 생생하다. 그리같이 곱다. 눈발도 없고 누더기 칙칙하게 때문믇은 옷도없고 물지게도 없다....'
석이가 기화(봉순이)와 얘기하면서 떠올렸던 옛날 어릴적 기억이었습니다. 이제는 기생으로 살고 있는 봉순이(기화)와 서희가 함께 했던 시간을 떠올리는 장면에서 마음이 뭉클했습니다. 그네들의 어린시절. 모두 그렇게 고만고만한 어린아이들이었을 뿐이었죠. 물론 처한 환경도 다르고 각자의 처지는 달랐지만 그냥 어린 아이들이었습니다. 세월은 그들을 그렇게 다른 길을 가도록 했습니다. 함께 할 수 없는 인연이었나 봅니다.
최참판댁 어른들이 다 돌아가시고 혼자가 된 서희가 만주에서 장사를 하며 자신의 앞길을 혼자 헤쳐나가야하는 처지가 되고 서희의 시중을 들던 봉순이가 소리를 배운다고 서희를 떠나지만 결국 기생으로의 삶을 살아가게 되는 두 인생이 어쩐지 모양은 다르지만 각자의 아픔이 느껴지는 그런 인생입니다.
그런 세월을 보내는 두 인생의 뒷쪽에 그런 어린시절이 있었습니다. 누구나 그런 시절이 있는데도 왜 제가 이 장면에서 울컥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절묘한 포인트에 작가가 떠올려준 추억에 내 마음 한구석의 감정선이 툭 건드려진 모양입니다.
어쨌든 너무 좋았습니다.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산다고 하죠. 남의 인생이지만 되돌아본 시간에 저의 빗장도 풀렸나 봅니다. 아마도 나이가 들어갈수록 이런 시간을 즐기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만들 추억보다 지난 추억을 먹으며 보내는 시간이 훨씬 더 많을테니까요. 우리가 오늘 그런 추억을 하나씩 추가해야할 이유이기도 합니다. ㅎ
6권 후반으로 가면서 윤도집을 중심으로 혜관스님, 관수, 석이, 환이 등 알고 있던 인물들이 각지에서 모여듭니다. 동학이 처음 생겨나고 시간이 가면서 변질되는 동학무리들이 생기면서 그에 분노하는 또다른 동학의 별파가 생겨났는데 이들이 그런 모임이라 생각하면 될듯합니다.
그 안에 환이의 활약이 시작될것처럼 보입니다. 동학의 무리라는 것이 참 오합지졸 그 자체입니다. 이런 식의 무리가 무슨일을 할수있을까 걱정이 됩니다. 환이가 과연 이런 사람들과 독립운동이라는 명목으로 활동이라는 걸 할수있을까요.
별당 아씨에 대한 환이의 사랑을 보여주는 대목에서 마음 아픈건 그의 불우한 태생과 드러내지 못하는 핏줄에 대한 원망, 형의 여자를 사랑해야했던 환이의 삶이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이렇게 토지는 일제에 대항하는 분위기가 살아나며 새로운 국면을 보여줍니다. 서희가 만주땅에서 돈으로 자리를 잡고 또다른 곳에서 동학무리가 형성되는 분위기를 보면 어쩐지 이번에는 서희가 독립운동을 도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지난한 시대였기에 그들의 삶은 파란만장할 수 밖에 없습니다. 흥미롭다기 보다 가슴 절절해하며 읽게 되는토지입니다. 토지라는 대장정의 1/3를 넘어서려 합니다. 벌써..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은 그래도 더 보고 싶은 마음이 커서 그런가 봅니다. 더 토지에 빠지면 시간을 보낼수 있어 다행입니다. ㅎ
이제 올해가 열흘정도 남았네요. 이렇게 또 한해를 보내는구나 하는 쓸쓸함이 밀려듭니다.
하지만 이런 쓸쓸함도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사람은 원래 이렇게 쓸쓸함을 느낄때 성숙해지는 것 아닌가 하는 저만의 해석이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도 책을 읽으며 잘 보냈습니다. 혼자 읽으며 보낼때와 이렇게 후기를 나누며 읽는 책은 아주 다릅니다. 아마도 멋 훗날 이 기억이 훨씬 더 진하게 남을 듯합니다.
