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적의 화장법 – 아멜리 노통브
주말 잘 보내셨나요?
날씨가 너무 따뜻해서 나들이 하면 너무 좋았겠다 싶지만, 하필 컨디션이 안좋아 집에서 요양을 했네요 ^-^
이번에 읽은 책은 예전에 몇 장 읽었던 흔적이 있는, 집에 소장하고 있던 책입니다.
전체가 대화 형식으로만 이루어져 있어 어떤 인물의 지문인지 살짝 헷갈리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초반에는 이게 무슨 내용인가 의아해 하며 읽었고, (고르는 책마다 왜이리 어려운지...)중간 부분에는 읽기에 난해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제가 추리소설을 좋아하는데 마지막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반전 부분도 있어서 읽을수록 지루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제롬 앙귀스트라는 한 남성이 출장을 위해 공항을 찾았다가 비행기의 기술적 문제로 출발이 지연되어 공항에서 기약 없는 대기를 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그때 테스토르 텍셀이라는 사람이 다가와 말을 걸기 시작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대화를 원하지 않았던 제롬은 계속해서 대화를 거절하지만 결국 끈질기게 달라붙는 텍셀에게 항복하고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텍셀의 어린 시절 살인에 대한 이야기.
(인기 있는 친구에 대한 질투심과 증오심으로 하루를 꼬박 세워 가면 간절히 그 아이를 죽여달라고 기도를 하죠. 그리고 다음날 친구가 심장마비로 죽었다는 걸 알게 되지만 그의 죽임이 자신의 인기에는 전혀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는 걸 깨닫고 후회를 하는 부분에서 죄책감이 아닌 부끄러움이 들었다고 말합니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숙녀를 만나면 인사를 하라든가, 콧구멍 속에 손가락을 넣으면 안된다는 것은 가르치지만 학교 동급생을 죽이지 말라고는 가르치지 않지요. 아마 내가 진열대에 놓인 사탕을 훔쳤었다면, 훨씬 더 뼈저린 죄책감을 느꼈을 겁니다’
어린 시절의 옳고 그름에 대한 가르침이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된 부분입니다. 매우 상식적이고 당연한 것조차 교육을 통해 배우지 않았다면 스스로 옳고 그름을 판별하기가 힘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부모님 댁에 살면서 고양이를 보살펴야 했던 기억에 대한 이야기.
(조부모님과 함께 살면서 고양이 3마리의 식사를 담당했던 텍셀은 생선통조림과 고양이 밥을 직접 손으로 버무리는 일에 대해 엄청난 혐오감을 느낍니다. 그러다 어떤 압도적인 힘에 의해 그렇게 혐오하던 고양이 밥을 게걸스럽게 먹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 이는 자신안의 어떤 적이 강제로 먹인 것이라고 말합니다.)
‘내 안의 어떤 적이 그걸 강제로 먹게끔 한 거였으니까요! 그때까지 내 안에서 잠자코 숨을 죽이고 있던 적이 하느님보다 훨씬 강력한 모습으로 드러나면서, 신의 존재보다는 그 힘에 대한 나의 믿음을 여지없이 앗아가버린 거랍니다’
텍셀은 처음에는 신앙에 강한 믿음을 가졌지만 ‘고양이 밥’사건으로 자신 안의 그 무언가가 신보다 더 강한 힘을 가졌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공동묘지에서 처음 본 여인에게 첫눈에 반해 강간을 했던 이야기.
(몽마르트르의 공동묘지에서 우연히 만난 한 여인을 본 텍셀은 그녀를 갈망하게 되고 강간함으로써 갈망을 해결했으니 기쁘다고 말합니다.)
‘방금 사막을 건너온 당신을, 구미에 맞지 않는다는 터무니없는 이유로 물 스스로가 거부한다 이겁니다. 마치 물이라는 물질 자체가 당신을 거부할 권리를 가진 것처럼 말이죠! 이 얼마나 파렴치한 처사이겠습니까! 어쨌든 당신이 물을 갈망하는 것이지, 물이 당신을 목말라 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이 대목에서 텍셀은 타인의 입장은 조금도 생각하지 않으며, 자신의 원하는 것을 위해서는 주저함이 없다는 걸 알수 있었습니다.
여인을 잊지 못해 10년을 찾아 다니다가 우연히 만나 살해한 이야기.
(10년을 그녀를 찾기 위해 헤메던 텍셀은 그녀와 우연히 마주합니다. 그를 기억하지 못하는 그녀는 그를 집으로 초대하게 되고, 그의 웃음소리를 기억하던 그녀는 대화 도중 웃음소리에 그가 강간범임을 눈치 챕니다. 하지만 결국 텍셀의 손에 의해 죽임을 당하게 됩니다.)
