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권에서는 줄거리다운 얘기가 펼쳐지면서 책읽기가 더욱 맛깔스러워집니다. 구수한 입담속에 숨어있는 사람들의 비밀이 하나씩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거든요. 이런 대하소설이라면 이런 정도의 깊이가 있어야겠지 하는 생각과 함께 좀 더 생각을 확장하며 그들의 생각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던 시간이었어요. 처해보지 못한 입장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일.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상상해보는 일. 그런 일이 책을 읽는 시간을 즐겁게 만듭니다.
2권에서는 최치수의 사냥을 빙자한 구천 쫓기가 가장 눈에 띕니다. 사실 그 이면에 구천이의 태생과 윤씨부인 그리고 윤씨부인이 동학당의 최고 우두머리와 관련이 있어보이는 점, 우관스님과 김개주 등이 아직 풀리지 않는 상황이라 최치수의 속마음을 꽤뚫어보기는 어려웠습니다. 애정도 없는 안사람이 노비와 도망을 했다는 단순한 프레임만을 보면 안될것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조금씩 그 윤곽이 드러나기는 하지만 아직은 확연히 그 실체를 이해하기는 어려웠는데 그게 오히려 극의 긴장감을 높여주고 있어 흥미진진하기까지 합니다.
'구천이 별당아씨와 달아난 후 치수는 사람을 시켜 쫓으려면 좇을 수도 있었다. 왜 쫓지 않았는지, 치수는 그러한 자신을 이해하지 못했으며 그것은 어쩔 수 없는 미묘한 감정의 소이라는 것도 이해하지 못하였다. 증오, 보복, 그 어느 것도 아니면서 사실을 구명하고자 하였고 또 구명하고자 하는 강렬한 욕망을 누르지 않으면 안 되었다.'
예전엔 사투리가 많은 책은 꺼려지기도 했어요. 단번에 눈에 들어오지도 않거니와 잘 읽어도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는 단어도 있어 대충 때려 짐작하는 일이 내키지 않기 때문이에요. 온전히 내것이 되는 느낌이 덜해서 그런가봐요.
지금도 여전히 그런 수준이지만 반면 이제는 그네들의 순박하고 솔직한 얘기가 정겹게 받아들여집니다. 그만큼 제가 나이가 들어서일지도 모르겠지만 겉모양보다는 그 안을 숨겨진 정이 느껴지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지금은 이웃간의 정을 느낀다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아서 동네 사람 모두가 제사밥을 모두 나누어 먹는 장면에서는 뭉클하기까지 하더라구요.
저게 사람 사는건데 싶은 마음이 들어서요.
지금은 잘 쓰지 않는 생소한 단어를 만나는 일도 이제는 흥미롭기도 합니다.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새삼 느끼게 해주는 말들이 나올때면 노트에 적어놓고 싶어집니다. 어딘가에 쓸일은 없겠지만 단어가 주는 맛을 알아가는 나만의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지요.
이곳에서도 알지 못했던 단어들을 만납니다.
관솔불(소나무 송진에 붙은 불), 막살이(막집, 임시로 간단히 지은 집), 소슬한(으스스하고 쓸쓸한) 가을바람, 질정(갈피를 잡아 작정함)....
이런 단어들을 만나면 단어 뜻을 한번씩 찾아보게 됩니다. 의미를 알고나면 문장이 온전히 이해가 되면서 내가 놓치고 있는건 없나 하는 불안감이 해소되거든요. 그러면서 느끼는 건 우리나라 말이 너무 예쁘다는 점입니다. 이 예쁜 단어들을 어디에서고 쓸일은 없겠지만 또 어느 책에서 이런 단어를 만난다면 알아듣는 자신이 너무 뿌듯할거 같습니다.
이런것도 책 읽는 재미가 아닐까 합니다.
남들은 잘 모르는 단어 뜻을 알게 되면서 나만의 사전이 늘어감을 느끼면서 소소한 즐거움을 맛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단어를 늘려가는 건 나의 언어 뿐만 아니라 그 의미까지 늘려가는 일이라 나의 생각의 스펙트럼도 함께 늘어가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어요. 영어 단어는 외우면서 한국어는 더 알아가려 하지 않는 평소의 자세를 고쳐 다듬는 시간이 되기도 하구요. 이런 소소한 나만의 작업을 전 좋아해요. ㅎ
2권 마지막 부분에 최치수의 죽음을 맞게 된 어머니 윤씨부인의 회한을 설하는 부분에서 마음이 스산함을 느꼈습니다. 자신이 몹쓸일을 당하고 온 후부터 아들 최치수는 그녀에게 더이상 아들이 아니었다는 것, 그의 잘못이 아님에도 그녀의 마음은 거침없이 매몰차게 어디론가 흘러가 버렸습니다.
