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삼국지 10권의 대장정이 끝이 났습니다.
이로써 모든 영웅들은 역사속으로 사라지고 위 촉 오의 세나라는 진이라는 나라 아래 하나가 되었습니다.
촉과 오의 친자는 진에게 항복하고 남은 생을 별탈없이 살다가 제명을 다했다고 합니다.
항복이 굴욕적일수는 있지만 그리 나쁜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마무리였습니다.
긴 대하소설이지만 생각보다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고 생각보다 큰 스케일이라 느끼지는 못했던건 너무 많이 압축되어 그 세세함을 알지 못했다는 점, 비슷하게 반복되는 전쟁과 승리과 패배 그리고 죽음들이 식상하게 느껴지면서 그 안을 제대로 볼수없는 상황들이 많아서라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물론 제 생각입니다.
그런 전반적인 분위기를 익히는데 초반의 에너지를 쓴듯합니다. 적응이 되면서 그들의 큰 그림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 안의 영웅들의 심리와 전술이 보이기는 했습니다만 내가 상상했던 그정도의 스케일은 아니었던거 같아요. 제가 너무 기대가 컸나봅니다. ㅋ
우리가 읽은것은 어디까지나 소설이기 때문에 역사서로서의 무게감은 덜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연이의 목적이 그런 역사를 좀 더 극적으로 만들기 위해 에피소드를 넣어 영웅들을 좀 더 영웅스럽게 만들려는 의도 때문에 삼국지가 소설로서 더 빛을 내면서 영웅들의 존재감과 재미를 독자들에게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책이든 저자와 독자의 해석이 만나서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듯이 저자가 어떤 의도로 썼던 받아들이는 독자의 몫은 독자의 것이니 책이란 그래서 다양한 관점으로 해석되며 각 독자에게서 다시 태어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제게 삼국지를 말하라고 한다면 인간은 무엇을 위해서 싸우고 죽어야 했나와 그것이 만든 역사가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기위한 서사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삼국지를 읽고 미미하지만 내게 변화라는 것이 있다면 지금 우리의 정치를 바라보는 시선에 조금의 유연함이 생겼다고 말할수 있겠습니다. 소소한 사건에도 파르르하며 내 좁은 시각으로 바라봤던 현 정치 상황을 좀 더 넓은 시야로 봐야겠다는 생각 말입니다. 그리고 정치는 관심이 없다고 내쳐두는 것이 아니라 내가 당연히 가지고 가야할 권리와 책임이라는 것을 알게 된것도 이 책을 읽고나서 내게 일어난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치는 정체성을 스스로 확인하기 위해 당연한 권리 주장을 위한 필요한 환경을 만드는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적극적인 액션을 취하지는 않더라도 의견과 생각을 머리에 만들어 두고 있는 일은 필요하겠다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무엇보다 삼국지를 읽고 얻은 것 중 단연 최고는 10권이라는 무협지를 완독했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읽지않던 다른 분야를 넘보았다는 점이 그렇고 대하소설에 대한 두려움을 이번 기회에 좀 허문듯한 느낌을 갖게 되어 무지 기쁩니다.
이 기세를 몰아 21권의 대하소설 토지를 보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냥 한번 봤다에서 끝내지 않고 재독 삼독으로 삼국지를 읽었다라고 말하는 날을 꼭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이런 기회를 만들어주신 노트북님에 그래서 더욱 감사합니다.
후반부에서는 남은 영웅들의 죽음을 볼 수 있습니다.
읽으면서 남기고 싶은 문장들은 이렇게 미리 적어놓았습니다. 다 읽고나면 잊어버려서 후기 쓰기가 어렵더라구요.
민중적 인기를 더한 것으로 빼놓을 수 없는 점은 사람에 대한 투자이다. 조조도 사람에 대한 투자는 게을리하지 않았으나 그것은 다른 투자와 병행된 것이었고, 그나마도 법가적 원칙이나 능률의 문제와 부딪치면 서슴없이 사람을 희생시켰다. 유일한 예외가 관운장에 대한 투자 정도였을까. 그러나 유비는 어떤 경우에도 사람을 희생시키는 법이 없었고, 그게 그가 이끄는 집단의 겨속을 남달리 굳게 해주었다. 그리고 그런한 인적 결속은 은연중에 민중들에게도 전해져 그와 그의 집단에 남다른 호감을 가지게 했을 것이다.... 하지만 작은 인정에 이끌이러 큰일을 그르치는 일이 잦았고 사람을 부리는 기교가 지나쳐 냉정한 관찰자에게는 역겨움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었다. 형주를 차지하고 또 서천을 빼앗아 한참 치솟던 기세가 어이없이 꺽이고, 결국 그의 촉이 3국 중에서 가장 허약한 나라로 주저앉고 만 것은 그런결점들의 결과가 아니었을지. 거기다다 유비의 과거지향적이고 보수적인 정치이념은 근대적 이념에 물든 사람들의 눈으로 보면 못마땅한 데마저 있다. 그게 갈수록 조조를 격상시키고 그에게는 과대평가의 혐의를 걸게 하는 것이나 아닌지.