노트북님 이하 함께 하는 모든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정말 행복했습니다.
얼굴을 직접 뵌적도 없는 분들에게 이렇게 애정을 갖는게 가능한가 싶은데 정말 그렇습니다.
어느 누구보다 마음을 나누었다 생각하니 그런가 봅니다.
내년에도 계속 이런 시간을 공유하게 되길 바랍니다. 우리의 책읽기가 계속되는 한 우리의 후기 나누기도 계속되길 바랍니다. 그냥 계속 같이 가자는 말입니다. ㅋ
그동안 후기 쓰시느라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저도 오늘은 스스로 쓰담쓰담 하려구요. ㅎ
모두 메리 크리스마스입니다.^^ 행복한 시간 되세요. 감사합니다.
딸기님~~^^!
첫 문단부터! 가슴에 확 와 닿는 말씀을 주셨네요,,!
"우리에게 기쁨을 주는 것도, 슬픔을 주는 것도 결국엔 사랑이니까요."
너무나 공감되는 말씀 입니다.
갑자기 저 문장을 읽는데, 아버지께서 제 신입사원 시절에 매일 회사를 데려다 주시던 때가 생각이 났습니다.
그 무렵 저는 운전을 할 줄 몰랐고, 부모님 차로 다닐때가 많았는데 저희는 항상 패티김 노래를 함께 따라 불렀거든요.
그것 자체로 참 행복했습니다. 부모님 두 분 다 좋아하시고 저 역시 좋더라고요..ㅎㅎ!
패티김 노래 중에 '빛과 그림자.'라는 노래가 너무 옛날 노래라 아실 지 모르겠어요..ㅎㅎ
노래 가사 중에
'사랑은 나의 천국, 사랑은 나의 지옥, 사랑하는 이 마음은 빛과 그리고 그림자.'
라는 대목이 있는데, 가사가 너무 시적이어서 제 마음에 콱 박혔었거든요..!
딸기님 말씀대로 우리에게 기쁨을 주는 것, 슬픔을 주는 것도 모두 사랑이네요.
사랑이 없는 삶은 상상조차 할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옥이네 이야기를 올려주셔서, 저도 제 후기에는 쓰지 못했지만 옥이네의 사람됨에 감탄했었습니다.
자신을 도와주는 남자 길상을 남자로도 좋아하는 옥이네. (서희에게는 아니라고 했지만..
책 중간에 길상이 기별도 없이 찾아드는 때에 옥이네가 결국 또 마음속으로 남자의 마음을 단념했다고 하는 부분에서 옥이네는 길상이를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을 했었거든요. )
좋아하는 남자, 그리고 그 길상이도 옥이네가 원한다면 더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 것.
길상이 주는 돈도 받지 않고, 처음 도와주었던 그 빚을 갚기 위해 먼지를 써 가며 바느질을 하는 것들이 고귀하게 느껴졌습니다. 사람은 있든 없든 그런 올곧은 마음, 자존심이 그 사람을 더 빛나게 하는 것 같습니다. 참.. 옥이네가 괜찮은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었네요. 그러면서도 마지막 서희앞에서 옥이네가 특히 불쌍하게 느껴졌었는데요.. '이 여자도 자존심이 있을텐데..' 하며 마음도 아프고요. 그래도 끝까지 비굴하지 않고 당당했다는 것이 그 사람을 덜 비참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서희의 길상에 대한 마음은.. '잘 좋아하는 멋진 남자를 나도 놓아주고 싶진 않다.' 정도였고, 실제로느 상현을 훨씬 더 좋아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서희가 울며불며 외치던 그 말에서 오히려, 됐다! 그 둘이 정말 사랑으로 결실을 맺는 결혼을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이제는 길상쪽에서의 신분에 대한 압박, 갈등 같은 것도 더이상 안해도 되니, 자꾸 밀당하지 말고.. 빨리 사랑만 원없이 했으면 좋겠습니다. (꼭 드라마를 보며 애정전선을 응원하는 마음이네요.)
딸기님 말씀 처럼, 저 역시 책을 읽으며 저의 기억들이 소환될 때가 참 많은데요,,!