거짓으로라도, 아픔 위에 아픔을 딛고 일어서서라도 치수에게는 어머니였어야 했던 자기 자신을 깨달은 것이다. 산산조각이 난 것은 저울대에 실렸던 무게의 변동 탓이 아니었다. 그것은 회한 때문이었다. 공포없이 생각할 수 없는 치죄자로서의 최치수, 그는 아들을 잃은 것이 아니었다. 도현의 고초를 겪는 망모의 구원을 위새 석가에게 법을 물었던 목련존자일 수 없는, 심판장의 형리로 그 어미 스스로가 만들었던 것이다. 목련존자의 악모이상의 악모임을 윤씨 부인은 깨달은 것이다.'
그런 그녀의 마음이 어디로 갈지 지켜보는 일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온전히 그녀의 마음을 이해하기는 어려울지 모릅니다. 그 몹쓸짓이 어떻게 일어났는지에 대한 상세한 상황을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안다고 한들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지 않으면 이해하려고 시도조차 하지 않았을 그런 마음을 책을 읽으며 상상해보고 이해해보려는 것. 그것이 책을 읽는 이유가 아닐까 문득 생각해봅니다.
지난 주는 제게 무척 어수선한 한주였었습니다. 출근한 신랑이 자신이 지금 본원 응급실로 가고 있으니 병원으로 오라는 전화를 받았거든요. 이게 무슨일인지 가늠도 안되는 상황에서 마침 휴가를 받아 집에 있는 둘째와 함께 응급실로 쫓아갔죠.(딸이 있어 다행이었어요. 다리가 막 후들거렸거든요) 지난 밤부터 가슴에 통증이 있었다는 신랑의 말과 함께 왜 얘기를 안했냐니까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고 병원(신랑근무지)에 가서 진료받고 조치를 취하려 했다네요...ㅜㅜ 응급실(신랑 병원은 부속병원이라 응급실이 없어서 본원 응급실로 감)에 들어가 여러 검사를 거친후 급성 심근경색이라는 병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미 혈전이 막혀(다행히 작은 혈관이었슴) 바로 시술해야 한다는 말과 함께 신랑은 시술실로 들어갔습니다.
그렇게 하루를 더 있다가 퇴원했습니다.
이제 우리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나는구나 싶은 마음과 함께 그래도 키우던 병을 이제라도 알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잘 관리해야겠다는 생각이요.
사람이 살다보면 이럴수도 있겠죠.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하겠다 생각한 시간이었습니다.
모두 건강한 주말 되시길 바랍니다. ㅎ
딸기님,,! 후기에 대한 댓글을 다시 남겨 봅니다.!
저도 너무나 재밌어서, 끊을수가 없더라고요..
어제 밤에 읽다가 2권을 다 읽고, 후기를 바로 쓰고 자야하는데. .3권이 너무 궁금해 3권을 마져 펴들었습니다.
세상에 이정도로 강력한 끌림을 주는 책이 얼마나 있을까 싶었습니다.
사투리가 많은 책이 꺼려지신적이 있으셨나 보네요..ㅎㅎ
저는 유독 한국사 소설들은 이러한 방언이나 사투리가 있는 글들이 좋더라고요.^^:
시대를 반영하는 말투가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춘원 이광수의 소설들이 더 맛깔스러웠던 것도 그 대화나 문체가 한 몫 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민진 작가님의 파친코도 그랬는데, 읽으면서 영어 원서는 어떻게 이런 사투리를 표현 했을까?
싶었거든요..! 사투리가 빠진다면 이 책의 매력을 온전히 전하지는 못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영문본은 간결한 문체였습니다. 파친코는 문장이 간결해서 누구라도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장점이 영어 원서에 그대로 반영이 되어, 영문본도 너무나 읽기 쉽게 쓰셨더라고요,, 그래서 사투리로 이루어진 소설도 사투리 없는 영문본으로 쓰여도 그 스토리 만으로 이렇게 인정 받을 수 있는구나,,! 그런걸 느꼈던 책이었습니다.
저도 초등학교 시절에 유독 시골인 동네에서 자랐는데, 그 때 농사를 짓는 이웃들은 특히, 저희가 그 집 아이들과 함께 놀자고 찾아가면 항상 밥 먹었는지? 밥 같이 먹으라고.. 하면서 부르셨는데, ㅎㅎ 반찬이 책에서 표현한 된장찌개와 만화에서 표현 되는것과 같이 무김치인데 많이 익은? 그런 김치들이 항상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저는 그런 짠지? 같은 맛에도 익숙하고, 특히 참기름,들기름과 김치 국물에 밥 비벼 먹는 그 맛을 굉장히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평사리 주민들의 삶이 저도 40대 중반의 나이지만 유독 정겹게 느껴지는 것은 어린 시절 시골에서의 기억덕분인 것 같습니다.