9권에는 맹획이라는 인물이 나옵니다. 공명이 수도 없이 사로잡고 풀어줌을 반복했던 인물이었는데 그만큼 공명이 자기 사람으로 만들기를 희망했던 인물이었습니다. 한 변방의 만족 지도자에 불과했지만 약소 민족을 이끌며 조국의 식민지화를 막으려는 눈물겨운 저항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결국 맹획을 굴복시키지만 다시 그의 고향으로 돌려보내는 것으로 마무리 한것을 보면 장수 하나를 얻으려는 목적보다 맹획의 뛰어남과 더불어 그를 굴복시킨 공명의 능력을 높이 사려는 연의의 꾸밈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여전히 오의 위연과 촉의 공명은 계속 위를 위협하지만 위에는 아직 사마의가 있습니다. 하지만 예전의 그 삼국이 아닙니다. 대부분의 영웅들이 죽고 싸울만한 영웅이 사라지면서 삼국의 팽팽한 긴장감은 그 힘이 부족해 보입니다. 이에 동명은 후주에게 두번째 출사표를 던집니다. 위를 치겠다는 첫번째 출사표를 던지고 실패를 했던 공명으로서는 더욱 간절하고 결사적인 마음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또 여기서 하나의 영웅이 세상을 떠납니다. 바로 조자룡입니다. 단점을 찾기 어려운 여러 면모를 갖춘 충의어린 훌륭한 장수로 제 몫을 단단히 해준 인제였습니다. 이제 정말 공명에게도 남은 장수가 없어보입니다. 그가 두번째 출사표를 던진것도 더이상 갈 곳이 없다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전쟁이란 우연과 행운의 요소에도 많이 좌우되건만 공명은 조금도 그런 요소에 도박을 걸어보려 하지 않았다. 언제나 완벽하게 갖추어진 정면승부에 나아가려 하다 보니 위에게 시간을 주게 되고, 끝내는 위와 촉이 가지는 국력의 본질적인 차이에 밀리게 되고 만다는 것이다.
유비가 살아있을때의 공명은 수에 강한 사람이었다고 기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9권부터 10권에 이르러서는 공명의 모습은 자신없어하는 모습이 많이 보입니다. 남 밑에 있을때와 혼자 모든들을 커버해야하는 자리에 서고 보니 그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것인지 원래 이런 모습이었는데 그동안 유비 그늘에서 보이지 않았던 것인지 모르겠지만 지금 공명은 그 어느 때보다 소심하고 갈팡질팡 못하는 모습입니다. 위에 비해 많이 모자라는 군대를 가지고 있으면 그에 걸맞는 묘책과 대범함이 있어야 함에도 그는 정공법만으로 승부를 보려고 하니 승리하기가 어려운것 같습니다.
장비 아들도 관흥도 죽었다. 아비들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충심이 가득한 훌륭한 장수들이었는데 공명은 그들의 죽음을 무척 가슴 아파했습니다.
출사표를 던지고 위를 상대로 나간 전투들에서 사마의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기는 했지만 아직 그의 바램대로 중원을 차지 하지 못한것은 내내 공명의 마음을 누르고 있었습니다. 전쟁없는 평온한 나날이 이어졌지만 다시 군사를 일으켜 싸우고자 하는 그의 행동을 누구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공명은 전상 영웅이고 장수인가 봅니다.
삼국지가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며 남은 공명마져 그 명을 다하고 말았습니다. 어지러운 세상 숲속에 묻혀 조용히 살려는 공명은 유비에 의해 세상 밖으로 나와 나라의 역적을 물리치기를 맹세하며 중원을 되찾고 한실을 되찾으려는 충의를 다하였지만 그에게 주어진 삶은 거기서 끝을 맺고 말았습니다.
삼국지 연의는 황건난 서기 183년부터 오나라가 망하는 282년까지의 백년간이라 합니다. 공명의 죽음이 232년으로 딱 한가운데 위치하지만 제가 공명의 죽음을 본 것은 10권의 중반쯤이니 나머지 50년이 압축되어 서술된 셈이니 우리가 느끼는 시간과 공간 감각에 혼란이 올수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겠습니다. 예를 들어 공명이 죽고 강유가 다시 위를 치러 나간것이 공명이 죽은지 20년만인데도 불구하고 이야기가 연달아 이어짐에 따라 두 사건이 연관이 있는듯 느껴지는 폐단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렇듯 너무 긴 역사를 책안에 몰아넣다보니 이런저런 오해의 소지가 다분히 있음을 이해하겠습니다. 물론 역사 소설이라는 전제가 있지만 모든 사람이 이 책을 단순한 소설로 보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이 책을 읽었다고 역사를 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역사위에 만들어진 에피소드와 작가의 시선이 가미된 소설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공명이 죽고 손권과 사마의까지 죽으면서 삼국은 큰 영웅없이 이런저런 모함과 싸움이 반복되어가면서 삼국의 영웅들의 이야기는 그렇게 마무리되었습니다.