토지는 유독 저의 사람, 부모님의 삶, 양가 집안의 이야기들까지 소환되고, 그 시절 그 분들의 삶이 어땠을지 마음으로 느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정말 마음을 너무 따듯하게 해주는 소설인데, 그래서 그런지 정말..! 토지를 읽으려면 겨울에 읽으라는 말을 하고 싶을 정도 입니다.! 생각지 못했는데, 벌써 저희가 토지 대 장정의 1/3을 넘기고 있는 거네요..! 정말 신기합니다.. ㅎㅎ 꼭 한번은 읽어보고 싶은 소설이었으나, 20권이라는 압박에 그래도 긴장을 했었는데 말이에요. ㅎㅎ 따듯한 봄이 올때까지 쭉 읽고, 3.1절을 맞이하고 싶습니다..!
마지막 인사말씀이 넘 감동입니다.
저도 덕분에 정말 정말 행복한 한해를 보냈습니다.
너무나 감사한 마음입니다.
자유도를 위해 얼굴도, 이름도 정확한 나이나 정확한 주소도 필요 없는,
그냥 각자의 책을 즐기고 나누는 그 마음 하나로만 모임을 하고 싶었는데,
어찌 보면 정확히 누군지도 모를 사람끼리 서로에게
이렇게까지 애정이 생기는건줄은 저도 모르고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큰 기쁨을 주리라곤 생각을 못했던 것 같아요!
아직도 초기 멤버분들이 많이 생각이 납니다.
몇일 전에 아주 짧은 글을 썼는데, 제가 정말 그리워 하던 분께서 제 sns에 오셔서 하트를 눌러주셨는데,
마음이 뭉클하더라고요..!
꼭 다시 함께 할 날이 올 것 같은 느낌이 착각인지 모르겠지만, 계속 듭니다..!
25년에 제가 좀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글여행님 말씀 처럼 언제나 새해를 맞이하는 기쁜 마음으로.. 두근 두근 25년을 상상하면서도
지금의 이 안정을 벗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점진적으로 조금씩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아무튼 덕분에 너무나 따듯한 겨울을 나고 있네요.!
항상 감사합니다.~~^^!!
즐거운 크리스 마스 보내시고, 다음주에 뵈어요~~^^!
6권에는 가슴절절한 사랑이야기가 나오는군요.
서희와 길상의 사랑이 어떻게 될지 궁금해집니다.
깊어가는 겨울에 토지를 읽다보니
우리 옛 선조들의 정감어린 삶이 보여서
푸근한 느낌도 듭니다.
봉순이 소리를 배운다고 떠났다고 하는 이야기는
얼마전 드라마 정년이 생각도 잠시 났습니다.
거기서는 소리하는 배우가 기생은 아니었는데,
봉순이는 기생이 되는군요.
세월은 지나고 나면 금방인것 같습니다.
올 한해도 무사히 잘 보낼 수 있음에 감사하며
남은 열흘 잘 마무리하고
내년을 어떻게 보낼까 구상해 봅니다.
나이도 있고 건강도 가끔 삐그덕 거리니
내년에는 운동으로 건강을 잘 챙기는 한해가
될수 있게 하고 싶습니다.
며칠전 남편과 헬스장 정기권을 끊고
개인 pt도 받아 봅니다.
아들이 헬스하면서 근육이 생기니까
가벼운 감기도 거뜬하게 이겨내는것 같다고
엄마 아빠의 헬스 운동을 응원해 주네요.
근력운동이 재미는 없겠지만,
하루하루 건강을 저축한다는 마음으로
즐겁게 하루 루틴에 넣어 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책읽기와 글쓰기도 늘 함께하고요.
어제 우연히 차인표의 유튜브 영상을 보았습니다.
배우인 차인표가 베스트셀러 소설을 여러권 썼더라고요.
그의 인생을 이야기해 주며 그의 가치관과
글쓰기를 할수 있었던 그간의 그의 삶을 들려주는데, 참 배울점이 많은 배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는 인생에서 책읽기와 글쓰기 운동 이 세가지를
항상 했다고 합니다.
저도 그를 본 받아서 이 세가지를 항상 하면서
살고 싶네요.
닮고 싶은 사람을 볼 수 있는것은 참 좋은것
같습니다.
이러한 사람들을 보며 따라 하다보면
나도 조금은 비슷해 지겠지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긴 토지 후기 올려주셔서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