단어 하나하나에 감동 받으시며 읽고 계실 딸기님이 떠오릅니다.!
이쁜말, 생소한 단어를 하나라도 더 접하시며 행복해 하시는 마음이 글에서도 느껴지네요..^^!!
치수와 윤씨분인의 삶이 참 아쉽습니다.
어린 아들이 있는 저로써는 그렇게 그립던 엄마가 자신을 경계하고 한발 물러나 한번 정을 주지도 않았을 그 감정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그래서 치수에게 처음에 느끼지 못한 연민이 느껴졌었는데,, 그만 이렇게 빨리 죽고 말았네요. 귀녀와 평산, 칠성 모두 너무나 분개할 만한 캐릭터 였지만, 귀녀의 마지막은 또 지고지순한 강포수 때문에라도 더 마음이 아팠네요.. ㅜㅜ 그 와중에 그 아들이 강포수 자신의 아들인 것이 다행같이 느껴졌습니다. (1권 맨 끝에 있었던 인물 계보도에 그렇게 나와서요,,) 귀녀 역시 자신을 소중히 대해준 강포수 만큼은 전혀 끌어들이지 않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물론 실제도 그렇지만요.. 살인까지는 상상도 못한 칠성이를 끌어들인 것과는 대비되는 이야기 인 것 같습니다.
오늘부터는 밤시간에 토지 3권을 읽을 생각을 하니, 넘 기대가 됩니다.!
낮에도 읽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게 참 아쉽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래서 주어지는 저만의 시간이 더 소중한 것 같습니다.
어수선한 와중에도 이렇게 완독하시고 후기를 나눠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책으로 행복을 이어가고 있네요!
감사합니다..!!
ㅠㅠ 딸기님.. ㅠㅠ 얼마나 놀래셨읗지요ㅠ
부군께서 응급조치가 되셔서 천만다행입니다 ㅠ
지금 급성심근경색을 찾아보니.. 정말 무서운 병이었네요,,
ㅜㅜ 아차 하면 큰일날뻔 했다는 생각에 아찔합니다. ㅠㅠ
저희는 아직 저희 둘의 경우보다 아이의 응급 상황이 정말 많았습니다;; 저는 아이가 그렇게 까지 응급한 상황들이 있는 줄 겪어보기 전에는 몰랐어요;; 정말 한바터면 영구적으로 신장 손상이 있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다고 한적이 있었는데 몇일을 계속 2배속 랑거를 놔도 수치가 좋아지지 않았던 적도 있어서요.. 원래도 안먹고 또 잘 토하는 아이라서.. 탈수에도 겁이 생기고, 또 제가 모르고 놓친 몇가지가 후회와 트라우마로 남아서 저희는 아이가 아프면 많이 무섭고 그러더라고요;;
아이 낳기 전에는 정말 좀 막키우려고 생각했다가 이런 일들로 마음 졸이는 엄마가 되어버렸습니다.;
저는 최근에 건강검진에서 전문의 확인 요망이 두가지가 떴는데.. 다음주, 다다음주 예약을 해놓은 상태인데 은근 마음이 무겁네요,, 매년 발견되었던 혹이 있는데 점점 커져서 맘이 은근 무겁습니다,, (40대 중반에 더 가까워지니 은근 건강에 대한 경각심들이 생기네요,,)
저희모두 진심 건강한 삶을 유지했으면 하는 마음이 간장합니다,, 물론 사랑하는 가족들 까지도요,,!
지난주 남편께서 응급으로 아프셔서 힘든시간
보내셨을텐데, 이렇게 책 후기까지 남겨주시고... 감동입니다.
토지 후기를 읽다보니 저도 토지가 궁금해져서
지난주에 집근처 도서관에 갔다가
토지 1권부터 있길래 빌려와서 저도 조금씩 읽어
보고 있습니다.
정말 사투리가 심하게 많은 책이더군요.
글로 읽으면 바로 내용이 들어오지는 않지만,
글을 말로 낭독 해보면 또 나름 쏙쏙 들어오는것
같습니다.
아직 절반쯤 읽고 있어서 후기 쓸정도는 아니구요.
저는 그냥 천천히 제 진도에 맞게 조금씩 읽고
먼저 읽으신 분들의 후기도 보고, 어느정도
책 읽고 후기를 남길 정도가 되면 남길께요.
다른 분들의 진도에 맞게 따라가려 하다 보면
제가 부담이 될것 같기도 하고 지칠수도 있을것
같거든요.
20권 긴 호흡을 천천히 함께 따라 갈 수
있다는것에 의의를 둘께요.^^