때로는 흥분하고 때로는 가슴 뿌듯해하면서 읽었지만 결국엔 우리가 읽은것은 소설에 불과한 것임을 아는것은 어쩌면 픽션과 논픽션의 그 어디쯤의 허전함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나의 원픽을 사모하며 읽었지만 그게 진실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멘트를 보면 힘이 빠지는건 당연한 얘기였습니다. 그것이 어쩌면 삼국지 연의가 가지고 있는 아쉬움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중국의 역사를..그것도 그 가운데 100년의 역사를 툭 잘라 알게 되었다고 내가 중국 역사를 안다고 말할수는 없을것입니다. 하지만 무협지를 시도해 보았다는 점, 중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는 점은 이 책에서 제가 얻을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책을 끝내고 나니 내 마음속의 영웅은 누구일까를 생각해 보았는데 결론은 잘 모르겠다 입니다. 아쉽지만 그렇습니다. 내가 읽은 인물이 그 인물이 맞을까 하는 의구심이 따라다니면서 믿음이 바로 서지 못했다고 말할수 있을거 같아요.
그저 모든 인물들의 삶과 죽음 속에서 시간과 공간을 떠나 인간이 가질수 있는 수많은 감정들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해 보았다 얘기 할수 있을거 같아요.
삼국지와 함께 이 여름과, 이 더위를 가뿐히 넘길수 있었음에 뿌듯한 시간이었습니다. 여름엔 꼭 대하 소설을 시작해야겠다는 작은 결심도 해보는 순간입니다. 나름 대장정을 끝내면서 스스로에게 작은 토닥임을 하고 싶네요.
함께 해서 즐거웠습니다. 아직 진행중이신 모든 분들의 완독을 끝까지 응원하겠습니다. ㅎ
딸기님,,! 먼저 10권의 긴 여정을 무사히, 그리고 빨리 끝내신 점 축하 드립니다.!
삼국지 10권 완독이 무엇 보다 뿌듯하시고, 독서가로서 숙제 하나를 끝내신 느낌이 드실 듯 합니다.. ^^..!
저 역시, 삼국지를 읽으면서 기대에 못 미친다는 느낌도 받았지만, 작가님께서 유독 정사와 연의를 비교해야 하는 그 무거움 때문에 문학적 요소까지 넣기 힘드시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럴 수록 감탄이 절로 나온다는 그 월탄 박종화님의 삼국지가 너무 궁금해 집니다.! )
삼국지를 읽고 미미하지만 내게 변화라는 것이 있다면 지금 우리의 정치를 바라보는 시선에 조금의 유연함이 생겼다고 말할수 있겠습니다. 소소한 사건에도 파르르하며 내 좁은 시각으로 바라봤던 현 정치 상황을 좀 더 넓은 시야로 봐야겠다는 생각 말입니다.
--> 개인적으로 독서가 주는 참된 깨달음이 그 '유연한 사고', '통합적 사고', '열린 마음' 이라고 생각해서 인지, 오늘 이 말씀이 너무나 반갑네요..!
딸기님도 같은 감정을 느끼신다는 것이 무언가 비대면 독서모임이지만 설레고 행복합니다.!
이미 딸기님의 지난 후기에서 영웅들의 죽음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조자룡이 죽는다는 말에 순간 심장이 흔들리는 느낌이었네요.. ㅜ 정말 아쉽습니다..!
뒤의 이야기를 너무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어쩜 이렇게 요약도 잘 해주실지요,,!
아쉬운 마음이 꼭 제가 다 완독한 느낌이네요..!
개중에는 장비도 아들이 있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관우는 겨우 양아들을 얻고, 장비도 자식 하나 없이 살았나 했습니다,,!
유비의 죽음 이후 공명의 우유부단함을 읽으면서, 리더의 빈자리가 떠올랐습니다.
훌륭한 리더는 있을 때는, 팀원들의 화협으로 일이 돌아가는 듯 보이지만,
그 리더가 자리를 떴을 때, 비로소 그게 리더의 힘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삼국지를 읽으면서 자식 교육과 사회 생활 두가지로 참 떠오르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삼국지를 읽으며 다시 저의 생각들을 정리해볼 수 있다는 것도 참 좋았습니다.
(저는 아직 완독이 아닌데.. 문득 자꾸 완독처럼 쓰게 되네요..^^..!)
여름이면 대하소설을 읽어야 겠다는 말씀에 "아하!" 하게 되네요..! ㅎㅎㅎ
저도 덕분에 삼국지 진도에 맞춰서 이번 여름은 유독 잘 나게 된 것 같습니다.~^^!
다시 한번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리고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이 여정을 너무나 즐겁게 해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토지를 향해서 화이팅 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