이야기를 듣고 있던 제롬은 텍셀의 비상식적인 이야기에 거부감을 느끼게 되고, 경찰을 부르게 됩니다. 하지만 경찰과 주변 사람들 눈에는 텍셀의 존재가 인식이 되지 않는지 그를 미친 사람으로 봅니다. 텍셀은 제롬에게 말합니다.
나는 제롬 당신이며, 내가 죽인 여인은 당신의 아내이고, 당신의 아내를 죽인 자신(텍셀)을 죽일 것을 요구합니다.
제롬은 끝까지 텍셀이 자신의 내부에 있는 어떤 적임을 인정하지 않지만, 결국 그와 자신이 같지 않음을 증명하듯이 텍셀을 살인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야기의 끝은 제롬이 공항에서 난동을 부리다 혼자 벽에 수차례 머리를 부딪쳐 사망하게 되는 사건으로 마무리 됩니다.
'적의 화장법'이란, 자신의 내면에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그 무언가를 말하는 것 같습니다.
'적'이라고 표현을 한것을 보니 좋은 의미는 아닐 것이라고 짐작은 했었고, '화장법'은 화장의 어떤 종류를 뜻하는가 했었습니다. 책을 읽고 드는 생각이 내안의 적은 '욕망, 욕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제가 즐겨보는 프로그램 '이혼숙려'에서 심리상황극이라는 것을 하는데, 그 곳에 나오는 악마와 천사 이야기가 생각이 났습니다. 인간의 선악에 대해 성선설, 성악설이 있는 것도 그 둘은 항상 우리안에 함께 존재하기 때문에 논란이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린아이들의 경우 옳고 그름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게 정립되지 않고, 그 내면에 욕망의 통제가 어렵기 때문에 '촉법소년법'으로 기회를 주는 것이겠죠. 하지만 어른들도 자신의 욕망이나 욕구를 완벽하게 다스리지 못하고 범죄자가 되는 사람들도 즐비합니다. 교육이 아주 기초적인 기준을 만들어 줄수는 있지만 (시간과 장소, 나의 마음가짐 등)상황적인 조건이 갖추어진다면 누구나 내면의 적에게 질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면의 적에게 패배한 제롬을 텍셀이라는 인물로 만들어 대화를 하는 모습으로 서술했다는 게 신선하게 다가왔고, 죄의식의 이름으로 그가 저지른 죄에 대한 처벌을 받은 모습은 씁쓸하게 느껴졌습니다. 책에서는 극단적인 예로 다루는 그 의미가 가볍지 않고 중요한 부분임에는 틀림없다고 생각하지만 내면의 적이 꼭 범죄를 저지르는 욕망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도 들면서 착한 욕망은 조금 채워가면서 살아도 괜찮지 않을까 살며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안녕 하세요 가다쿵님^^
후기 글만 보아도 책이 신선하고 충격적이네요
반전의 반전이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예전에 김영하 작가의 살인의 추억이라는 책을 읽는 적이 있는데
그 책 내용도 생각나게 하구요
살인을 저질렀지만 죄의식 때문에 정신적 갈등을 심하게 겪였고 그로 인해
다중 인격을 만들어 낸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자기가 저지른 죄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고 죄의식을 갖기만 해도 다행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자신의 악함을 인지하지 못하고 인정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으니 말입니다.
다음에 읽어 봐야 할 책으로 저장해 두고 싶은 책입니다.
흥미로운 후기 글 잘 읽었습니다. ^^
가다쿵님,! 책 이야기가 넘 충격적입니다.
덕분에 또 한명의 파격적인 천재 작가를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읽으시는 책의 난이도로 가다쿵님의 높으신 내공이 느껴지네요,,!
저는 이 글을 읽는데, 문득 완전히 잊고 있던 대학시절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이성친구였기 때문에 졸업 후에는 자연스럽게 연락을 안한지 정말 오래된 친구였는데요.
참 진국이라 생각했고, 정말 사람이 어떻게 이럴까? 할 정도로 착하고 친절하고 건실한 친구였습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그런 타입이었는데, 암튼 정말 진솔하고 착한 친구 였어요.
그런데 어느날 대화를 하는데, 그 친구가 누구라도 내면에 자신도 모르는 악마가 있을 수 있다. 그런 말을 했었거든요.
그런데 아무리 봐도 그 친구가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어떻게 사람안에 악마가 숨어있을거란 생각을 했는지 당시에는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 이후에도 그 친구가 나쁘게 보인적은 한번도 없었는데, 어떻게 저런 친구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제게는 아주 한동안이지만 그 궁금증이 무척 컸습니다.
당시만 해도 (아니 사실 지금도) 제 안에 악마가 있다는 생각을 저는 못하거든요.. 물론 책의 주인공처럼 전혀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무의식적으로 계속 심연으로 누르고 눌러서 깨어나오지 못하는 어떤 것으로 만들어 놓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당시에는 이후에도 그 친구에게서 이중적인 모습이나, 어떠한 걸 숨기고 사는 느낌도 못 받아서 점점 그 말이 잊혀졌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 친구는 참 글을 잘 쓰는 친구였는데, 아마도 저보다 훨씬 더 인간에 대해 깊이 생각했던게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자기 자신안에 어떤 비장한 악마를 발견해서가 아니고, 아마도 아주 가벼운 정도부터 무거운 정도까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나 그런것을 가지고 있다. 그런 뜻으로 말했던게 아닐까 싶습니다.
저 역시,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속물근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아주 늦게 터득하게 되었거든요.
전혀 속물같이 보이지 않는 사람이 가지는 속물근성은 아주 얕은 수준으로서 본인이나, 주변도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수준정도인 것이고, 우리가 흔히 말하는 그 '속물근성'은 그것이 매우 짙어서 개인의 편협함을 만드는 사람 정도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마 그 친구도 그런 정도의 차이를 제게 설명하지 않고, 누구나 그런걸 가지고 있다는 말을 하게 된게 아닐지.. 책을 읽는데 갑자기 그 친구가 떠올랐습니다.
이 책이 참 충격적이면서도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아주 어린시절의 그때보다는 지금의 제가 조금은 더 성숙해져서가 아닐까 생각도 해봅니다. 저 자신의 생각을 전혀 의심하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지만, 제가 저 자신을 의심도 해보고.. 그것이 가능하진 않겠지만, 의도적으로라도 제 3자처럼 떨어져서 생각을 다시 해보려고 하는 시도는 모두 '행동경제학'에 눈을 뜨고 나서부터 였습니다. 그때부터 제 머리로 생각한 것이 제 생각이 아닐 수 있다는 것과 다른 어떤 멋진. 이성적인 사람부터 모든 사람들도 그럴 수 있다는 것. 우리가 생각지도 못하게 대중의 생각은 흘러가듯 만들어지며, 그것이 현실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것. 그리하여 무엇이든간에 그것을 이루는 확률과 통계에 대한 개념과 그 데이터는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 그런 것을 생각하게 해주었거든요.
그렇게 생각이 변하면서 나이를 먹으니, 이런 소설도 참 의미있고, 이런 메세지로 독자의 머리를 깨우고 경각심을 주려는 작가가 멋지게 느껴집니다. 너무 재밌게 읽은 후기였습니다.
어려운 책을 또 완독하셔서 후기까지 들려주셔서 넘 감사합니다.!
노트북 드림.
그동안 컨디션이 안좋으셨군요.ㅜㅜ 지금은 좀 나아지셨길 바래봅니다.
재미있는 책을 읽으셨네요.
토지만 접하다가 이렇게 다른 책의 후기를 읽으면 무지 신선하고 재미있습니다.
저도 곧 토지가 끝나고 다른 책을 읽을 예정이라 이런 후기를 읽는 일이 설레입니다. ㅎ
독특한 구조지만 내면의 욕망을 표현하기에 적절한 구성이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나도 모르는 나의 선하지 못한 욕망이 누구에게나 있겠죠. 인간이니까요.
간혹 나쁜 뉴스를 보면서 나라면...이라는 상상을 할때가 있어요. 그건 내가 일부러 생각하고자 해서가 아니라 순간적으로 스치는 순간에 지나지 않지만 내가 이런상상을 왜하지...하는 생각과 함께 멈추게 되고, 또 그런 생각을 하는 스스로를 자책하면서 애써 모른척하게 되는건 아닌가하는 생각도 어떨때는 듭니다.
또 간혹 이런생각을 좀더 오래 하는 사람도 있을수 있구요.
이말인즉슨 누구에게나 그런 생각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인간이기에 갖게되는 그런 욕망을 작가는 겉으로 드러내면서 나의 내면을 바라보는 작업을 한번쯤 해보라는 시도를 한것이 아닌가 합니다.
선한 생각만 하고 사는것이 선한것이 아니라 선하고 악함을 인정하면서 선하게 사는 것이 더 의미있지 않을까 혼자 생각해봅니다. ㅎ
오늘 후기 재미있었습니다. 가다쿵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